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집 -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

조회수 2019. 12. 11.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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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전원주택

거제시 둔덕면 상둔리. 산벚나무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이곳은 산방산과 백호봉이 마을을 둘러싸 보호하는 형세다. 자연을 집으로 들이기 위해 넓은 뷰로 계획한 건축주 집은 백호봉을 마주 보게 앉혔다. 조용하고 여유로움이 가득한 이 집의 건축주 이광우·조경옥 부부를 찾아 그들의 건축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사진 백홍기 기자 

건축 정보

위치 경남 거제시 둔덕면 

건축형태 경량 목조주택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대지면적 1,117.00㎡(337.89평)

건축면적 191.00㎡(57.77평)

연면적 263.00㎡(79.55평)

  1층 191.00㎡(57.77평)

  2층 72.00㎡(21.78평)

지붕재 아스팔트 이중 그림자 슁글

외장재 스타코

내장재 홍송 루바, 실크벽지, 폴리싱

바닥재 강화마루(동화 자연마루)

지붕단열재 인슐레이션 R-30

·외단열재 인슐레이션 R-19 / 100㎜ EPS

기타처마 선박용 FRP 방수

창호재 융기 시스템 창호, 삼중유리 커튼월(로이 코팅, 아르곤 가스)

난방형태 기름보일러

식수공급 지하수

설계·시공 하우스갤러리 055-762-8889 www.hg4u.kr 

실내는 홍송과 일본산 편백나무 루바를 사용해 마감했다. 목조주택에서 보기 힘든 넓은 창은 커튼월 공법을 이용해 완성했다. 아트월은 스페인산 석재를 이용한 수제품이다.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거치고 본격적으로 집을 짓기 전에 중요한 과정이 있다. 바로 토목공사다. 보통 토목공사라고 하면 땅을 평평하게 만들거나 단단하게 다지는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땅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많은 건축주들이 토목공사를 진행하다 예상 지출을 크게 넘어서게 되는 이유도 땅의 성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다. 예산을 잡을 땐 집이 앉혀질 곳의 형상과 형질을 파악하고 어떻게 집을 앉힐 것인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토목공사를 진행해야 실수하지 않는다.

현관 바닥 타일은 국내 동서타일에서 주문 제작한 것이다.
토목공사만 1년 6개월 걸려

집을 앉힐 곳이 평지라면 그나마 낫다. 산 중턱이나 산자락 아래, 특히 집 뒤로 가파른 비탈이 이어진다면 폭우 때 쏟아지는 토압(土壓)을 예상하고 견딜만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옹벽이 바로 그것인데 단순히 석축 쌓기로 해결되는 건 아니다.


옹벽은 쌓는 방식에 따라 중력식, 반 중력식, 역 T형·L형, 부벽식, 돌담·블록식 옹벽으로 나뉘고, 재료에 따라 보강토와 콘크리트, RC 옹벽으로 구분한다. 최근엔 외부 충격에 강하고 50년 이상 수명을 자랑하는 보강토 옹벽을 주로 사용한다. 건축주는 보강토 옹벽에 석축 쌓기를 혼합한 형태로 옹벽을 쌓았다. 일반적인 보강토는 주변 흙으로 뒤채움을 하지만 건축주는 큰 잡석을 쌓고 중간쯤에 콘크리트 타설로 굳혔다. 보강토 블록은 콘크리트와 철망을 이용해 단단하게 고정했다. 


“지형이 비탈이라 토압이 클 거라 예상했어요. 집을 둘러싼 벽은 가로 세로 2.5m, 깊이 5~6m를 석재로 채우고 스프릿 블록으로 쌓아 그 안에 콘크리트를 채웠어요. 그다음 매직스톤으로 장식했죠. 토목공사에만 1억 5000만 원이 들었습니다.” 견고하게 쌓은 벽은 위협적인 재난을 막아줄 듯 듬직해 보인다.

파스텔컬러의 원목 분체 도장을 한 싱크대가 주방을 더욱 화사한 분위기로 만든다.
안방은 중간 문을 두어 침실과 드레스룸을 분리해 오로지 숙면을 위한 공간으로 계획했다.
집터는 기회 될 때 미리 사둬야…

건축주는 거제에서 인생의 절반을 보냈다. 삼성중공업 공채 1기로 입사해 25년간 일했다. 난초를 좋아하는 그는 틈날 때마다 산을 찾아다녔다. 거제도에 위치한 산중에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시골생활을 동경하던 그는 산을 다니며 집터도 함께 알아보며 다녔다. 집이 앉혀진 이곳은 산방산 정상에서 마을을 바라볼 때 아름다운 주변 풍경에 반한 곳이다. 그게 벌써 10년 전 이야기다.


