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전투기 시동, 어떻게 걸까?

조회수 2018. 10. 22. 18: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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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영화나 007시리즈 같은 첩보영화를 보면 적군의 차량이나 장비는 물론 전차 혹은 전투기, 심지어 잠수함까지 탈취하는 장면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단순히 탈취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탈취한 장비를 이용해 적을 공격하는 장면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 

출처: MGM
영화 007 골든 아이(Goldeneye/1995)에서 적 전차를 탈취한 제임스 본드.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에 가깝다’. 전차·전투기 같은 무기들은 엔진에 시동을 거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외부 도움 없이 아예 시동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민간인이 장갑차나 전차를 탈취해 난동을 부렸다는 외신 보도도 가끔 나오는 만큼 적 장비를 탈취하는 영화 속 장면이 완전히 상상 속 허구는 아니다.

출처: MGM
007 네버 다이(Tomorrow Never Dies/1997)에서는 제임스 본드가 '무려' 적 전투기까지 탈취해 임무를 완수한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전투기 혹은 전차도 일반 자동차처럼 간단하게 시동을 걸고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결론만 먼저 말한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전차나 전투기의 시동 방법 자체는 간단하지만, 그 절차나 확인 과정은 일반인의 생각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현대의 전차 시동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운전석에 위치한 시동 스위치만 누르면 된다. 다만 스위치를 누르기 전까지 준비 절차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수십 톤의 쇳덩어리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확인해야 할 것이 많다는 뜻이다.

출처: 필자
최근 보편화되고 있는 일반 승용차의 스마트 스타트 버튼.

먼저 대부분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전차의 경우 전원 스위치를 올려서 전차의 각 구동부와 엔진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시동을 걸어야 한다. 자동차 같이 별도의 시동키는 없으며 엔진시동 스위치를 작동시키면 바로 시동이 걸리는 구조다. 참고로 시동 직후 바로 기동하면 엔진과 구동부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5~10분 여의 예열은 필수다. 외부기온이 낮을 경우 예열시간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출처: 필자
전차나 장갑차 같은 기갑장비의 경우도 대부분 시동열쇠 없이 시동버튼이나 시동 스위치만 있다.

신속한 시동 및 기동을 위해 가스터빈 엔진을 사용하는 전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동 전 전원 스위치를 올려서 전차의 각 구동부와 엔진의 이상 유무를 확인한 후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엔진 시동 직후 엔진을 충분히 예열시키지 않을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를 필요로 한다.


전차의 시동방법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전차의 내·외부를 점검한다-전원 스위치를 올리고 보조발전기를 작동시킨다-각종 경고등을 확인 한 뒤 시동버튼을 누른다-엔진에 시동이 걸리면 충분히 예열될 때까지 기다린다. 

전차와 마찬가지로 전투기의 시동 방법은 간단하다. 하지만 그 절차는 복잡하다. 정비사들과 지상지원장비의 도움도 필수다. 제트엔진에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지상지원장비의 지원이 필요한데 바로 항공기에 전기를 공급해 주는 지상전원공급장치(Ground Power Unit)가 대표적이다. 

출처: 미 공군 홈페이지
군용기에 외부 전원을 공급해주는 GPU.

일단 조종사는 전원 스위치를 올리고 자체 배터리 혹은 GPU에서 공급되는 외부 전원으로 항공기의 각종 전자 장비를 점검하고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다음 APU(Auxiliary Power Unit혹은 Aircraft Power Unit)라 불리는 항공기 엔진 시동용 보조동력장치를 사용해 충분한 전력을 확보한 다음 일정 속도 이상으로 주 엔진이 회전할 수 있도록 한다. 

출처: 미 공군 홈페이지
비행 전 항공기의 각종 전자 장비를 점검하는 모습.

이후 엔진작동에 문제가 없는 것이 확인되면 주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고 점화 스위치를 눌러 엔진을 시동하게 된다. 엔진의 온도와 회전수가 적정 수준까지 상승하면 조종사는 외부 지상장비의 연결을 끊고 주기장을 출발해 활주로로 이동하며 관제탑의 이륙 승인을 받은 후 본격적인 비행에 나서게 된다.   

출처: 대한민국 공군
정비사들과 지상지원장비의 도움을 받아 시동을 건 후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F-15K.

전투기와 반대로 대부분의 군용 수송기는 APU를 필수적으로 장비하고 있다. 지상지원장비나 외부의 지원 없이도 독자적으로 엔진 시동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지상지원장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대부분의 경우 APU를 사용해 1번 엔진을 먼저 시동한 다음 먼저 시동이 걸린 엔진을 활용해 나머지 엔진의 시동을 순서대로 걸게 된다. 이때 승무원은 항공기 외부에서 엔진 작동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조종사와 정보를 교환한다. 

출처: 대한민국 공군
수송기의 경우 1번 엔진의 시동을 먼저 건 다음 순서대로 나머지 엔진의 시동을 건다.

참고로 엔진이 2개 이상인 수송기의 경우 각각의 엔진 출력을 조절해 연료 소모를 최소화 하는 것이 상식이다. 예를 들어 엔진이 4개인 수송기는 지상에서 이동하거나 공중에서 순항하는 경우 2개의 엔진만 정상 출력으로 작동시키고 나머지 2개의 엔진은 출력을 최소화해 연료를 절감한다. 

글=계동혁 기자 


공군 내부에서 전설처럼 전해지는 이야기 중에 "정비사가 전투기 열쇠를 갖고 휴가를 가버려 전투기 시동을 못 걸었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있다. 사실일까? 결론만 먼저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항공기에는 자동차와 같은 시동키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설처럼 전해지는 전투기 시동열쇠의 정체는 뭘까? 바로 비행 후 항공기 외부에 부착하는 각종 안전핀이다. 과거 공군 정비사들이 항공기에 대해 잘 모르는 여자 친구나 지인에게 특이한 형태의 안전핀을 갖고 장난을 친 것이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는 것.


사실 항공기 안전핀이 관점에 따라서는 항공기 시동열쇠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항공기에는 엔진 점화 버튼이나 스위치는 있어도 자동차와 같은 시동열쇠가 필요하지 않다. 물론 항공기용 열쇠가 존재하는데 바로 항공기 출입구 잠금 열쇠다. 민간 여객기나 자가용 항공기의 경우 보안 혹은 도난방지 등의 이유로 외부 출입구에 잠금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군용기의 경우에도 잠금장치가 있어 시동용은 아니지만 항공기 출입용 열쇠는 분명 존재한다.


현재 대부분의 기갑장비나 전투기 시동에는 별도의 열쇠나 보안장치가 적용되지 않다. 시동(점화)버튼이나 스위치를 작동시키는 것만으로도 엔진 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적군이 아군 장비를 탈취·노획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전자 잠금 장치의 개발·적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영화처럼 사전에 입력된 사용자의 목소리나 지문 같은 생체 정보를 대조해 무기체계 작동을 제한한다는 것.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무기체계가 점점 고도화하고 고가·고성능 무기체계가 보편화하면서 이런 전자 잠금장치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는 추세다. 가까운 미래, 사용자의 안구 혹은 지문정보가 확인돼야만 전투기나 전차가 작동하는 영화 속 상상이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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