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빔과 컨테이너 결합 구조로 지은 울산 그라찌에Grazie

조회수 2019. 11. 11.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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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컨테이너주택

우리는 커피와 문화를 소비하러 카페에 간다. 그래서 때론 먼 곳도 마다하지 않고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새로운 카페 찾기에 나선다. 건축주가 카페를 만들기 위해 컨테이너를 선택한 이유다. 일반적인 컨테이너 모습에 익숙한 사람도 발길을 멈추게 할 ‘그라찌에’가 바로 그곳이다.

글 사진 백홍기 기자 | 취재협조 디자인그룹태드

HOUSE NOTE

DATA 

위치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진하리

지역/지구 보전녹지지역

건축구조 1층 H빔, 2층 경량 철골조(컨테이너+샌드위치 패널 확장)

대지면적 606.00㎡(183.31평)

건축면적 120.80㎡(36.54평)

건폐율 19.93%

연면적 228.92㎡(69.24평)

  1층 120.77㎡(36.53평)

  2층 108.15㎡(32.71평)

용적률 37.78%

공사기간 2018년 7월~11월

건축비용 4억5000만 원(토목공사 7000만 원 포함)

설계 및 시공 디자인그룹태드 031-574-1122

  www.designgrouptad.com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컨테이너 지붕 위 샌드위치 패널+

            레드파인 방부목 데크

   벽 - 컨테이너 벽면+컬러 골강판

내부마감 

  천장 - 컬러 골강판

  카페 벽 - 석고 위 도장, 타일, 골강판(카페)

  주택 벽 - 석고 위 도장, 벽지(서울벽지)

  카페 바닥 - 콘크리트 폴리싱+세라믹 코팅

  주택 바닥 - 구정마루

단열재

  지붕 - 경질 우레탄폼

  외벽 - 경질 우레탄폼

  내벽 - 75T 난연 샌드위치 패널

계단실 

  디딤판 - 구로철판 절골

  난간 - 각파이프+도장

창호 PVC창호(KCC), PNN 알루미늄 창호(더존)

위생기구 대림

예쁜 카페에서 멋진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 가고 싶어 하지 않을까. 그래서 건축주는 울산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간절곶과 인접한 곳을 찾았다. 간절곶은 동해 해안 탐방로 트레킹 코스를 조성한 해파랑길 가운데 제4코스 내에 있다. 진하해변에서 시작해 솔개해수욕장, 잿골(송정)방파제, 간절곶을 지나 임랑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총 19.1㎞ 트레킹 코스는 트레킹 마니아들의 단골 거리다. 물론, 인근에 볼거리와 먹거리, 산책로까지 즐비해 주말이면 어딜 가나 사람들로 넘쳐난다. 


주택은 간절곶에서 약 2㎞, 송정공원과 마주하는 봉화산자락에 있다. 큰길 해맞이로 해안 길을 달리다 보면, 봉화산자락으로 이어진 마을 길이 나온다. 길을 따라 경사로에 접어들면 계단식으로 조성한 작은 단지가 나타난다. 다소 높은 단지 상부에 자리 잡은 주택은 큰길에서 300m 정도 거리로 오가는 데 힘들지 않고 시원한 조망도 갖췄다. 

측면 진입로. 바람을 막기 위한 방풍 유리 뒤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악기가 눈에 들어온다. 내부에서 본 모습.

남북으로 긴 직사각형 대지는 8m 도로가 가로로 남쪽에 인접하고 동서로 인접대지가 있는 상태다. 서쪽과 북쪽 일부는 숲이 포근하게 감싸고 북동에서 남쪽까지 시야가 열렸다. 건축주는 바다 풍경을 담은 카페를 원했지만, 인접대지에 주택이 들어선 상태라 동쪽은 바다 풍경을 온전히 끌어들이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건축주와 디자인그룹태드 강현규 대표는 이를 절묘한 배치로 풀어냈다. 

바닥을 높여 바다 뷰를 가득 끌어들인 카페.
컨테이너와 H빔의 차가운 물성은 느껴지지 않는 산뜻한 카페. 오른쪽 계단은 2층 카페를 연결한다.
배치와 적층으로 풍경 담고 디자인 살려

익숙하지만 신선한 매력 때문에 건축주는 컨테이너 하우스를 선택했지만, 컨테이너 특징을 잘 살려내야 진부하지 않은 조형미를 완성할 수 있기에 신중하게 업체를 선정했다.


“인터넷으로 컨테이너 하우스를 살펴보다 디자인그룹태드를 알게 됐어요. 여러 곳에 건축한 것을 보고 믿을 만해서 강현규 대표를 만나러 남양주까지 갔어요. 얘기하다 보니 감각도 좋고 경험도 많은 거 같아 믿고 맡기게 된 거예요.”

