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라인프렌즈 컬래버레이션 열전

곰돌이의 글로벌한 친화력, 어디까지?

귀여운 캐릭터라면 역시 라이ㅇ… 아니 라인프렌즈의 브라운이지.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든든한 볼록 토실한 체형에, 까무잡잡 건강미 넘치는 피부, 굳게 다문 입술로 믿음을 주는 표정까지 완벽하다. 브라운의 고민은 무엇일까? 친구들이 네이버 블로그에서 스티커란 이름으로 무분별하게 사용되면서 보기만 해도 신뢰도 -200% 증가라는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 중인 것(특히 맨들맨들 빡빡머리 ‘문’과 노란 장발 ‘제임스’의 두드러지는 활약), 그리고 국내에서는 라인보다 카카오톡의 점유율이 훨씬 더 높아 자신의 홈그라운드 어드밴티지가 쭉 위협 받는 상황을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라인은 일본에서 매우 잘 나가는 니혼 국민 메신저가 되었고, 그때부터인가 브라운은 집 밖을 벗어나 세계를 무대로 삼아 활보하며 지드래곤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인싸 중의 인싸, 핵인싸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그 증거가 바로 라인프렌즈 컬래버레이션이다. 단순한 캐릭터 라이센싱 제품이 아니라, 굵직한 브랜드와의 공식적인 협업을 통해 완전히 새롭게 탄생한 ‘작품’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을 감탄시키고 있다. 세계 유수의 브랜드들이 어떻게 브라운에게 하나하나 점령 당하고(?) 있는 걸까. 브라운에게 마성의 매력이라도 있는 걸까.



협업의 발자취

차츰 지구를 정복하고 있는 라인프렌즈 컬래버레이션, 그 발자취를 되짚어보기로 했다. 라인프렌즈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던 브랜드들은 그 수가 많기도 하다. 20건이 넘는 엄청난 양이다. 그럼에도 하나같이 다 쟁쟁하다. 해당 분야를 대표할 정도거나, 오랜 역사를 가졌거나 대중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가진 브랜드와의 협업을 주로 해왔던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사건(?)에 가까웠던 큼직큼직한 컬래버레이션 7가지를 모아봤다.



1. 구스타프베리(GUSTAVSBERG) (2014년 2월)

라인프렌즈의 첫 컬래버레이션 결과물은 2014년 봄, 예쁜 접시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구스타프베리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도자기 브랜드로, 세계적으로도 높은 인지도를 가졌다. 1825년 설립 이후 전통을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수작업을 고집해왔고, 스웨덴 왕실에도 물건을 납품할 정도라 하니 더 믿음이 간다. 그런 그들이 1000개 한정 생산으로 곰돌이와 토끼와 하트가 잔뜩 그려진 찻잔을 빚어내고는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멋진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점이 무척 뿌듯하다’는 소감까지 전했다. 혹시 브라운에게 협박을 받은 거라면 다음 컬래버레이션 때 브라운에게 선글라스를 씌워주ㅅ…

아니 어쨌든 구스타프베리로서는 자신들의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조금 더 친근하게 대중에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을 사상 첫 협업을 통해 선보였다는 의미를 부여했던 게 아닌가 싶다.



2. 라미(LAMY) (2015년 3월)

입문용 만년필이라 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브랜드. 모던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가진 독일의 프리미엄 필기구 브랜드 라미도 라인프렌즈와 컬래버레이션을 했다. 80년이 넘는 라미의 역사상 첫 협업 작품. 진행된 프로젝트만 해도 무려 4차례다.

