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불편 예상! 대형마트 자율포장대가 사라지는 이유

조회수 2019. 9. 26. 08: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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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하게 사용한 자율포장대, 없애는 이유는?

‘진짜 필요한 것만 사야지’라고 생각해도 결국 한 아름 사 오게 되는 곳이 바로 대형마트다. ‘신제품 나왔네, 한 번 먹어볼까?’, ‘생선이 싸게 나왔네, 그냥 지나칠 수 없지’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담다 보면 금세 한 박스는 채울 만한 양을 사게 된다. 이렇게 많이 사도 장바구니를 들고 다닐 수고로움을 더하지 않아도 되고, 비닐봉지를 써서 마음 한구석이 불편할 필요도 없었다. 대형마트의 자율포장대에서 재활용한 종이박스를 무료로 제공해 필요한 만큼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무료로 제공되는 종이박스에 물건을 담아 가는 일이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환경부와 대형마트의 협약으로 자율포장대 사라질 예정

사진: SBS 뉴스

환경부는 지난 8월 29일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농협하나로유통 등 4개 대형마트와 소비자공익네트워크와 함께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 협약에서 속비닐 비치 개소 축소·규격 조정, 무색·무코팅 트레이 권장, 재사용종량제 봉투 판매, 장바구니 제작·보급 및 대여 시스템 운영 등이 포함돼 있다. 이 협약에서 큰 논란을 빚은 것은 박스 자율포장대 운영 중지다. 이로써 두세 달의 홍보 기간을 거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농협하나로유통 4개의 대형마트 체인에서 종이박스와 자율 포장대가 사라진다.

대신 종량제 봉투와 종이상자를 유상으로 판매하거나 대여용 장바구니를 개발해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량 구매 고객들이 주로 이용했던 서비스인만큼 다소 불편은 발생하겠지만, 환경보호 취지에 공감해 동참하기로 했다”면서 “다만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여용 장바구니를 새롭게 개발하고 필요할 경우 박스를 유상 판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환경부는 이번 협약을 종이상자를 사용하지 않는 제주도 지역 대형마트의 사례를 전국으로 확산시켜 불필요한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장바구니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는 농협하나로유통,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4개 대형마트와 현지 중형마트 6개사가 2016년 9월부터 자율포장대의 종이상자와 포장테이프, 노끈을 제거했으며 환경부는 이 제도가 제주도에서 3년째 잘 정착했다고 평가했다.


연간 사용되는 포장 테이프와 노끈 양, 658t

환경부가 대형마트와 손잡고 종이박스와 자율 포장대를 없애려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종이박스를 활용하는 것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종이박스를 사용하면서 나오는 포장용테이프와 노끈 등의 폐기물이 문제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포장용 테이프를 제대로 뜯지 않고 종이박스와 같이 배출하면서 재활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다. 환경부에 따르면,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3개 사에서 연간 사용되는 포장용 테이프와 끈이 658t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암구장(9126㎡) 857개를 덮을 수 있는 양이다.

지난 4월 대형마트 1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규제했을 때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이제는 많이 익숙해진 것처럼 종이박스를 없애도 곧 익숙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1회용 비닐 쇼핑백, 과대포장 없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 체결 전후를 비교해봤을 때, 176만 7,164톤에서 109만 7,696톤(37.9%)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대형마트들이 본격적으로 속비닐 감축을 추진한 하반기 이후 성과는 2018년 상반기와 2019년 상반기를 비교한 결과, 80만 9,641톤에서 32만 33톤으로 감소하여 60.5% 이상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는 불만 폭주, 탁상공론이라는 비난도

그러나 1회용 비닐봉지 사용 규제 때나 속비닐 사용 규제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소비자들은 “이 협약을 맺은 사람들이 과연 장을 본 적은 있는지 의문”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대형마트에서 자율포장대를 소비자에게 제공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현실과 괴리된 성급한 조치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대형마트 특성상 다량의 제품을 사는 소비자가 많고, 깨지기 쉬운 달걀이나 부피가 큰 상품을 한꺼번에 담기 힘든 점을 파악해 소비자에게 제공한 일종의 편의 서비스다. 어차피 재활용 처리할 종이상자를 소비자가 다시 쓰는 것뿐이고, 포장 테이프나 노끈 등은 친환경 종이소재로 대체하는 것부터 생각해야지 무턱대고 종이 박스 사용부터 금지하는 조치가 납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환경부 내부에서도 소비자 의견을 무시하고 너무 앞서갔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의 불만이 폭주하자 환경부는 "지금 당장 종이박스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크기의 장바구니 대여 시스템을 구축해 일부 지역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그 효과와 제기될 수 있는 불편사항, 종이박스를 주워 사는 저소득층에 대한 영향 등을 종합 판단한 이후 최종 적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종이 박스 퇴출에 대한 충분한 설득이 필요해 보여

종이박스와 같은 편의서비스가 없어지면 대형마트 대신 새벽배송과 같은 인터넷 쇼핑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인터넷 쇼핑에서는 재활용 종이 박스 대신 새 박스에 담아 줄 것이며 일회용품 소비도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재활용 박스 사용은 못하게 하면서 종이박스를 판매하는 것은 오히려 서민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세계 곳곳에서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의 양을 줄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세계에서 연간 생산되는 약 3억 톤의 플라스틱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2021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를 추진 중에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는 옥수수 전분 등으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또한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대책을 추진 중에 있다.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정책을 펼치는 것은 좋으나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으로 편의 서비스를 없애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친환경 캠페인은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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