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을 살려 현대에 적용하다! 함안 황토주택

조회수 2019. 12. 13.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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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황토 전원주택

언제부터인가 힐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현대인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면 ‘쉼’이 아닌 ‘치유’를 바랄까. 이들이 원하는 건 쉬고 나면 흩어지는 가벼운 휴식을 말하는 게 아닐 것이다. 일상에서 몸으로 느끼는 근본적으로 편안하고 안락한 삶이 필요한 것인지 모른다.

함안의 한 대지 위에 자매가 오붓하게 황토로 지은 한옥에서 산다. 자연에서 먹거리를 찾고 청정 바람을 몸에 두르고 산다. 이들이 말하는 힐링의 지표를 확인하기 위해 함안으로 몸을 실었다.

글과 사진 백홍기

HOUSE NOTE

DATA 

위치 경남 함안군 산인면 모곡리

건축구조 개량한옥(황토 미장)

대지면적 687.06㎡(208.20평)

건축면적 본채 104.94㎡(31.80평)

             안채 56.43㎡(17.10평)

연면적 161.37㎡(48.90평)

건폐율 23%

용적률 23%

설계기간 2014년 09월 ~ 2014년 12월

공사기간 2015년 01월 ~ 2015년 08월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세라믹 기와 + 숯 단열 지붕판

  외벽 - 숯 단열 벽체 + 황토 미장

내부마감

  천장 - 편백 루바

  바닥 - 황토

  창호 - 알파칸

단열재

  지붕 - 숯 단열 층

  외벽 - 왕겨숯 단열 벽체

  내벽 - 왕겨숯 단열 벽체

  바닥 - 콘크리트기초, 황토

설계 및 시공 황토와나무소리 055-748-9581 www.황토와나무소리.com

전통 기술과 경험으로 한옥의 불편함과 추운 단점을 개선했다.

거친 가을 햇빛에 얼굴이 땅긴다. 여름처럼 뜨겁지 않아도 그늘을 찾게 된다. 주인 없는 처마 아래 그늘에서 바삐 걸어오는 건축주 자매를 맞이했다. 자매의 표정은 아직 봄이다. 나도 따라 자연스럽게 미소 짓는다. 이들의 행복한 표정은 이 집에 입주하면서부터 변화된 모습이다.


“ 한옥이 좋아 무조건 한옥만 고집했어요. 황토가 좋은지도 모르고 그저 한옥이 좋았어요. 그런데 이 집에서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 때마다 몸의 변화를 느꼈고 표정도 밝아졌어요. 몸이 가볍고 기운이 넘치니 정신도 함께 밝아진 거 같아요.”

목재로 문이나 가구를 만들면 그 자체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전하기 때문에 장식적인 요소로 좋은 소재다. 빗살창살로 만든 중문이 한옥과 잘 어울린다. 기둥에 보이는 전선은 한옥 구조상 내부에 설치하기 어려워 밖으로 빼놓은 것이다. 이로 인해 더 운치 있어 보인다.
자연의 기운이 집에서 몸으로

흙의 기운은 모든 생명에게 활기와 안식을 제공한다. 음향오행에서는 흙의 기운이 많은 사람은 포용력과 베풀려는 마음이 강하고, 기운이 부족한 사람은 마음이 허하고 포용을 받으려 한다고 한다. 또, 흙은 인간의 고향, 어머니의 품으로도 비유된다. 그래서 흙집에 있으면 몸과 마음이 고요해지고 기운을 되찾는지도 모른다.

거실에서 현관/주방으로 향한 시선이다. 왼쪽에 보이는 공간이 안방이다. 오른쪽 거실 창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TV와 장식장은 코너에 배치하고 거실 창 앞에 원목 테이블을 두어 한옥의 정서적인 부분을 최대한 이끌어냈다.

흔히 실생활에 응용하고 몸에 이롭다고 알려진 건 황토를 말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붉은색의 흙은 황토와는 엄연히 다른 적토다.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는 황토는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붉고 노란색을 띤다.


황토는 지역과 환경에 따라 물리적 화학적 특성이 달라 맛과 향, 색이 다르다. 이 때문에 같은 작물을 재배해도 지역에 따라 다른 맛과 향을 나타낸다. 노란빛을 띠는 황토가 인체에 이로운 건 그만큼 인간과 궁합이 맞다는 뜻일 것이다.

주방/식탁 공간. 이국적인 식탁 옆으로 삼면이 막히고 아래에 싱크대를 설치한 주방을 배치했다. 주방에 창이 없다고 상상해보면 답답하다. 창 하나로 주방은 더욱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 아늑한 공간이 되었다. 새삼 창을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황토의 이로움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문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국 한나라 본초학서인 「명의별록」에는 ‘황토가 폐, 비장, 방광, 간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했고, 「조선왕조실록」에는 ‘광해군이 황토방에서 종기를 치료했다’고 전한다. 「동의보감」에도 황토를 우려낸 ‘황토지장수’가 여러 가지 독을 푼다고 기록되어있다.