우선 2015년 3월에 사파리 만년필과 사파리 수성펜을 출시해 첫날에 1만5천 개를 팔아 치웠고 2016년 9월에는 지름신을 매혹시키는 듯한 새빨간 케이스에 브라운 만년필이 담긴 레드 에디션을 출시해 한시간 반 만에 물량을 완판시켰다. 2018년 2월에는 라미 미니언즈 에디션이 출시됐다. 약간 번외편의 느낌이다. 브라운이 아니어서 그랬을까, 아직도 재고가 온라인 스토어에 남아있는 걸 볼 수 있지만 충분히 귀엽긴 하다. 마지막으로 2018년 4월에는 시크한 라미 블랙이 출시됐다. 오동통 귀여운 몸을 하고서 도시적인 옷을 꽁꽁 챙겨 입고 고급스러운 척을 하니 매력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라미 블랙은 우리 팀장님이 사비로 구매하고 리뷰까지 했을 정도.
전체적으로 라미와의 컬래버레이션은 필기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소유욕을 잘 자극한 귀여운 결과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3. 미스터 마리아(Mr Maria) (2015년 10월)

브라운은 한때 미스터 마리아와 만나서 하얘졌었다. 미스터 마리아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디자인 스튜디오인데, 그들이 만드는 램프 중 수유등이 특히 유명하다고 한다. 입이 X모양인 걸로 유명한 토끼 미피(Miffy) 같은 캐릭터들을 램프로 제작해오더니, 결국 브라운도 만들고 말았다. 브라운에게 느껴지는 순수함에 반했다나 어쨌다나.
그렇게 제작된 브라운 램프는 미국 뉴욕현대미술관과 프랑스 퐁피두센터 등 무척 고상해 보이는 곳에서 판매되었고 파리 메종&오브제라는 유럽 최대 규모의 홈 인테리어 박람회에서도 무척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귀여운 건 세계 공통인가 보다. 가격대는 좀 있지만, 현재도 온라인 스토어에서 살 수는 있다.



4. 브롬톤(Brompton) (2016년 10월)

아마 라인프렌즈의 컬래버레이션 중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게 아닐까 하는 브롬톤. 영국의 프리미엄 폴딩 바이크 브랜드, 비싸기로 유명한 브롬톤이 2016년에 브롬톤 브라운 에디션을 50대 한정으로 출시했다. 200만원이 넘는 가격임에도 30분 만에 완판되었다. 이에 엄청난 감명을 받았는지 2017년에는 브롬톤 측의 러브콜로 샐리 스페셜 에디션을 통해 노란색의 브롬톤이 탄생하게 됐다. 이 자전거는 250대 한정이었는데 단 15분 만에 완판되었다고 한다. 역시 자전거 덕후들이 스케일이 참 크다.
자전거를 잘 타지 않는 나도 무척 갖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브라운의 매력이 고급스러운 브롬톤 차체의 여기저기에 새겨져 있는 멋진 자전거였다. 브롬톤을 잘 몰랐던 사람들에게도 상당히 큰 임팩트였음이 분명하다.



5. 컨버스(Converse) (2018년 7월)

컨버스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1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가졌지만 지금도 젊음을 상징하는 몇 안 되는 브랜드 중 하나다. 컨버스는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이나 한정판 출시에 집중하는 모습도 꾸준히 보여왔는데, 그래서인지 라인프렌즈와의 협업 그 자체는 다른 케이스에 비해 포스가 좀 약하다. 그런데 브라운이나 코니가 아닌, ‘BT21’이라는 독특한 시리즈의 컨버스가 나왔다는 점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BT21은 라인프렌즈의 ‘프렌즈 크리에이터’라는 프로젝트로 탄생한 방탄소년단의 캐릭터 라인업이다. 프렌즈 크리에이터는 라인프렌즈의 캐릭터 분야에 대한 역량을 바탕으로 아티스트의 창의성을 결합하는 작업으로, 새로운 개념의 캐릭터 IP(지식재산권)를 만드는 것이다.
BT21의 캐릭터들은 BTS 멤버들이 직접 기획과 스케치 과정부터 참여해 자신들만의 개성을 구현해 화제가 됐다. 강력한 개성과 퍼포먼스로 복미권을 K-Pop 열풍으로 뒤흔들며 김연아, 박지성, 싸이와 더불어 한국을 빛낸 국가대표 위인들의 자리를 당당히 차지한 BTS. 그 위엄을 증명하듯, BT21 캐릭터 상품은 공개되는 족족 세계 각지의 라인프렌즈 스토어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생각해 보니 세계를 무대로 종횡무진하는 라인프렌즈와 BTS, 그 둘이 서로 묘하게 닮은 것 같다.



