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위의 바람집 2013 대한민국 신인건축사대상_우수상

조회수 2020. 8. 13.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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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전원주택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는 요즘, 3세대 동거는 육아 부담과 주거비용을 낮추고 세대 간 정서적 교감을 높이는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하지만 기존 아파트는 3세대의 다양한 삶을 담기엔 부족하다. '따로' 있는 공간이 편안해야 '같이' 있는 공간도 편안하다.

최상의 공간 효율과 공사비 효율을 추구하는 아파트는 우리의 삶까지 획일적으로 만들어버린다. 단독주택 또한 건축주 개개인의 각기 다른 삶과 대지 조건을 고려하지 않는 프로토타입Prototype 선택에 의한 설계는 다양한 삶을 담아낼 수 없다. 면적과 방의 개수가 아닌, 그곳에서의 삶을 그려 보고 건축사와 상담을 통해 집을 그려 나가자. 건축사는 단순히 인허가 대행자가 아니라 그에 맞는 삶을 담을 터전을 인문적, 공간적, 기술적으로 디자인하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선상희<SUP건축사사무소 대표>

사진 김종오(사진작가) 윤홍로 기자

건축 정보  

위 치 세종시 장군면 전원마을1길

건축형태 철근콘크리트 구조

용도지역 계획관리지역

지구 자연취락지구

대지면적 723.00㎡(219.09평)

건축면적 151.30㎡(45.85평)

연면적 271.54㎡(82.28평)

 산정 연면적 253.02㎡(76.67평)

용적률 35.00%

건폐율 20.93%

외벽재 노원홍 버너, 거창석 연마, 블랙 웨이브 연마, 샌드스톤 혼드, 남양재 강질목

지붕재 평지붕(고무 아스팔트 이중 방수, 석재 타일)

창호재 22㎜ 로이 복층유리 합성수지 이중창호(일부 시스템 창호, 프로젝트 창호)

내벽재 실크벽지, 패브릭 벽지, 타일, 안티스타코(도장재)

바닥재 원목마루(외부 바닥-적삼목)


시공 .설계

SUP건축사사무소

044-863-5842 http://blog.naver.com/sup5842

거실. 사방에서 통풍이 가능하도록 창호를 배치하고 아트월은 석재 문양 타일로 심플하게 마감했다.
공방에서 바라본 침실. 거실 천창 고를 높인 차로 형성된 단은 변화가 있는 공간을 만든다.
위:거실, 주방/식당을 이어 개방감이 드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아래:개수대 뒤쪽을 높여 수납공간을 확보하면서도 개방감을 유지시켰다.
1-1 남쪽 창호로 들어오는 빛과 조망은 계단을 이동 통 로 이상의 특별한 공간으로 만든다.
1-2 남쪽 창호로 들어오는 빛과 조망은 계단을 이동 통로 이상의 특별한 공간으로 만든다.
1-3 남쪽 창호로 들어오는 빛과 조망은 계단을 이동 통 로 이상의 특별한 공간으로 만든다.
1층 침실. 금강을 바라보는 큰 창호와 액자걸이 몰딩이 설치된 벽면.
서재와 사무실. 지열보일러를 이용한 냉방을 위해 각 실마다 천장형 실내기를 설치했다.
2층 복도. 안티스타코로 마감한 계단 대나무로 만든 패브릭 벽지로 마감한 1층 복도. 복도는 아이가 뛰어다니는 놀이공간이 된다.
드라마틱한 금강 조망이 가능한 2층 누마루.

'언덕위의 바람집’은 건축가인 본인의 집이다. 건축가로서 자신의 집을 설계해 짓는 것처럼 행복한 일은 없다. 그동안 건축주의 요구로 실행하지 못하던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예술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 마음속에서 꿈틀댔다. 하지만 건축가로 살아오면서 쫓아왔던 화두인 ‘나의 삶과 건축관을 투영하는 것’이 진실한 나의 집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좋은 집’을 담담하게 짓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집이란, ‘기능의 충실함을 기본으로 한 아름다운 집’이다. 사무소 이름인 SUP(Space, Utility, Passive house)도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다.  

