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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혁은 10년 뒤

조회수 2019. 4. 10. 18: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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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혁은 자신의 인생이 애틋하길 바란다. 그래서 잘 해내고 싶다.

메탈릭한 테크니컬 패브릭 소재의 소라야마 프린트 셔츠, 회색 코튼 트윌 카고 바지, 검은색 러버 솔 레이스업 부츠, 나일론과 그레인 카프스킨 소재의 코인 홀더 백, 버클 벨트 모두 디올 맨.


<눈이 부시게> 본방 사수하러 가야 하니까 인터뷰는 한 시간만 해야 할 것 같아요. 어제 예고편을 보니, 오늘 남주혁 씨가 연기하는 준하가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던데.

오늘, 그러니까 10부 엔딩 꼭 보셔야 해요.


죽어요?

음, 슬플 거예요.(웃음)


슬퍼요? 누가 슬퍼요?

시청자분들이오.


우리 책은 드라마 종영 후에 나올 텐데… 슬픈 결말이에요? 아니다, 본방으로 확인할게요.

<눈이 부시게>는 단순한 로맨스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과 우리 인생 전반에 대한 이야기예요. 시청자분들이 처음부터 그런 포인트를 잘 인지하셨다면 마음 한편에 큰 울림과 감동을 느끼지 않을까 해요. 자신의 인생에 대한 다짐도 하면서 더 힘내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좋았나 봐요.

대본 받았을 때부터 고민할 것도 없이 무조건 하고 싶었어요. 드라마 스토리는 물론이고, 혜자 선생님을 비롯해 다른 선배님들과 연기할 수 있다는 것도, 제가 맡은 이준하 역할도 그렇고요. 이준하를 정말 잘 해내고 싶었어요.


준하에게 여러 모습과 여러 감정이 있었는데, 어떤 모습을 특히 잘 보여주고 싶었어요?

모든 감정요. 대사 하나하나 어느 것도 놓치지 않고 모두 잘 전달하고 싶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나 장면은 뭐예요?

어제 방송된 9회 샤넬 할머니 장례식장에서 혜자 선생님이 “참 사는 게 허무하지? 나는 네 인생이 애틋했으면 좋겠어” 하시는데 울컥했어요. 첫 회부터 9회까지 쌓아온 감정이 한 번에 터지는 것 같았어요. 가만 보면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애틋하게 생각하지 않잖아요. 나라는 사람은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해야 할 사람인데, 그걸 잘 모르고 ‘왜 이렇게 안되지’ 신세 한탄하고, 투정 부리고, 더 힘들게 하고, 깎아내리려 하잖아요. 그런데 애틋했으면 좋겠다는 그 말이 확 와닿더라고요. 준하의 인생도, 남주혁의 인생도,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분들의 인생도 애틋했으면 좋겠다 싶었죠. 우리에게는 좋은 순간도 많지만 힘든 순간이 더 많잖아요.


힘든 순간이 더 많아요?

저는 좋았던 순간보다 힘들었던 순간이 더 많이 생각나거든요.


저는 힘들었던 건 기억이 잘 안 나요. 금세 잊어요. 머릿속 세포들이 그냥 빨리 잊고 싶나 봐요.

너무 좋네요. 좋았던 것만 생각하고 살면 참 행복할 텐데…. 그런데 저는 힘들었던 때를 생각하면서 살기 때문에 더 열심히 살아가는 것 같아요. 힘들고, 내가 잘하지 못하고, 해내지 못했던 것, 그런 것들이 원동력이 돼요.


그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예요?

늘 힘들었어요. 지금까지도.(웃음)


1분 전에는 자신을 애틋하게 생각하라면서요. 자신에게 칭찬도 좀 하고,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봐요.

그러면 현실에 도취되고 거만해질까 봐요. 저는 제 인생이 더 애틋했으면 좋겠고, 잘됐으면 좋겠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힘들었던 때를 잊으면 안 돼요. 힘들었던 시절을 자꾸 떠올리는 게 쉬운 건 아니지만, 내가 무너질 것 같고 거만해질 것 같으면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서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아요.


이렇게 살면 안 되면, 어떻게 살아야 돼요?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늘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새해가 되면 작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자고 다짐해요. 매년 연말이면 올해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됐나 생각해보는데, 항상 기준치에 도달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작년의 목표가 뭐였는데요?

재작년보다 나은 사람이 되자.


