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백악관 에어포스 원과 미국의 다양한 정부 전용기들

조회수 2017. 11. 14. 15: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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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미국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 이용하는 정부 전용기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27일에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이 ‘심판의 날 항공기(Doomsday Plane)’로 불리는 E-4B를 타고 취임 후 두 번째로 우리나라를 공식 방문하기도 했다. 보통 미국 대통령은 보잉 747을 개조한 VC-25A를, 미국 부통령 이하 정부 각료들은 보잉 757을 개조한 C-32A를, 국방장관 혹은 합참의장 등은 E-4B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반 대중에는 VC-25나 C-32, E-4 같은 명칭보다는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과 ’에어포스 투(Air Force Tow)‘, 나이트 워치(Night watch) 등의 애칭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이미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그 모습을 자주 접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하늘의 백악관으로 불리는 VC-25와 미 공군에서 운용 중인 다양한 정부 전용기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출처: 미 공군
'하늘의 백악관'으로 불리는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

공군의 제식 명칭인 VC-25A보다 호출 부호인 ‘에어포스 원’으로 더 유명한 미국 대통령 전용기는 하늘의 백악관으로도 불리며 미국 대통령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중 하나로 꼽힌다. 처음에는 단순한 이동수단이었지만, 이후 성능개량과 최신 기체 확보를 통해 현재는 미국과 미국 대통령의 상징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등의 매체에도 자주 등장해 일반 대중에게도 친숙한 존재로 강력한 통신 네트워크 장비와 자체 방어 장비를 갖춰 세계 각국의 대통령 전용기 획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늘의 백악관 VC-25

현재의 미국 대통령 전용기는 보잉 747-200B 여객기를 개조한 VC-25A다. 1960년대부터 운용해왔던 기존 VC-127C의 기체 노후화와 수행 인원 급증으로 인한 추가 공간 확보 필요성, 최신 지휘통신장비 장착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1980년대 차기 대통령 전용기 도입이 추진돼 1985년 보잉사의 747이 선정됐다. 기체는 1987년 완성됐지만, 내부개조와 통신장비 추가 장착 작업으로 인해 미 공군에는 1990년 인도됐다. 1990년 미 공군 인도 당시 각종 통신장비를 연결하는 전선의 길이만 약 19만m나 됐다고 한다. 미 공군은 1990년 8월 23일 도입한 기체번호 SAM28000과 같은 해 12월 23일 도입한 기체번호 SAM29000, 이상 2대의 VC-25A를 지난 27년 동안 운용하고 있다.

VC-25A는 이전에 미국 대통령 전용기로 운용했던 보잉 707 여객기 기반의 VC-137C에 비해 다양한 통신장비, 회의시설과 각종 편의시설을 갖춰 명실상부한 하늘의 백악관으로 불린다. 수도 워싱턴 D.C에 있는 백악관의 주요 기능을 그대로 옮겨 놨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에어포스 원은 미국 대통령이 탑승하는 항공기의 호출 부호(Call Sign)이며 VC-25 대통령 전용기가 아니더라도 미국 대통령이 탑승한 항공기를 호출할 때는 에어포스 원으로 부른다.
실제로 미국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에도 전용 통신위성을 이용해 백악관과 같은 수준의 비화통신(秘話通信·내용을 감추기 위해 전송 신호를 바꿔 송수신하는 통신)은 물론 화상회의까지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VC-25 탑승 중에도 우방국 정상과의 전화 통화는 물론 미국 국방성, 북미방공사령부, 미군 해외사령부 등과의 화상회의가 가능하다. 심지어 우주왕복선과 통신한 기록도 갖고 있다. 

VC-25의 진정한 가치

VC-25는 재급유 없이 약 1만 3,000km를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공중급유를 받을 수 있어 이론상 비행거리는 무한대다. 하지만 엔진의 내구성 문제 등으로 인해 실제 비행 가능한 시간은 30시간 내외, 지속 가능한 최대 비행시간은 72시간으로 알려져 있다. 이론상 조종사 2명만 있으면 비행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예비조종사, 비행장교, 객실 승무원 등 26명의 승무원이 필요하며 대통령과 경호원, 주요 정부 각료를 비롯해 70여 명이 탑승한다. 필요할 경우 좌석을 교체하고 기내 구조를 변경해 최대 100명 이상이 탑승할 수 있다.


