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함께하는 해외의 신차 전시장

조회수 2021. 5. 18. 16: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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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으로서의 자동차'를 넘어 자동차 문화를 함께 판매하고 전달하는 공간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해외에서 수입된 자동차를 만나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만,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해외 메이커들이 만든 고성능의 멋진 자동차들을 사거나 경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 세상이 되었습니다. 유명한 메르세데스-벤츠, BMW, 포르쉐 등은 물론이고, 르노나 시트로엥, 푸조 등 국내에서는 비주류로 여겨지는 메이커의 차들도 멋지게 치장된 매장 윈도우 속에서 우리를 유혹하는데요. 

아직은 수입차 판매역사가 짧고 문화적으로 성숙하지 않아서 그렇겠습니다만, 자동차 문화를 함께 판매하고 전달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해외 선진국의 여러 신차 매장보다, 우리나라의 신차 매장들은 '상품으로서의 자동차'라는 측면만을 강조하며 운영되는 듯해 해외의 사례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해외에 있는 이 르노 신차 매장은 전시공간과 A/S 공간으로 구성되어, 얼핏 보면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신차 매장과 크게 다르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외국은 우리나라보다 르노나 푸조, 시트로엥 등 마이너 브랜드라 할 수 있는 프랑스 자동차들에 대한 마니아층이 굳건하기 때문에 다양한 모델이 보이는 것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정도입니다.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전시되어 있는 이 르노 트윙고는 우리나라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자동차입니다만, 르노의 소형차를 대표하는 오랜 역사를 지닌 모델입니다. 우리나라의 쉐보레 스파크 정도에 해당하는 조그만 사이즈이지만 당찬 실루엣, 편안한 실내장비, 그리고 탄탄한 드라이빙 느낌으로 호평을 받고 있죠. 노란색의 메인 컬러, 멋진 모습의 신차가 전시된 모습 등 아직은 보통 신차 매장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다른 메이커들의 신차 매장은 물론이고 다른 르노 매장에서도 볼 수 없었던 프랑스 신사가 즐거운 표정과 손짓으로 반갑게 맞이합니다. 매장의 첫인상을 밝고 환하게 만들어 주는 이 프랑스 신사 모습의 오브제는 머플러를 용접해서 만들었는데요. 목에 두른 스카프와 콧수염이 참 멋스러운 매력남이더군요. 

이 르노 신차 매장을 운영하는 회사는 매장 전체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시설물과 인테리어는 보통의 우리 신차 매장과 다름없이 메이커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만들어 놓았지만, 다른 신차 매장과는 차별화될 수 있는 독특한 문화적 요소와 전시물들로 공간을 가득 채워 놓았습니다. 판매하고 있는 차는 물론이고 자동차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문화적인 부분까지 고려하면서 고객과 공감하고자 하는 노력과 의지가 돋보이는데요. 

자동차를 판매하면서 단지 '상품으로서의 자동차'라는 기본적인 키워드 외에도 다양한 문화적 요소와의 결합을 통해 '자동차 문화 전달자'임을 자처하고 있는 운영사의 의지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신차 매장의 공간에 전시되어 있는 여러 전시물을 조금 더 자세히 둘러 보시겠습니다.

위에서 보신 것처럼, 이 공간에는 판매하고 있는 신차 이외에도 각종 미니어처와 역사적 모델을 형상화한 미니카들, 에펠탑과 프랑스 도기류 등 작은 오브제를 상당히 많이 전시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이 잠시 놀 수 있는 공간마저도 마치 캠핑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구성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1년에 여러 차례 음악가를 초청하거나 회화 전시회를 열어 고객과 공감하는 이벤트를 매장 내에서 개최하거나, 정기적으로 고객과 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파티를 열기도 하는데요. VIP 고객만을 초청해서 비싸고 호화로운 장소에서 큰 예산을 지출하며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참여하여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참여한 가족들은 서로 인사를 하기도 하고, 스태프들은 작은 선물을 준비해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합니다. 

자동차는 한 시대의 문화와 특징이 모두 반영되는 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기술, 그 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인, 그 시대를 대표하는 재료와 소재까지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산업 제품임과 동시에 문화적 산물의 하나가 됩니다. 어느 시점에 태어난 자동차가 수십 년의 시간이 흘러 클래식카라 불리는 시점이 되어서도 많은 사람에게 더욱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자동차라는 것이 이렇게 시대를 대변하는 문화적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남들을 앞서가는 뛰어난 디자인과 높은 성능, 좋은 연비, 적절한 가격 등을 생각하며 자동차를 '판매상품'만으로 생각한다면 신차 매장의 모습은 지금처럼 기능적인 요소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자동차의 이런 '위대하고 영속적인 문화적 속성'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신차 매장 분위기와 운영방식이 조금은 바뀌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 김주용 (엔터테크 대표, 인제스피디움 클래식카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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