올해 목표는?

작년보다 나은 사람이 되자.(웃음) 큰 목표가 있어야 작은 것들도 하나하나 해내고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매년 목표를 ‘작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자’로 세워요. 그게 뭐냐고 할 수도 있는데, 말도 안 되는 큰 목표를 잡는 거예요. 그 목표를 이루려면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야 하잖아요. 그게 계속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모든 게 빛을 발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늘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언제부터요?

중학교 1학년 때부터요.


굳이 찾지 않아도 잘하고 있고, 나아진 부분이 훨씬 많을 것 같은데.

지금 그런 부분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왜요? 격려보다는 채찍질이 필요한 시기예요?

그럼요.(웃음)


왜 자꾸 채찍질만 해요?

스무 살 때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당장 내일부터 연기를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그건 말도 안 되잖아요. 제가 천재도 아니고. 당장 내일, 몇 개월 뒤, 일 년 뒤에도 잘할 수 없을 거 같았어요. 그런데 10년 뒤, 내가 서른 살이 됐을 때라면 해볼 만하겠더라고요. 괜찮은 배우, 그러니까 남주혁이 나오면 10번 중에 5번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연기를 보고 슬프면 같이 울고, 행복하면 같이 웃고,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는 게 그때 세운 10년 후의 목표예요. 배우로서의 첫 목표. 그때를 향해 지금도 달려가는 중이고요.


원하는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잘 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 계속 채찍질을 하는 거고요.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있고, 내가 원하고 사랑하는 일이 있고,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니까 나태하게 살고 싶지가 않아요.


기모노 형태의 검은색 소프트 램스킨 재킷, 검은색 울 하이웨이스트 바지, 버클 디테일의 카프스킨 소재 부츠 모두 디올 맨.


2014년 연기 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 “배우 남주혁입니다”라고 말하는 게 너무 부끄럽다고 한 적 있어요. 기억해요?

지금도 그래요. 아까 영상 촬영할 때도 “안녕하세요, 남주혁입니다”라고 인사한 것처럼 “배우 남주혁입니다”라고는 여전히 못 해요. 아직까지 스스로 저를 배우라고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름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게 여전히 참 어려워요. 언제 배우라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렇게 얘기할 날이 오려나 싶고.


4년 후를 기대할까 봐요. 연기를 하겠다고 결심한 지 6년째고, 10년까지 딱 4년 남았어요.

그렇네요. 4년 남았는데, 또 모르죠. 그때 다시 10년을 연장할 수도 있고. ‘10년 후인 마흔 살에 좋은 배우가 되는 것’으로 목표를 변경할 수도 있고.(웃음) 막연히 생각만 하지 않고, 노력하고 실천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아가다 보면 저도 자신에게 관대해져서 스스로 칭찬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가장 최근에 자신을 칭찬한 적이 언제예요?

네?(생각에 잠긴다.) 없어요.(고민한다.) 어? 정말 없어요. 제가 저를 칭찬한 적, 정말 없네요.


주변에서 좋은 이야기 많이 들으면 못 이기는 척 한 번쯤 자신을 인정해줄 법도 한데.

좋은 이야기해주시면 부끄럽고, 더 잘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이 더 많이 들어요.


그나저나 샤넬 할머니 장례식장에서의 눈물 연기는 정말 인정. 진짜 3일 정도 뜬눈으로 밤새운 눈이더라고요. 그 촬영을 위해 몇 시간을 울었어요?

그렇게 많이 울지 않았어요. 한 시간도 안 됐을 거예요. 김석윤 감독님이 되게 빨리 찍으세요. 정말 이런 현장은 처음이에요. 이렇게 빨리 찍고, 이렇게 빨리 집에 가고, 이렇게 마음 편하고.(웃음) 이게 감독님의 스타일이래요.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때도 있는데, 방송을 보면 너무 훌륭하게 완성해주시더라고요. 대기 시간도 없이 빨리빨리 바로바로 찍는 분위기라 집중이 잘됐던 것 같아요. 또 그 장면은 이미 감정적으로 쌓인 게 많았기도 했고요. 저와 준하의 감정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까 감당하기 힘들었어요. 촬영장에서는 밝은 척했는데, 감정 조절이 안 되더라고요. 신경을 너무 많이 썼나 봐요. 그즈음 찍힌 사진들 보면 눈빛이 굉장히 우울해요. 상황과 역할에 너무 몰입했는지 그때는 행복한 일이 있고 좋은 일이 생겨도 그렇게 즐겁지 않았어요.