당시만 해도 산방산 자락에 위치한 외진 마을 땅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 부동산에서도 관심을 두지 않아 둔덕면의 땅은 인맥을 통해 거래가 되는 상황이었다. 그때 둔덕면장을 지내던 지인의 소개로 대대로 부잣집으로 살던 집터를 소개받았다.


350평의 땅과 집을 함께 구매한 이곳은 지목변경은 따로 할 필요가 없었다. 기회 될 때 땅을 산 덕에 현재 시세에 한참 못 미치는 가격으로 좋은 집터를 장만했다. 그렇게 인수한 땅은 지난 7년간 주말농장으로 이용하다 퇴직을 앞두고 3년 전 시공사 신창민 대표를 만나 자신의 오랜 꿈을 함께 일궜다.

2층 올라가는 계단과 야외 풍경을 볼수 있는 중간 창을 냈다.
단열, 채광, 조망 3박자 완성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창호다. 단열과 채광, 조망을 위해 특별하게 제작했다. 2개의 창틀을 겹쳐놓은 것 같지만 공간을 살짝 띄워 열전달을 차단해 단열 성능을 높였다.


“이 집을 지으면서 가장 공들인 게 단열입니다. 특히, 창호로 빠져나가는 열을 막고 외부의 열기를 차단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죠.” 창틀은 하중을 분산하기 위해 여러 개로 나누는 방법을 이용했다. 그렇게 나눈 창은 우물 천장을 모티브로 만든 주방 천장과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거실과 주방은 현관을 중심으로 분리된 공간이다. 이 두 공간은 복도로 이어지는데 두 공간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주방은 밝고 화사하게 꾸몄고 거실은 홍송과 편백나무 루바로 마감해 아늑하고 차분한 공간으로 계획했다. 오픈 천장으로 설계한 거실은 천장까지 창을 확장해 풍경을 안으로 끌어들인 듯하다. 넓은 창은 채광도 좋아 집 안을 밝은 빛으로 가득 채운다.


오픈 천장은 공간이 넓어 보이고 채광이 좋은 반면, 대류 열에 의해 난방과 냉방에 취약하다. 이러한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을 살리는 방법으로 2층 난간을 없애고 넓은 창을 냈다. 이것으로 빛은 1층과 2층에 고르게 분산되고 공기 흐름을 차단해 단열 성능이 좋아졌다.

2층 거실. 가족과 외부 손님을 위한 공간이다. 좌측 창은 넓은 베란다와 연결된다.
2층 서재

2층은 넓은 거실과 방 2개, 베란다로 구성된다. 출가한 자녀가 가족들과 찾으면 2층에서 독립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넓은 베란다는 휴식뿐만 아니라 야외 활동이 가능하도록 넓게 계획했다.


밝은 스타코 바탕에 짙은 감색 처마를 씌워 산뜻한 이미지를 연출한 집은 목구조 주택이다. 거실 전면을 감싼 창은 모서리 부분이 꺾인 형태를 보아 스틸하우스라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목구조하면 기둥 부분에 유리를 설치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시공사는 커튼월 공법을 이용해 목조주택의 한계를 넘어섰다.


커튼월 공법은 외벽을 유리로 감싼 현대식 고층 건물에 이용하는 공법이다. 유리의 장점인 개방감과 채광을 좋게 하는 것 외에 다양한 디자인 연출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창호는 기초가 되는 골조 위에 설치하지만 이 공법은 골조 옆에 안착시킨다. 그만큼 안전한 결과물을 얻기 위해 고도의 시공 기술이 필요하다.


넓은 뷰와 밝은 외벽, 감색의 처마가 조화를 이뤄 산뜻하다. 처마는 홍송 루바를 하부에 덧대 목재주택의 느낌을 살렸다. 갈바(알루미늄 합금)를 씌우고 선박용 FRP로 방수처리했다.


산자락에 요란하게 으스대며 들어간 것이 아니라 조용히 산을 들이며 앉은 모양새가 소박하고 단정하다. 거스르지 않되 견고하게 다지고, 얽매이지 않되 균형미를 갖춘 집은 건축주가 기르던 동양난과 몹시 닮았다.

집을 둘러싼 옹벽. 하중을 가장 많이 받는 부분엔 5개의 기둥이 있다. 기둥은 지면 아래까지 철근을 심어 보강했다.
담장 안쪽의 내벽
좌측- 자동 온도 조절과 습도, 환기 개폐 장치가 설치된 난실 / 우측-앞산이 내려다 보이는 넓은 2층 베란다.
마당에 만든 연못은 물고기와 수초가 어우러져 작은 생태계을 이룬다.
넓은 뷰와 밝은 외벽, 감색의 처마가 조화를 이뤄 산뜻하다. 처마는 홍송 루바를 하부에 덧대 목조주택의 느낌을 살렸다. 갈바(알루미늄 합금)를 씌우고 선박용 FRP로 방수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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