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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급유기가 '전략자산'으로 분류되는 이유

조회수 2018. 11. 12. 20: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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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목적 공중급유기 1호기 도입의 기대효과

지난 40여 년간 공군이 그토록 염원했던 공중급유기가 12일, 드디어 우리나라에 도착했다. 앞으로 약 1개월 동안 공군은 각종 수락검사를 진행할 예정.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실전 배치가 진행돼 공중급유기가 영공방위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공중급유기는 공군의 임무 영역을 확장하는 ‘지원전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자체 무장이 없는 전력임에도 불구하고 공중급유기는 '전략자산'으로 분류되며 공중급유기의 도입과 실전 배치는 단순한 전력강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왜 그럴까? 공중급유기 1호기 국내 도착을 계기로 그 배경과 이유를 살펴보자. 

출처: 국방일보 한재호 기자
12일 국내에 도착한 공중급유기 1호기.

이번에 도입되는 공중급유기 1호기는 유럽의 다국적 방위산업체인 에어버스디앤에스(D&S)사에서 제작한 A330 MRTT(Multi Role-Tanker/Transporter) 기종으로 전장 58.8m, 전폭 60.3m에 높이는 17.4m이며 비행을 위한 최소한의 승무원은 3명, 최대 연료적재량은 111톤, 최대 이륙 중량은 233톤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 국방일보 한재호 기자
12일 국내에 도착한 공중급유기 1호기의 거대한 기체.

A330 MRTT는 에어버스사의 A330-200 여객기를 기반으로 개조된, 다목적 공중급유 및 병력, 화물 수송기로 공군의 차세대 공중급유기 도입사업, 일명 KC-X 사업을 통해 지난 2015년 6월 30일 해당 기종의 도입이 결정됐다.


공군은 1호기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나머지 3대를 도입할 예정이며 공중급유기 운용을 위한 비행대대의 창설 및 조종사와 정비사, 급유 통제사의 선발과 교육을 이미 완료했다. 올해 연말까지 각종 수락검사를 수행하면서 F-15K와 KF-16 전투기에 대한 실제 공중급유 시험도 이뤄질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공중급유기는 ‘하늘의 주유소’로 알려져 있다. 말 그대로 공중에서 비행 중인 다른 군용기에 연료를 보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중급유기는 왜 필요한 걸까? 현대의 제트엔진 항공기는 이륙 시 상당한 연료를 소모한다. 각종 무장을 장착한 전투기의 경우 이륙 시 최대 40% 이상의 연료를 소모하기도 한다. 군용기, 특히 공군 전투기의 작전반경 확대 및 체공시간 연장을 위한 공중급유기의 필요성이 절대적인 이유다. 하지만 공중급유기는 단순히 전투기의 작전반경과 체공시간을 연장해 주는 지원전력이 아니다. 

출처: 공군
지난 10월 27일, 정부는 제26호 태풍 ‘위투’로 사이판에 고립된 관광객과 교민을 긴급 지원하기 위해 C-130H 수송기 1대를 현지에 급파했다.

다목적 공중급유기는 다재다능한 임무 수행능력을 바탕으로 테러나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 시 자국민의 대피, 인도적 구호활동과 같은 강력한 외교 수단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가까운 예가 지난 10월 27일 태풍 ‘위투’로 고립된 관광객과 교민을 긴급 수송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C-130H 수송기를 급파한 경우다. 이때 수송기는 799명의 국민을 안전하게 이송하고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출처: 에어버스디앤에스(D&S)
에어버스 D&S는 A330 MRTT를 부상자 및 환자의 대량 응급후송용으로 사용할 경우 최대 132개의 침상과 40여명의 의료진을 동시에 수송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A330 MRTT의 내부 모습.

만약 공군이 이번에 도입한 A330 MRTT 1호기를 급파했다면 어땠을까? 최대 291석(이코노미 클래스 기준)의 좌석과 최대 36톤 화물을 적재할 공간을 갖춘 A330 MRTT라면 수송하는 구호물품이나 국민 규모가 훨씬 커졌을 것이다. 


이처럼 다목적 공중급유기는 국내외 다양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비무장 무기체계임에도 불구하고 주변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전략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최초의 공중급유기라 할 수 있는 KB-29P의 탄생 배경을 살펴보면 왜 공중급유기가 전략자산으로 분류되는지 이해할 것이다. 


탄도미사일이 실전 배치되기 전까지 적국의 심장부와 주요 전략 목표를 타격할 가장 효과적인 공격 수단은 전략 폭격기였고 전략 폭격기의 항속거리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고려 요소였다. 


특히 전략 폭격기의 생환율과 항속거리 연장은 1950년대 미 공군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다. 이와는 별개로 6·25전쟁 중 제트 전투기의 높은 연료 소모와 짧은 항속거리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역시 꾸준히 요구됐다.

출처: 미 공군 홈페이지
B-29 폭격기를 개조한 KB-50 공중급유기.

한편 공중급유에 대한 최초의 개념과 초기 실험은 1920년대 등장했다. 최초의 공중급유 개념은 항공기에서 다른 항공기로 연료를 가득 담은 밀폐용기를 전달하거나 연료 호스를 서로 연결해 연료를 주입하는 원시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1935년 A.D. 헌터에 의해 설계된 새지 않는(spill-free) 재급유 노즐을 일명 ‘날으는 키스’(The Flying Keys)로 불린 프레드와 알 키 형제가 실용화에 성공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 이후 기술적 보완을 거쳐 현대적 개념의 공중급유 장치들이 속속 실용화돼 공중에서의 안전한 연료 보급이 가능해졌다.