역할에서 빠져나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아뇨. 빠져나오고 그런 것도 아직 잘 몰라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편이에요. 다음 작품이 있으면 또 그건 그대로 흘러가게 두고요. 그런데 <눈이 부시게>는 모든 장면이, 준하가 처한 모든 상황이 슬퍼서 참 많이도 울었어요.


하, 어쩐지 준하가 죽을 것 같은 느낌.

하, 마지막까지 슬퍼요. 마지막 장면에서 제가 울면 안 되거든요. 대본에는 지문으로 ‘웃으며 반긴다’고 되어 있는데 그조차 너무 슬픈 거예요. 내 몸에서 모든 게 빠져나가는 것 같아서 정말 펑펑 울었어요. 엔딩 상황이 너무 슬프고, 준하와 혜자와의 관계가 너무 안타깝고 애틋해서. 이렇게라도 둘이 다시 만나서 너무 다행이고, 너무 행복해서 온갖 감정이 뒤엉켜 울면 안 되는데 펑펑 울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감독님이 울지 말라고, 울면 안 된다고 빨리 눈물 닦으라고 그러셨어요.(웃음)


우는 게 더 어울릴 수도 있잖아요.

아니에요. 지문대로 웃으며 반기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요. 방송에는 어떤 게 나갈지 모르지만, 굉장히 많이 슬펐고 울면 안 되는데 자꾸 눈물이 나는 바람에 혼났어요. 감정을 떨쳐내려고 악도 질러보고,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어렸을 때 울보였다면서요. 우는 연기를 보고 어렸을 때의 자신을 떠올린 장면이 있어요?

어렸을 때 제가 어떻게 울었는지 몰라서요. 울고 있는 내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까. 거울 앞에서 울진 않잖아요.(웃음) 꺽꺽 소리 내 운 것 같은데 우는 얼굴은 모르겠어요. 아, 진짜 어렸을 때 정말 많이 울었던 거 같아요.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중학교 1, 2학년 때까지 그렇게 많이 울었어요. 언젠가부터 사람들 앞에서 우는 게 좀 창피하더라고요. 너무 많이 울어서. 그러다 울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감정을 많이 숨겼던 것 같아요.


배우는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일이잖아요. 감정을 감추며 살아온 사람이 제 발로 감정을 표현하는 직업을 갖게 된 게 재미있네요.

맞아요. 우는 연기를 하면서 내가 어렸을 때 참 많이 우는 아이였다는 걸 다시 인지했어요. 현장에서도 어떻게 그렇게 잘 우냐고 하시는데, 사실 잘 울지 못하거든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오다 보니 눈물이 잘 나지 않더라고요. 이번에는 역할에 푹 빠져 그냥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비대칭 지퍼 디테일의 울 소재 롤넥 니트, 메탈 버클 장식의 남색 테크니컬 코튼 소재 카고 바지, 버클 벨트 모두 디올 맨.


배우에게는 반응이 확 오는 때가 있나 봐요. 꾸준히 해온 게 한 방에 터지는 그런 시기. 주혁 씨의 경우에는 많은 사람들이 <안시성> 때 그 조짐을 느낀 것 같더라고요.

“저 친구가 <안시성> 때부터 달라졌더라”, “<눈이 부시게> 이후에 달라졌다” 하시더라고요. 주변에서도 계기가 뭐냐고 많이들 물어 보세요. 도대체 어떤 계기가 있었기에 연기가 늘었느냐고.(웃음) 그런 이야기가 고마운데, 한편으로는 조금 속상하기도 해요. 늘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거든요. 어떤 계기가 있어서 연기력이 늘었다면 그 계기가 무엇인지 저도 궁금하고, 그랬다면 제가 처음부터 잘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런 생각도 했어요. 영화 <안시성>에서 꼬질꼬질한 모습을 너무 마음껏 보여줘서가 아닐까. 그래서 이제 카메라에 어떤 모습으로 비치든 걱정이 안 되는 거죠. 너무 자유롭게 못생긴 얼굴을 보여준 적이 있으니, 이제 정말 마음 놓고 연기에만 집중한 게 아닐까 하고.

아니요.(웃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번 드라마에서도 메이크업을 안 했죠?

