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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코리아

부부의 세계, 그 예술적 막장을 완성하는 소품의 세계

<부부의 세계> 속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아름다운 소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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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의 화제 <부부의 세계>, 조금만 흥분을 가라앉히면

많은 이야기를 담은 아름다운 물건들이 보인다.

눈이 번쩍

방송 전부터 화제였던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이 칼럼을 쓰려고 첫 회를 본 후 ‘바야흐로 ‘예술 막장’ 장르가 열렸구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전력 질주를 하거나 카페인 음료를 열 잔쯤 들이켠 것처럼 머리는 후끈후끈하고 심장은 벌렁벌렁 뛰었다. 아름답고 지적인 배우 김희애가 선택한 지선우란 여성의 시각으로 보는 따스한 정경은 드라마 전체에서 채 20분을 넘기지 못했다. 이후로는 시종일관 의심, 분노, 배신감, 공포 등이 강-강-강-강으로만 이어지는 아주 지독한 심리 스릴러물이다. 한순간도 쉴 틈 없이 몰아치는 게 제작진은 조금쯤 미안했던 걸까, 아니면 더 큰 그림을 그려 놓은 걸까? 아름답다. 적어도 고산 시라는 가상의 작은 도시와 지선우 외 여다경(한소희 분) 등 인물들의 겉 포장만큼은…참. 지극히 영민하고 예술적으로 설치된 그 시각적 장치들을 따라가다 보면 조금이나마 우아하게 분노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돼 있으니 드라마를 보지 않은 경우 지양 바람. 

Episode 1
“완벽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완벽했다.”

주인공이자 화자 지선우(김희애 분)의 첫 대사처럼 1회 초반은 일, 가정 모두를 성공시킨 ‘슈퍼우먼’의 취향과 심리 상태를 보여준다. 회색과 짙은 녹색이 주조인 차분하고 절제된 실내에 군더더기 하나 없는 모더니즘 조명과 가구, 주방 소품들이 펼쳐진다. 큰 반향을 일으킨 지선우 패션도 같은 기조. 흐트러짐 없어야만 유지할 수 있는 덮개 있는 단단한 토트백, 직업상 종일 신기엔 다소 불편해 보이는 하이힐이 장식이라곤 없는 안경과 조화를 이루며 지선우의 포기할 수 없는 완벽주의를 드러낸다. 하지만 그 완벽했던 일상은 남편이 출장길에 샀다는 체리 색 립 밤 하나로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값은 싸도, 발색만은 강렬한…. 

촉촉하면서 발색은 강하게 오래 유지되는 젤러시 아카이브 립 플럼퍼, 2만1천원, 시에로

필립 스탁의 대표작이자 20세기 디자인 명품으로 남은 쥬시 살리프 시트러스 스퀴저, 17만원, 알레시

단단한 소가죽으로 꽉 짜인 형태를 만든 다비 토트백 미디엄, 49만8천원, 조이그라이슨

유려한 곡선미가 돋보이는 프룻바스켓 슈가보울, 크리머, 트레이 세트 49만원, 알레시

유서 깊은 브랜드인 만큼 고전적 핸드백 형태를 지켜온 브리앙 백 MM, 7백만원대, 델보

Episode 2

남편의 외도와 주변인들의 배신에 극심한 충격을 받은 다음 날 아침에도 지선우는 일찍 일어나 혼자서 아침을 차린다. 놀라운 건 남편에겐 오첩반상을, 아이에겐 신선한 샐러드를 곁들인 이탈리안 브런치를 차려내는 정성이다. 자신의 몫은 직접 내린, 아무것도 더하지 않은 아메리카노 한 잔뿐…. 

충격은 연타로 오기 마련이다. 남편의 내연녀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직접 진료를 해 알게 된 후, 휘청이면서도 현실을 직시하려 애쓴다. 그때 쓴 소품이 안경. 시야가 또렷해야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릴 수 있어서일까? 며칠 후 야구 캠프에서 돌아온 아이와 가식에 찌든 남편을 환영하기 위해, 지선우는 또 저녁을 차린다. 아침보단 조금 더 화려한 그릇과 와인으로…. 

간결한 선으로 일과 사생활에 모두 어울리는 이지데 백, 4백만원대, 발렉스트라

단순한 선에 빗살무늬가 들어간 생활 도자기, 아틀리에 노드, 오덴세. 인스타그램 @odense.official

반 무테로 지적인 느낌을 충전하는 안경테 VO8008, 22만원, 베디베로

실용성과 우아함을 동시에 고려한 바로네세 에스텔 블루 4인 디너 세트, 최저가 60만원대, 후첸로이터

Episode 3

이제 지선우는 험난했던 자신의 과거를 끄집어내 본다. 17세에 부모님의 죽음이란 날벼락을 맞고 혼자가 된 후 목숨 걸고 자수성가해 의사가 되고, 진실했다 믿었던 한 남자로부터 프러포즈를 받던 순간을…. 현재와의 간극에 망연자실해 탁 떨어뜨린 손엔 커플 링이 여전히 빛난다. 하필이면 두 T자가 마주 보는 디자인이다.

