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공간 사이에 삶을 기록하다!

조회수 2020. 2. 19.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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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전원주택

전원주택 전문지에 일한 지 여러 해가 지났다. 내 집을 짓는다면 어떻게 지을까? 그리고 수많은 건축 전문가를 만나며 그들이 자기의 집을 짓는다면 어떤 집일지 궁금했다. 그 답을 찾아 충주 수안보온천 인근에 자신의 보금자리 ‘두루재’를 마련한 가조인 홍현봉 대표의 집을 찾았다.


글과 사진 백홍기

HOUSE NOTE

DATA  

위치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대지면적 882.80㎡(267.51평)

건축면적 198.11㎡(60.03평)

연면적 237.31㎡(71.91평)

           1층 주택과 서재 155.63㎡(47.16평)

           창고 22.10㎡(6.69평)

           황토 온돌방 20.38㎡(6.17평)

           2층 게스트룸 39.20㎡(11.87평)

건폐율 22.44%

용적률 26.84%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용도 계획관리지역

설계기간 2014년 6월 ~ 2014년 8월

공사기간 2014년 9월 ~ 2015년 6월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리얼징크, 너와 기와,제물방수 위 우레탄마감

  외벽 - 베이스패널(노출콘크리트, 스트라이퍼 타입), 청고벽돌, 현무암, 황토벽돌,스타코 플렉스

내부마감

  외벽 - 실크벽지, 대리석타일, 황토미장, 소금벽돌

  천정 - 실크벽지, 미송루버

  바닥 - 강마루

단열재

  지붕 - 가 등급 2종1호 180T(세경산업)

  외벽 - 가 등급 2종1호 120T(세경산업)

  바닥 - 가 등급 2종1호 120T(세경산업)

창호 KCC 금강하이샤시 242BAR

주방기구 한샘

위생기구 킴스코(세림산업)

조명기구 LED 조명(동신조명)

설계 및 시공

가조인 010-5486-9450

몸이 피로하면 이따금 생각나는 온천. 왕의 온천수라 불리며 고려사에 나올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닌 수안보온천은 온천 마니아라면 꼭 찾는 곳이다. 이곳 온천으로 운동 삼아 거닐만한 거리에 달두루 마을이 있다.

온천과 마을 사이는 그리실길과 연결된다. 그리실은 과거시험에 낙방한 선비가 머물며 공부할 때 ‘글 읽는 소리’가 들렸다 해서 붙은 지명이다. 그리시길 옆으로 달처럼 둥그런 분지에 포근하게 안긴 마을이 보인다. 새로 조성된 전원주택단지라 깔끔하다. 마을은 충주시와 농업기반공사가 공동으로 조성했다. 57필지 모두 분양을 마치고 현재 38채가 들어섰다.

마을이 달처럼 둥글어 달두루라 불린 이곳은 풍수에서 닭이 알을 품은 형상의 ‘금계포란金鷄抱卵’ 형세다. 홍 대표의 ‘두루재’는 도롱뇽이 노니는 개울가 옆에 자리 잡았다.터가 좋고 마을이 예뻐 이곳에 자리 잡았다는 홍 대표. 달두루마을에 들어선 38가구 가운데 10가구가 홍 대표의 작품이다.

1층 평면도
옛 대청마루에 해당하는 거실은 역할과 활용성을 높이고 여러 사람이 모여도 넉넉하게 넓게 계획했다. 짙은 색 가구로 거실에 무게감을 주어 안정감이 들게 했다. 거실 한쪽 벽면은 화려하지만 심심하지 않게 소품을 이용해 포인트를 넣었다.
ㅁ형태의 주방은 식당 역할과 응접실, 때론 오붓하니 담소를 나누기에 편리한 구조다. 주방 안쪽 다용도실엔 숨겨진 저온 창고가 있다. 저온 창고는 도로보다 낮은 대지 형태를 이용해 거실 벽체 뒤에 만들었다.
택심지지宅心之地로 설계하다

집이란 사이의 집합체다. 인간, 공간, 시간 사이와 사이의 접점을 찾아 연결한다. 홍 대표는 이러한 접합점을 땅에서 찾는다. 땅의 소리를 듣고, 땅의 성질을 파악하며 땅의 울림을 느낀다. 땅을 알아야 집을 바로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땅 위에 서면 어떤 집을 지을지 떠오릅니다. 향과 배치, 높낮이와 시선을 고려하고 생활동선에 맞게 공간을 나누죠. 이 집은 길을 등지고 산을 바라보며 마당을 품은 형태로 계획했습니다. 사생활을 보호하고 자연의 향을 살려 건물을 배치했어요. 택심지지에 근본을 두고 고민과 절충하며 땅을 해석했어요. 모든 공간은 마당과 산을 향하는 면에 창을 냈어요. 도로 쪽에 창을 내봐야 신경만 쓰이죠.”

