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에 지은 명랑한 집 남양주 목조주택

조회수 2021. 2. 26.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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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목조주택

여러 곳을 다니다 보면 유독 잠자리가 불편한 곳을 만나기도 한다. 반면, 쪽잠을 자도 몸이 개운한 곳도 있다. 땅에도 기운이 있어서다. 맑고 온화한 기운으로 가득한 땅은 잠자리가 편하고 살기에 좋다. 그래서 예부터 명당이라 꼽은 곳을 집터나 묘지로 삼았다. 건축주가 남양주 진접읍에 집터를 마련한 이유다.

글 사진 백홍기 기자 | 취재협조 로드하우징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지역/지구 보전관리지역

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743.00㎡(224.76평)

건축면적 125.28㎡(37.90평)

건폐율 6.86%

연면적 196.56㎡(59.46평)

   1층 125.32㎡(37.91평)

   2층 83.70㎡(25.32평)

용적률 26.45%

설계기간 2020년 2월~3월

공사기간 2020년 4월~6월

건축비용 3억 3280만 원(3.3㎡당 520만 원)

토목비용 7000만 원(보강토, L형 옹벽)

설계 및 시공 로드하우징

1577-1614 www.로드하우징.kr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세라믹 평기와(KMEW)

   벽 - 세라믹 사이딩(KMEW)

   데크 - 현무암 데크

내부마감

   천장 - 실크벽지(대동벽지)

   벽 - 실크벽지(대동벽지)

   바닥 - 나투스강(동화자연마루)

단열재

   지붕 - 글라스울(에코베트)

   내단열 - 글라스울(에코베트)

계단실

   디딤판 - 멀바우 집성목

   난간 - 평철 난간

창호 독일식 3중 유리 시스템창호(레하우)

현관 금속 단열 도어(성우스타케이트)

주요조명 인라이트

주방가구 한샘

위생기구 아메리칸스탠다드

난방기구 가스보일러(린나이)

▲1층 평면도

남양주는 예로부터 명당으로 알려져있다. 그 가운데 조선 7대 왕인 세조의 능이 있는 죽엽산 자락을 최고의 명당으로 꼽았다. 능은 금계포란金鷄抱卵형국에 왕숙천이 앞에 흐르는 배산임수를 갖췄다. 땅 기운이 좋아 세조의 후손이 500년을 이어갔다고 할 정도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건축주의 주택이 있다. 대지는 노후에 전원생활을 목적으로 17년 전에 사둔 것이다.

▲블랙 & 화이트로 깔끔하게 만든 현관. 목제 선반과 벤치를 설치해 활용도를 높였다.
▲거실에서 본 현관 앞 복도. 복도에 건 액자가 공간을 풍성하게 꾸며준다. 복도 끝에서 왼쪽에는 안방, 오른쪽에 서재가 있다.

“오래전에 전원생활을 계획하고 기존 생활권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은 곳에 집터를 마련해둔 거예요. 남양주가 집터로 좋다는 것도 한 이유입니다. 현재 집터를 소개받을 당시 풍수를 볼 줄 아는 지인에게 땅을 보여줬는데, ‘산이 감싸 포근하고 앞에 왕숙천이 흐르는 배산임수라 집을 짓기에 좋다’는 말에 바로 계약했었죠. 그리고 직장과 아이들 학업 때문에 임야 상태로 놔뒀다가 2년 전에 지목을 변경하고 집을 지은 거예요.” 

▲주방은 거실과 영역을 구분하기 위해 사선으로 배치해 안쪽에 마련했다. 천장에 레일조명을 설치해 주방을 고르게 밝히면서 필요에 따라 스폿조명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아기자기한 소품을 전시한 선반과 액자로 장식한 주방 벽이 눈길을 끈다.
▲거실은 넓은 창을 내 빛과 풍경을 끌어들였다. 대리석 타일을 사용한 아트월 상부에 디자인월로 마감해 포인트를 줬다.

대지는 남저북고 지형인 산자락 끝에 걸쳐 있으며, 남쪽으로는 시선을 가리는 건물이 없다. 나머지 삼면은 레벨 차가 상당이 높고 낮게 형성되어 있어 대지 간 간섭이 적다. 그만큼 동쪽과 북쪽에 나대지로 있는 곳에 건물이 들어서도 조망을 가리거나 시선이 불편해질 염려 없다. 이러한 지형에 맞춰 주택은 남향으로 설정하고 조망을 고려해 살짝 동쪽으로 튼 뒤, 마당을 넓게 활용하기 위해 북쪽 대지 경계선에 맞춰 앉혔다. 

주택은 사각형 매스로 형태를 단순화했다. 재료는 석재 사이딩으로 통일감을 주고 브라운과 블랙 색을 조합해 변화를 줬다. 주택 정면은 집 안 가득 풍경을 끌어들이기 위해 설치한 통창과 상부의 세로 창이 재료 물성과 더해져 강렬한 인상을 준다. 침실과 식당 등 정면을 향한 곳에도 모두 넓은 창을 내 전체 인상은 풍경을 바라본다는 느낌이다.

▲거실과 식당 사이에 개구부와 창을 내 독특한 풍경을 만들었다.
▲식당은 설계 단계부터 대형 우드슬랩 테이블을 배치할 생각으로 공간을 넓게 마련했다. 화려한 메인 조명과 간접조명을 설치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 식당은 응접실 역할도 한다.
▲안방은 풍경을 담기 위해 넓은 창을 설치했다.
▲안방과 대면하는 곳에 배치한 서재는 실용성을 강조해 별다른 요소 없이 메인 조명만 설치했다.
가족이 완성한 공간

주택을 완성하기까지 설계만 1년 걸렸다.

