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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구 생태계의 순환이 완전히 파괴되어서 더는 지금처럼 살아갈 수 없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으로 이주한다던가, 황폐해진 지구 어딘가에서 어떻게든 생존하는 상상을 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조차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쉽게 살아남을 수는 없을 텐데요.
그렇다면 다른 행성 혹은 다른 행성 못지않게 살아갈 수 없어진 지구에서 어떤 방식으로 인류는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다른 행성의 환경을 지구의 대기 및 온도, 생태계와 비슷하게 바꾸는 작업인 테라포밍(Terraforming)이 떠오르지만 아직은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기술입니다.
그렇다면 행성에 거주할 수 있는 시설물을 건축하여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패러 테라포밍(Paraterraforming)은 어떨까요?
실제로 이런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는 실험이 90년대 초 미국 애리조나 사막에서 행해진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 생태계 그 자체인 바이오스피어에 이은 제2의 생태계를 뜻하는 바이오스피어2.
바이오스피어2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독립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실험으로, 제2의 인공 생태계를 구현한 실험장에서 8명의 인원이 생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바이오스피어2의 내부 시설은 현재의 지구와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갖추도록 만들어졌는데요. 콘크리트와 유리로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된 공간은 지구의 여러 환경을 축소시킨 각기 다른 5개의 환경 구역으로 나누어졌고, 각종 동식물과 곤충까지 넣어서 말 그대로 작은 생태계가 완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실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실패로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지구의 순환과 같이 동물들이 호흡해 내뱉는 이산화탄소로 광합성을 한 식물들이 산소를 배출하면서 균형이 맞아야 할 텐데, 갈수록 산소 농도가 하락하고 이산화탄소 농도는 치솟아 오르는 현상이 일어난 것인데요.
이산화탄소가 녹아 산성화된 바다 덕에 산호들이 녹아버렸고, 이산화탄소 흡수를 촉진시키기 위해 심은 나팔꽃은 이상증식을 하며 다른 식물들의 생장을 방해했습니다.
기후가 변해 곤충들이 죽어 식물의 수정이 불가능해졌고, 천적이 없어진 개미가 대량으로 번식해 식물 괴사가 가속화되어 이산화탄소 증가의 악순환은 물론 식량 부족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큰 원인 중 하나는 콘크리트였습니다. 바이오스피어2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산소를 흡수하면서 상황이 악화된 것인데요. 여기에 더해 유기물 함유량이 많은 흙 덕분에 토양 속의 박테리아가 왕성하게 활동해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더 이상 식물의 광합성만으로는 순환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유리 돔으로 이루어진 구조물과 외부 날씨 덕에 일조량에 의한 문제가 심각해져서 실험자들은 산소 부족 문제에 더해 만성 영양 부족까지 겪게 되었습니다.
식량 생산은 점차 줄어만 가는 등 상황이 열악해지자 실험자들의 심리에 큰 영향이 미치기 시작해 우울증이나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었고, 2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에는
파벌이 조성되어 서로 다투는 등, 더는 실험을 진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결국 실험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두고 바이오스피어2의 실험은 생태계 실험이 아니라
'인간 실험'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다른 무엇보다 힘들었던 점은 얽히고설킨 대원들과의 사회적 관계였다고 밝혔는데요.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것은 물리적인 요건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증명한 실험이 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두고는 논란이 많았지만, 의미 있는 실험이었다는 것은 틀림없는데요. 이런 프로젝트는 NASA의 HI-SEAS 등 다양한 형태로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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