맞아요. 거의 안 했어요. 어떻게 아셨어요? 머리 손질하는 데 10분도 안 걸렸어요. 촬영장에서 스태프들이랑 사이가 좋은데, 이번에는 제발 옆에 오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고 했어요. 집중하고 싶어서. 메이크업을 하면 수정 메이크업을 또 해야 하잖아요. 그것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실제로 준하는 얼굴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저 하나를 위해 시간을 내서 촬영장까지 왔는데 너무 아무것도 안 하면 스태프들한테 미안하잖아요. 어…이제야 처음 말하는 건데, 우선 메이크업을 받은 다음에 뒤에서 몰래 닦아 낸 적도 있어요.(웃음)


생얼이라 더 좋았어요. 타고난 잘생김은 가릴 수 없지만, 다 드러내놓고 진짜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준하라면 얼굴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랬지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웃음) 준하에 대해서는 어느 하나 그냥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정말 준하로 살고 싶어서.


준하에 빙의된 게 아닐까 싶었던 부분은, 한지민 배우와 술집에서 북극에 가면 오로라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하다가 “알지” 하고 혼잣말하듯 속삭인 장면. 그거 애드리브였죠?

아뇨. 애드리브로 연기한 건 단 한 장면도 없어요. 애드리브를 못 하겠더라고요.


김혜자, 한지민, 손호준 등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 능청스러워서 배우들이 극을 즉흥적으로 끌어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또 주혁 씨가 그걸 잘 받아친 줄 알았어요.

신기한 게 이번 드라마는 분명 연기를 했는데 연기를 한 것 같지 않아요. 그냥 다들 저에게 이야기해주시는 것 같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연기가 딱딱하지 않게 나왔던 것 같아요. 가만 보면 제가 한 건 하나도 없어요. 감독님께서도 세세하게 얘기해주시고, 혜자 선배님을 비롯해 다른 선배님들과도 연기가 아니라 그냥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요.


준하로 살아보니 어땠어요?

준하로 3~4개월을 살았는데… 무서워요. 앞으로 해나가야 하는 것들이. 어떻게 해야 이보다 더 나은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이 돼요.

회색 울 트윌 테일러 오블리크 슈트, 오블리크 패턴과 소라야마 프린트로 장식된 실크 트윌 프린지 반다나 모두 디올 맨.


어떻게 이렇게 연기에 빠지게 됐지?

저도 참 신기해요. 제가 연기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거든요. 연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을 때 정말 허투루 하고 싶지 않았어요. 배우라는 말은 여전히 거창하고 높은 문턱 같은데, 이왕 시작한 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이전에 농구 선수로 활동 했을 때도, 지금 하는 연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도 “적성이라기보단 포부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시작했으니 어떻게든 끝을 봐야죠”라고 했어요.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살아왔고, 그 부분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을 만나는 건 좋은 인연을 만나는 것 같다고 했는데, <눈이 부시게>는 일생일대의 인연을 만난 기분이겠네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너무 하고 싶었어요. 정말 평범한 20대 청춘, 마냥 밝지도 우울하지도 않은 현실적인 이야기. 인생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때라 그런 작품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데, 마침 <눈이 부시게>가 딱 들어온 거죠.


누가 봐도 꽃길만 걸어왔을 것 같은데, 감독님은 어떻게 사연 많은 준하 캐릭터에 남주혁 씨를 생각했을까요?

저도 그게 참 신기했어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늘 진중한 모습이라 30대 초반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눈부신 스물여섯이라니.

또래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또 제 나이 같아요. 그런데 생각은 깊게 하려고 해요. 정말 제 인생이잖아요.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아요.


자신을 채찍질해가며 각박하게 보내는 건 괜찮고요?

차라리 각박하게 보내는 편이 나을 수도 있어요. 내 인생이 작은 일들에 휩쓸리게 두고 싶지 않아요. 잘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잘 성장한다는 게 마지막에 활짝 꽃피우는 거예요? 지금도 누구보다 향기로운 꽃을 피우고 있잖아요.

지금에 만족하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안시성> <눈이 부시게> 최근 두 작품은 선배들이랑 함께했는데, 선배들과의 작업이 불편하거나 어렵지는 않았어요?

저는 그게 너무 좋아요. 편하고. 제가 많이 물어보기도 하고, 뭔가 행복해요. 좋은 선배님들과 같이 작품을 하다 보니 그 부분에서 받는 힘도 확실히 있는 것 같고, 저에게는 모두가 소중한 순간이에요.