“정식으로 설계를 진행한 기간은 아니에요. 가족끼리 각자 좋아하는 것을 더하고 빼고, 필요한 공간을 세세하게 그려보며 의견을 모으기까지 걸린 시간이에요. 어느 정도 밑그림을 완성해야 전문가를 만나서 정확하게 원하는 집을 요구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각자 원하는 공간, 가구 크기와 형태도 미리 결정하고 거기에 맞춰 공간을 구성했어요. 오랜 시간 논의했는데도 서로 연결이 어색하거나 공간이 애매한 부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해결했어요.”

▲편리성을 생각한 남편은 각 방에 욕실을 설치하길 원했다. 사진은 1층에 배치한 공용욕실이다. 전체 대리석 타일로 마감해 깔끔한 분위기를 내고 금색 수전과 샤워기를 설치해 포인트를 줬다.
▲2층 평면도
▲2층에 거실을 배치해 한결 여유로운 환경을 만들었다. 자녀들의 휴식과 향후 활용 가능성에 따라 넉넉한 공간을 할애했다.

가족이 합을 이루지 못하거나 풀리지 않은 부분은 설계·시공사에 맡겼다. 설계 담당자는 수월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건축주 부부와 함께 공간을 적절하게 나눴다. 먼저 세대를 수직으로 나눠 1층에 부모 2층을 자녀의 공간으로 설정했다. 1층은 현관에서 좌우로 동선을 나눠 오른쪽에 공유 공간, 왼쪽에 사적 공간인 안방과 서재를 배치했다. 공유 공간인 거실과 식당은 조망을 위해 정면에 두고 주방과 다용도실을 뒤쪽에 배치했는데, 각 공간은 제 역할에 충실하도록 사선 배치와 가벽을 통해 영역을 나눴다. 안방과 서재는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어 서로 마주 보게 배치했다.

▲큰딸의 방은 깔끔하고 산뜻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방 안에 별도 드레스룸과 욕실을 갖춰 편리성을 높였다.
▲시원한 느낌을 연출한 아들 방은 풍경을 감상하며 휴식할 수 있는 발코니를 추가했다. 전용 욕실은 모던하면서 세련된 멋을 담았다.

이 주택의 포인트 공간은 계단실이다. 변호사이자 회화에 조예가 깊은 딸이 직접 그린 그림과 관심 많은 작품을 모아 계단실을 갤러리처럼 꾸민 것이다. 계단 난간도 작은 소품을 장식하는 진열장으로 이용해 보는 재미로 넘친다. 계단을 오르면 또 다른 넓은 거실이 반긴다. 운동선수인 아들은 시즌 때만 찾고 별도 거주 공간이 있는 딸도 가끔 찾기 때문에 2층이 비어 있는 날이 많지만, 잠시 머무는 동안이라도 편안히 쉬도록 독립적인 공간을 만든 것이다. 또, 향후 자녀가 독립한 후엔 2층을 별도의 공간으로 사용할 생각도 있었다. 

▲기능에 충실한 계단실은 보통 별다른 특징이 없다. 이 주택은 액자만 걸어도 특별한 공간으로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창도 액자에 맞춰 높이와 크기를 세심하게 설정했다. 계단 난간도 작은 소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꾸며 볼거리가 풍부하다.
▲대문에서 본 모습. 빨간 우체통이 정감이 간다.
▲현관은 입구가 너무 무거운 느낌이 들지 않으면서 주택 분위기와 어울리도록 밝은 금속 소재 제품을 설치했다.
늘 새로운 추억이 쌓이는 공간

많은 사람이 집에 살면서 집을 짓는 꿈을 가지고 산다. 건축주 부부도 그랬다. 30년 넘게 아파트에 살면서 마음은 늘 전원주택을 짓는 것에 있었다.

“아파트에 살면서 내 집이라는 느낌이 없었어요. 불편한 건 아니지만, 꼭 남의 옷을 입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이 집을 짓고서야 ‘진짜 내 집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와 내 가족이 원하는 공간, 내 생활에 맞는 공간을 배치하면서 비로소 완전한 집을 얻은 거 같아요.”

▲주택 입면은 사각형 형태에 세라믹 사이딩을 적용해 단단한 느낌을 준다. 물성이 주는 차가운 느낌은 따듯한 색감으로 상쇄해 인상이 부드럽다. 일부 공간을 덜어내고 아담한 모임지붕을 얹은 모습은 다소 귀여운 인상도 풍긴다.

애초 계획은 남편 은퇴 후에 집을 짓는 거라 했다. 그런데 은퇴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 생활에 목마른 아내가 서둘러 집을 지었다. 남편도 찬성했다. 출퇴근도 어렵지 않고 하루빨리 전원생활을 지내고 싶어서다. 자녀들도 한적하고 조용한 전원생활을 반겼다. 한 단 한 단 올라가는 집을 보며 가족들은 나름대로 이곳의 생활을 기대했다. 입주 후 가장 즐거워한 사람은 남편이다. 노래를 좋아하는 남편이 이웃 눈치 보지 않고 틈만 나면 거실을 노래방으로 둔갑시킨다. 이런 아빠를 위해 딸이 노래방 마이크와 화려한 미러볼 노래방 조명을 선물했다. 아내는 마당에서 달구(닭)를 키우고 텃밭을 일구며 새로운 활력을 찾았다. 지난봄에 입주하면서 가장 먼저 텃밭을 일군 아내는 다 자란 채소와 달구가 낳은 계란을 넣어 비빔밥을 만들어 먹은 날은 지금도 생각만 해도 즐겁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의 즐거움이 한때가 아니라 지속되는 삶이라서 너무 기쁘다”는 말을 남겼다. 부부는 그렇게 이 집을 알차게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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