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림체가 구려보였던 결정적인 이유

조회수 2019. 3. 16.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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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굴림체의 비밀
책, 광고, 인터넷 등 눈을 뜬 순간 끊임없이 마주치는 글자들.
그리고 이 글자들을 완성시키는 '옷'이 있습니다. 바로, 글꼴이죠.
흔히 '폰트'라 말하는 글자의 스타일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의 특징을 살리면서 읽는 사람이 더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근래엔 정말 다양한 폰트들이 등장하면서 디자이너들은 최적의 폰트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 중엔, 유난히 선택받지 못하는 폰트도 있습니다.
바로 '굴림체'죠!
굴림체의 시작은 일본입니다. 1970년대 일본의 활자 기계를 수입하던 우리나라는, 일본 활자기계의 '나루체'를 본따 굴림체를 만들었죠.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의 한글 기본 글꼴로 지정하면서, 그 존재를 크게 알리게 됐습니다.
하지만 굴림체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죠.
일본의 글꼴을 본따 만든 폰트인 만큼, 한글의 특성을 담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어엔 둥근 표현들이 많은 데 비해, 한국어엔 모서리가 꺾인 서체가 많습니다.
그런데 한 글자에 주어진 사각 틀 안에 모서리를 가득 채워 만들다보니, 몇 가지 문제가 생겼죠!
우선 일본어와 달리 자음과 모음의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한글의 특성상, 틀 안에 자음과 모음을 모두 넣을 경우 자음이 균등하지 않게 늘었다 줄었다 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더불어 틀에 꽉 맞게 글자를 채우다보니, 글자 사이사이 품고있는 공간이 넓어졌는데요. 이러다보니 한 글자를 읽을 때 눈의 이동속도가 더 더뎌지고 문장에서도 줄의 길이가 더 길어보이게 됐죠.
이에 더해 꽉꽉 채워진 폰트 덕에 글자 사이 간격이 좁아보이는 문제도 생겼습니다. 글자의 크기가 넓어 가독성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반대로 한글의 미학적 요소를 살리지 못하고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죠.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굴림체가 너무 많다는 것이죠! 굴림체는 윈도우의 기본 폰트였던 덕에 일반 대중이 많이 사용했는데요. 다시 말해 그냥 '기본 설정'이기 때문에 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디자인적으로 개성이 도드라지는 폰트가 아니기 때문에 무난한 느낌을 주는데다가, 보고서나 유인물, 컴퓨터 프로그램 등 자주 마주치는 곳에서 흔하게 사용됐기에 보는 이들에게 진부한 느낌이 더해졌죠.
또한 2008년 이후 윈도우의 기본 글꼴이 '맑은 고딕'으로 변경되고, 폰트 디자인에 있어서도 모서리가 각진 형태가 유행하기 시작했는데요. 이에 따라 굴림체는 '옛날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졌죠.
더불어 최근에는 다양한 폰트들이 등장하면서, 굴림체를 사용하는 것은 디자인 완성도를 신경쓰지 않은 소홀한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밤새워 준비한 PPT의 폰트가 깨졌을 때나, 해외 유명 브랜드의 콘텐츠에서 번역투의 문장과 함께 등장하는 등. 굴림체는 별 의도없이 사용되거나 기대하지 않았던 경우에 등장하면서 디자이너에게 가장 사랑받지 못하는 '글꼴'이라는 인식이 생겼죠.
출처: 영화 <써니 (2011)>
하지만 적제적소에선 제 역할을 해내기도 합니다. 1990년대를 풍미한 폰트인 만큼,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 시대상을 표현하기 위해 굴림체를 사용하기도 하고,
출처: MBC
예능 등에서 어색한 느낌이나 과거 회상 장면등을 필요로 할 때 사용돼 굴림체만의 독특한 인상을 역이용하기도 하죠.
또한 폰트가 주는 높은 가독성으로 인해 종종 영화의 자막으로도 사용되는데요. 덕분에 영화관이나 영화 채널에서 굴림체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죠.

결국 글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눈을 뜬 순간 끊임없이 마주하는 글자들.
그 속에도 당신에게 닿기까지 
수많은 고민들이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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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위한 문화예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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