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 본문
범죄 주모자들은 주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당신들의 뒤를 쫓는 과학자들이 한층 더 영리해진 수사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이번 특별 기사에서 범죄학과 과학 수사 분야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첨단 기술들을 살펴본다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예측할 수 있을까?
사실 범죄가 일어날 지역을 예측한다는 아이디어는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영국과 미국의 경찰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우범 지대’ 지도를 만들어서 활용해 왔다.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을 선별해서 더 많은 경찰 인력을 투입하는 식이다.
예측 치안?
예측 치안 전문가들은 범죄와 관련된 빅 데이터를 분석한다. 그 알고리즘이 생성한 정보에 따라 경찰들이 행동에 나서는 것인데, 효과가 있다. 시험해 보니 알고리즘의 예측력이 기존의 예측 기술을 사용하는 범죄 분석가들의 예측력보다 뛰어났다. 이들 알고리즘이 성공을 거두자 미국의 몇몇 경찰서에서는 예측 치안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영국의 켄트 경찰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모두가 예측 치안의 효력을 확신하는 것은 아니며, 경찰이 범죄 예측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에 불만을 표하는 전문가도 있다.
증강현실 기술로 바라보는 범죄현장
범죄 현장에 처음으로 도착하는 경찰관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잘못하면 소중한 증거가 오염되거나 손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범죄 현장에 처음으로 도착하는 경찰관들은 세상에서 가장 명석한 범죄 수사관들의 도움을 받아 범죄 현장을 돌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증강현실 기술을 사용하면 된다. 증강현실이란 현실의 이미지나 배경에 가상의 이미지를 겹쳐 보이게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범죄 분석 전문가가 보내는 정보들이 범죄 현장에 겹쳐 보이게 할 수 있다. 그러면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어떤 증거를 수집해야 하고, 어떤 부분을 더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지 알기 쉽다.
미생물 지문
매 시간마다 우리 몸에서 3천만 개가 넘는 세균 세포가 떨어져 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누구라도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세균 세포는 공기를 타고 날아가 우리가 만진 물체, 즉 가구나 휴대폰에 달라붙는다. 또한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의 생태계, 즉 마이크로바이옴은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 얼마 안 있으면 범인이 운도 없이 현장에 남기고 간 세균의 발자취를 추적해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리건대학교의 제임스 메도우 교수는 사람이 공기에 남기고 간,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을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이 방에서 떠난 지 4시간 후에 공기 샘플을 채집해도 신원을 확인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유전자 몽타주
앞으로는 과학 수사 전문가에게 용의자의 피 한 방울만 주어지면 정확한 몽타주를 그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학자들은 전자가 얼굴 형태에 미치는 영향을 하나씩 밝혀내고 있다. 이 기술을 조금만 더 가다듬는다면 아주 적은 DNA 샘플만 있어도 사람의 얼굴 형상을 추측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의 인류학자인 마크 슈라이버 박사가 바로 그런 연구를 하고 있다. 슈라이버 박사는 벨기에에서 활동하는 이미지 분석 전문가인 피터 클래스 박사와 함께 600명이 넘는 자원자의 얼굴을 3D로 캡처했다. 그리고 자원자들의 유전자를 분석한 끝에 20가지 유전자의 24가지 ‘변이’를 발견했다. 이 정보를 활용하면 범인의 얼굴 형태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머리카락
웨스트버지니아 대학교의 글렌 잭슨 박사에게 당신의 머리카락 한 가닥을 주면 박사는 당신의 나이, 성별, 당신이 먹은 음식, 운동량까지 알아낼 수 있다. 경찰이 범죄 현장에서 수집할 수 있는 증거가 머리카락 몇 가닥뿐일때는 이런 정보가 금가루보다 소중하다. 잭슨과 연구진은 머리카락의 주성분인 케라틴에 함유된 아미노산 21가지의 동위원소(중성자 수만 다른 원소) 비율을 분석한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동위원소의 비율 15가지를 구별해 내는 데 성공했는데, 이 정보를 활용하면 범인이 누구인지 추측할 수 있다.
인공지능 탐정
도시에서 무장 강도 사건이 번번이 일어나고 있다. ‘발크리(VALCRI)’ 탐정은 과거의 범죄 기록 수천 건을 분석해서 범죄 패턴을 알아내고,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을 밝혀내 용의자를 추적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런데 발크리는 인간이 아니다. 발크리(Visual Analytics for Sense -making in Criminal Intelligence Analysis)는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발크리는 경찰의 수사 보고서와 취조 내용, 영상, 사진을 분석하고, 사람들의 말을 해석하고, 얼굴까지 인지할 수 있다. 여러 사건의 연관성을 밝혀내서 사건 해결의 중요한 돌파구를 제시하는 것이 발크리의 목표다. 발크리는 범인의 범죄 방식이나 자주 사용하는 무기를 비교하기도 하고, 목격자들의 증언을 참고하기도 한다.
발크리 말고도 범죄 수사를 위한 수많은 인공지능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은 사기 사건을 수사할 때는 많은 양의 문서를 분석해 단서를 찾아내기도 한다. 또한 여러 사람의 DNA 샘플을 분석해서 범죄와 관련된 용의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밝혀내 과학 수사팀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아직까지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고차원적인 능력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