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이 남긴 유산, 잠수함의 빛 되다

조회수 2019. 9. 17. 11: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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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무기 속 과학> 소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의 ‘세기의 러브스토리’로 기억되는 영화 ‘타이타닉’. 


20여 년이 흘렀어도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이 영화는 지난 1912년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충돌돼 침몰한 지상 최대의 해난 사고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당시 타이타닉 호는 지구 상에서 가장 튼튼하며 어떤 경우에도 침몰하지 않는 여객선으로 자신했지만, 첫 항해에서 2200여 명의 승선자 중 무려 1500여 명이 차디찬 바다 속으로 희생됐다.


영화 ‘타이타닉’ 한 장면.

인류는 이 가슴 아픈 해난사고로 빙하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이처럼 수많은 희생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어두운 밤에 물 속에 있는 물체를 어떻게 볼 수 있을 지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타이타닉 호의 침몰 2년 뒤인 1914년 캐나다의 레지널드 페센든(Reginald Fessenden)이 개발한 빙하탐지기는 그 결과물이다.

소나는 무엇인가


당시 페센든은 잠수함 신호회사(The Submarine Signal Company, Boston)에서 일하고 있었다. 페센든이 개발한 이 빙하탐지기는 500 Hz의 음파를 송신하고 수신하는 능동탐지기로 약 3km 거리의 탐지가 가능했다. 


하지만 송신 주파수에 비해 탐지기가 약 1m로 매우 작아서 빙산의 방위는 알아낼 수 없었다. 사실상 물체 탐지만 가능한 수준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지금 심해 속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해군 잠수함을 이끄는 ‘소나’의 출발점인 것은 분명하다.

소나(SONAR)는 Sound Navigation And Ranging의 약자로 수중음파탐지기를 뜻한다. 잠수함은 수중에서 주변 소음을 분석하는 소나에 의존해 주변 물체와의 방위, 거리, 속도 등을 측정 분석해 항해한다. 바다를 헤엄치는 돌고래나 고래는 앞이 보이지 않는 심해에서 시력에 의존하지 않고 먹이를 잡을 수 있는데 소나는 바로 이 원리를 착안한 장비다.

물 속에서 음파는 어떻게 전파될까


 음파는 물체가 진동해 물체를 둘러싼 기체, 액체 또는 고체로 전파해 압력의 변동을 일으켜 발생한다. 음파의 높낮이는 1초에 몇 번의 회전 또는 진동 횟수를 뜻하는 주파수에 의해 결정된다.

음파는 해수면과 해저면을 만나기 전까지는 구면 확산으로 전파된다. 구면 확산 때는 확산에 의해 단위면적당 에너지가 감소한다. 


구면 확산을 하다가 해수면과 해저면을 만나게 되면 음파는 원통형 확산을 하게 되며, 원통형 확산은 구면 확산에 비해 거리에 따라 에너지 감소가 절반 정도이다. 주파수가 낮아질수록 파장이 길어지고 흡수손실이 줄어 장거리까지 전파가 가능하다.

수심 차이와 날씨에 따라 소나의 영향력은 어떻게 달라질까


소나는 직진성이 강한 레이더와 달리 음속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음속은 수온, 압력, 염분에 의해 결정되는데 음파는 수온이 따뜻하고 압력이 클수록 속도가 빨라진다. 공기 중 음속에 비해 수중 속 음속은 약 4배나 빠르다.

특히 바람에 의해 파도가 세지면 잔향음이 커져 소나의 탐지거리가 감소하게 된다. 반면 수온의 수직 온도가 일정한 겨울철은 탐지거리가 늘어난다. 하지만 주변에 선박 통행량이 많아 주변 소음이 커지면 당연히 탐지 성능도 떨어진다. 우리가 시끄러운 장소에서 원활한 대화가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이밖에 지진활동이나 해양생물 활동, 강우량, 열에 의한 잡음 등도 소나의 탐지성능에 영향을 미친다.