몸에 좋은 재료로 집을 지었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몸에 좋은 재료로 집을 지으면 인체는 건강해지겠지만, 마음마저 편안해지는 건 아니다. 편안함은 또 다른 영역이다. 편안함은 구조에서 비롯된다. 편안함은 거주자의 생활방식과 거주자만의 이상적인 공간배치가 조화를 이루고, 이것을 몸으로 느낀 게 마음으로 우러나오는 현상이다.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복도. 문과 벽부 조명으로 한옥의 정취를 담았다. 그러면서 한옥이라는 굴레에 갇히지 않고 자유로운 공간 배치와 마감재 사용,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공간으로 완성했다.
불편하고 추운 한옥은 과거 속으로

옛 한옥 구조는 마당을 중심으로 ㄷ자 혹은 ㅁ자로 건물을 배치했다. 건물의 구조는 시대를 반영하고 건축기술을 배경으로 완료된다. 그러니 조선 시대의 주택 구조가 현대인에게 맞을 리 없다. 감성에 이끌려 전통을 고수하는 건 다른 문제다.


“양재홍 대표에게 요구한 건 풍경을 어디서나 볼 수 있게 창을 많이 설치해달라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예전부터 전망 좋은 곳에 집을 짓고 부엌에 큰 창을 설치해 풍경을 감상하며 일을 하는 게 꿈이었죠.”

거실과 안방은 하나의 공간이면서 분리된 공간이다. 미닫이문을 열고 안방에서 거실을 바라보면 방문은 액자가 되고 풍경은 그림처럼 펼쳐진다.
안방 붙박이장 중간에 TV를 설치했다. 띠살창의 붙박이장 문을 닫으면 또 다른 공간이 있을 것 같은 상상을 불러온다.

이 집은 어디서나 풍경과 연결되는 게 특징이다. 거실은 다른 집과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안방과 연결되면서 독특한 풍경이 만들어졌다. 안방과 거실을 분리한 미닫이문을 열고 안방에 앉아 있으면 전통문양의 미닫이문이 액자가 되어 거실과 창밖의 풍경을 담아낸다. 안방의 황토바닥은 찜질효과로 몸을 따뜻하게 데워 기운을 북돋워 주니 몸과 마음이 가벼워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멀리 좁은 가로 창 앞으로 앉은뱅이책상이 보인다. 서재 겸 조용한 휴식처로 사용한다.

쾌적함은 편안함과 더불어 살기 좋은 집의 필수 조건이다. 편안함을 구조에서 찾는다면 쾌적함은 환경에서 찾는다. 우리의 몸이 쾌적함을 벗어났을 때 불쾌감이 다가오고 이유 없이 짜증이 일어난다.


그래서 여름에 에어컨을, 겨울에는 보일러를 가동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한다. 이때 과도한 냉•난방으로 발생한 비용은 가계에 직접 부담되면서 또 다른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건축에서 단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지속적으로 난방비용을 절감해서다.

본채 평면도
안채 평면도
경사가 심한 지역에 집을 짓는 건 높은 비용과 안전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토질을 파악하고 충분하게 안전을 확보했다면 좋은 경치를 선사한다는 건 분명 큰 장점이다.
쾌적함과 난방을 동시에

옛 건축방식을 고집하는 황토와나무소리의 양 대표는 “ ‘전통단열외’ 공법을 개발해 높은 단열성능과 내구성을 갖춘 집을 완성했다”며 또한 “습할 땐 습기를 흡수하고 건조할 때 다시 내 뿜는 흙집의 특성까지 더해 쾌적한 환경을 자랑한다”고 말한다.


전통단열외 공법은 옛 건축방식에 ‘숯 단열 벽체’를 추가한 것이다. 양 대표는 “왕겨숯으로 만든 숯 단열 벽체는 습도를 조절하면서 벌레가 서식하지 못해 더욱 쾌적한 공간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건축주 동생이 머무는 안채 내부
안채 방 한편에 마련한 서재는 따뜻한 황토, 은은한 나무의 향, 적당한 조도로 집중력을 높여주는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숯 단열 벽체를 완성하면 황토, 모래, 왕겨, 생석회를 섞은 흙 반죽을 벽체에 힘껏 밀어 빈틈없이 채워간다. 미장은 여러 번 덧발라 마감하는 방식이라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내구성은 좋아진다. 또 흙 반죽은 미세한 공기층을 형성하기 때문에 밀도가 높은 벽돌에 비해 단열성능이 뛰어나다.

나무 향은 스트레스를 풀어주어 심신을 안정시키고 편안한 수면을 유도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 집의 느낌은 정갈한 상차림에 보이지 않는 정성으로 내놓은 한 끼의 식사를 대접받아 과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포만감으로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친 기분이다. 취재를 마치고 나서며 언제 다시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한 번 더 돌아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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