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꿈이 자라는 집 SLOW HOUSE

조회수 2020. 5. 21.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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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소형 전원주택

집에는 그 안에 사는 사람의 직업, 생활패턴, 철학 등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이 집의 경우에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아이들을 위한 부모의 사랑이 듬뿍 담겨 있다. 작은 집이지만 아이들이 맘껏 뛰놀 수 있는 공간, 실컷 놀면서 천천히 꿈을 키우는 집, SLOW HOUSE. 건축가의 상상과 건축주의 바람이 만나 행복한 집이 탄생했다.

글 | 이종수 사진 | 백홍기

HOUSE NOTE

DATA 

위치 울산 중구 장현동

용도 1종 전용 주거지역

대지면적 288.1㎡ (87.15평)

건축면적 109.4㎡ (33.09평)

연면적 84.67㎡ (25.61평)

             1층 40.36㎡ (12.21 평),

             2층 44.31㎡ (13.40평)

건폐율 37.9%

용적률 29.39%

건축구조 경량목구조

설계기간 2014년 5월 ~ 2014년 10월

공사기간 2014년 11월 ~ 2015년 3월

공사비용 450만 원(3.3㎡당)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칼라강판

  외벽 - 스타코플렉스, 목재

내부마감

  벽, 천장 - 벽지

  바닥 - 강화마루

  창호 - 플라스틱시스템창호, 유리블록

  현관문 - 코렐

단열재

  지붕 - 유리면보온판 R32

  벽 - 유리면보온판 R21

주방기구 빈스 70 원목주방가구, 인터바스

조명기구 한빛조명, 두영LED다운라이트

설계 건축사무소KDDH 02-2051-1677

        www.kddh.co.kr

시공 망치소리 송동선 010-8590-8778

요즘 아이들은 흙의 느낌을 잘 모른다. 건축주 부부가 집을 지으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이들 부부가 맨 처음 생각한 고려사항은 두 가지로 비교적 단순했다. 첫째, 아이들이 뛰어놀 마당이 있고 쾌적한 환경의 자연과 가까운 곳. 둘째,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ㅑ 학교와 멀지 않은 곳. 그래서 고른 땅은 깨끗하게 정돈된 단독주택 전용 단지.


완만한 황방산 산등성이에 포근히 안긴 울산 혁신도시 내 단독주택 단지, 주택들이 하나둘씩 형태를 갖춰 이제 막 공동체를 이뤄가는 마을에 건축주 부부는 대지를 마련했다. "빌라에 살았는데, 아이들이 크면서 층간소음에 민감해져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마당 있는 주택을 원했어요." 건축주가 말한 좋은 집이란, 다름 아닌 아이들을 위한 확실한 집이었다.


집에는 그 안에 사는 사람의 직업, 생활패턴, 철학 등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이병문ㆍ류민지 부부와 이찬혁ㆍ이윤서 남매, 네 식구가 사는 이 집의 경우에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아이들을 위한 부모의 사랑이 듬뿍 담겨 있었다. 단독주택으로 이사 오고 난 후 아이들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마당에서 뛰어놀며 흙을 가까이 할 수 있게 되었고 전보다 더 건강해졌다.

삼각 지붕을 세 덩어리로 얹은 SLOW HOUSE는 마을 단지에서도 단연 눈에 띈다. 이 집에는 이병문, 류민지 부부와 여덟 살 이찬혁, 다섯 살 이윤 서 남매가 살고 있다. 내부 공간은 크게 가족공동의 공간, 아이들 공간, 부부공간이라는 3가지 테마의 위계로 나뉘어 있다.
요즘 같은 장마철에 요긴한 필로티 하부 공간은 황방산이 있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고 건축주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3가지 매스 를 겹겹이 설계하면서 확보했다. 덕분에 프라이버시 공간과 퍼블릭 공간 을 구분 짓는 완충공간을 구성하게 됐다.
아이들이 맘껏 뛰어다닐 수 있도록 가능한 넓은 잔디마당을 원했던 건축주 부부는 마당 한쪽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을 만들었다. 원형 화단에는 홍단풍을 심고, 체리나무와 겹벗나무, 사과나무까지 심어 밋밋하지 않도록 구성했다.
거실과 주방 사이에 ‘GROWING LIGHT’라는 조명을 설치해 공간의 중심이라는 느낌 을 부여했고, 색색의 창문이 장식품 역할을 한다. 이 조명은 부부가 가장 마음에 들 어 하는 부분이자 이 집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몇 가지 포인트 중 하나다.
햇살이 쏟아지는 거실. 작은 공간이지만 천장이 높아 편안하게 느껴진다. 지붕 형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거실은 주방과 자연스럽게 오픈 돼 있다. 비스듬한 시선을 두드러지게 연출해 천장은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한 음영을 만들어낸다. 벽은 옅은 라벤더 컬러로 색칠해 공간에 깊이를 줬다.
아이들을 위한 확실한 집을 짓다