Space(공간)_한옥의 현대적 재해석

건축물이 품고 있는 공간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인간과 유리된 표피적 미를 겉핥기 하지 않고 한국 전통 건축이 가진 공간 연출 기법을 도입했다. 금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대지가 가진 이점을 극대화하고자 전통 주택과 사찰, 서원 등에서 보여주는 배치의 장점을 받아들였다. ‘남향의 마당을 감싸 안은 ㄱ자 형태로 건물을 배치해 안마당에선 절정의 풍경을 감춘 넉넉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 ‘마당에서 보이는 계단은 누마루에 대한 암시를 주는 동시에 안마당과 풍성한 공간적 관계를 맺는다’, ‘절정 공간인 누마루는 병산서원屛山書院의 만대루晩對樓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으로 누마루와 마당이 서로 보이게 배치해 내외부의 공간적 확장을 꾀한다’는 개념으로 공간을 계획했다.


또한, 전통 가옥의 백미 중 하나인 대청마루를 두어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의 경계를 허물어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계획했다. 다만, 전통적인 대청마루 형식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외부에 노출된 대청마루를 통해서만 내부로 연결되는 불편함이 있고 겨울철엔 대청마루를 이용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보완으로 대형 창문으로 대청마루를 구획해 겨울엔 창문을 닫고 나머지 계절엔 창문을 열어 확장된 공간으로 사용하도록 계획했다. 그러면서도 대청과 식당의 창문을 열면 마당에서 후정까지 창호가 액자처럼 보이면서 맞통풍이 되는 대청마루의 맛은 살리고자 했다.

Utility(실용)_편의성과 상품성 고려

건축물의 아름다움만큼 건축주의 현실적인 삶도 중요하다. ‘언덕위의 바람집’은 건축주의 삶을 어떻게 반영했을까. 3세대 거주와 작업을 목적으로 시작한 계획은 예산도 부족했지만, 어린 자녀를 양육하면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해야 했기에 운명 같은 선택이었다. 은퇴 나이를 맞이한 부모님도 의류 제작을 계속하면서 손주를 봐야 했기에 집 안에 공방이 필요했다. 그래서 보통의 생활 패턴과 확연히 다른 삶을 수용하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둥식 구조를 기본으로 했다. 외부 손님이 많은 사무실은 1층에 배치하고 현관을 별도로 두되 주택과 연결해 일을 보다가 손쉽게 어린 자녀를 돌보도록 했다.


집의 소유주가 바뀔 경우도 고려해 복도와 연결된 문을 막으면 침실, 거실 겸 주방, 화장실을 갖춘 독립적인 게스트하우스가 되도록 계획했다. 사무실은 기능상 강한 빛보다 은은한 빛이 들어오게 하고, 아이와 부모님이 오랫동안 머무는 거실과 공방은 볕을 많이 받는 남향으로 배치했다. 공방은 추후 거실과 방으로도 변형할 수 있다. 각자의 일이 있는 가족 구성원은 모두 주부가 돼야 하기에 주방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면적과 예산을 고려해 공간 효율을 높였고, 긴 복도마저도 아이의 놀이터가 되는 꼭 필요한 공간이다. 거실은 좁지만 우측의 주방/식당과 하나로 이어져 답답하지 않다.

