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을 위한 모두의 집, 집 속의 집

조회수 2020. 4. 23.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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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소형 전원주택

도심 가까운 곳에서 풍요로운 자연과 맑은 공기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북적거리는 곳에서 놀고 자는 개념이 아닌, 천천히 즐기고 자신을 치유하며 에너지를 충전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쉼의 공간을 지향하는 용문면 중원리 ‘집 속의 집’. 솔밭 아래 치유와 휴식의 공간을 만들고 있는 박영제 대표를 만났다.

 글 이종수 기자

사진 백홍기 기자

HOUSE STORY

DATA 

위치 경기 양평군 용문면

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용도 계획관리지역

대지면적 350.00㎡ (105.87평)

건축면적 97.00㎡ (29.34평)

연면적 97.00㎡ (29.34평)

  1층 58.00㎡ (17.54평)

  2층 39.00㎡ (11.79평)

건폐율 27.75%

용적률 27.75%

설계기간 2015년 6월 ~ 2015년 8월

공사기간 2015년 9월 ~ 2015년 10월

공사비용 400만 원(3.3㎡당)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징크

  외벽 - 적삼목, 고벽돌

내부마감

  내벽 - 삼목

  천장 - 삼목

  바닥 - 강화마루

  창호 - 시스템 창호

단열재

  지붕 - 인슐레이션, 열반사 단열재

  외벽 - 열반사 단열재

  내벽 - 인슐레이션

주방가구 한샘

설계 및 시공 건축주 직영

집으로 들어서는 특별한 기분이 드는 현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삼나무 향은 그 자체로 힐링 역할을 한다. 1층 현관문으로 들어가면 왼쪽에 화장실이 있고, 정면 복도를 따 라 콤팩트한 거실이 펼쳐진다.
거실에서 바라보는 자연은 언제나 안정감을 선사한다. 거실은 흐르고 열리고 그래서 서 로 통하는 공간이 됐다. 집과 정원이 면해 있어 가족들의 정서를 한결 평화롭고 부드럽게 만들 어 준다.
어디서 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간들은 주방과 거실, 작업실, 마당으로 연결하고 공간과 공간의 이 동이 쉬워 외부와 내부의 소통 또한 원활하게 이뤄진다.

서울 도심에서 두 시간 남짓, 조금은 번잡한 풍경의 용문산 자연휴양림을 지나 15분 정도 갔을까. 사뭇 한가한 풍경의 작은 마을이 산골짜기에 펼쳐진다. 중원산과 도일봉, 용문산 자락에서 뻗어 나오는 줄기를 휘감은 채 ‘솔뫼마을’ 끝자락에서 보는 풍광은 대단했다. 


굽이진 언덕길을 따라 오르면 그 마을 마지막 양지바른 곳에 새 둥지처럼 지어져 있는 단아한 이층집이 나타난다. 멀리서 보면 고벽돌로 마감한 단순한 박스 형태지만,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내부와 외부 마감재를 모두 나무 패널로 마감한 목조주택. 도도건축의 박영제 대표가 두 계절이 지나도록 꼼꼼하게 작업해 지난 10월 완공한 전원주택이다.


단순한 사각형 건물인 줄 알았던 집은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박공 구조의 집과 네모 박스의 별도 공간이 연결된 독특한 형태다. 적삼목(소나무의 한 종류)에 붉은 스테인 오일을 발라 마감한 외장재에 고벽돌을 다시 덧붙였다. 테두리는 역시 적삼목에 고벽돌을 덧대 컬러 대비가 색다르다.

박영제 대표는 이 집이 일상적 형태 언어와 기능적 이고 합리적인 평면을 유지하되 존재감이 자연스럽게 드러나 길 희망했다. 외형적으로 평범한 형태들은 훤칠한 느낌의 간 결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대신하고, 벽체를 만져보고 싶은 색 감과 질감의 삼나무로 마감했다. 2층의 공간은 균형잡힌 평면 구성을 통해 분리하거나, 데드 스페이스를 최소화하는 한뼘 설계로 동선이 간결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방식으로 공 간의 성격을 해체, 변화시켰다.
향기를 품은 나무 집

현관 대신 거실과 연결되는 앞마당 데크를 통해 집 안으로 들어서니 우선 나무 냄새에 취한다. 한 달 전 완공한 집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자연의 냄새가 가득 배어 있다. 서울 아파트에서 아내를 위해 이주할 계획으로 이 집을 지었는데, 새집 같지 않고 너무 편안해 오히려 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단다. 좋은 재료로 지은 집이라 그런지 자고 나면 머리가 맑아진다는 것.


“아침에 일어나면 창밖으로 산이 먼저 보여요. 그 풍경이 아주 예뻐요. 창문이 크잖아요. 햇살이 들어와 부딪치면, 찌뿌드드하게 잤었는데도 눈이 저절로 떠지고 몸이 저절로 일어나게 돼요. 자고 일어나면 몸이 개운해지는 거죠. 어른들이 뜨거운 물에서 사우나 하면 시원하다고 하시잖아요. 그런 거죠. 그래서 저는 2층 방을 가장 좋아해요.” 


최근 들어 건강이 나빠진 아내 박송녀 씨는 휴식과 치유가 필요했다. 그런 아내를 위해 지어올린 집인 만큼 박 대표는 내부 마감재 전체를 삼목을 집중으로 해서 시공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이 집은 나무 아닌 다른 소재를 찾아보기 힘들다.


“집 전체를 삼목과 적삼목을 집중으로 해서 시공했어요.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하거든요. 피톤치드도 함유하고 있고요. 그래서 전원주택 속에서 나무 향기를 맡으면서 사는 쪽으로 콘셉트를 잡은 거죠. 치유와 휴식의 집에 맞는 콘셉트죠. 소나무 적삼목과 삼목 그렇게 나무로만 지었어요.”

