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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말을 걸면 우린 왜 당황할까?

조회수 2019. 3. 12. 19: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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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의 벽
배우, 무대, 관객
온갖 요소들이 부딪히며 만들어지는 연극
그리고 이따금 무대 위의 배우들은, 우리에게 직접 말을 건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배우가 말을 걸면 당황할까요?
19세기 이후, 연극이 극장 안으로 정착하면서 극장 안에는 일종의 불문율이 생겼습니다.
'무대와 객석은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
프랑스의 계몽주의자 '드니 디 드로'는, 극장 안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고 말했는데요.
이를 '제 4의 벽'이라 불렀죠.
일반적인 극장구조는 3면이 벽으로 둘러싸여있고, 한 면이 관객에게 열려있지만, 실제론 그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는 것.
이 가상의 벽으로 배우들은 연기에만 몰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죠.
다시 말해 작품에 대한 몰입을 위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작품 밖의 세상을 몰라야한다는 것이 일종의 원칙이 된 셈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이를 돌파하려는 시도들도 일어났습니다.
독일의 극작가 브레톨트 브레히트는, 제 4의 벽으로 현실과 괴리돼 벌어지는 연극을 보는 것은 감상이 아니라 주입이라고 말하며 거부했죠.
관객이 연극에 몰입하게 되면 현실을 망각하지만, 관객이 연극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이따금 현실을 생각해야 냉철함이 유지되고, 작품에 대한 능동적인 비판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죠.
이를 위해 배우가 관객에게 상황을 설명하거나, 연기를 멈추고 관객의 시선이 돼 극을 관망하는 등 제 4의 벽을 허무는 시도들을 삽입함으로써 관객이 끊임없이 무대 위의 일들을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시도들은 이후 연극뿐만 아니라 영화나 TV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고, 현대에 들어서면서는 많은 작품들 속에서 이러한 장치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죠.
이렇듯 제 4의 벽을 허무는 시도들을 통해 '객석과 무대는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약속이 깨지는 순간, 관객들은 놀라거나 당황하며 웃음을 터트리기도 합니다.
"약속"
극장에서 벌어지는 객석과 무대의 관계에 대해, 조금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시선은 권력을 만든다'
20세기 푸코를 비롯한 많은 철학자들은, 시선의 문제에 집중했습니다.
시선이 발생하는 순간 보는 존재와 보이는 존재는 나뉘게 되는데요.
다시 말해, 시선의 주체와 객체가 생기는 셈입니다.
여기서 보는 사람은 보이는 대상을 품평할 수 있는 일종의 '권력'을 가지게 되고, 보이는 대상은 그 권력을 수동적으로 맞닥드리게 되죠.
결국 시선의 비대칭성이 권력의 위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많은 연극과 영화 이론가들은 이러한 '시선의 비대칭성'을 극장에서 벌어지는 권력관계에 대입했습니다.
관객은 티켓을 사고, 어두운 객석에 숨죽인 채 극을 바라보며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작품을 평가합니다.
이를 '관음적 시선'이라고도 불렀죠.
실제로 '무대와 객석이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약속은, 관객에게 일종의 안전장치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무대 위 벌어지는 사건으로부터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과연 무대 위 사건들은 그저 보이는 존재일 뿐일까요?
많은 평론가들은 배우들 또한 무대 위에서 연기하며, 끊임없이 관객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불문율 아래에서 연기하고있을 뿐, 서로가 서로를 보고있다는 것이죠.
결국 극장 공간이 만든 권력위계는 '허상'에 불과하고, 모두가 서로에게 보이는 '시선의 굴레'에 있다는 것입니다.
제 4의 벽을 허무는 행동은 '보는 존재'였던 관객이 '보이는 존재'로 전락하는 생소한 경험이면서, 자신을 보호해주던 안전장치가 사라지는 경험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당혹감을 느낀다고 말하죠.
현대에는 다양한 관객 참여형태의 극들이 등장하고, 또한 극장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하며 제 4의 벽을 허무는 시도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장치로부터, 권력 위계에 의문을 던지는 극장의 도전.

우리의 벽은 어떻게 허물어지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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