한편, 무고한 지선우와 철없는 악녀로 묘사되는 내연녀 여다경의 컬러 대비가 절묘하다. 아이에 대한 사랑만큼은 조금도 줄일 수 없어서 참고서를 사러 간 서점에서, 지선우는 화이트 코트에 화이트 터틀넥 스웨터, 진주 귀걸이지만 맞닥뜨린 여다경은 탄탄한 몸매가 온전히 드러나는 데님 팬츠에 붉은 핸드백 차림이다. 지선우가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남편이 선물한….

단정한 선으로 구성된 화이트 벨티드 코트, 울, 캐시미어, 실크 코트, 가격미정, 막스마라 스튜디오

하이 주얼리 브랜드 특유의 정교한 누빔과 보석 같은 잠금 장식이 돋보이는 세르펜티 포에버 다이아몬드 블라스트 숄더백, 가격미정, 불가리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가 T자로 세팅된 와이드 다이아몬드 링, 4백만원대, 티파니앤코

인조 진주와 인조 다이아몬드 소재로 청아한 분위기를 강조한 찰스턴 화이트 귀걸이, 7만9천원, 미사키

Episode 4

노골적인 남편의 배신 행보에 ‘흑화’ 해버린 지선우가 새로이 입은 컬러는 레드다. 변호사를 만날 때 상∙하의부터, 혼자서 벌컥벌컥 들이켜는 레드 와인, 남편 친구와 맞바람 피우러 나갈 때 바른 립스틱까지…. 아들은 “입술이 너무 빨간 거 아니야?”, 남편은 “무슨 학회 간다고 하지 않았어? 좀 과한 것 같은데….”라며 현모양처의 돌변에 당혹감을 드러낸다. 실루엣도 바뀐다. 흐르는 듯 편안한 옷차림을 즐겼던 그가 넓게 팬 네크라인엔 목걸이를 두 개 겹쳐 하고, 허리는 꽉 조이고, 스커트 자락은 확 퍼지는 드레스를 선택해 유혹적 보디라인을 드러낸다. 다른 남자에게….

프랑스 메독 지방의 메를로 베이스 레드 와인, 샤토 메종 블랑쉬 메독, 가격미정, 비노 파라다이스

이름처럼 섹시한 선홍빛 모이스처 타입 립스틱, 글로우 립스틱 글램레드, 2만5천원, 끌레드벨

브랜드 특유의 사각 버클을 꽃 형태로 장식한 플라워 스트라스 버클 엔벨로프 클러치, 로저 비비에

열쇠 형태 백금 보디에 다이아몬드를 정교하게 세팅한 빅토리아 키 펜던트, 1천6십5만원, 티파니앤코

드레스 같지만 같은 색 블라우스, 카디건, 스커트로 구성된 토털 룩, 블라우스 17만8천원, 카디건 24만8천원, 펜슬 스커트 18만8천원, 토이킷

Episode 5

심기일전한 지선우, 전에는 잘 안 입던 보랏빛 팬츠 수트로 하루를 시작한다. 보라는 심리적으로 위엄, 우아함, 장엄함 등과 함께 고독, 슬픔, 불안 등을 느끼게 하는 색이다. 무언가 대단한 사건을 목전에 둔 여왕의 결단을 의미하나 보다. 함께 입은 무늬가 컬러풀한 블라우스가 대혼란을 예고한다. 이전엔 상의만큼은 단색을 선호했었다. 본격적 증거 수집에 들어간 만큼 가방 역시 초기의 콤팩트한 스타일이 아니다. 큼직한 브리프케이스 겸 토트백으로 바뀐다. 챙겨야 할 서류가 많다. 마침내 작심하고 ‘쳐들어간’ 여다경 부모의 집은 지역의 작은 왕궁과도 같다. 미로처럼 길게 이어진 복도에서 숨어있던 공주를 찾아내고, 마침내 모두가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가공할 진실이 폭로된다.

에르메스를 대표하는 가방이자 많은 물건이 들어가는 실용성으로도 유명한 버킨 35, 1천6백만원선, 에르메스

푸른 안료와 22K 골드로 정교하게 핸드 페인팅한 코발트넷, 개당 10만원 선, 임페리얼포슬린 by 보니타하우스

특유의 패턴이 칼라에만 들어간 실크 셔츠, 2백만원대, 에밀리오 푸치

악어가죽 패턴과 큼직한 버클로 심심하지 않은 브리프케이스, 리아백, 가격미정, 21드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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