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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구름 아래 노니는 학처럼

조회수 2020. 5. 22.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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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한옥 전원주택

도리, 보, 인방, 사개맞춤 등 어려운 전문 용어를 알지 못해도, 한옥을 보면 누구나 그 아름다움에 심취하게 된다. 특히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민에게 한옥은 자연과 더불어 사람답게 사는 법을 일깨우는 힐링 하우스이자,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꿈의 집이기도 하다. 오랜 삶의 터전이던 서울 광장동 아파트를 벗어나 한옥의 매력에 빠진 차용수(59)·박정임(58) 부부가 풍산개 사룡이와 함께 하는 꿈같은 전원생활 이야기를 들어보자.

소선희 기자 사진 백홍기 기자

HOUSE STORY

DATA 

위치 경기 가평군 설악면

건축형태 단층 목구조 황토집

부지면적 1009㎡(305.2평)

건축면적 149㎡(45평)


MATERIAL

외벽재 황토벽돌 줄눈 마감. 전돌(하부)

내벽재 한지, 황토 미장, 히노끼 루버, 시더 몰딩

천장재 히노끼 루버, 노출 서까래(거실 오량천장)

지붕재 한식 양기와

창호재 이건창호(삼중유리)

바닥재 마루, 황토대리석(방)

난방형태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냉난방), 전통구들(황토 찜질방), 벽난로

식수공급 지하수

설계 및 시공

황토와 소나무 016-251-6987

http://blog.naver.com/khstyle1020/220895857862

북한강 가운데 마치 섬처럼 자리한 가평 주택은 집 안마당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고, 긴 담장과 언뜻 보이는 기와지붕을 보아하니 대궐같이 으리으리한 한옥일 것이라 추측했다. 대문을 지나 돌계단을 오르면 담장과 사뭇 다른 분위기에 압도된다. 한가롭기 그지없는 너른 마당과 아늑한 분위기의 한옥 한 채와 마주하기 때문이다. 팔작지붕 겹처마로 한껏 멋을 내며 힘차게 솟아오른 용마루의 곡선을 따라 내림마루까지 흐르는 지붕선은 일필一筆로 그린 듯 끊어짐 없이 내려오다 모서리 막새에서 멈춘다. 미장을 하지 않고 황토벽돌을 그대로 노출시킨 외벽을 따라 설치한 쪽마루는 단아한 한옥과 잘 어울린다.


건축주 차용수·박정임 부부는 아파트에서 벗어나 예쁜 정원과 넓은 마당이 있는 전원주택에서 큰 개를 키우며 사는 것이 꿈이었다. 차용수 씨는 “퇴직 후 8년간 사업을 하면서 아내가 고생을 참 많이 했어요. 내가 보답하는 의미로 아내가 꿈꾸는 전원주택을 지어 선물하려 했죠. 고향인 평창 쪽으로 알아보던 차에 여기 집터를 지인에게 소개받았어요. 아내는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숲이 보이길 바라고, 나는 강이 보였으면 했는데, 딱 여기다 싶었죠. 사방이 산이고 또 지대가 높아 북한강도 내려다보여요. 집 주변 경치는 단연 최고라 생각해요”라고 웃으며 말한다.

오량천장으로 탁 트여 개방감을 주는 거실. 시스템 창호와 함께 한지를 바른 띠살 목창을 달아 한옥의 고풍스러운 맛을 살렸다.
거실에서 바라본 주방.
1층 평면도
한눈에 반한 한옥

차용수 씨가 처음 염두에 둔 것은 ALC나 스틸 등의 구조재를 적용한 모던한 주택이었다. 


“여기 집터를 보러 왔을 때 우리 집터 뒤에 있는 한옥을 보고 한눈에 반했어요. 너무 멋져 보였죠. 그래서 집주인에게 어디에서 지었는지 물어봤더니 황토와소나무를 알려줬어요. 유 대표하고 대화해 보니 감각도 탁월하고 책임감도 강해 믿고 맡겨도 되겠구나 싶었죠. 건축비는 처음 예상한 것보다 추가됐지만, 만족도는 그 이상이에요. 비교 견적서를 받아보고 시공가격이 저렴한 곳을 찾아 결정하면 안 돼요. 시공업체 사람들의 됨됨이를 보고 결정해야 좋은 집이 나와요. ‘집 짓고 10년은 늙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에요. 우리나라에서 황토와소나무처럼 한옥을 잘 짓는 곳은 없을 거예요”라며 좋은 시공업체를 만나 좋은 집이 지을 수 있었다고.  