설계의 반은 건축주의 상상과 바람에서 탄생한다고 했던가. 건축주의 바람에 김동희 소장은 전문가다운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덧씌워 그들만의 집을 완성해 나갔다. 계단식 지붕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희한하게도 안정감을 전해주는 외관. 오직 필요한 공간들과 실용적인 기능들로만 메워진 실내. 작은 집이지만 아이들이 맘껏 뛰놀 수 있는 공간까지. 머리를 식힐 수 있는 휴식과 힐링이 공존하는 SLOW HOUSE는 그렇게 탄생했다.

일단 지형적 특성상 등산객이나 차량 통행이 잦을 것으로 예상돼 건축주 가족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필로티 하부 공간을 만들어 집을 전체적으로 높이고 독립 공간과 공동 공간을 구분 짓는 완충 공간으로 구성했다. 주택 외관의 가장 큰 포인트는 계단식으로 집 전체의 매스를 3가지로 나눈 공간이다. 평범하지 않은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이 주택은 포인트가 되는 매스를 제외하면 일반적인 주택의 형태를 충실히 따랐기 때문에 기능과 형태 모두 건축주의 만족도가 높았다.

여러 높이의 층고와 스킵 플로어를 이용해 1층 주 방으로 향하는 공간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뉘어 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1층과는 다른 분 위기의 프라이빗한 공간이 나온다.

효율적인 설계와 디자인 감각이 결합한 전면과 측면의 창들이 외적으로 독특한 매력을 풍길 뿐만 아니라 더 많은 빛을 끌어들여 실내를 밝고 화사하게 만든다. 실내로 들어서면 작은 평수답지 않은 넓은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외관 못지않게 인테리어도 꽤 독특한데, 내부 공간은 크게 가족 공동의 공간, 아이들 공간, 부부 공간이라는 3가지 테마로 위계를 나누었다.

여러 높이의 층고와 스킵 플로어를 활용해 면적대비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공간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GROWING LIGHT’라는 조명을 설치해 공간의 중심이라는 느낌을 부여했다. 이 조명은 부부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부분이자 이 집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몇 가지 포인트 중 하나다.

거실과 주방 하나로 연결된 공간이지만, 식탁의 직각 배치로 공간의 성격이 자연스럽게 구분된다. 거실을 바라보고 있는 주방은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식탁에서 식사 를 끝내면 바로 뒤에 있는 싱크대에서 설거지와 정리를 하기가 훨씬 편해졌다.

계단을 이용해 2층으로 올라가게 되면 서재라는 첫 번째 완충 공간이 나타난다. 이 서재를 통해 거실을 바라보거나 소통할 수 있다. 또한, 거실과 소통할 수 있는 곳에 아이들 방을 배치하고, 각방 또한 아들과 딸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블루와 핑크로 구분해 작지만 특색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언뜻 잘 정돈되지 않아 보이는 실내 디자인이지만, 새롭고 과감한 시도로 인해 나름의 개성을 획득했다.  


단순해진 집 안에 색색의 창문이 장식품 역할을 한다. 여러 개의 작은 창은 단열에도 유리하다. 디자인적인 요소와 실용성까지 고려해 창을 적절히 배치했다. 빛이 나뉘어 실내로 들어와 떨어지는 그림자도 멋지다.


결과적으로 창의 배치만으로 단조로운 평면에 묘한 리듬감이 생겼다. 태양의 위치와 조도에 따라 실내에 들어오는 빛의 느낌도 천차만별이다. 반대로 어두운 밤에는 집 안을 밝히는 조명이 색유리를 통해 알록달록하게 뿜어 나와 멀리서도 집이 한눈에 들어온다.