참고문헌(Principles of Naval Weapons Systems by CDR Joseph Hall, USN)

소나의 발전에 잠수함 탐지는 어떻게 변화했나


소나는 초기에는 잠수함에 능동신호를 송신해 표적에 부딪혀 수신된 신호를 탐지하는 수준에 그쳤다. 능동소나라 불리는 이 소나는 탐지거리도 고작 수 ㎞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이처럼 잠수함 탐지의 한계에 도달하자 개발된 것이 ‘수동소나’다. 긴 배열을 이용한 수동소나는 표적으로부터 방사되는 신호를 수신해 탐지하는 원리다. 디젤 잠수함의 엔진 소음은 저주파 특징을 가져 상당히 먼 거리까지 전파되는데 수동소나를 이용해 먼 거리에서도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바다 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잠수함이 기술 발전으로 잠수함의 소음이 줄어들자 수동소나를 이용한 탐지도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이에 최근에는 능동소나를 저주파 능동소나로 이용한 잠수함 탐지로 변화하는 추세다.

국방과학연구소 해양기술연구원 소나체계단 조점군 박사는 "현재의 소나를 뛰어넘는 탐지거리 향상을 목표로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잠수함의 선제공격도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전에서 발휘됐던 소나의 위력


그렇다면 소나의 위력은 실전에서 어떻게 발휘됐을까.

냉전시대가 한창이던 1952년, 미국은 소비에트 연방(이하 ‘소련’)의 잠수함을 감시하기 위해 대서양과 노르웨이해 사이에 수중감시체계(SOSUS : SOund SUrveillance System)를 설치했다. 당시 소련은 대규모의 잠수함부대를 북극해에 건설 중이었다.

그리고 소련의 잠수함이 미국으로 들어오려면 이 해역을 반드시 통과해야만 했다. 이에 미국은 여러 곳에 음파전달이 양호한 음파채널에 다수의 음향센서배열을 사용하는 수중감시센서를 설치했다. 최소 2곳 이상에서 탐지하면 삼각기법을 이용해 잠수함의 위치를 추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이어 1962년에는 처음으로 소련의 디젤 잠수함을 탐지했고, 이듬해 소련의 핵탄도미사일을 쿠바에 배치하려는 시도를 둘러싼 미·소간의 대치 당시에는 이 시스템으로 소련의 폭스트롯급 잠수함을 탐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은 이렇게 소련의 잠수함을 수백 ㎞ 밖에서도 탐지하고 감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다 속 소련의 잠수함을 미국의 손바닥 보듯 감시하던 이 수중감시체계는 1968년 미 해군 준위 존 워커의 폭로에 의해 만천하에 공개됐다. 그때서야 소련은 잠수함 소음 크기를 줄이는 기술에 돌입했으나 이미 모든 군사정보를 노출 시킨 이후였다.

국방과학연구소 해양기술연구원 소나체계단 조점군 박사가 소나의 미래에 대해 말하고 있다.

미래전장에서 소나의 모습은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소나는 어떻게 실전에 적용될까.

조 박사는 "지금까지 단일 함정이 단독 작전으로 잠수함을 탐지하고 대응했다면 미래에는 다수의 함정이 협동작전으로 잠수함을 탐지하고 대응하는 다중상태소나로 잠수함을 탐지하는 것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중상태 소나는 한 개의 함정에서 능동신호를 송신하고, 다수의 함정이 그 신호를 수신해 처리하는 소나를 말한다. 이 소나를 운용하게 되면 잠수함은 여러 척의 수상함의 위치 파악이 어려워 전술 기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

그렇기에 미래전장은 무인 잠수함이나 수상함 등 여러 척의 무인정을 활용해 잠수함을 탐지하고, 이 정보를 주변 아군 함정에 전파해 위협에 대응하는 새로운 작전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노성수 기자

자료제공=국방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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