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상식]전셋집 수리비, 세입자가 낼까? 집주인이 낼까?
사회에 나가자마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사회 초년생에게 '내 집 마련'은 꿈과 같은 일이다. 기본적으로 월세나 전세로 거주를 하게 될 텐데, 전세는 월세에 비해 한 번에 거액의 보증금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으나 매달 월세 등 고정지출이 비교적 적게 들어 많이 사람들이 선호하는 거주 형태다. 그러나 전셋집에 살다 보면 집에 있는 물건이 고장 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수리를 집주인이 해줬으면 좋겠는데, 집주인은 수리 비용은 세입자의 몫이라고 선을 긋는다.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
전셋집 수리 비용 책임은 누가?
민법 제623조에 따르면 집주인은 계약이 존속되는 동안 세입자가 주택을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도록 유지시킬 의무가 있다. 이것을 '임대인의 수선의무'라고 한다. 보일러 고장이나 누수가 발생하여 곳곳에 곰팡이가 피는 문제 등이 생겼을 때는 임대인이 수리해 줘야 한다. 계약 전에 일어난 모든 하자와 임차인의 실수로 생긴 것이 아닌 고장이라면 집주인인 임대인에게 수리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건물의 구조적인 문제로 집에 곰팡이가 발생해 옷이나 가구를 버리는 등 세입자가 기본적인 주거생활을 하면서 손해를 봤다면 임대인이 도배를 새로 해주거나 곰팡이 발생 억제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 보증금을 감액해 주거나 세입자가 곰팡이로 입은 손해를 배상해 줄 수도 있다. 또는 화장실 변기·세면대의 작은 흠집이 아닌, 변기·세면대 자체가 노후화돼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의 큰 규모의 수선이라면 집주인이 수선이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만일 임대인의 수선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세입자는 임대료 지급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세입자의 부주의로 발생한 수리 비용은?
민법 615조에 따라 계약 종료 후 집을 반환할 때 세입자가 원래 상태로 복구하는 것이 맞으나,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손상을 의미하는 '통상의 손모' 같은 경우에는 원상회복 의무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판례가 있다. 그 범위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는 않으나 주택관리공단에서 발표한 ‘임대주택 수선비부담 및 원상회복 기준’을 참고해보면 액자 설치 등을 하면서 생긴 압정이나 핀 등의 작은 구멍 자국은 통상의 손모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누수와 같은 중대한 하자로 인해 생긴 벽지의 오염, 세입자의 귀책사유 없이 발생하는 손상이나 마모에 대해서는 세입자가 아닌 집주인이 그 복구 비용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리 안 하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겠다는
집주인의 주장, 맞는 걸까?
더위를 많이 타 없으면 살 수 없는 에어컨이 필수인 한 세입자. 따로 집주인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전셋집에 에어컨 배관 설치로 벽에 구멍을 뚫고 사용하다가 전세 계약이 만료돼서 이사를 가려고 하는데 집주인이 그 구멍 때문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주장한다. 세입자는 원상복구를 해야 보증금 돌려받을 수 있는 걸까? 만약 계약서 특약사항으로 원상 회복에 대한 책임 범위를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았다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때 복구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줘도 무방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한편, 원칙적으로 세입자의 원상회복 의무와 집주인의 보증금반환의무는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유의할 점은 세입자의 원상회복 의무와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가 공평한 경우에만 동시이행 관계가 성립된다. 즉, 세입자의 원상회복 비용이 매우 적다면 거액의 임대보증금과는 불공평한 관계라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거부권이 인정될 수 없다는 판례가 있다. 자칫 보증금 반환을 연체하면서 발생하게 되는 이자비용까지 집주인이 부담해 줘야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수리 비용으로 골치 아프지 않으려면
먼저 계약서를 살펴라
나중에 집 수리 비용 문제로 골치 아프지 않으려면 전셋집 계약을 시작할 때부터 명확히 하는 것이 좋다. 간혹 계약서에 '유지 관리는 세입자 부담으로 한다'라는 특약 사항이 있을 수 있다. 이때 대충 넘어가지 말고, 유지 관리의 정확한 범위를 정하고 세입자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에 대해 집주인과 구체적으로 상의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될 수 있으면 집주인에게 직접 수리하도록 하거나 업체에게 직접 비용을 지출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건물이 원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세입자가 지출했을 경우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필요비청구권'이라고 한다. 만약 계약서를 꼼꼼하게 살피지 않고, 특약사항에 동의했다면 이 필요비청구권을 세입자가 포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집주인이 비용 지불의 책임을 지지 않을 위험이 있다. 따라서 세입자가 먼저 수리 비용을 지출한 후 집주인에게 나중에 상환 받는 것보다 집주인이 직접 수리하거나 비용을 지출하도록 하는 게 세입자 입장에서는 좀 더 안전한 거래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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