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원 그림을 찢어버린 예술가, 뱅크시는 과연 누구일까?

조회수 2020. 12. 27. 12: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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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 월 앤 피스
2018년 10월 6일, 영국 소더비 경매장. 한 작품이 경매장에 들어섭니다

모든 이의 관심이 그 작품으로 쏠리고 마침내 작품이 낙찰되는 순간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액자 속 그림이 갈려나가기 시작한 것이죠
이 작품의 낙찰가는 무려 104만 2천 파운드, 한화로 약 15억 4천만원! 15억원에 달하는 예술작품이 눈앞에서 잘려 나가자 경매장에 있던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집니다. 전세계의 언론을 통해 이 사건은 대서특필되었는데요

다음 날 한 예술가의 SNS에 이 광경을 담은 영상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그 영상 밑에는 피카소의 명언을 함께 적었습니다

‘The urge to destroy is also a creative urge’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 또한 창조의 욕망
이 영상을 올린 예술가는 바로 잘려나간 작품의 주인, 현대예술의 테러리스트, 뱅크시였죠. 사실 이 모든 것은 뱅크시가 계획한 일이었습니다. 뱅크시는 자신의 SNS를 통해서 액자 속에 미리 파쇄장치를 설치하는 모습도 담았죠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던 그 순간 작품이 잘려 나가도록 미리 설계해둔 것입니다. 뱅크시는 수많은 현대미술 작가 중 가장 비밀스럽고 아이러니한 작가죠

그 정체를 아는 사람이 없고 범죄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화제를 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얼굴 없는 화가, 거리의 예술가 등 여러 수식어로 불리는 뱅크시. 아직 그의 이름, 나이, 얼굴 등 무엇하나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는데요
뱅크시는 1990년 영국 브리스톨시의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가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당시 유럽에서는 그래피티가 거리를 더럽히는 행위라 취급받았죠

하지만 뱅크시는 작품 속에 사회 반항적인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화염병 대신 꽃을 던지는 남자, 베트남 전쟁으로 울고 있는 소녀의 팔을 잡고 있는 미키마우스. 반전주의 반 자본주의 등 깊은 메시지를 아주 직설적으로 담아낸 그의 작품은 큰 반향을 일으켰죠
하지만 그의 날카로운 풍자는 그래피티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대영박물관에 잠입해 쇼핑하는 원시인이 그려진 돌을 몰래 진열하고 도망갔는데요

며칠동안 사람들은 그게 가짜인줄도 몰랐다고 하죠. 이외에도 메트로 폴리탄 박물관 뉴욕 현대미술관 등 유명 미술관에 비슷한 퍼포먼스를 선보였죠. 이는 예술을 겉치레로 여기고 제대로 감상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이었는데요

뱅크시는 이렇듯 예술 권위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작품들을
계속해서 선보였죠. 소더비 경매장에서 선보인 작품 파쇄 퍼포먼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당시 이 작품은 경매에 등장했다는 것만으로 화제를 끌었는데요
뱅크시의 대표작이 경매에 나온 게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미술계는 ‘그들만의 리그’ 돈 있는 사람들만 작품 가질 수 있고 그들만을 위한 향유라는 인식이 있어왔습니다

뱅크시는 이에 반항하는 퍼포먼스들을 펼쳐왔습니다. 일부러 그림이 찢어지는 퍼포먼스 또한 예술계에서 작품성이 돈으로만 평가되는 현실을 비판하고 싶었던 것인데요

많은 관객들은 뱅크시의 이런 퍼포먼스에 열광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불법과 범죄 논란이 잇따르기도 했죠. 박물관에서 진행한 도둑 전시나 경매장에서 펼쳤던 작품 파쇄 퍼포먼스 모두 박물관 운영자나 작품을 구매한 이의 견해에 따라 법적 조치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뱅크시는 현재 뉴욕에서 지명수배자이기도 한데요

그래피티가 불법인 뉴욕에서 뱅크시의 작업들은 단속 대상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허가받지 않은 지역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뱅크시가 이런 논란의 퍼포먼스를 벌일수록 사람들은 열광하고 또 작품의 가치 또한 오르게 됩니다. 실제로 뱅크시에 대한 수사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죠

이러한 아이러니한 현실 속에서 뱅크시는 계속 법의 경계선을 실험하며 다양한 실험을 선보이고 있죠. 한편 뱅크시의 작업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부패한 예술계를 비판하면서도 결국 뱅크시 자신은 작품활동으로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둬들였다는 것 때문이죠. 더불어 사실 그의 작업활동은 대부분 불법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예술임을 자처하며 같은 행동을 한다 해도 용인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때문에 뱅크시의 활동에 대해 정당성이 있는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 책 <뱅크시 월 앤 피스>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직접 뱅크시가 의견을 남긴 책입니다. 일종의 뱅크시 자서전인데요. 예술가로서 뱅크시의 정체성을 언급하면서 동시에 따라오는 불법, 범죄 논란에 대해 답변하고 있죠

책의 추천사가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경찰청에서는 당신이 이 책 표지에 인용할 어떠한 언급도 드릴 수 없습니다.”
-런던 경찰청 대변인-

이걸 굳이 추천사로 실은 뱅크시의 마인드에서 뱅크시의 예술관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습니다. 책에는 그가 직접 찍은 자신의 작품 사진들과 이에 대한 간단한 설명 그리고 작업에 영감을 준 이야기를 담아냈어요

가장 재밌었던 건 역시 본인 작업의 양면성에 대한 반박이 담긴 부분이었습니다. 예술의 상업성을 비판하는 작업을 하면서 정작 이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뱅크시, 이러한 비판에 대해 뱅크시는 다른 시각을 제시합니다
우리에게 실제로 피해를 끼치는 것은 그래피티도 불법 예술작품도 아닌 ‘기업의 광고'라고 온,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우리 일상에 불쑥 나타나는 광고들

실제로 이런 광고들은 우리에게 피로감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죠. 뱅크시는 이런 광고들이야말로 진정한 공공기물파괴자라고 반박합니다
그리고 이를 ‘브랜달리즘'이라 불렀는데요. 뱅크시에 따르면 브랜달리즘은 특정 기업광고나 로고 등을 공공시설에 진열해 미관을 헤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뱅크시는 그들이 먼저 시작한 싸움에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일어선 것 뿐이라고 답하죠. 뱅크시에게 그래피티는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기업을 비롯한 기득권과 대결할 무기인 것입니다

뱅크시의 이런 주장은 그의 작업을 합법적인 영역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광고는 합법적인 공간에, 합법적인 방법으로 게시되지만 우리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강요되고 있죠

반면 뱅크시의 작품들은 불법적인 공간에, 불법적으로 게시되지만 사람들이 열광하고 보고 싶어합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 뱅크시는 진정한 예술이 무엇이며 범죄는 무엇인지 우리를 고민에 빠뜨립니다
그리고 이 말로 책을 마무리하죠 “사람들은 나를 아주 좋아하는 게 아니면 매우 싫어한다 그것도 아니면 아예 관심이 없거나"

개인적으로는 미스터리한 예술가로 알려진 뱅크시의 생각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현대미술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예술가 뱅크시 그의 예술관을 한발짝 더 다가가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예술의 체제에 의문이 있으셨던 분들 뱅크시의 작품에 관심이 있으셨던 분들 모두에게 이 책을 꼭 추천드려요! 뱅크시의 작품들은 정말 많은 담론과 이야기가 만들고 있어요

새로운 퍼포먼스와 작품이 등장할 때마다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다는 게 진짜 예술가답단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뱅크시가 본인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논란을 생각보다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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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번에 더 재미있는 예술 책으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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