VC-25는 미국 대통령과 수행원, 주요 정부각료가 전 세계 어느 곳으로든 이동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교통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동 중에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집무를 보는 것과 같은 환경을 제공해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VC-25의 가치를 배가시키고 있다. 러시아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대통령 전용기를 운용하고 있지만, 미국의 VC-25의 성능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대통령과 주요 정부 각료를 위한 각종 편의시설 역시 VC-25의 가치를 높인다. 일단 전방동체에 위치한 대통령 전용 구역에는 개인 집무실과 식사가 가능한 회의실, 침실과 샤워시설을 갖춘 화장실, 탈의실을 겸한 드레스 룸 등이 설치돼 있어 장시간 비행에도 대통령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무엇보다도 응급 상황을 대비한 의료 장비 및 의약품을 갖춘 별도의 구역이 존재하며 간단한 수술도 가능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동체 중앙 구역에는 대회의실과 정부 각료와 경호원을 위한 구역이, 동체 후방 구역에는 일반 수행원과 기자를 위한 구역이 있다. 식중독, 독극물 테러 등의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서로 다른 종류의 기내식이 독립된 2개의 갤리에서 제공되며 동시에 최대 100인분의 기내식을 준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1층 객실 아래 위치한 화물구역에는 700인분 기내식 및 음료수가 탑재돼 있다. 보안상 이유로 가능한 재보급 없이 자체해결을 원칙으로 하나 필요할 경우 부족한 소모품과 보급품은 미국에서 방문국으로 미 공군이 직접 공수한다.

미국 부통령 전용기 C-32

출처: 미 공군
'에어포스 투'로 불리는 미국 부통령 전용기 C-32.

세계 최강대국답게 미국은 부통령 전용기도 운용하고 있다. 바로 ’에어포스 투(Air Force Two)‘로 불리는 C-32 VIP 전용기다. 보잉 757-200 여객기를 개조한 C-32는 1998년 6월부터 미 공군에 총 8대가 도입됐다. 이중 4대가 미국 부통령과 국무장관, 미국 내각과 의회 소속 주요 인물이 이동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영부인과 국무장관이 탑승할 때만 에어포스 투라는 호출 부호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간혹 미국 대통령이 VC-25가 이착륙하기 힘든 공항을 이용해야할 경우 그 임무를 인계받아 에어포스 원으로 운용되기도 한다. C-32가 이착륙 가능한 최소 활주로 거리는 1,500m 이하로 알려져 있다.


조종사를 포함한 승무원 16명에 부통령과 경호원, 수행원 등 45명이 탑승할 수 있다. VC-25에 비해 기체는 작지만, 항속거리만 상대적으로 짧을 뿐 정부전용기답게 각종 통신장비와 기체방어장비를 충실히 갖추고 있다. 항속거리 역시 이전에 운용됐었던 VC-137에 비해 월등히 향상돼 같은 연료로 2배 이상의 거리를 비행할 수 있다. 최대 항속거리는 8,800km 이상으로 실제 약 42톤의 연료로 1만 200km를 비행한 기록이 있다.


에어포스 투로 운용되는 C-32A의 경우 총 4개의 구역으로 분리돼 있다. 전방동체에 위치한 첫 번째 구역의 경우 비즈니스 클래스 수준의 좌석 10개와 통신시설, 갤리와 화장실이 위치하고 있다. 두 번째 구역의 경우 VIP 전용 공간으로 개조돼 퍼스트 클래스 수준의 좌석 2개와 펼치면 침대로 활용할 수 있는 3인용 소파가 있다. 샤워가 가능한 전용 화장실, 벽걸이형 TV와 기내식과 음료가 준비된 냉장고 등도 함께 갖추고 있다. 보안상 이유로 다른 구역과 완전한 격리가 가능하다. 세 번째 구역은 주요 정부관료 및 수행원을 위한 8개의 비즈니스 클래스 수준의 좌석과 편의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일반 수행원과 기자들을 위한 마지막 네 번째 구역의 경우 32개의 일반 좌석과 갤리, 2개의 화장실과 옷장 등이 있다.