선배들과 같이 연기할 때 자신이 더 성장한다는 걸 느껴요?

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걸 저는 솔직히 잘 느끼지 못해요. 그저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그런데 주변에서 “좋은 선배들을 만나서 네가 많이 성장해나가는 구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다들 주혁 씨에게 좋은 얘기밖에 안 하죠? 그건 주혁 씨가 만든 복이에요.

그래서 더 채찍질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아요.


채찍질 좀 그만해요. 남주혁 아파 죽겠다. <안시성> 촬영장에서 조인성 배우에게 “영화 촬영장에서는 밥도 줘요?” 하고 물었다면서요? 얼마나 귀여웠을까.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점심이나 저녁 시간이 되면 각자 스태프들과 따로 밥을 먹고 와요. 영화는 <안시성>이 처음이었거든요. 아침, 점심, 저녁을 현장에 있는 밥 차에서 다 해결하는데 그게 너무 신기했어요. 어디 나가지 않아도 되고, 따로 먹지 않아도 되고,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다 같이 밥 먹으면서 얘기도 많이 하고. 그런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웃음)


낯을 좀 가릴 것 같은데.

아뇨. 낯은 안 가려요. 다 같이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라, 뭔가 진짜 팀 같은 느낌이라 되게 좋았어요. 사실 이렇게 분장한 채로 밖에 나가서 밥을 먹고 와야 하나 걱정했거든요. 잘 몰랐으니까.


<눈이 부시게>도 촬영 때마다 다 같이 모여서 식사하는 분위기였을 것 같아요.

<눈이 부시게>는 회식이 정말 많았어요.


가족 같은 분위기였나?

네, 촬영장이 너무 행복했어요.


배우들의 기분이 작품에도 다 드러나나 봐요.

그런 것 같아요. 감독님이 촬영 들어가기 전에 “이번 드라마로 힐링해줄게” 하셨거든요. 드라마 촬영으로 힐링이 뭐 얼마나 되겠어 하는 게 솔직한 마음이었어요.(웃음) ‘밤샘 촬영이 없나?’ 뭐 그 정도였는데, 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참. ‘아니, 드라마를 이렇게도 찍을 수 있다고?’ 할 정도였어요. 세트장 촬영의 경우 오전 9시에 슛이 들어가면 무조건 오후 6시에 끝나요.(웃음) 그러니까 촬영이 끝나면 또 다 같이 모여서 식사하고, 이 패턴이 너무 좋은 거죠. 그리고 촬영도 빨리빨리 진행됐어요. 연기하는 사람은 한순간도 집중을 놓쳐서는 안 되는데, 그렇게 임팩트 있게 촬영하니까 집중도 잘되고 너무 좋았어요. 연기를 하는 게 어려웠지, 주변 상황은 정말 조금도 힘들지 않았어요.


말하는 것만 봐도 힐링 이상의 것을 받았네요.

정말 행복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또 올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왜곡된 하운즈투스 체크 패턴이 특징인 울 자카르 소재 코트, 소라야마 모티프의 목걸이 모두 디올 맨.


어머니도 좋아하시죠?

어머니와 같이 방송을 보는데 “오늘도 슬프네” 하시고는 맨날 우세요. 그런데도 굉장히 좋아하시는데, 그 모습을 보는 게 너무 행복해요. 제가 연기하는 드라마를 보고 엄마가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는 게. 할머니도 연세가 많으셔서 저녁 8시 반이나 9시쯤 주무시는데, 드라마 방영하는 날에는 끝까지 보고 주무세요. 아, 중학생 때 할머니와 살았는데 할머니가 주말 드라마 보시면서 “우리 주혁이도 저런 데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신 적 있어요. 그때는 내가 연기한다는 걸 생각도 못 한 때라 ‘내가 어떻게 나와’ 했는데, 지금은 그게 현실이 됐잖아요. 할머니는 그걸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제가 할머니 소원은 이뤄드린 것 같아요.


어머니의 소원은 뭐라세요?

아프지만 말라고요.


<보건교사 안은영> 출연 소식을 들었어요.

