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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년 만에 되살린 낙태죄

조회수 2020. 10. 18.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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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입법 예고안은 기만이다


지난 10일 청와대 앞에 여성들이 모였습니다. 그들은 이런 구호를 외칩니다.

낙태죄는 위헌이다 낙태죄를 폐지하라!


이 구호는 1년 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잘 쓰이지 않던 구호입니다. 이들은 왜 이 구호를 다시 외치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왜 청와대가 '후퇴'했다고 이야기하는 걸까요?


때는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내리다


작년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에 대해 사실상 위헌이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결정에 따라 2020년까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낙태죄 규정은 전면 폐지될 예정이었죠.


그래서 정부는 지난 10월 7일 낙태죄 관련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 입법예고안을 발표합니다. 그런데 이 입법예고안의 내용은 의아합니다. 형법상 낙태죄를 그대로 존치시킨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죠.

문재인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기만이다?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낙태죄', 즉 임신 중지에 대한 여성의 처벌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작년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던 형법 269조 1항, 270조 1항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죠. 


여기서 정부는 '형법 270조의2'라는 항목을 새로 추가합니다. '낙태죄'에 대해 일부 허용요건을 제시한 것인데요.

임신 14주까지만 허용?


정부의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여성의 임신 중지는 임신 14주 이내에서만 가능합니다. 임신 주수에 따라 허용 시기를 제한한 것입니다.

임신주수에 대한 판단은 마지막 월경일을 기준으로 하는지 착상 시기를 기준으로 하는지에 따라서도 다르고 임신당사자의 진술과 초음파상의 크기 등을 참고하여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때문에 이는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없다.


법이 명시한 '14주 이내는 가능'이라는 것이 과학적 근거도 없고, 명확한 기준도 아니라는 것이죠.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신설된 270조의2 조항에는 새로운 의무조항이 있습니다.

상담과 숙려기간이 필수?


임신 14주에서 24주로 추정되는 시기에 임신중지를 하고자 하는 여성은 특정한 사유를 충족해야 하고 그 사실을 상담기관을 통해 증명받아야 하며, 다시 24시간을 대기하여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담과 숙려기간의 의무화는 오히려 임신중지 시기만 늦출 뿐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에 프랑스에서도 2015년에 숙려기간 규정을 폐지하였고, 영국을 비롯한 여러나라에서도 의무 숙려기간 없이 상담은 당사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받도록 하고 있죠.


또한 이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유엔자유권위원회, 세계산부인과학회에서도 거듭 폐지를 권고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명백히 퇴행적인 개정안


1년 6개월 전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해당 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고, 여성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임신, 출산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데 해당 조항이 이같은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여전히 여성에 대한 처벌을 유지하며 형법 270조의2 신설을 통해 처벌의 기준을 구체화하고 추가하고 있죠. 이는 법개정의 취지인 여성의 자기 결정권 확대와 거리가 멉니다.


이들은 임신 중지에 대해 '언제부터, 어떻게 처벌할 것이냐'가 아니라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해 '어떤 시기에 무엇을 보장할 것이냐'가 법의 중요한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성의 당연한 권리가 '죄'가 되지 않는 세상, 언제쯤이면 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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