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속 과학, 알고 보면 더 즐겁다

조회수 2018. 7. 12. 11: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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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6일 열리는 2018 러시아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와 크로아티아가 맞붙게 되면서 월드컵 열기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공은 둥글다’는 말처럼 이번 월드컵에도 수많은 이변은 일어났지만, 그래도 이기는 팀, 잘 하는 선수에게는 더 강한 면이 있다. 


조직력, 기술, 체력, 정신력··· 좀 더 과학적인 근거가 있지 않을까? 생명과학 /의학 논문 검색사이트(pubmed.gov)에 올라온 문헌에서 과학의 눈으로 본 축구의 비밀을 찾아보자. 

출처: 연합뉴스
지난 6월 27일 러시아 카잔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 경기에서 한국의 김영권이 독일의 크로스를 걷어내고 있다.

1998년부터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부상자 통계를 내고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팀들의 팀 닥터를 통해 설문조사한 결과 총 104명의 선수가 부상을 입었다. 경기당 1.68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 6월 18일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대한민국 대 스웨덴의 경기에서 박주호가 부상으로 실려 나가고 있다.

이 가운데 63.4%(64명)는 다른 선수와의 접촉으로 다쳤다.

부상을 입은 신체부위는 허벅지(25%), 머리(18%), 정강이(12%), 무릎(12%) 순이었다. 결국 부상 부위 중 3분의 2는 다리였고 이 가운데 가장 흔한 진단명은 허벅지 부상인 대퇴부 염좌(18명)였는데 대부분 다른 선수와 접촉 없이 생겼다.

왜 축구 팬들은 호날두와 메시에게 열광할까? 그들이 리그 득점왕에 오르지 않아도 당대 최고의 선수로 각인되는 이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창의적인 플레이 때문이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2014년 브라질 월드컵, 2016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까지 분석한 연구가 있다. 3명의 축구 전문가들이 세트피스, 페널티킥 상황을 제외하고 골이 나기까지 앞선 8개의 장면을 분석해 0점(전혀 창의적이지 않음)부터 10점(매우 창의적임)까지 점수를 매겼다. 


분석 결과 골(슈팅)에 가까울수록 창의적인 장면이 많아졌다. 또한 다음 토너먼트에 진출한 팀일수록 창의적인 장면이 많았다. 골이 터지기 직전 마지막 두 장면이 창의적일수록 승리할 확률이 높았다.  

전반이 끝나면 중계방송에서는 후반 시작 전 전반 경기의 통계표를 보여준다. 양팀의 슈팅 수, 유효 슈팅 수, 볼 점유율, 반칙 수, 옐로카드 수…. 정말 모두 의미가 있을까?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64경기를 분석한 결과 승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총 슈팅, 골대 안으로 향하는 유효 슈팅, 상대 공격을 차단하고 역습 상황에서 날린 슈팅, 페널티 박스(16.5m) 안에서 날린 슈팅, 볼 점유율, 짧은 패스(23m 이내), 연속 패스에서 시도된 평균 패스 수, 공중볼 다툼의 우세, 태클이었다. 


반면에 슈팅 차단, 크로스, 드리블, 레드카드는 승부에서 나쁘게 작용했다. 인플레이 상황에서 슈팅, 세트피스 상황에서 슈팅, 페널티 박스 밖에서 날린 슈팅, 총 패스 수, 패스 성공률, 긴 패스(23m 이상), 드로인, 오프사이드, 코너킥, 반칙은 승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2014년 6~7월 브라질 월드컵은 최고 9,000㎞까지 떨어진 12개 도시에서 열렸다. 적도 부근부터 시원한 남쪽지역까지 다양한 기후를 넘나들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더위로 인한 온열손상의 위험 수준을 인위적으로 나누어 연구했다. 상대습도 50%에서 온열손상의 고위험은 기온 28~33℃, 중등도 위험은 24~28℃, 저위험은 24℃ 미만으로 하였다.


습할수록 열사병, 열실신, 열피로 등 온열손상의 위험은 더 올라간다. 그래서 상대습도 75%에서 고위험은 기온 25~29℃, 중등도 위험은 20~25℃, 저위험은 20℃ 미만으로 하였다.


분석 결과 저위험에서 치러진 28개 경기 동안 레드카드는 단 한 장도 나오지 않은 반면에 고위험에서 치른 16개 경기 동안 레드카드 4장이 나왔다. 힘들수록 과격해지기 마련이다.


중등도 위험인 20개 경기 동안에는 레드카드가 3장 나왔다. 하지만 옐로카드까지 포함한 전체 카드 수는 별 차이가 없었다. 온열손상이 고위험으로 갈수록, 즉 덥고 습할수록 전력 질주하는 횟수는 줄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최고 속도를 유지했다. 

패스 횟수는 비슷했지만 패스 성공률은 더 올라갔다. 지쳐서 발도 잘 떨어지지 않는데 패스까지 제대로 안 오면 얼마나 짜증이 나겠는가? 힘들수록 정신을 바짝 차리는가 보다.

최고 수준의 선수는 덥고 습할수록 체력을 안배하면서도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에는 살살 뛰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힘차게 치고 나가고 더욱 집중해서 패스한다.


군대 하면 축구를 빼놓을 수 없다. 공 하나만 있으면 먼지 날리는 연병장도 즐겁다. 선수가 아니어도 운동 삼아 즐기는 축구가 건강에 좋다는 연구는 너무나 많다. 

출처: 국방일보 DB
지난 5월 9일 열린 '2018 화랑사단 한마음체육대회'에서 사자여단(노란색 상의)과 포병여단(빨간색 상의) 선수들이 볼을 다투고 있다.

체중감량에 도움이 되고 심폐기능과 근력이 강화되며 혈압도 낮아지고 사회성도 길러진다. 축구 규정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길거리 농구처럼 4대4, 6대6의 미니 축구게임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 중년, 노인, 고혈압·당뇨병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다만 부상의 위험이 항상 있는 만큼 경기 전에 의욕만 앞선 과격한 플레이는 하지 말자고 다짐해야 한다.


안지현 의학박사·KMI한국의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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