하고 싶은 작품이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이전부터 이용해왔는데 제작하는 드라마가 궁금했거든요. 6부작, 10부작, 시즌제 등 다양하잖아요. 같이 나오는 상대 배우도 꼭 한번 같이 연기하고 싶었던 배우이고. 맡은 역할도 신선했어요. 또 잘 해볼 수 있을 것 같고요.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맡은 역할이 미중년이라고, 주혁 씨가 이 역할에 어울릴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주혁 씨가 또 ‘미’는 담당하지만 중년까지는 아니잖아요.

그건 또 제가 잘 깨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늘 그렇게 하나씩 깨겠다는 전투력을 가지고 작품에 임해요?

매번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우려를 다 뛰어넘고 싶긴 해요. 백 번이면 백 번 모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몰라요. 백 번 중에 한 번 성공할 수도 있는 거고,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마음가짐을 그렇게 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결과는 또 열심히 한 만큼 나오지 않을까 해요.


역시 승부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야. 아까 촬영용 소품으로 게임하는 거 보고 느꼈잖아요. 아무도 보지 않는데, 혼자 손에 핏줄이 튀어나올 만큼 열심이고. 기어이 골도 넣고. 아무도 안 보는데.

(웃음) 혼자 열심히, 그렇죠.


지난 인터뷰를 보니 여행지에서 일어났을 때 눈앞에 바다가 먼저 보인 게 그게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부산에서 자란 청년이. 그리고 또 좋은 것으로 햇살, 달빛, 이런 걸 이야기하는 걸 보고 소년 감성이구나 했어요. 요즘 보기 드문 소년 감성.

예쁜 걸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좋잖아요. 컴퓨터, 텔레비전, 스마트폰 보는 것보다 날씨 좋은 하늘, 바다, 햇빛, 별을 보면 마음이 시원해지기도 하고. ‘와와’ 감탄하면서 계속 보게 돼요. 맑은 날씨, 경치, 그런 걸 보면 힘이 나요.


순수 청년인가?

그건 잘 모르겠어요.(웃음)


아니면 직관적으로 그런 예쁜 것들에 끌리는건가?

글쎄요. 그냥 그런 게 참 좋아요.

파이핑 디테일의 검은색 실크 트윌 오버사이즈 타이 프린팅 셔츠, 이너 셔츠, 반바지, 버클 디테일의 오블리크 패턴 네오프렌 소재 샌들, 소라야마 모티프의 목걸이, 키 링 모두 디올 맨.


드라마처럼 시계를 되돌려 돌아가고 싶은 시간이 있어요? 물론 등가 교환의 법칙으로, 주혁 씨의 젊음을 대가로 지불해야 해요.

음… 나의 청춘, 나의 20대를 포기하면서까지 돌아가고 싶은 때는 없어요.


슬쩍 가보고 싶은 미래는요?

전 항상 10년 뒤요.


왜 10년이에요?

무엇을 할 때마다 10년이라는 목표를 세우니까요. 저는 제 자신을 알잖아요. 당장 1, 2년 뒤는 궁금하지 않아요. 그때의 모습은 짐작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10년 뒤는 너무 궁금해요.


10년 후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될 거라고 믿어요?

믿어요. 믿어야죠. 믿어야지만 나아갈 수 있으니까. 믿지 않으면 금방 포기하고 말 거예요. 물론 ‘될 수 있을까?’, ‘안 될 거 같은데’ 하는 생각도 하긴 하죠. 잘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만,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는 또 다른 10년 후를 생각하면 돼요. 그래서 꿈이 있다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보보경심:려> 13왕자에 캐스팅된 이유를 이야기하다가 “제가 야망이 있을 것같이 생기진 않았잖아요”라고 이야기한 적 있어요. 예전에는 야망이 흑심 같았는데, 최근 들어 야망이 없으면 인생이 좀 시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중학생 때 운동하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야망이 있는 건 좋지만 누군가를 시기하고 질투하면서 나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제 길을 묵묵히 가고 싶어요. 내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다 보면 결국에는 시기와 질투 때문에 내가 원하는 위치에 올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많이 했어요. 그냥 전 제 방식대로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내 꿈을 향해 나아가고 싶어요.


게임과 운동, 특히 운동 중에서도 농구를 좋아하는 이유가 ‘역전이 쉬워서’라고 했어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라고. 연기도 그런 느낌이에요?

아뇨. 연기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연기는 모르겠어요. 모르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연기도 치트 키 같은 걸 알면 좀 쉽게 할 수 있을 텐데.

