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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속 소녀는 실존인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왜 유명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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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라고도 불리는 이 작품은 정말 유명합니다.

소설부터 영화, 심지어는 핸드폰 케이스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 이 소녀를 마주할 수 있죠.

어두운 배경에 진주 귀걸이. 그리고 살며시 띤 미소.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그 특유의 매력으로 17세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그림으로 평가받는데요.

그런데 이 작품은 왜 유명해졌을까요?


파란 터번을 쓰고 우리를 바라보는 소녀.

멀찍이 떨어져 그림을 보면 그림자들 사이에서 홀로 반짝이고 있는 진주 귀걸이가 눈에 들어오는데요.

진주의 왼쪽 윗 부분은 빛을 받아 밝게 빛나고, 아랫 부분은 하얀 옷깃을 부드럽게 비추고 있죠.

빛은 그림자를 명확하게 잘라내지 않고 부드럽게 변해 점점 어둠으로 나아갑니다.
작가의 빛을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데요.

또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파란 터번'입니다

이는 ‘울트라 마린’이라는 안료를 활용해 그려진 것인데요.

울트라 마린 안료는 매우 비쌉니다.
한때는 금보다 비쌀 정도였죠.

실제로 베르메르는 울트라 마린을 활용하다 가족을 가난에 몰아넣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싼 만큼 제값을 해내는데요.

그림 속 파란 터번은 울트라마린 만의 특유의 깊은 색감을 표현하고 있죠.

최근 들어 학자들은 이 작품이 초상화가 아니라 ‘트로니’였다고 보기도 해요.
트로니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하던 화법의 하나로 화가가 생각하는 어떤 인물의 전형을 그리는 기법인데요.

정말 이 그림이 트로니가 맞다면, 그림 속 소녀는 실존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화가가 생각한 ‘이국적인 인물’의 전형일 뿐인 거죠.

이 그림을 그린 베르메르는 17세기를 대표하는 네덜란드 거장으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생애는 잘 알려지지 않았죠.

1632년 네덜란드 델프트 시에서 태어나 평생 그곳에서 살다 1675년 사망.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갖가지 의문과 추측으로 뒤섞여 있습니다.

그는 평생 40점 내외의 그림을 그렸는데요.

대부분 우유를 붓거나, 편지를 읽거나 류트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았죠.

르네상스나 바로크 시대의 회화는 대부분 종교화나 역사화였어요.

종교나 역사 속 영웅의 일생이 그림의 주된 소재였는데요.
이를 통해 어떤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었죠.

하지만 베르메르는 달랐습니다.

베르메르는 왜 일상적인 모습을 그린 걸까요?

17세기 네덜란드인들은 스페인 왕이나 교회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1648년,
80년간의 긴 전쟁 끝에 완전한 독립을 달성하죠.

하지만 예술가들에겐 또다른 문제가 발생했어요.

왕, 귀족, 성직자처럼 전통적인 후원자들을 잃은 것이었죠.

네덜란드의 예술가들은 다른 길을 모색해야만 했습니다.

몇몇은 새로이 부상한 상인 계급을 후원자로 삼았는데요.
이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면서 돈을 벌었죠.

렘브란트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모든 예술가들이 새 후원자를 구한 건 아니었어요.

때문에 후원자로부터 주문을 받은 뒤 그림을 그리던 기존 방식을 포기해야 했죠.

이들은 먼저 그림을 그리고 나중에 대중에게 팔아 돈을 버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팔리는 그림을 그리려면 무엇보다 팔려는 대상의 공감대를 얻는 게 중요했는데요.

신화나 역사보다는 일상적인 모습을 그리는 게 소위 ‘더 먹히는 그림’이었습니다.

당시 네덜란드 화가들이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들은 처음으로 주제나 교훈적인 메시지가 없는 그림을 그린 화가들이 됐죠.

일상 속 순간을 스냅사진 찍듯 포착한 그림도 그림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심에 베르메르가 있었죠.