특이하게도 뉴저지주 맥과이어 공군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제150특수작전비행대대(150th Special Operations Squadron) 소속 C-32B 2대는 내부를 개조하지 않고 일반좌석 48개와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 요인 수송이 아닌, 해외에서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자국민 철수, 구출, 응급환자 수송 등의 정부활동에 투입되고 있으며 미 국무성 산하 해외 응급 지원팀(Foreign Emergency Support Team)을 지원하고 있다.

하늘의 펜타곤 E-4B

출처: 미 공군.
'하늘의 펜타곤'으로 불리는 E-4B.

앞서 언급한 VC-25A가 백악관을 상징한다면 지금 설명할 E-4B는 ‘펜타곤’ 즉 미국 국방성을 상징한다. 펜타곤의 주요 기능을 그대로 옮겨 놓았기 때문에 ‘하늘의 펜타곤’으로도 불린다. 미 공군은 핵전쟁 위기가 고조되거나 백악관이나 북미방공사령부 등 주요 군사시설이 적국의 핵 공격을 받을 경우 대통령과 국방장관, 합창의장 등 정부 주요 각료가 적의 핵 공격 이전에 탑승해 하늘의 최고 사령부로서 공중에서 핵전쟁 지휘통제본부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이유로 원래 E-4B 공중지휘기는 ‘나이트워치(Nightwatch)’라는 애칭보다 ‘심판의 날 항공기(the doomsday planes)’로 더 유명하다.


냉전 당시 핵전쟁 경보 15분 이내에 대통령과 주요 국가수반을 탑승시키기 위해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항상 1대 이상이 비상대기 했으며 다른 1대는 전략사령부가 위치한 네브라스카주 오펏 공군기지에서 대기했다. 대통령이 전용기로 해외 순방에 나설 경우에도 1대가 대통령과 함께 움직이거나 인근 우방국 내 미군 기지에서 대기한다. 우리나라를 방문할 경우 오산 주한 미 공군기지를 이용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냉전 종식과 핵전쟁의 위협이 감소하면서 그 필요성에 대해 논란이 있었으나 9·11테러 이후 오히려 그 중요성과 활용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무장관, 국방장관 및 합참의장의 해외 방문 시 전용기로 빈번히 이용되고 있는데 ‘하늘의 최고사령부’라는 평가처럼 24시간, 전 세계 어디에서나 미군을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출처: 미 공군
E-4B의 내부 모습.

백악관 및 국방성과의 통신은 물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미군 지역사령부와 작전 중인 대대급 단위제대, 수중의 전략 원자력 추진 잠수함과도 직접 통신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위성통신 및 데이터링크, EHF, LF/VLF 등의 다양한 통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동체 상부의 EHF 안테나가 내장된 돔 때문에 VC-25 및 일반 보잉 747 여객기와는 쉽게 구분된다.


핵폭발 때 발생하는 강력한 전자기충격파(EMP)로부터 기체의 주요 전자장비를 보호할 수 있는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각종 전자장비와 이를 냉각하기 위한 공조장치를 가동하기 위해 엔진마다 150kVA 용량의 발전기가 2대씩 설치돼 있다. 조종사과 승무원 45명을 비롯해 94명이 탑승하며 최대 112명이 탑승할 수 있다.


