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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생생 체험기

조회수 2018. 10. 15. 13: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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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통과선 넘어서는 순간, 진동과 함께 '사망' 음성이

“지금부터 교전을 시작합니다.” 


피하고 싶었다. 상대는 ‘무적’이라고 평가받는 전갈부대다. 

잊고 싶은 기억이 떠올랐다. 현역 시절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겪은 두 번의 패배다. 한 번은 양성기관에서, 또 한 번은 전방 대대에서 근무할 때였다.


크게 호흡을 하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우리는 15명, 적은 10명. 평균 나이는 15살 이상 차이가 나겠지만 어찌 됐든 수적으로는 우리가 우세했다. 

출처: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육군과학전투훈련 체험에 나선 국방일보 임채무 기자가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자세를 낮추고 교통호에 몸을 숨겼다. 슬그머니 머리를 들어 전갈부대 장병들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모습이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빛과 같은 속도로 진지변환을 하고 있었다.  


역시 명불허전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예전보다 더 빨라 보였다. 옆에 있는 우리 편을 보니 상황은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적의 움직임을 살피고 숨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다시 전방을 바라보니 잠시 주춤하는 적이 보였다. 이때다 싶어 재빠르게 사격을 했다. ‘아뿔싸’ 총기에 문제가 생겼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 건가? 예전의 악몽이 재현될 조짐이 보이는 것 같았다.  몸을 다시 숨기고 조치에 들어갔다. 불안했는지 과학화전투훈련단 관찰통제관이 옆에서 도움을 줬다. 덕분에 생각보다 빠르게 조치를 마치고 다시 전투에 들어갔다. 용기를 내 전진을 시도했다. 

출처: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국방일보 임채무 기자가 육군과학화전투훈련을 체험하고 있다.

현역 시절 읽었던 교범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교전 시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형지물을 이용하라’는 내용이었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지형지물을 이용해 은·엄폐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문제는 체력이었다. 벌써 숨이 차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운동을 할 걸 그랬다.  

출처: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과학화훈련 체험에 참가한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개인용 탄약을 지급받고 있다.

“1분 남았습니다. 1차 통과선을 넘으셔야 합니다.”


관찰통제관의 육성이 들려왔다. 교전 시작 5분 이내에 빨간색 수기가 양쪽에 꽂혀 있는 1차 통과선을 넘어야 하는 게 규칙이었다. 조금 더 과감해지기로 했다. 


개활지 사이로 몸을 던졌다. 갑자기 왼쪽에서 매의 눈으로 기자를 쳐다보고 있는 적을 발견했다. “탕! 탕! 타다당.” 총구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20m도 안 되는 거리를 두고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출처: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국방일보 임채무 기자가 육군과학화전투훈련을 체험하고 있다.

적의 공격을 피해 볼 요량으로 둔중한 몸을 좌우로 움직였다. 적은 돌무덤을 방패 삼아 얄밉게도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조금 더 정확하게 조준하기 위해 전진하는 순간 갑자기 오른쪽에서 예상치 못한 적이 나타났다.  


순간 동공이 커지고 이마에 땀이 흘렀다.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 “징~~징~~~. 사망.” 왼쪽 가슴에 붙어 있던 상태 표시창에서 진동과 함께 사망을 알리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휴~~~” 크고 긴 한숨이 나왔다.  


방탄 헬멧을 벗고 사망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갔다.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에서의 세 번째 패배였다. 이번에도 설욕하지 못했다. 

출처: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국방일보 임채무(오른쪽) 기자가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의 훈련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3시 강원도 인제군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 훈련장. 전갈부대와 국방부 출입기자단의 전투훈련에서 기자단은 적을 6명이나 사살하는 ‘대활약’을 펼쳤으나, 결국 전원 전사하며 패배했다.  


이날 훈련은 육군이 국방부 출입기자단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한 과학화전투훈련 체험 행사였다. 행사는 여단급 과학화전투훈련 체계의 필요성을 공감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기존의 대대급 체계가 운용될 때와 비교했을 때 ‘정말 많은 분야에서 단단히 준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장비의 발전이다. 기존에 개인이 착용해야 했던 감지기와 훈련자 유닛, 전투조끼, 배터리 등은 무게도 무게지만 유선으로 연결돼 있어 훈련 장병들의 활동성을 저하시켰다. 하지만 새로운 장비들은 훈련자 유닛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선으로 변경돼 활동성 부분이 크게 향상됐다.

출처: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과학화전투훈련에 필요한 마일즈 장비를 체험해보고 있다.

또한 총 무게가 기존보다 500g 이상 경량화돼 장비 착용 시 느껴졌던 이질감도 거의 사라졌다. 크레모아 격발 시 살상 반경 안에 있더라도 감지기가 가려져 있으면 피해 판정을 받지 않았던 일은 이제 옛말이 됐다.  


실시간 자동모의가 가능해지면서 크레모아에서 내뿜는 레이저와 중앙전산장비체계에 입력된 제원 값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 해당 지역에 있는 인원들에게 피해를 부여한다. 여기에 실제와 유사한 상황 모사를 위해 각종 장비들의 전장소음을 완벽하게 구현해 훈련에 현장감이 더해졌다.


장비 불출 및 반납 절차가 자동화·간소화된 점은 훈련부대에서 크게 만족할 만한 부분 중 하나다. 예전에는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불출과 반납 절차를 수행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출처: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과학화전투훈련복에 부착된 장비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무선식별장치(RFID)를 도입해 장비마다 태그를 붙여 전산화 관리를 하는 것은 물론, 전투훈련장비센터를 만들어 육군보급창의 무인화 창고처럼 장비 불출 및 반납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경록(준장)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장은 “여단급 과학화전투훈련 체계는 기존 대대급 전투훈련 체계를 혁신적으로 보완한 최첨단 과학화훈련 체계”라며 “양질의 실전적인 훈련을 통해 전투원의 전투기술 숙달이 단기간에 가능해져 병력 자원 감소와 복무 기간 단축에 따른 병사들의 숙련도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글=국방일보 임채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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