Passive house(패시브하우스)_에너지 절감 건축물

한국 주택은 여름엔 찌는 듯 덥고 겨울엔 혹독하게 추운 계절 변화를 수용해야 하므로 외국 잡지에 나오는 그림 같은 집을 그대로 흉내 냈다가는 집을 모시고 살게 된다. 게다가 관리비용은 매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따라서 이젠 주택 설계에 에너지를 절감하는 ‘패시브 하우스’ 적용이 필수이다. 2개 층이 뚫린 거실 공간은 매우 아름답지만,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 알루미늄 시스템 창호는 외관이 미려해 건축가들이 선호하지만, 겨울엔 춥고 결로도 많이 생긴다. 특히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전원주택은 난방비용이 과다해질 수 있다. ‘언덕위의 바람집’은 여러 가지 에너지 절감 요소를 반영했다. 우선 아파트에 보통 적용하는 내단열에다 외단열 방식을 함께 적용했다.

3D 입면도
남서측 전경. 건축의 형태를 구성하는 각 매스Mass가 조화롭게 연결되고, 차가운 느낌의 화강석과 함께 샌드스톤, 목재의 적절한 마감재 사용으로 외관 분위기가 한층 부드럽다.
남측 전경. 세심하게 디자인된 볼륨과 개구부, 석재 줄눈 등의 조화로 아름다운 비례미가 드러난다.
동측 전경. 큰 창호에는 가급적 차양을 두어 비와 일조에 대응할 수 있게 했다. 사무실에 의해 분리된 뒷마당은 텃밭, 모래놀이터, 흙 마당이 된다.
입구 전경. 대지 조성시 만든 진입 계단을 그대로 활용했는데 비스듬한 접근으로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북측 전경.
2층 침실에서 바라본 누마루. 세대별 사적 공간은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배려해야 한다.

우수한 단열재인 경질 우레탄폼 보온판을 사용해 단열성을 강화했다. 창호는 합성수지 이중창호에 로이LOW-E 복층유리를 적용하고, 외부에 검은색 전용 시트를 부착한 제품을 사용해 건물의 품격을 떨어뜨리지 않았다. 맞통풍을 넘어선 사방 통풍이 되도록 창호를 배치해 여름철에 시원하게 지내도록 계획했다. 


여기에다 지열보일러를 설치해 겨울철엔 따뜻한 물로 바닥 난방과 급탕을, 여름철엔 차가운 물로 팬 코일을 통한 공기 냉방을 하도록 계획했다. 실제로 단열이 잘되어 115.5 ∼132.0㎡(35~40평) 주택용으로 설계된 지열보일러만으로 231.0㎡(70.0평) 면적을 충분히 난방하고, 한겨울을 제외하면 저녁에 잠깐 보일러를 작동시키는 것만으로도 쾌적하게 지낸다.


1년간의 설계와 공사 끝에 집을 지어 이사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것에 부족함은 없었는지, 과욕이 있었는지 반추하며 살고 있다. 다행히도 내가 생각하던 ‘좋은 집’의 상象은 과히 틀린 것 같지 않다. 분수에 넘치게도 이 집으로 「2013 대한민국 신인 건축사 대상」 우수상까지 받았으니 말이다. 부모님이 텃밭에서 수확의 즐거움을 느끼고, 뒷마당 솥단지에 김장을 담글 때 넣을 찹쌀풀 쑤는 모습을 보는 행복, 아이가 마음껏 뛰어다니는 것을 보는 기쁨이야말로 이 집에서 얻은 진정한 수확이 아닐까 한다.


또한, 건축주이자 설계자이자 시공자였던 나는 ‘언덕위의 바람집’을 통해 주택에 대한 다각적인 안목과 심도 있는 노하우를 쌓았다. 다른 건축주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세심하게 설계하고, 꼼꼼하게 공사감리하게 되는 신경 세포가 몸 안에 자라게 되어 건축가로서 가장 자랑스러운 성장을 한 셈이다. 본 지면을 빌리어 시공 현장에서 설계실장으로 근무하며 쌓은 능력을 아낌없이 발휘해 설계를 뒷받침해준 남편과 주택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깐깐한 시공 디테일대로 시공해준 공사 관계자들 그리고 손주를 봐주고 집 안팎을 관리하면서 든든하게 뒤를 지켜주는 부모님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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