현대식으로 꾸민 주방.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동시에 외부 조망도 가능하도록 목창 대신 블라인드를 달았다.
주방에 별도의 문을 달아 외부로 이동하는 동선을 줄였다.
보일러 배관 등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게 자투리 목재를 이용해 수납장을 만들었다.
황토가 주는 건강함

현관을 중심으로 우측 안쪽으로 방을 두고, 좌측으로 주방과 거실을 넓게 배치했다. 황토벽돌을 이중으로 쌓고 가운데 단열재를 채운 후 황토미장으로 마감했다. 바닥은 엑셀파이프를 깔고 숯가루를 도포한 후 콩자갈 대신 10㎜ 맥반석을 두껍게 깔았다. 보통 엑셀파이프 위에 20㎝정도 깔아 바닥을 만들지만, 황토와소나무는 40㎝로 두툼하게 깐다. 바닥의 두께가 두꺼워지면 따뜻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반대로 축열 기능이 좋아 식는 시간도 오래 걸려 바닥 온기가 오래 남게 돼 결과적으로 난방비 절약에 도움이 된다. 난방을 위해 지열보일러와 벽난로를 함께 사용하려 했으나, 집 안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돼 벽난로 사용은 거의 하지 않는다.


안방. 한쪽에 마련한 드레스룸은 붙박이장을 설치하고, 띠살 목창을 달았다.
작은 방. 붙박이장을 설치해 부족한 수납 공간을 확보하고, 평천장에 어울리는 사각등을 달았다.
황토 찜질방. 잠들기 전 아궁이에 불을 한 번 지피면 다음날 오전까지 온기가 남아 있다. 서까래가 드러난 박공 천장과 팬던트등이 잘 어울린다.

유재봉 대표는 “누구와 어떤 집을 지을지는 순전히 건축주 마음이지만, 그 중 황토를 선택했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건강한 집을 선택했다고 봐요. 그래서 내가 짓는 집엔 구들을 깐 황토찜질방을 꼭 만들어요. 살아보면 건강해지는 걸 느낄 수 있어요”라며 황토에서 방출되는 원적외선은 건강뿐만 아니라 탈취 효과도 뛰어나 건강을 위한 최상의 선택이라고.

음악 애호가인 차용수 씨가 하나둘 모은 음반 컬렉션은 어느새 큰 책장을 가득 채웠다.
주방 천장의 빈 공간을 활용해 다락을 만들었다. 접이식 계단을 설치해 계단실이 차지하는 공간을 줄였다.
현관에서 우측 안쪽은 사적 공간으로 방들이 서로 마주하고 있다.
그림같은 한 폭의 경치를 보도록 띠살 목창으로 적절하게 시야를 가렸다.

차용수 씨는 건축비가 추가됨에도 며느리서까래라고도 하는 부연을 고집했다.  


“부연을 단 것은 아름다운 여인네가 곱게 화장하고 다소곳이 차려입은 모습과 같아요. 소박함과 화려함의 차이에요. 기왕이면 예쁘게 지어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내를 위해 지은 집이지만, 나도 덕보고 살아요. 상대방을 위한 것이 곧 나를 위한 것이라는 걸 한옥을 짓고 알게 됐어요.”


건축주 부부는 당분간 자녀들이 결혼할 때까지 서울 광장동 아파트를 오가는 생활을 유지할 예정이다.


살림집의 전통 장점만을 살려 현대인의 생활에 맞게 발전시킨 현대 한옥. 정체성을 망각한 여타 한옥과 달리 황토와소나무에서 지은 가평 한옥에 건추주가 자긍심을 갖는 이유이다.

오래 전부터 자리하고 있던 소나무 여러 그루를 벌목하지 않고 그대로 둬 집 안마당으로 끌여들였다.
처마를 따라 두른 쪽마루는 한옥과 잘 어울린다.
처마선은 보는 이의 시선을 유도해 좋은 경치를 바라보게 한다.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 마주하는 공간. 돌계단을 오르면 탁 트인 너른 마당과 아늑한 한옥 한 채와 마주하게 된다.
집 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고 긴 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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