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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정취 고스란히 살린 천연동 한옥

조회수 2021. 2. 12. 09: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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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리모델링

오래된 한옥과 마당이 마음에 들어 ‘한옥에 살기’로 마음먹은 건축주에게 ‘한옥의 정취를 느끼며 편리하고 다채로운 삶을 누리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이에 한옥이 가진 고유한 정취와 시간성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 안에서의 삶을 더욱 풍부하게 누릴 수 있는 가를 고민했다. 천연동 한옥은 2017년 대한민국 한옥공모전 준공부문에서 한옥대상을 수상했다.

진행 & 구성 박창배 기자

조정구(구가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 대표) 

사진 박영채(변경 후), 구가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변경 전)

■HOUSE NOTE

DATA

위치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천연동

지역/지구 도시지역, 제2종일반주거지역

건축구조 한식목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대지면적 119㎡(36.00)

건축면적 71.33㎡(21.58)

건폐율 59.94%

연면적 85.09㎡(25.73평)

 지하 13.76㎡(4.16평)

 1층 71.33㎡(21.58평)

용적률 59.94%

설계기간 2014년 10월~2015년 4월

시공기간 2015년 5월~2016년 3월

설계 구가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 

       02-3789-3372 www.guga.co.kr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한식기와

 벽 – 한식미장

내부마감 천장 – 한식미장, 도장, 삼나무루버, 한지도배

 벽 – 도장, 한지도배

 바닥 – 원목마루, 한지장판

계단실 디딤판 자재 - 오크

 계단 난간 - 오크

창호 한식창호, 이건창호, 필로브, 아우라토스템

주방기구 현대리바트

위생기구 아메리칸스탠다드

▴골목에서 바라본 외관. 고창을 두어 필요한 곳에 빛을 들이고, 기존담장 재료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골목과 내부 관계를 살펴 담장 높이를 조절했다.
▴변경 전이 모습

■ 시간이 곱게 쌓인 집

서대문 근처 천연동에 자리한 집이다. 1939년에 지은 한옥으로 주변은 대부분 다세대주택이 되었다. 수년 동안 비워있던 집은 일부 지붕이 무너져 내리기도 했지만, 실력있는 대목이 지었는지 비례와 짜임이 좋고 보존상태도 무척 양호했다. 낮은 바닥의 부엌과 다락, 부엌에서 내려가는 창고와 창고방, 마당에 둔 욕실과 장독대 그리고 마당을 가득 덮은 감나무와 그 아래 방공호까지, 집 안의 모든 것들이 시간 속에 곱게 쌓인 눈처럼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 집을 새로 장만한 건축주 가족은 부부와 자녀 모두 다섯으로, 원하는 공간을 마련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초기에는 한옥 일부를 해체하고 지하에 부부 침실과 거실을 두는 안을 계획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된 한옥과 마당이 마음에 들어 ‘한옥에 살기’로 마음먹은 건축주에게 ‘한옥의 정취를 느끼며 편리하고 다채로운 삶을 누리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대문 변경. 집의 고유한 정취를 살리기 위해 대문간의 타일과 대문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턱이 있어 건너다녔던 중문 하인방을 낮추어 석재로 제작해 설치했다. 기존 중문창호 하부에 궁판을 덧대어 수리했다. 중문 너머 아트리움을 덮어 실내화한 마당이 보인다.
▴아트리움을 덮어 거실이 된 마당
▴마당 일부를 아트리움으로 덮어 원래의 창과 문을 그대로 두어, 마당이 된 거실에 앉아 ‘오래된 한옥’을 배경으로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트리움에는 외부차양을 두어 날씨에 맞게 햇볕을 조절하고, 기단에 마루를 얹어 자연스럽게 몸을 대고 앉거나 누울 수 있도록 했다.