건축 구조재와 기둥, 내벽은 물론 현관문과 창틀까지 나무를 사용했다. 이처럼 골조부터 마감까지 나무라는 한 가지 물성을 고집하려면 뒤틀림 등 완성도에 그만큼 자신이 있어야 한다. 특히 소나무는 건조의 여부에 따라 강도와 부식이 네 배까지 차이가 나는 목재로, 낮은 함수율을 유지하면 뒤틀리거나 곰팡이가 필 염려가 없다. 기둥과 보가 맞물리는 부분 역시 수치를 넉넉하게 주지 않아도 되니 콘크리트나 유리 소재처럼 둔탁하지 않고 정교하게 마감할 수 있다.

2층으로 올라서면 계단에서 가장 가까운 오른쪽에 자리한 서재. 유학 중인 아들의 책상을 직접 짜서 창가에 배치했다. 창문 너머 사시사철 변하는 자연 풍광이 하나의 작품처럼 펼쳐진다.
안방은 가구와 인테리어를 최소화하고 잠만 잘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하되, 삼나무를 최대한 노출해 디자인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푹 쉬어야 하는 공간인 만큼 복잡하지 않고 담백하다. 박공지붕 아래 놓인 침실 의 창밖으로 소나무와 하늘의 경계가 모호한 자연의 풍광이 펼쳐진다.
모두를 위해 지은 집

또 교외에 있는 주택이라면 응당 걱정하게 되는 웃풍이라든지 단열, 난방 역시 꽤 만족스럽다. 기와 대신 징크를 썼지만, 인슐레이션(유리섬유)과 열반사 단열재로 이중 단열을 했고, 기밀성과 방수를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 실리콘이 10박스 이상 들어갔기 때문이다. 성능 좋은 시스템창호 삼중 유리로 1등급 기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고, 단열과 기밀성에 취약한 코너 부분은 늘 그렇듯이 직접 현장감독을 한 덕분에 잘 잡았다.


“꼭 저희 부부만을 위해 지은 집이 아니에요. 모두를 위해 지은 집입니다. 누가 됐든 살게 되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집이어야 한다는 게 제 지론이기 때문에 누가 됐든 간에 이 집에 들어가면 행복감을 느껴야죠.”


남동향으로 얹은 집이지만, 사방에서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게 하는 공간 디자인도 단열에서 중요한 채광을 해결해주는 요소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전원주택이야말로 사계절 고른 채광을 유지해주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박 대표의 지론이다. 아침부터 해지는 저녁까지 방향에 따라 수북이 들어오는 햇살 덕분에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다이닝 룸과 아늑한 거실을 만끽할 수 있다. 


이 집은 이처럼 공간 설계가 주는 감동이 있고 시공 디테일이 주는 또 다른 감동이 있다. 박영제 대표가 5개월간 한 땀 한 땀 지은 솔뫼마을 마지막 집은 명민한 설계가 주는 편리함보다는 사람의 손맛이 만들어내는 감동이 더 큰 집이다. 잘 건조한 나무를 구조재와 마감재로 사용하고 휘발성 유기화합물 배제하자는 원칙을 고수한 사람 중심의 집에서 집 속의 집을 짓는 즐거움과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박 대표는 오래된 것 중 가장 즐겨 사용하는 소재는 나무라고 했다. 나무는 사람이 태어나서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보편적으로 아름답다고 받아들이는 것 중 하나다. 거친 듯하면서도 부드럽고 오래된 느낌, 그리고 나이테처럼 자연스러운 세월의 주름이 드리워진 손, 다시 보니 그는 오래된 ‘나무’를 닮았다.

박영제 대표는 그런 아내를 위해 지어 올린 집인 만큼 내부 마감재 전체를 삼목을 집중으로 해서 시공했다고 했다.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하고 피톤치 드도 함유하고 있는 삼나무를 사용해 전원주택 속에서 나무 향기를 맡으면서 사는 쪽으로 콘셉트를 잡은 것이 다. 치유와 휴식을 위한 집에 맞는 콘셉트에 따라 소나무 적삼목과 삼목으로만 지었다.
그리고 집, 그 이상의 가치

그래서일까? 이 집은 살림이 많지 않고 별다른 장식이 없는데도 마치 하나의 공예품처럼 완성도가 느껴진다. 사람이 손으로 나무를 하나하나 가공해 지었으니 건축이라기보다는 공예품에 가까운 게 사실이다.


“여기가 용문면 중원리 솔뫼마을 마지막 집이에요. 중원이라는 말은 함부로 쓰지는 않잖아요. 중원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곳이니 괜찮죠. 이렇게 우리가 만든 공간의 생명력은 길게는 20년, 30년도 될 수 있지요. 결국, 생명력이 오래가려면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담백한 것, 본질적인 이야기가 빛을 발하지 않을까요?”


생활하는 공간만큼 그 주인을 닮은 것이 또 있을까? 한 땀 한 땀 정성 담아 만들고, 고치고, 그려낸 ‘집 속의 집’. 유기견 ‘복덩이’를 식구처럼 보살피고, 세월을 이겨낸 노장의 사연에 귀 기울이는 그를 만나고 나니 오래된 것이 풍기는 큼큼한 냄새마저 지나온 흔적을 얘기하는 것 같아 허투루 지나칠 수 없었다. 과시와 탐욕으로 채워진 으리으리한 대저택보다 훨씬 풍요로운 ‘집다운’ 집,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재주 많은 건축가의 즐겁고 행복한 일상을 만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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