1973년 기존 EC-135 공중국가지휘본부(ABNCP)를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이 추진됐으며 1978년 발달형 공중국가 지휘 본부(ANCP)로 총 4대가 전력화됐다. 보잉 747-200B 여객기를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지휘통제실·회의실·브리핑룸·통신관제실·작전지휘실·휴게실 등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공중 급유 없이 최대 12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하며 공중급유를 받을 경우 엔진의 내구력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80시간 이상 계속 체공할 수 있어 이후 대통령 전용기로 VC-25가 도입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편 미 공군은 보잉 737 여객기를 기반으로 개조해 각 군사령관 혹은 정부 주요 각료의 이동 용도로 활용하는 C-40 수송기, 비즈니스 제트기 걸프스트림을 군용으로 개조, 주요 정부인사의 이동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C-27/30 등의 전용기도 함께 운용하고 있다.

계동혁 전사연구가

미국 대통령과 에어포스 원의 역사

미 공군이 운용한 역대 에어포스 원은 B-24 폭격기를 개조해 1943년부터 45년까지 운용한 최초의 에어포스 원 C-87A (기체번호 41-24159)를 시작으로 더글러스 C-54 수송기를 개조해 1945년부터 47년까지 운용한 VC-54C (기체번호 42-107451), 더글러스 DC-6 여객기를 개조해 1947년부터 1953년까지 운용한 VC-118A (기체번호 46-0505), 록히드 컨스텔레이션 L-749 여객기를 개조해 1953년부터 1961년까지 운용한 VC-121, 보잉 707 여객기를 개조해 1962년부터 2001년까지 운용한 VC-137, 보잉 747 여객기를 개조해 1991년부터 현재까지 운용하고 있는 VC-25가 있다.


이 중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애용했던 VC-54는 ‘신성한 암소 (Sacred Cow)’라는 애칭이 붙여질 정도로 사랑받았다. VC-118A는 트루먼 대통령의 고향인 미주리주 인디펜던스의 이름을 딴 ‘Independence’라고 불렸다. 특히 VC-121은 최초로 2대(기체번호 VC-121A 48-610과 VC-121C 53-7885)가 도입된 최초의 에어포스 원이며 영부인의 고향을 기념하는 의미로 각각 ‘Columbine II’와 ‘Columbine III’로 불렸다.


VC-137은 에어포스 원으로 널리 알려진 최초의 대통령 전용기이며 임무와 용도에 따라 VC-137B와 VC-137C로 나눠 역대 에어포스 원 중 가장 많은 총 5대가 도입됐었다. 현재 미국 대통령 전용기의 이미지를 정립한 것 역시 VC-137이며 외부 도색과 디자인, 마크 등을 케네디 대통령 부부가 직접 관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케네디 대통령 부부는 VC-137을 미국 대통령의 상징 중 하나로 적극 활용했고 국민이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 원’으로 인식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VC-135 중 기체번호 SAM 26000은 가장 다사다난했던 대통령 전용기로 불린다. 1963년 11월 22일 케네디 대통령이 텍사스 댈러스에서 암살당하기 직전 이용한 전용기이며, 케네디 대통령 타계 후 유해를 워싱턴 D.C로 운구하는 과정에서 당시 부통령이었던 존슨이 전용기 내에서 제3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역사적 사건이 이뤄지기도 했다.


1972년에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인 중국 방문에 사용되기도 했으며 1981년 10월에는 리처드 닉슨(37대), 제럴드 포드(38대), 지미 카터(39대) 전 대통령들이 국빈 자격으로 이집트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하는 데 이용했다.


두 번째 VC-25A인 기체번호 SAM29000은 1995년 11월, 빌 클린턴 대통령(42대)과 지미 카터 전 대통령(39대), 부시 H. W. 전 대통령(41대)이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 장례식에 참석하는 데 이용했다. 2001년 9월,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9.11테러 당시에는 추가 테러 위협 속에서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워싱턴 D.C로 무사히 복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첫 번째 VC-25A인 기체번호 SAM28000은 2016년 3월, 오바마 대통령(44대)이 1928년 이후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쿠바를 방문하는 역사적 순간을 함께했다.

출처: 미 공군
트루먼 대통령의 고향 이름을 따 ‘Independence’로 불린 전용기 VC-11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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