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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여성 화가를 찾기 힘든 이유

조회수 2020. 6. 30.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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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에서 누락된 여성 거장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빈센트 반 고흐, 피카소.

위대한 예술가라 불리는 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모두 ‘남자'라는 것.
왜 미술사에는 여자 예술가의 이야기를 찾아보기 힘든 걸까요?
위대한 여성 예술가의 이야기는 어디서 찾아볼 수 있는 걸까요?
이 질문에서 출발한 책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할 책,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입니다.
스페인 미술관의 한 큐레이터 부인이 미술관을 둘러보고 남편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도대체 여성 화가들은 어디에 있는 거죠?”
여성 미술가 그룹, 게릴라 걸스는 이 포스터를 뉴욕 시내 곳곳에 붙이기도 했습니다.
“여자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려면 발가벗어야 하는가?”

여러분은 이런 의문을 품어본 적 있나요?
이 책의 저자 김선지 작가는 그동안 우리가 남자들로만 가득 채워진 미술사에 조금의 의심조차 품지 않았다는 점.

예술 작품에서 여자들은 항상 아름답게 에로틱하게 묘사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책을 쓰기 시작했는데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15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5세기경,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지역에서 여성은 예술가로서의 지위를 거의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정확히는 여성 예술가 자체를 부정했죠.

여성은 미술 아카데미 입학도 어려웠습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여성은 지성과 인격이 부족한 열등한 존재였고 여성은 진정한 예술적 성취를 이룰 수 없다고 믿었는데요.

때문에 여성들에게는 요리, 청소, 육아 등 가정 생활의 의무가 우선시되었고 이를 실천하지 않는 미혼 여성들은 기혼 여성보다 사회적으로 더 낮은 위치에 있었습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로 살기를 선택한 여성 미술가들이 있었는데요.
이 책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 미술사에 뚜렷하고도 날카로운 족적을 남긴 여성 예술가들을 조명합니다.
책은 3부에 걸쳐 21명의 여성 예술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1부는 ‘가부장 수레바퀴 아래에서 예술혼을 꽃피운 여성 거장들' 인데요.
이들은 화가 집안 출신이거나, 부유한 아버지 덕에 그나마 미술을 공부할 수 있었던 예술가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아버지의 이름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거나 사회적 인식 때문에 남자 예술가보다 성공하기 어려웠다는 특징이 있죠.
실제로 이 파트에 등장하는 초상화의 거장 ‘마리에타'에 대한 당시 평가는 아름답고 우아한 외모를 지녔다는 외적인 이야기가 우선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림도 매우 잘 그렸다며 화가로서의 재능을 부수적으로 이야기하죠.
이렇듯 당시 여성 화가의 예술적 재능은 사람들에게 주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2부는 ‘편견과 억압을 담대한 희망으로 바꾸다' 입니다.
그림을 통해 삶의 부조리에 맞서고 거침없이 통념을 깨부순 여성 미술가들의 용기와 고군분투, 그 안에서 탄생한 위대한 걸작들을 담았습니다.
그중 성폭력 피해자에서 뛰어난 화가로 거듭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도 있는데요.
그는 고객에게 이런 편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나는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지 보여줄 것입니다. 당신은 한 여자의 영혼에서 시저의 정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이처럼 강한 신념과 의지를 보인 젠틸레스키는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라는 걸작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3부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낸, 폄하받은 예술분야의 거장들' 입니다.

회화와 조각 같은 남성이 독점한 분야가 아니란 이유로 주류 미술에서 비켜나 있던 공예와 디자인을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여성 미술가들의 새로운 시도와 창작들을 다루고 있죠.
세계 최초의 패션디자이너, 직물 디자이너, 정원 디자이너, 실내 디자이너 등 다양한 예술분야의 여성 거장들의 이야기는 더욱 새롭고, 흥미롭게 다가오더라구요.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예술가는 ‘수잔 발라동’인데요.

19세기 인상주의 예술가들의 작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그림 모델이었던 수잔 발라동은 ‘그려지는 대상'에서 ‘그리는 주체'로 자기 삶을 바꾼 진취적인 예술가입니다.
이 작품, 보신 분들 계신가요?
이 그림 속 빨간 모자를 쓴 여성이 바로 수잔 발라동이에요.
그녀는 르누아르가 자신을 예쁘게만 그렸을 뿐,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표현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는데요.
수잔은 모델에서 예술가로 전향하며 남성의 시선을 의식한 여성성 묘사에 끊임없이 저항했습니다.
책에서 다룬 수잔의 작품 중, 1929년 작인 <침대에 앉아있는 누드>에 대한 내용을 한번 읽어드릴게요. :)

“발라동은 누드를 그릴 때, 투박한 노동 계급의 여성을 소재로 과장하지도 이상화하지도 않고 보이는 그대로 정확히 묘사했다. 누드라면 응당 그래야하는 것 처럼 성적 요소를 어필하는 대신 일상의 자연스러운 모습만 남긴 것이다."
이 책의 좋았던 점은 당시 시대상황을 지루하지 않게 풀어서 설명해준다는 점이었어요.

일례로 종이 오리기 작품의 대가, ‘요아나 쿠르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그녀의 작품이 렘브란트의 작품보다 비싸게 팔렸고, 밀려드는 주문에 왕실의 주문까지 거절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그녀의 작품이 인기를 끌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시대적 배경과 함께 설명해줘요.
당시 그녀가 살았던 네덜란드는 기술적 지식과 종교적 헌신을 큰 가치로 여겼다는 점.
또 같은 시기, 18세기에는 화려하고 섬세한 궁정취향의 로코코 양식이 유행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국적 성격을 가진 종이 오리기가 유럽 귀족 사회에서 큰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하죠.
여성에 대한 인식이 척박했던 시기 남녀차별이 당연시되던 시기, 말로만 듣던 그 시기가 어땠는지, 그때는 어떤 것들이 이슈를 끌었는지 등 막연했던 것들이 걷혀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또 한가지 좋았던 점은 핵심을 찌르는 저자의 멘트였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문단 문단마다 무심한 듯 툭, 생각할 지점을 열어주는 저자의 문장들이 있는데요.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에 슥슥 빠르게 읽을 땐 몰랐는데 저자의 무심한 한마디가 갑자기 일상생활에서 떠오르면서 정곡을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단순히 한 시대를 풍미한 여성 예술가를 조명한 것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를 통해 생각해봐야 할 것들을 자연스럽게 제시해주어서 좋았습니다.
또 걸작을 남기고도 미술사에서 이름이 누락된 여성 거장들, 여전히 수장고에 갇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작품들을 다시 조명하기 위해 세계의 유명 미술관들이 지금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지 명확한 정보를 제시해주는 점도 정말 좋았어요.
걸출했던 여성 거장들을 한 명 한 명 소환하며 뜻밖의 미술사를 되짚어주는 이 책.

미술과 예술을 둘러싼 이야기 그리고 이와 관련된 토론, 담론에 관심 많은 분들께 특별히 추천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여성과 사회이슈에 관심이 많은 분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꼭 한번 쯤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오늘은 편견과 차별, 억압에 맞서온 21명의 여성 거장들의 이야기,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를 리뷰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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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영상에서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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