계단을 이용해 2층으로 올라가 게 되면 서재라는 첫 번째 완충 공간이 나타난다. 이 공간에서 거실을 관망하거나 소통할 수 있다. 창문 밖으로 앞마당이 보인다. 작은 창은 단열에도 유리 하다. 디자인적인 요소와 실용성까지 고려해 창을 적절히 배치 했다. 빛이 나뉘어 실내로 들어 와 떨어지는 멋진 그림자도 즐 길 수 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기분 좋은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침실 공간. 안방은 가구와 인테리어 를 최소화하고 잠만 잘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매립형 간접 조명으로 차분하면서도 단정한 느낌으로 연출했다.
2층 안방과 아이들 방 사이에도 골목처럼 좁은 복도를 만들었다. 2층에서 반 층 정도 올라가면 두 번째 완충공간인 계단참이 나타난다. 이 계 단참을 통해 부부 공간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 공간은 아이들 공간과 분리시키면서도 공용 공간인 드레스룸, 공동 화장실과 엮여 있는 형태 다.
거실과 소통할 수 있는 곳 에 아이들 방을 배치하고, 각방 또한 아들과 딸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블루와 핑크 로 구분해 작지만 특색 있 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언뜻 잘 정돈되지 않아 보이는 실내 디자인이지만, 새롭고 과감한 시도로 인해 나름의 개성을 획득했다.
3개의 공간에 기능과 성격을 부여하다

예전부터 색을 넣은 유리창을 처음 사용한 김동희 소장은 값비싼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건축가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빛이란 걸 깨달았다. 교회나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유리를 투과해 들어오는 빛은 사람을 무아지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언뜻 보면 SLOW HOUSE의 창문이 무분별하게 뚫린 듯하지만, 김동희 소장은 이 집에는 쓸모없는 창문이나 장식은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정확히 어느 시각에 어떤 지점으로 빛이 맞닿는지, 사람 눈높이에 맞춰 잘 계산한 결과다. 앞마당에 심은 홍단풍처럼 방 안으로 내리쬐는 노랗고 빨간빛의 따스한 느낌이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에 SLOW HOUSE를 기억할 수 있는 단편적 이미지가 될 것이다.


결국, 가족 구성원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좋은 설계도 가능하다. 이 집은 가족 모두가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각 공간에 기능과 성격을 부여했다. 건축주가 전적으로 전문가를 믿고 맡겨 탄생한 주택인 셈이다. 집의 외관도 중요하지만, 가족 구성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데드스페이스가 거의 없는 효율적인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을 더욱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필로티와 계단식 매스는 결과적으로 외관이나 인테리어 모든 측면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낸 집이다. 

두 번째 계단참에서 반 층 정도 올라가게 되면 다락이 있다. 이 다락에는 아이들을 공간과 손님을 위한 게스트 공간으로 나누었으 며, 아이들 공간에서는 창을 통해 거실을 관망하거나 소통할 수 있다.
IN SHORT
TV에서만 봐 왔던 나만의 집짓기,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보면서 건축주 류민지 씨는 자신과는 거리가 먼, 그저 꿈같은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다 막상 직접 집을 짓고 이 집에서 살면서 진작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울 뿐이다. 이 집으로 이사 온 후 가족들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아이들은 마당에서 뛰어놀며 흙을 가까이 할 수 있게 됐고, 천장을 높이 낸 큰 창을 통해 언제나 마당과 하늘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생활을 위해 정교하게 만들어진 그릇과도 같은 집이고, 마음에 위안을 주는 공간을 지닌 집이면서, 그 집 고유의 촉감을 지녀서 몸만이 아니라 마음도 쉴 수 있는 거처라는 분위기가 감도는 집이 됐다. 그래서 땅거미가 지면 돌아가고 싶은 그런 집이 ‘SLOW HOUSE’인 셈이다.

류 씨는 앞으로도 이런 집에서 계속 무언가 하나씩 만들어 가고 싶다고 했다. 잔디를 깎고 잡초도 제거하면서 데크와 마당, 집 앞 도로 청소까지 소소한 부분들을 직접 해야 하지만, 이렇게 소박하고 간소한 집 안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에 만족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건축사무소KDDH 김동희 소장

울산 SLOW HOUSE를 설계한 김동희 건축사무소KDDH 소장은 외국에 나간 건축주와 카톡으로 대화하며 지은 집 ‘이보재’를 비롯해 ‘익산T하우스’, ‘완주행와재’ 등 다수의 목조주택을 디자인했다. 창조적인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부기우기 행성 탐험’, ‘욕망 채집 장치’ 등 드로잉 및 설치 작품을 기획했으며, 2014 UIA 더반 세계건축대회 서울관 설계공모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E kddh@kddh.kr W www.kdd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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