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쟁이' 박평식 평론가가 추천한 영화

조회수 2021. 4. 9.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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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한 날, 기분을 끌어올려 줄 작품성 높은 영화

국내에서 짜디짠 평점과 강렬하고 허를 찌르는 한 줄 평으로 일명 ‘소금쟁이’로 유명한 박평식 평론가를 아시나요? 본인의 주관이 확실해서 대중들에게 호불호가 갈리는 박평식 평론가는 감상 위주의 한 줄 평으로도 유명하며 미디어 매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평론가입니다. 이렇게 명성이 자자한 박 평론가의 높은 별점을 받은 한국 영화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박하사탕(별 4개)

영화 <박하사탕>은 90년대 광주 민주화 운동 때 경찰이었던 남주인공 ‘용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하얗고 밝은 느낌의 제목과는 다르게 영화는 잔인하고 때로는 씁쓸하고 냉정한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데요. 빚과 이혼 등으로 험난한 삶을 살고 있던 용호는 어느 날 자살을 결심하게 되고, 철로 위에서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절규하게 됩니다. 영호의 절규는 기차의 우렁찬 경적을 뚫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되고,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던 남주인공이 왜 그렇게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했는지, 자신의 첫사랑 순임에게 왜 그렇게 대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그 시대의 아픈 역사와 함께 들여다볼 수 있게 됩니다. 시대적 배경이 세심하게 녹아있어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다소 무게감 있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입니다.


괴물(별 4개)

한국판 대표 SF 영화, 바로 봉준호 감독의 <괴물>입니다. 이 영화는 평화로운 한강 둔치에서 주인공이 특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생전 처음 보는 생명체가 한강 다리에 매달려 움직이다가, 곧장 둔치 위로 올라와 사람들을 거침없이 공격하기 시작하게 되고, 한강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돌변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뒤늦게 딸을 데리고 정신없이 도망가지만 꼭 잡았던 딸의 손을 놓치고 말죠. 괴물은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딸을 낚아채 유유히 사라지게 됩니다. 한강은 하루아침에 폐쇄가 되고, 돈도 없고 능력도 없는 주인공 가족들은 아무도 그들을 도와주지 않기에 직접 딸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이 영화는 세상에 대한 다양한 풍자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요, 미군에 대한 비판, 환경과 언론에 대한 비판, 또 무능한 정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봉준호 감독의 뛰어난 통찰력이 엿보여서 더욱 매력적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기생충(별 4개)

영화 <기생충>은 자본가와 노동자 간의 자본주의 관계에 대해서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부의 계층을 더욱 또렷하게 구분하고 양극화된 등장인물의 신분을 부자와 빈자(가난한 자)로 나누어놓았죠. 실상 부자와 빈자는 돈의 있고 없음을 빼고는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영화에 나오는 세 가족의 행동, 말투 등의 묘사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부자들은 가난한 적이 없어서 그들의 고통을 모르고, 가난한 자들은 더 가난한 자들에게 연민을 느끼지만 서로를 밟고 올라가야 한다는 걸 인지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웃으며 가볍게 보게 되지만 끝난 뒤에는 절대 웃을 수 없는, 사회에 존재하는 계층의 차이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입니다.

부산행(별 3개 반)

최초의 한국형 좀비 액션 영화 <부산행>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긴급 재난경보령이 선포된 가운데,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이 안전한 도시 ‘부산’까지 살아가기 위한 치열한 사투를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 자체의 전개가 빠른 것이 특징이며, 각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빠르게 인지시키고 뒤이어 좀비가 등장하여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 영화는 인간의 이기심과 미묘한 심리를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처음 제작 당시 한국에서 좀비물이 나온다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좀비들의 분장이나 모습 등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현실감 있게 제작되어 작품성과 흥행 면에서 보란 듯이 성공한 영화입니다.


설국열차(별 3개)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대기에 살포된 잘못된 약품으로 인해 전 세계는 예상치 못한 빙하기를 맞이하게 되고, 모든 생물은 혹한기로 인해 죽게 됩니다. 이러한 기상이변으로 모든 것이 얼어붙은 지구에서는 단 한 개의 기차만이 17년째 달리고 있습니다. 그 기차에는 가난한 자들이 모인 꼬리 칸과, 선택받아 호화롭게 생활하는 머리 칸에 있는 부류로 나뉘는데요. 영화 <설국열차>는 그 두 세력의 갈등이 시작되면서 꼬리 칸 사람들이 열차를 지배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과 예기치 못한 상황들을 그리고 있는 영화입니다. 연기력으로 손색없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멈추지 않은 열차는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와 욕심으로 생긴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지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밀양(별 4개)