■ 아트리움을 덮어 거실이 된 마당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은 대청을 주방과 식당으로 하고, 마당 일부를 아트리움으로 덮어 거실로 한 것이다. 주방과 식당이 가족생활의 중심공간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도시한옥의 핵심인 마당을 거실로 만드는 것은 ‘보편적인 생각’을 벗어나는 일이기에 고민이 많았다. 그럼에도 아트리움을 덮음으로서 원래의 창과 문을 그대로 둘 수 있으며, 마당이 된 거실에 앉아 ‘오래된 한옥’을 배경으로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트리움에는 외부차양을 두어 날씨에 맞게 햇볕을 조절하고, 기단에 마루를 얹어 자연스럽게 몸을 대고 앉거나 누울 수 있도록 했다.

▴거실로 쓰던 대청을 주방과 식당으로 바꾸었다.
▴마당에서 바라본 주방과 식당
▴가족실 다락입구 모습. 기존 안방 자리에 가족실을 두었다. 안쪽의 문들을 열면 가족실에서부터 다락, 아이들 방까지 열려 통하는 구조로 계획했다. 다락문은 가운데 꽃살문을 둔 불발기 창으로 계획했으며, 창살 일부는 건축주가 아이들을 위해 직접 작업에 참여했다.
▴아이들 방과 다락창 모습. 기존 부엌 옆방은 아이들 방으로 높은 천정을 그대로 살렸다. 건축주가 아이들을 위해 직접 만든 2층 침대가 자리했다. 다락과 맞닿은 벽은 일부 창을 두어 방에서도 아이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시간과 삶을 조화시키는 과정

집의 고유한 정취를 살린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다. 180cm가 넘는 건축주의 키에 맞추어 다닐 수 있도록 바닥을 낮추고, 원래 창들을 부분 해체하여 새로운 부재를 덧대었다. 하수도 공사로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어, 오래된 타일바닥을 잘 들어낸 후, 타일 하나하나에 붙은 몰탈을 떼어내는 분리작업을 했다. 한편, 원래 부엌이었던 욕실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기능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가장 많이 들어간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다락 장선을 그대로 두면서, 장독대에 있던 60년대 스테인리스 욕조(오리표)를 문래동에서 연마작업(빠우)을 해다 넣었으며, 원래의 바닥타일을 분리작업을 거쳐 그대로 다시 깔아놓았다. 또한 집 뒤로 통하는 출입문에 시스템 창호를 달아 빛과 바람이 통하도록 하여, 오래된 공간의 기억과 쾌적한 삶의 균형을 맞추어보고자 했다.

▴본래 있던 창 위로 새롭게 고창을 두어 밝은 방이 되었다
▴기존갑창의 문양으로 한지들창을 두었다.
▴문간방을 서재로 하였다. 책꽂이 아래는 반대편에서 신발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 삶의 풍부함을 위하여

‘대청 식탁에 가족들이 모두 모여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집’, '마당 가득 하늘을 덮은 감나무를 바라보며, 뒹굴뒹굴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집’을 생각했다. 천연동 한옥은 오래된 한옥이 가진 고유한 정취와 시간성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 안에서의 삶을 더욱 풍부하게 누릴 수 있는 가를 같이 고민한 작업이라 하겠다.

▴천창과 환기창을 두어 빛과 바람이 잘 드는 밝은 지하공간이 되도록 하였다.
▴욕실변경전후 모습. 원래 부엌이었던 욕실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기능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가장 많이 들어간 공간이다.

■ ABOUT

조정구(구가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 대표)

서울대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동경대학 박사과정을 거쳤다. 2000년 구가도시건축 사무소를 만들어 ‘우리 삶과 가까운 보편적인 건축’에 주제를 두고 지속적인 도시 답사와 설계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도시한옥, 슬라브집, 다세대 주택, 가게와 골목, 동네의 풍경 등 다양한 삶의 형상을 바탕으로 현대건축과 한옥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우리 시대의 집’을 찾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02-3789-3372 www.gu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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