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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듯, 조각하듯 지은 집

조회수 2020. 1. 23.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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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원주택

집을 짓는 건 상상에서 출발한다. 연기처럼 흩어지는 상상의 조각을 하나씩 채집해 실체화하는 과정이다. 또, 그림 그리는 과정과도 닮았다. 캔버스에 선을 긋고 색을 채워 현실 속에 드러내듯, 집은 그렇게 완성된다. 그래서일까? 제주도의 이 집은 한 폭의 그림, 혹은 한 점의 조각같은 느낌이다. 보는 각도와 시간대에 따라 다른 그림을 보듯 다양한 표정과 분위기가 풍긴다.

글 사진 백홍기 기자

HOUSE STORY 

DATA

위치 제주시 조천읍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건축구조 철근 콘크리트

대지면적 679.00㎡(205.75평)

건축면적 104.94㎡(31.80평)

연면적 117.90㎡(35.73평)

  1층 104.94㎡(31.80평)

  2층 12.96㎡(3.92평)

MATERIAL

지붕재 노출 슬래브

외장재 돌과 흙, 드라이비트, 유리

내장재 목재

바닥재 타일

난방형태 벽난로, 기름보일러

지붕 단열재 100㎜ 스티로폼, 목재

내·외 단열재 50㎜ 스티로폼, 나무, 흙

설계

다우건축설계사무소

권율 010-2306-6658

“이곳에는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평화로움이 있다.” 제주도를 사랑하고 가장 잘 표현한 사진작가 고 김영갑 작가의 말이다. 제주도 풍경에 반해 그 일부가 되어버린 김영갑 작가 외에도 제주도의 평화로움에 반한 이가 또 있으니 손성일(50)·김예숙(50) 건축주 부부다.

“제주도의 온화한 날씨와 바다의 울림, 높지도 낮지도 않게 봉긋하게 솟은 오름에 마음이 끌렸죠. 제주도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힘이 있어요.”

제주도는 눈보다 가슴에 먼저 들어오는 섬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삶을 좋아한다는 부부에게 제주도는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건축주는 현재 주 생활권인 안동에서 거주하지만, 향후 이주를 목적으로 제주도에 집을 지었다. 그동안 힐링을 위한 주말주택 공간으로 이용할 심산이다. 그래서 편하게 오가며 쉴 수 있도록 공항에서 가까운 조천읍에 터를 잡았다.

건축에 예술 더하기

집 디자인은 건축가 권율 씨에게 일임했다. 권 씨와의 인연은 프랑스에서 맺어졌다. 화가였던 권 씨가 건축설계를 배우기 위해 유학생활을 하던 때에 만난 것이다.  

공간을 구성하는 건축에 예술을 가미하니 그가 짓는 집은 하나하나가 작품이다. 그런 그의 실력을 보아오던 건축주는 설계부터 인테리어, 익스테리어까지 모든 권한을 권 씨에게 맡겼다.

다크 블루 바탕의 집은 넓은 평지에 쌓아올린 하나의 조형물처럼 보인다. 마당엔 생명의 탄생을 의미하는 조형물이 놓여있고, 투명 유리로 만든 여러 개의 도형은 집 안을 비추면서 공간의 겹침을 보여준다. 빛과 바람이 지나는 길은 놔두고 외부의 시선만 거르기 위해 설치한 돌담은 제주의 거친 돌담을 닮았다.

거실로 들어온 빛이 주방까지 퍼지도록 트인 선반으로 설계했다. 선반을 통해 들어온 빛이 은은하게 주방 개수대를 비춘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이용해 만든 아일랜드 식탁과 개수대 수납장

다채로운 색과 입면도로 꾸몄으니 실내는 어떨지 더욱 궁금하다.

