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16이 F-15K를 이긴 비결은?
제20전투비행단 김상원 소령
지난 14일 열린 ‘2017년 보라매 공중사격대회’ 시상식에서는 작은 이변이 일어났다. 공군 최고의 명사수 ‘탑건(TOP GUN)’에 선정돼 대통령상을 받은 공군 제20전투비행단 121전투비행대대 김상원(공사 51기) 소령이 조종하는 항공기가 KF-16이어서다.
다른 군도 그렇지만, 공군의 경우 빠른 기술 발전 속에서 탄생한 최신 전투기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우리가 F-35A 도입에 기대를 걸고 KF-16 성능 업그레이드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공군은 보라매 공중사격대회에 F-15K가 처음 출전한 2009년부터 4년간 아예 대회 운영 방식을 바꿨다.
이전처럼 공중사격대회 우승자를 탑건이라고 부르지 않고 한 해 비행훈련 실적과 작전 기여도 등을 종합해 ‘최우수 조종사’를 뽑은 후 그를 탑건이라고 칭한 것이다. 정밀 무장을 갖춘 최신예 기종과 기존 전투기 사이의 성능 차이가 워낙 커 단기간 열리는 대회 성적으로만 평가해선 경쟁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2013년부터 대회 운영 방식이 현재 방식으로 환원됐고 역시나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F-15K 조종사가 3년 연속 ‘탑건’의 영예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3년의 공백을 깨고 KF-16 조종사 김 소령이 탑건이 된 것이다. 도대체 그는 어떻게 KF-16으로 한 단계 앞선 전투기인 F-15K를 앞설 수 있었을까? 김 소령은 이 물음에 “두 배 더” 라는 교과서적인 답을 내놨다.
“KF-16과 F-15K는 분명히 기체가 다르기 때문에 차이점이 존재하고 그에 따라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이 있습니다. 항공기 성능의 차이 뿐만 아니라 탑승 인원도 KF-16은 1명, F-15K는 2명입니다. F-15K는 조종사와 사수가 역할을 분담할 수 있지만, 저는 조종과 사격을 동시에 하며 두 사람 몫을 해야 하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는 저를 포함해서 저희 편조원에게 ‘두 배 더’를 늘 강조했습니다. 두 배 더 열심히 하고, 두 배 더 시간을 투자하고, 두 배 더 정확히 하고, 두 배 더 준비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잘 따라준 편조원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영광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비결 아닌 비결에 김 소령 개인의 빼어난 역량이 더해지면서 인간의 ‘노력과 기량’이 ‘앞선 기술’을 능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공군사관학교 51기로 입교한 김 소령은 1학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 공사에서 4년간 위탁교육을 받는 등 일찌감치 주목받은 인재. 미 공사를 졸업할 때 학업·군사력·체력에서 상위 10%에 들어 ‘우수 졸업자’로 선정됐다. 고등비행교육과정을 1등으로 마쳤고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적 지대공 위협에 대한 대응과 4대4 공중전 등의 임무를 포함한 중고도 폭격과 항공차단작전·근접항공지원작전 평가에서 1,000점 만점에 995점의 우수한 성적으로 탑건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또 김 소령은 비행사고로 순직한 동료 조종사들을 기리며 순직 조종사 유가족을 돕는 하늘사랑장학재단에 대회 우승 상금 300만 원을 기부해 빼어난 실력뿐만 아니라 따뜻한 인간미까지 보여줬다.
“전투 조종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영예인 탑건의 영광을 제 개인이 아니라 함께 일한 편조원들이 이룬 것으로 생각하기에 더욱 감사한 마음이고 이번 수상을 계기로 조국 영공 수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되새기겠다 ”는 김 소령의 소감을 들으며 문득 앞으로의 보라매 공중사격대회 결과가 궁금해졌다. 새로 도입되는 F-35A와 운영 노하우가 무르익은 F-15K, 그리고 성능 업그레이드를 마친 KF-16 중 어느 항공기의 조종사가 미래 탑건의 칭호를 차지하게 될까?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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