베르메르의 작품들에는 거창한 주제가 없어요.

우유를 따르거나, 편지를 읽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일상 속 모습들.

스쳐 지나가는 한 순간, 한 동작, 한 제스처를 그리고 있죠.

동작이 이미 이뤄졌지만 완료되기 직전,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은 모습들인데요.

때문에 베르메르의 그림들은 감상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종교화나 역사화처럼 ‘이 작품은 이런 식으로 이해해’ 하는 규칙 같은 게 없기 때문에 감상자는 작품을 보면서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이 여인은 누구일까요?

배가 불룩하게 나와 있는데 임신한 걸까요?
여인이 읽고 있는 편지엔 무슨 내용이 적혀 있을까요?
그녀의 표정은 어떤 감정을 드러내고 있을까요?

이 천문학자는 왜 책을 보다 말고 천구를 보는 걸까요?
무언가를 깨달은 걸까요?
창밖으로 들어온 햇살로 미뤄볼 때 오후 4시쯤일까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역시 상상의 여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소녀는 우리를 향해 돌아서는 걸까요, 아니면 등을 보이며 돌아서려는 걸까요?

반쯤 벌어진 입술은 우리를 향해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한데요.
소녀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요?

그런데 이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건요,
베르메르의 다른 그림들에서는 볼 수 없는 두 가지 특징적인 차이예요.

먼저 소녀의 시선.

베르메르의 다른 작품들에서 인물은 모두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지 우리 쪽으로는 시선을 주고 있지 않습니다.

이는 인물과 우리 사이에 어떤 거리감을 만들어내죠.

인물의 일상을 바라볼 정도로 가까이에 있지만 우리는 결국 관객의 입장에서 그림을 보는 겁니다.

연극 배우들이 관객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관객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절대 관객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우리를 향해 시선을 던지고 있습니다. 애잔한 눈빛과 무언가 말하려는 입술은
우리의 시선을 확 잡아끌죠.

또 다른 차이는 배경인데요.

배경과 소품의 세밀한 묘사는 베르메르 작품들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에요.

종종 체크무늬 바닥을 통해
공간에 깊이감을 주기도 하죠

그런데 이 그림의 배경은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어 깊이감이나 세밀한 묘사가 느껴지지 않고 오직 빛을 받은 인물만이 부각되어 있어요.

베르메르의 다른 그림들과는 정반대로 되어 있다는 것.

이 그림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입니다.

베르메르는 왜, 이 그림만은 다르게 그렸을까요?
모델이 된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었기 때문일까요?
그렇다면 모델이 된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하지만 베르메르의 생애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질문에 정답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때문에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소녀의 정체를 놓고 수많은 추측들이 이뤄졌죠.
그 중 가장 유명한 건, 미국 소설가 트레이시 체발리에가 낸 소설이에요.

1999년 출간한 동명의 소설에서 그녀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베르메르의 가정부로 상상합니다.

이 소녀는 왜 우리의 시선을 잡아끌고 갖가지 추측을 하도록 이끄는 걸까요?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이 소녀가 왕이나 귀족이나 영웅이 아니라 일반적인 인물이라는 점도 이유가 될 것 같아요.

때문에 우리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오죠.

소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더라도, 우리는 소녀를 보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이름을 불러볼 수 있는 겁니다.

딸이나 친구나 이웃의 이름을 붙일 수도 있죠.

이 소녀는 어두운 배경에 홀로 빛을 받으며 서서 미묘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눈과 입이 무언가 말하려는 듯 말하지 않은 채 한순간에 멈춰 있기 때문에 우리의 시선을 단숨에 잡아끕니다.

다른 것은 모두 사라지고, 남은 것은 그녀의 눈.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와 눈을 맞추고 있는 그 눈.

덕분에 그림은 언제나 생동감이 넘치고,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줍니다.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
그리고 끊임없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작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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