본인 가족이 생활하는 집이기에 완성도가 높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집은 시간이 완성하는 것이다”라고 한다. 집 주변과 마당을 가꾸고 새것과 날것의 거친 면을 다듬어 한 해 한 해 조금씩 진정한 나만의 집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족히 몇 해는 흘러야 그의 손길에 여유가 생길 것이다.

고벽돌로 마감한 공간에 벽돌쌓기로 선반을 만들어 미와 기능을 담은 서재. 한 잔의 원두커피와 LP판의 노이즈 섞인 음악이 어울리는 공간이다.

길가 코너에 성곽처럼 자리한 집은 입구가 숨겨져 있다. 입구는 주차장과 메스와 메스 사잇길로 건물 안쪽으로 들어서면 나타난다. 네 개의 메스로 이뤄진 건물은 본채와 별채, 창고와 찜질방으로 나뉜다. 본채는 내부에서 또 다시 공유 공간과 사적 공간으로 나뉜다. 본채는 규모에 비해 다소 길게 느껴지는 복도로 공간을 연결했다. 복도 한가운데는 큰길과 마당을 연결한 두 개의 문이 마주 본다. 여름엔 양쪽 문을 열면 바람길이 만들어진다.

본채와 외부 동선으로 연결한 별채는 홍 대표가 설계와 음악을 듣는 작업실이자 휴식 공간이다. 별채는 고벽돌로 내부를 마감해 고즈넉한 분위기로 꾸몄다. 벽 한편엔 DJ로 일하던 시절 모아둔 LP판이 벽을 장식한다. 장식장은 벽돌을 거치대 형태로 쌓아 선반을 살짝 걸쳐 인테리어 솜씨를 발휘했다.

2층 평면도
레벨차이로 거실과 계단으로 침실을 연결했다. 침실은 계단 끝 양쪽에 배치했다. 안방에선 드레스룸과 연결된다. 침실 앞에 중정을 만들어 낮과 밤의 변화를 읽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했다.
공간과 공간의 틈을 잇다

홍 대표의 건축에는 틈새의 미학이 엿보인다. 메스와 메스 연결을 틈으로 메우고 침실 공간에는 틈을 만들어 중정을 뒀다. 건물 주변엔 곳곳에 틈을 만들어 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다용도실 벽에 좁고 깊은 틈을 만들어 지하 저장고를 만들었다. 달두루집은 빈 곳 없게 그러나 넘치지 않게 적절한 거리와 양으로 채웠다. 

“저는 공간을 분리하는 걸 좋아해요. 조용해야 하는 공간과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 붙어 있으면 신경 쓰이고 불편하죠. 그래서 각 공간을 메스를 이용해 최대한 간섭을 줄이는 거죠. 이 집은 제 생각이 가장 잘 반영됐다고 봐야죠.”

홍 대표가 말하는 공간분리는 단절이 아니고 배려다. 가족이 각각 자신의 고유 공간에서 편하게 생활하기를 바란다. 아들이 친구들과 놀러 오거나 지인이 찾아와 하루 묵어야 할 땐 2층에 머물면 된다. 입구는 따로 만들어 독립적인 생활을 제공하고, 옥상은 주변의 시선을 차단하는 가벽을 설치해 편안한 파티 공간으로 완성했다.

2층 게스트룸은 1층과 독립적인 공간으로 연출했다. 방엔 넓은 수평 창을 내 풍경을 담아냈다. 2층 발코니는 1층과 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베이스패널로 자연스러운 가벽을 뒀다. 창의 연속성으로 외부의 변화를 느낄 수도 있다. 옥상은 외부의 시선을 차단해 파티와 휴식을 즐길 때 편안하다.
침실과 침실 사이에 배치한 화장실은 넓고 차분하다.

직접 설계하고 시공까지 하는 홍 대표가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뭘까. 그의 답은 간단했다. “구조입니다. 미와 기능은 그다음이죠.”

아름다운 형태의 주택도 좋지만, 구조를 무시하고 외형만 강조할 순 없다고 한다. 거주할 사람에게 최적의 공간구조를 찾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그다음에 기능을 담아 예쁘게 포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열정이 담긴 주택이 마을 곳곳에 버티고 있다.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지만, 여유로운 삶을 바라는 마음은 같다. 그들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 같은 사람에게 건축을 의뢰한 것을 알아봤다. 홍 대표만의 건축 이야기가 담겨있어서다. 그리고 그들은 홍 대표와 함께 새로운 이야기로 자신들만의 삶이 담긴 단편 드라마를 만들어 간다.

두루재 마당은 3개의 공간과 다른 성질의 한 공간이 합을 이루는 공간이다. 마당 수돗가는 전통 기와로 장식하고 배수로는 여와女瓦로 연출했다. 담장은 막새, 부와, 여와로 아담하게 쌓았다. 창고를 예쁘게 지어 외부에선 어떤 용도의 건물인지 알 수 없다. 창고를 잘 지으면 전체 분위기가 한결 좋아지는 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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