쉽게 하고 싶고, 쉽게 하면 좋은데… 연기는 모르겠어요. 잘하고 싶은데 잘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도 모르겠고, 최선을 다한다고 할 만큼 최선을 다하지만 이만큼 한 게 최선을 다한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고. 어쩔 수 없어요. 계속 열심히, 꾸준히 잘하려고 노력하고 실천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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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성>에서 “안시성은 지지 않는다”라고 한 내레이션이 인상적이었어요. 남주혁도 지지 않는다면, 남주혁은 어디에 지고 싶지 않아요?

너무 어려운데요.(한참을 고민한다.) 지지 않는다기보다 흔들리지 않을래요.


흔들리니까 청춘이라잖아요. 청춘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왜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해요?

그냥 이 질문에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물론 흔들릴 수 있고, 무너질 수 있고, 지칠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고 싶어요. 그런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고 빨리 털고 일어날 거예요. 내일 다시 잘하면 되겠지, 잘하려고 노력하면 되겠지 하고. 쉽게 무너지고 싶지 않아요.


무조건 열심히 하면 잘될 거라 생각하고 앞만 보고 달리는 느낌이라 좋아요.

‘난 안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살면 인생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웃음)


그러면 스스로에게 가끔 칭찬도 좀 해봐요. 언젠가 마음을 열어 본인에게 칭찬을 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어요?

애썼다. 할 만큼 했다.


이건 또 너무 은퇴하는 느낌 아니에요?

(웃음) 그때는 칭찬을 해줘야죠. 10년 동안 노력했다, 고생했다 정도. 그런데 바로 더 노력하자, 더 나아가자 할 거예요.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한테 어떤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특별히 들은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운동할 때는 혼자 다짐하는 게 많았어요. 아, 선생님들이 저를 예뻐해주셨어요. 매점에 갔다 올 때 음료수 하나씩 사다가 드리곤 했거든요. 아주 드물게.(웃음)


감정을 감추고 살았던 사람이 연기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니까 좀 홀가분해요?

음, <눈이 부시게> 6부에서 혜자 선생님에게 소리치는 장면이 있어요. 제발 내 인생에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라고, 안 그래도 죽지 못해서 겨우겨우 살고 있는데, 나아져야 한다고 무책임하게 얘기하지 마시라고. 그렇게 소리치는데 너무 홀가분한 거예요.


그런 대사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이죠?

너무 행운이죠. 대사를 보는데 연기가 아니라 속마음을 뱉는 것 같았어요. 세상에 그렇게 소리치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요. ‘무책임하게 얘기하지 말라고, 그렇지 않아도 죽지 못해서 산다고. 안 하려고 안 하는 게 아니라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데도 안 되는 일이라고.’


그렇게 소리쳐 표현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전 못 해요.(웃음) 속 시원하게 감정을 분출했다는 데에서 저 개인으로는 너무 후련했지만, 준하 입장에서는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렇게 터진 걸까 딱하더라고요. 주변에서도 그 장면을 보는데 속이 시원했다고, 나도 그렇게 못 하는데, 이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고요.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람들이 이 장면과 나의 연기에 공감이 된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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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주혁 씨 연기를 보고 울었다는 말을 듣고 기분 좋았다고 했어요. 자신의 연기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거 같아서예요?

그게 제가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처음 세운 제 10년 후 목표잖아요.(웃음)


눈빛과 표정 하나하나에 감정이 잘 드러나는 게, 점점 배우의 얼굴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그동안 너무 감정을 숨기고 살았던 거 같아요.


배우는 감정을 숨겨야 하는 직업이 아닌 거죠?

모르겠어요. 저는 배우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모르지만 너무 잘하고 싶고, 너무 알아가고 싶어요.


연기를 하기로 마음먹고 스무 살 때 세운 목표가 뭐였는지 기억나요?

….


‘현장 가서 기죽지 말자.’

아,(웃음) 기가 팍 죽었거든요. 아무것도 모르는 세상이고, 시작하는 단계였잖아요. 제가 기가 많이 죽는 편이었어요.


그게 티가 나요?

네. 많이 떨고 불안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해요.


지난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배성우 배우가 한 말이, 남자 배우에게 잘생긴 건 최고의 유산이라고 했어요.

아, 그 화보 뭔지 알 것 같아요. 성우 형 되게 미소년처럼 나온.(웃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최고의 유산이라는 잘생긴 얼굴도 가졌고, 키도 훤칠하고,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남쪽의 빛나는 기둥’이라는 멋진 이름도 있는데 왜 기가 죽었어요?