“실내 주방과 계단 등에 사용한 미송, 삼나무, 편백나무는 불에 한번 그을려서 가공해 고목 느낌을 연출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목의 느낌은 더해가죠. 반면 인테리어에 사용된 유리와 타일, 돌 등은 변함이 없어요. 집은 이렇게 시간의 흐름과 정지라는 대비를 보여주죠.”

가구와 천장, 기둥에 사용한 오래된 듯한 느낌의 고목, 세월의 흔적이 새겨진 작고 동글동글한 수납장의 돌 손잡이. 집 안은 마치 시간을 가둬둔 것 같다.

집 안의 허브 역할을 하는 거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집 안으로 들이다

다크 블루의 어두운색이 지배적인 외관에 비해 실내는 밝다. 거실의 천창과 벽의 채광 창으로 들어온 빛이 집 안 틈새까지 고르게 채워준 덕이다. 해질녘엔 채광 창과 유사한 모양의 기다란 조명을 밝히면, 낮에 햇빛이 들어올 때와 유사하게 실내를 밝히는 효과를 준다. 이러한 조명 계획으로 낮부터 밤까지 일정한 빛이 실내를 비춘다.  

집은 유난히 방이 많다. 거실을 중심으로 방과 주방이 둘러싼 모양이다. 기능에 충실한 구조다. 각 방의 역할과 기능을 살펴보자. 

안방과 게스트룸. 집 안팎의 경계는 확실하다. 그러나 동굴의 벽처럼 느껴지는 벽과 나무, 넓은 창이 자연과의 심리적 거리 는 제로에 가깝도록 만든다.

먼저 안방은 현관을 지나 거실에 들어서면 좌측에 위치한다. 벽을 가득 채운 통창으로 외부와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이다. 게스트룸으로 사용하는 방 역시 자연을 집 안에 끌어들여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직접 제작한 장과 수납장은 천장의 고목 느낌과 이어져 통일감을 준다. 스카프나 액세서리로 패션을 마무리하듯 천연 염색 천으로 인테리어를 마무리한 게 눈에 띈다. 

찜질방은 환기를 위해 창을 작게 내고 부족한 조도는 조명으로 확보했다.
야외 스파시설과 연결된 휴게 공간

현관과 마주 보는 온돌 방은 다른 공간에 비해 레벨이 높다. 바닥에 동 파이프를 시공해 장작으로 방을 데우면 온수를 사용하도록 계획해서다. 야외 스파시설과 연결되는 방은 휴식 공간이다. 돌담과 수풀로 자연스럽게 외부 시선을 차단해 눈치 볼 것 없이 온전히 스파를 즐길 수 있다. 주방 천장과 식탁, 의자, 수납 선반은 고목의 느낌을 담았다. 스틸 냉장고와 고목이 대비를 이뤄 주방은 과거와 현대 문명이 자연스럽게 융화된 모습이다.

가구는 실내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도록 제작했다. 천장은 가느다란 조명을 사용해 분위기를 흩트리지 않게 했다.
2층 휴식 공간으로 연결된 계단

주방 옆으로 난 계단을 오르면 주방 위에 앉힌 2층 휴게 공간이 나온다. 공간은 협소하지만 오픈 천장으로 트여있는 구조라 답답하지 않다. 2층은 나무의 질감이 드러난 기둥에 천연 염색 천으로 가림막을 만드니,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독립성까지 확보했다.

침대는 여럿이 앉을 수 있게 2단 형태로 만들었다.

건축주 부부는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외부의 간섭과 소음을 차단하고 풍경을 집 안으로 들여 자연과 어우러지는 집을 지었다. 외관은 자연과 한 몸인 듯 조화를 이루고 내부는 아름다운 시간들이 정지한 듯 담겨있다. 흐르되 멈춰있고, 멈춰있으되 흐르는 집의 분위기는 제주도와 썩 잘 어울린다. 집의 외양은 제주도 바닷바람에 더욱 길들어질 것이고 내부는 이들 가족의 새로운 추억들로 빼곡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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