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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휴전’은 지금도 가능할까

전쟁의 종국에 남는 것은 '야만성' 뿐.
'좋은 전쟁'과 '나쁜 평화'는 없다는 것 기억해야.
국방홍보원 작성일자2017.12.22. | 22,253  view

크리스마스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올해 유럽의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는 유난히 스산하고 끔찍할지 모른다.

최근 ISIS가 유럽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테러를 인터넷을 통해 선동하고 있어서다. ISIS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거점을 잃어버렸지만 지난 11월 24일 이집트 시나이반도의 모스크에서 잔인한 대규모 테러를 저질렀다. 


그와 함께 지부조직의 건재를 과시한 터라 그들의 위협이 선전으로만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동안 극단주의자들은 부활절, 크리스마스, 라마단 등 종교적 기념일이 되면 언제나 테러를 자행했었다.

지난해 독일에서는 사람이 붐비는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튀니지 출신의 불법 난민에 의한 대형트럭 돌진 테러가 발생해 12명이 숨진 바 있다. 얼마 전 크리스마스 테러를 모의한 ISIS 추종 시리아 난민 6명이 체포된 것은 또다시 유럽이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테러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의미이며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오고 있지만 여전히 지구촌의 평화는 요원한 실정이다.

2016년 12월 20일 독일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자행된 트럭 돌진 테러 모습.

source : AFP통신

프랑스 크리스티앙 감독이 제작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영화는 참혹한 전장에서도 뜻밖의 평화가 찾아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이 영화는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9월 서부전선의 실제 모습을 전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은 수많은 전투가 참호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지하전쟁’이라고도 한다. 


당시 서부전선의 독일군은 영·불 연합군과의 ‘마른(marne)전투’에서 교착 상태에 빠져 진격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었고, 이로 인해 양쪽의 참호전투는 12월까지 두 달이나 지속되고 있었다. 


12월 24일 성탄전야에 조용했던 참호에서 갑자기 독일군 진영에서 귀에 익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성탄 캐럴이었고 이내 영국 병사들도 함께 부르기 시작했다. 전장은 순식간에 아카펠라의 경연장으로 바뀌었다. 


“We not shoot, you not shoot(우린 쏘지 않겠다, 너희도 쏘지 마라)!” 놀랍게도 독일군 장교 한 명이 장식과 초를 매단 성탄 나무를 영국군 진영으로 가져 왔으며, 이후 두 나라의 병사들은 중간 지대에서 어울려 무기를 내려놓고 한 주 동안 휴전하였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크리스마스 휴전’ 이야기이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영국과 독일군이 크리스마스 휴전을 선언하고 축구 경기를 하고 있다.

source : 국방일보DB

사실 ‘마른전투’뿐만 아니라 그해 서부전선 곳곳에서 10만여 명이 넘는 양측 병사들이 축구 경기를 하는 등 크리스마스 휴전에 참여했다. 이것은 인류가 어떻게 대립을 멈추어야 하는지 확실히 보여준 인류애의 참모습이었으며, 전쟁사에서 가장 놀라운 일화가 되어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상호 간의 불신과 증오로 인간성이 말살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및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의 무차별 테러가 계속되는 지금, 중동과 미국, 그리고 유럽에서 ‘우리도 쏘지 않을 테니, 너희도 쏘지 말라’며 제안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휴전과 평화가 우리에게도 가능할지 의문이다.

전쟁과 테러는 오랜 인류의 역사 속에서 계속 존재해 왔다. 인간의 어리석음과 탐욕은 늘 갈등과 파괴를 유발하였고, 이로 인해 뼈아픈 역사를 반복시켰기 때문에 미래에도 전쟁과 테러는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군은 전쟁과 테러의 이면에 있는 아픔을 기억하고 반성하며 신중한 가치들을 지켜야 한다. 


특히 우리에게 전쟁이라는 참상과 그 뒤에 따라오는 비극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어떻게 발생하고 그 뒤에는 무엇이 있었는가를 직시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속하는 것은 우리 군의 첫 번째 의무이며 사명이다.

크리스마스 휴전을 알리는 신문 보도.

source : 국방일보DB

사실 모든 전쟁의 개시는 처음에는 나름대로 정당성과 이성을 갖고 실행되지만 종국에 남는 것은 야만성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의 무차별적 테러도 ‘종교적 과장과 증오의 부추김’의 결과로 해석되는 게 타당하다. 


결국 ‘좋은 전쟁이란 없다, 그리고 나쁜 평화는 없다’는 명제를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사실 역사를 뒤돌아보아도 세계는 전쟁영웅들의 개선으로 만들어졌다기보다 말 없는 수많은 평범한 자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역사적 기여자도 어쩌면 장군보다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합창한 참호 속 병사들과 같은 인물들이었을지 모른다.

‘셰익스피어’는 역사를 하나의 거대한 희극과 세속적 비극의 만남이라 하였다. 그러나 세상의 대다수 사람이 바라는 맨 위쪽의 목록에는 틀림없이 자유와 평화가 놓일 것이다. 이제 전쟁과 테러라는 혼란과 갈등의 강을 건너, 용서와 평화의 ‘약속의 땅’까지 도달해야 하는 것은 우리들의 과제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역사를 바라볼 때는 결코 파괴자들의 어리석은 일상을 들여다보는 한심한 탐구가 아니라, 선한 희생자들의 덕목들을 성찰해야 하는 것이다. 부디 이번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그리고 새해에는 증오에 가득 찬 테러를 멈추는 ‘크리스마스 휴전’이 찾아오길 기대한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호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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