6. 뱅앤올룹슨(Bang&Olufsen) (2018년 10월)

글로벌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도 브라운 앞에 무릎을 꿇… 아니 컬래버레이션 대열에 합류했다. 이 베오플레이 P2 브라운 에디션은 개인적으로 가장 놀랐던 제품이다. 비싼 가격에 범접할 수 없는 고급 이미지로 가득한 뱅앤올룹슨이, 브라운 피규어가 대롱대롱 매달린 초콜릿색 스피커를 만들다니! 이 역시 뱅앤올룹슨으로서는 첫 협업 작품이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곰돌이의 친화력을 배우고 싶을 지경이다.
리뷰도 했었는데, 베오플레이 스피커 특유의 화창한 음색에 진득한 색상과 뚱한 표정의 브라운 얼굴 피규어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좋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오래된 브랜드들이 라인프렌즈의 신선한 에너지를 빌리는 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7. 헬베티카(Helvetica) (2018년 11월)

가장 최근에 발표된 협업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헬베티카다. 이제 하다하다 물건이 아닌 서체와도 컬래버레이션을 해버렸다. 무형의 타이포그래피라니… 헬베티카는 스위스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폰트로, 중립적이고 안정적인 느낌으로 오랜 시간 사랑 받으며 널리 쓰이고 있다. Dole, Jeep, Scotch, BMW, 3M, evian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의 로고도 헬베티카를 기반으로 제작되었을 정도다.

단순한 두 브랜드의 제품 혼합물이 아닌, 2D 이미지와 텍스트 디자인의 새로운 만남이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 컬래버레이션의 결과물은 다이어리, 머그컵, 에코백, 스마트폰 케이스 등 가벼운 느낌의 팬시 상품으로 탄생했지만, 오히려 생활 속에서 부담 없이 접하는 다양한 제품들이 각기 다른 디자인적 매력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온다. 헬베티카는 라인프렌즈를 만나 친근해졌고, 라인프렌즈는 헬베티카를 만나 모던해졌다.



곰돌이의 친구 맺기 철학

브라운과 그의 친구들은, 겉으로만 화려한 것보다 시간이 걸려도 내실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신념을 가진 브랜드와 협업을 한다고 한다. 그러니 장인 정신을 갖고 있는 굵직한 브랜드들을 찾을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 덕분인지 컬래버레이션을 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파격적인 느낌을 주는 브랜드가 많았다.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협업을 진행했다’는 말을 무척 자주 들었을 정도니.

이름까지 ‘브라운 앤 프렌즈(BROWN & FRIENDS)’로 바꾸고서 필기구, 노트, 화장품, 스피커, 자전거, 서체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새로운 합작 결과물을 제품으로 보여주는 브라운 이 녀석, 혹시 컬래버레이션 성애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급기야는 이미지 소모와 피로감에 대한 의문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브라운이 등장할 때마다 반갑다는 점이다. 이제는 오히려 기다려진다. 라인프렌즈의 선구안도 놀랍다. ‘진짜 이 브랜드와 협업했다고? 아니 어떻게…?’, ‘다음엔 어떤 물건이 나올까?’에 대한 재밌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덕분에 몰랐던 브랜드를 새롭게 알아 갈 수도 있었고. 글로벌한 친화력을 보여주는 브라운에게 경외감까지 든다. 거짓말 약간 보태자면 거무칙칙한 곰돌이를 한낱 캐릭터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나도, 내실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하며 왠지 반성하게 된다.

라인프렌즈가 보여줬던 지금까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여러 브랜드의 새로운 매력을 다시 발견할 수 있었다. 앞으로 만나볼 제품… 아니 ‘작품’들도 그러길 희망하고, 기대한다. 신뢰도가 높은 기존 브랜드의 제품들에 귀여운 매력이 더해진, 하나의 새로운 ‘작품’을. 브라운이 떴다 하면 사람들이 믿고 구매해도 되는, 좋은 브랜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해시태그

놓치지 말아야 할 태그

#스카이캐슬

    많이 본 TOP3

      당신을 위한 1boon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