2007년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은 이청준의 단편소설 ‘벌레 이야기’를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입니다. 남편을 잃고 남편의 고향에 내려와 사는 여주인공과 아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유괴되어 살해당하게 되고, 세상에 내동댕이쳐졌다고 생각한 여주인공이 종교에 귀의하면서 벌어지는 용서와 구원에 관한 내용입니다. 우리의 죄는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는지, 고통 속에 있는 삶은 어떻게 치유받을 수 있는지, 기독교라는 종교 코드를 통해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여기서 ‘밀양’이라는 뜻은 비밀의 ‘밀’, 볕 ‘양’을 써서 비밀스러운 햇빛을 의미하며,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인 ‘secret sunshine’과도 일치하게 됩니다. 감독은 신이 없는 이 세상에서 인간관계에 초점을 두었으며,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과거를 잊고 새 출발을 하고자 하는 여주인공을 위해 묵묵히 곁을 지켜준 남주인공을 보여주며 그가 바로 빛이자 구원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추격자(별 3개)

2008년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영화 <추격자>는 연쇄살인범과 그를 쫓는 형사의 숨 막히는 추격을 그린 범죄 스릴러 영화입니다. 추격자는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인데요, 비리로 인해 퇴사하게 된 전직 형사와 연쇄살인범의 팽팽한 대립을 잘 표현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범인이 자백해도 풀어준다든가, 범행 현장을 보고 무서워서 도망가거나, 범죄가 일어나는 순간에도 호의호식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공권력을 상징하는 경찰이 무능하게 묘사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추격자>는 단순한 추격물이 아니고 추격 과정에서 법이라는 테두리를 이용하는 범죄자와 무기력한 경찰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으며, 흉흉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네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올드보이(별 3개)

무궁무진한 패러디를 낳고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영화 <올드보이>는 한국 누아르계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인데요, 제57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던 영화입니다. 복수를 주제로 그 참혹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며, 사람의 심리를 잘 드러낸 영화로 극찬받았습니다. 남주인공 우진은 아무것도 몰랐던 대수의 말 한마디로 인해 누나를 잃게 되고 대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15년 동안 가두어놓은 뒤 끈질기게 복수하게 됩니다. 우진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그 끝은 공허함만이 남게 된다는 걸 알고, 마지막은 자살하는 누나의 손을 놓아버린 자신에게 총을 쏘며 본인도 자살하게 된다는 다소 충격적인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영화를 감상하기 전 약간의 마음 준비가 필요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곡성(별 3개)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 낯선 외지인이 나타난 후 의문의 연쇄 사건들이 벌어지며 마을이 뒤숭숭해지고, 경찰은 집단 야생버섯 중독으로 잠정적 결론을 내리지만 마을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외지인을 의심하게 됩니다. 때마침 경찰은 현장을 목격했다는 여주인공을 만나면서 외지인에 대한 소문을 확신하기 시작하고, 자신의 딸이 피해자들과 비슷한 증상으로 아파오자 마음이 다급해지기 시작합니다. 급기야 외지인을 찾아 난동을 부리고 무속인을 불러들이며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됩니다. 이 영화는 일본 귀신, 무당, 마을 신까지 총 세 명의 신이 나오며 마을에서 일어나는 범죄 사건을 중심으로 반전과 의문의 중층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면에서 스릴러물이기도 합니다.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무속신앙과 결합해내어 많은 부분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황해(별 3개)

연변에서 택시기사를 하는 주인공 구남은 빚을 갚거나 도박을 하는 등 구질구질한 하루를 살아갑니다. 한국에 돈 벌러 간 아내는 소식도 없고 빚은 점점 쌓여만 가던 어느 날, 청부살인업자에게서 한국인 한 명을 죽이고 오라는 제안을 받게 됩니다. 삶의 낭떠러지 끝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구남은 빚을 갚기 위해, 그리고 아내를 만나기 위해 황해를 건너 한국으로 가게 됩니다. 영화 <황해>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매우 잔인하고 사실적이며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할 수 있게끔 합니다. 여기서 황해는 한국과 중국을 잇는 영역이기도 하지만, 구남이 처음으로 한국 땅을 넘어오고 다시 돌아가지 못한 채 잠드는 곳으로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이어주는 구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의 몰입도가 상당히 높으며 감독의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뛰어난 영화입니다. 시간을 투자해서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며, 범죄와 스릴러물을 좋아한다면 상당히 만족감이 높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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