그냥 기가 죽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기죽지 않아요. 이건 성공한 것 같아요. ‘현장에서 기죽지 말자.’


언제부터 성공했어요?

좀 된 것 같은데, 어느 순간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떨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자신감도 조금 생겼고.


좀 덤비는 편이에요?

그런 거 같아요.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걸 알거든요. 가만히 있으면 뭐가 떨어지겠어요. 뭐가 떨어져도 잡으려고 하면 잡기 위한 준비가 돼 있어야죠. 휴대폰에도 메모해놨어요. ‘생각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될 수 없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 도전해서 실패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거죠. 쌓인 실패도 모두 내 경험이니까. 어떻게 보면 그게 또 다른 준비 과정일 수 있으니까.


지금 남주혁을 보여줄 준비가 잘돼 있어요?

아직은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가만히 있고 싶지 않아요. 안 되도 해보고 싶고, 더 나아가고 싶어요.


안 되더라도 하고 싶은 건 뭐예요?

연기였던 것 같아요. 안 되더라도 하고 싶었어요. 연기자의 꿈이 생겼을 때부터. 그리고 꿈이 생겼으니까 연기를 하면서 창피당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었어요. 여러 번의 실패가 계속 쌓였고, 물론 지금도 실패를 하고 앞으로도 많이 하겠죠. 쉽게 잘될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 아무것도 하지 않느니 계속 실패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계속 실패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남주혁은 명언 제조기인가? 책 많이 읽어요?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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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꽂히면 인터뷰도 즐겨 본다고 했는데, 최근에 읽은 인터뷰가 있어요?

<눈이 부시게>하면서는 제 기사만 봤어요.(웃음)


사람들 반응이 궁금해서?

네. 그런데 사실 1, 2부는 본방도 못 봤어요. 무서워서 못 보겠더라고요. 솔직하게 여기서 처음 말하는데, 그냥 잠들어버렸어요. 두려워서.


언제부터 그 두려움을 깨고 본방 사수도 하고, 사람들 반응을 찾아보게 됐어요?

주변에서 잘한다,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도 처음에는 전체적으로는 못 보고 클립 영상으로 조금씩 찾아 봤어요.(웃음)


아, 남주혁은 자신한테 좀 가혹해도 되겠다. 주변에서 좋은 이야기를 하도 많이 해주니까.

맞아요. 주변에서는 좋은 애기를 많이 해주시니까 내가 나를 채찍질해서 균형을 맞춰야죠. 나를 알고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분들이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커져요.


남주혁을 응원하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

네. 어떻게든 보여주고 싶어요. 나를 응원하는 걸 후회하지 않게 할 거라고. 그런 마음이 생긴 지 얼마 안 됐어요. 1~2년 정도? 내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만 듣게 해주고 싶어요.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더 가혹해지는 것 같아요.


10년 후를 목표로 세웠다고 했어요. 그때로 가서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뭐예요?

더 열심히 해야 돼.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지 마.


잔인하다 잔인해.

(웃음) 만족하기에는 너무 아쉬워요.


남주혁의 연기가 기록으로 남겨지고 있잖아요. 거기에는 뿌듯한 장면도 있고 흑역사도 있는데, 그런 걸 보면 어때요?

성장하는 걸 보면 좋죠.


아,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간혹 못난 얼굴이 몇 번 잡혔는데, 그것 때문인가… 그때부터 연기를 편하게 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화면에 얼굴이 못생기게 나오는 걸 꺼려한 적은 없어요?

없지 않죠. 지금도 물론 힘을 다 뺀 건 아니지만 예전에는 힘이 더 많이 들어가 있었어요.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는 힘 딱 주고 ‘나 연기 중이야’ 이렇게 연기해야 하는 줄 알았어요. 지금은 그게 아니라는 걸 알지만.(웃음) 연기를 하는 것도, 살아가는 데에서도.


지금 온 힘을 다해 이기고 싶은 건 뭐예요?

작년의 나?


그건 이미 이겼잖아요.

모르죠, 그건.(웃음) 사실 이기고 지는 게 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좌절감, 허무함, 주눅… 그런 무너지는 기분에 지고 싶지 않아요.


드라마 제목처럼 눈이 부시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에요?

그렇죠. 지금이 저의 눈부신 나날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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