출처: 미 공군 홈페이지
B-29 폭격기를 개조한 KB-29 공중급유기.

이러한 시대적 요구와 신기술 덕분에 세계 최초의 공중급유기가 미 공군에 의해 탄생했고 그 모체는 B-29 폭격기를 개조한 KB-29P 공중급유기였다. 


당시 미 공군은 공중급유기가 전략 폭격기 혹은 호위 전투기들과 같은 속도와 고도로 비행하며 연료를 보급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러 대안이 제시됐지만, 미 공군의 요구를 충족하고 가장 빨리 공중급유기를 획득할 방법은 기존 B-29를 공중급유기로 개조하는 것이었다. 


B-29를 개량한 B-50 폭격기 역시 같은 이유로 KB-50 공중급유기로 개조됐다. 한편 B-29를 기반으로 한 전략 수송기도 개발됐는데 C-97 스트라토프라이터(Stratofreighter) 수송기였고 역시 공중급유기 파생형도 등장해 KC-97 스트라토프라이터로 명명됐다. 

KC-97가 등장하면서 미 공군 내 공중급유기의 목적과 용도는 좀 더 분명해졌다. 미 공군은 현재 전선 인근까지 접근해 지원 임무를 수행하는 중/소형의 전술 수송기와 대륙·대양을 횡단하며 전략물자를 수송하는 대형 전략 수송기 그리고 공중급유기와 화물 수송기의 능력을 겸비한 다목적 공중급유기를 운용하고 있다. 일견 서로 비슷한 무기체계를 중복 운용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분명한 차이가 있고 그중 공중급유기의 활용도가 가장 높다. 

출처: 미 공군 홈페이지
도열해 있는 KC-135.

B-29를 기반으로 탄생한 KB-29P와 KB-50, KC-97을 통해 공중급유기 운영 개념과 기준을 제시한 미 공군은 이후 보잉 367-80을 기반으로 한 KC-135 스트라토탱커(Stratotanker)를 실전 배치하면서 다목적 공중급유기의 운영 개념과 성격을 좀 더 확실히 정의한다. 


1955년부터 1965년까지 동서 냉전 동안 미 공군은 무려 803대의 KC-135 획득해 운용했는데 공중급유기 숫자가 충분하다 보니 전략 폭격기 지원이라는 기본 임무 외에 전투기의 장거리 항법 비행 지원, 병력·화물 수송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출처: 미 공군 홈페이지
미 공군은 KC-135를 '공중급유'라는 기본 임무 외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공중급유기의 최우선 임무는 바로 공중에서의 연료 보급을 통한 아군 전투기와 폭격기의 임무 수행능력 연장이다. 공중급유 덕분에 전투기와 폭격기는 최대 항속거리와 체공시간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실전에서 검증된 공중급유기의 능력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베트남 전쟁을 통해 공중급유기는 전투 중 손상된 전투기의 생환율을 높이는데 이바지했으며 공중급유 외 다양한 상황에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

출처: 국방일보 한재호 기자
공중급유기 1호기가 12일 경남 김해 공군5공중기동비행단 주기장에 도착한 후 수송 임무를 맡은 조종사 장동철, 조주영 소령이 에어버스 관계자들과 함께 윤정배(소장) 공군공중기동정찰사령관에게 신고하고 있다.

즉, 공중급유기는 전쟁이 아닌 상황에서의 군사작전(MOOTW·Military Operations Other Than War)에서도 효과적 대응이 가능한 무기체계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전쟁이 아닌 상황에서의 군사작전은 유엔의 평화 유지 활동, 대 테러 작전, 마약 소탕 작전, 해상 치안 활동, 자국민 구출, 인도주의적 원조, 재해 복구, 국제 평화 활동, 비합법 무장집단 해체 등을 의미한다. 


실제로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의 군사력을 활용해 이런 국제외교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이때 현대의 다목적 공중급유기들은 그 활용도가 매우 높다. 

출처: 국방일보 한재호 기자
12일 국내에 도착한 공중급유기 1호기.

공중급유기 도입은 분명 우리 공군의 임무 수행 능력을 확장할 절호의 기회다. 인도적 활동을 통한 외교적 활용 역시 다목적 공중급유기의 다양한 활용 사례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군사적 활용 사례만 살펴보더라도 공중급유로 전투기들의 체공시간이 늘어나면 다양한 외부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좀 더 효과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연료 확보에 대한 부담을 던  전투기는 무장도 최대한으로 탑재할 수 있게 됐다.  


공중감시 임무를 수행하는 피스아이도 좀 더 오래 한반도 상공에서 머물 수 있어 감시능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 결과 우리 공군의 독자적 항공작전 수행능력이 배가될 전망이다. 

출처: 국방일보 DB
성산 일출봉 근처를 비행하는 피스아이. 공중급유기 도입으로 피스아이의 체공시간이 증가해 감시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군 블랙이글스의 해외 주요 에어쇼 참가 역시 좀 더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공군의 블랙이글스는 싱가포르에어쇼와 말레이시아 리마에어쇼 등에 참여하기 위해 여러 중간 기착지를 경유해야 했다. T-50B의 짧은 항속거리 때문이었다.

출처: 국방일보 DB
공중급유기 도입으로 공군 블랙이글스의 해외 주요 에어쇼 참가 역시 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공중급유기가 도입되면 중간기착지 경유를 최소화해 좀 더 자유로운 해외 에어쇼 참가가 가능해 질 전망이다. 이 외에도 공군의 해외 장거리 항법 및 국제훈련 참가 역시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선택의 폭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다목적 공중급유기 도입을 통해 공군의 임무수행 영역이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계동혁 전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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