계단실.

건축주는 1층은 카페, 2층은 주거공간을 계획하고 실내에서 주거공간과 카페를 연결한 편리한 동선을 주문했다. 가장 중요한 건 바다 뷰가 시원하게 보이는 것이다. 건축주 요구에 따라 강 대표는 두 개의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2층 일부 공간을 카페로 구성하고 중첩된 부분에 통로를 만들기로 했다. 문제는 바다 뷰 확보였다.


동쪽은 이미 주택이 들어서 있어 막힌 상태고 북쪽도 숲이 일부 시야를 가려 원하는 풍경을 얻으려면 북동쪽을 노려야 했다. 강 대표는 “일반적인 배치로는 시야가 원활하지 못해 공간을 구성하는 게 어려웠다”며 “사선 배치와 레벨 차를 이용해 모두 만족스러워하는 뷰를 확보했다”고 한다.

1층은 ‘ㄱ’ 형태로 메인 공간이 바다를 향하도록 45°로 틀어 앉혔다. 그 위에 ‘一’자로 구성한 현관-거실-주방을 남향으로 교차해서 올리고 안방은 1층 카페 공간 위에 같은 크기로 배치했다. 단순한 박스 형태는 컨테이너 특유의 굴곡진 입면, 넓은 창과 밝은 흰색 조화에 독특한 적층 방식이 더해져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인상을 풍기고 시시각각 다채로운 빛과 그림자가 활기를 선사한다. 

2층 주거 공간 복도에서 본 카페.
계단에서 본 2층 카페. 오른쪽 문이 주거 공간으로 통한다.
겉은 강하고 속은 부드럽게

사실 1층은 컨테이너가 아니다. 컨테이너는 모듈이라는 한계성 때문에 중심에 기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강 대표는 자유로운 평면 구성과 넓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1층에 H빔을 사용했다. 2층은 표준형보다 높이가 높은 수출용 40FT 하이큐브 컨테이너 3개를 연결해 공간을 구성했다. 서로 다른 구조를 그냥 쌓은 건 아니다. 1층은 기초 철근에 L앵커를 고정한 뒤 베이스플레이트 판을 설치하고 그 위에 H빔을 연결했다. 1층과 2층은 H빔과 컨테이너 기둥 사이를 용접으로 연결해 기초-H빔-컨테이너가 하나의 구조물이 되도록 완성했다. 물리적 견고함은 H빔을 그대로 외부에 노출시켜 시각적으로도 더욱 견고하고 강한 느낌을 준다. 노출된 부분은 선박용 우레탄 도장을 세 번이나 입혀 눈비에 녹슬 걱정은 없다.

현관에 들어서면 마주하는 복도. 적층에 의해 구조가 독특해졌다. 왼쪽부터 방, 화장실, 카페를 연결하는 문이다.
컨테이너라는 느낌 없이 아늑하고 포근한 거실. 구조상 천장에 프레임을 매달아 간접등을 설치한 방식이 오히려 포인트 요소가 됐다.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ㄱ’자로 배치하고 어두운 계열로 마감해 거실과 영역을 구분했다.

외골격처럼 단단하고 견고해 보이는 입면과 다르게, 내부 인테리어는 산뜻하고 가볍다. 특히 인테리어에 공들인 카페는 소소한 볼거리로 가득하다. 또한, 카페 테이블에 앉으면 넓은 창으로 끌어들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와, 손님에게 멋진 바다 풍경을 선사하기 위한 건축주의 노력이 헛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풍경은 뒷마당과 2층 테라스에서도 펼쳐진다.


2층 실내는 외부에서 볼 때보다 좁다는 느낌은 적고 아늑하고 아담하다. 주거공간은 카페를 통한 2층 복도와 서쪽 현관을 통해 연결 되는데, 엇갈린 적층에 의해 실내 구성이 독특하다. 복도 끝에서 살짝 꺾어야 나타나는 거실은 컨테이너 구조상 일반 주택처럼 우물천장 디자인을 적용하기 어려워 간접조명을 설치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프레임이 포인트 역할을 한다. 두 개의 컨테이너를 병렬로 연결한 거실은 컨테이너란 사실을 잊을 정도로 공간감을 주고 그 옆에 있는 안방은 온전하게 컨테이너 형태를 유지했다.

2층은 일반 컨테이너보다 튼튼하고 큰 40FT 하이큐브 컨테이너를 사용했다. 정면에 조망용 테라스를 설치하고 양 벽면 상부엔 채광과 환기창을 냈다.
현관 옆에 있는 방. 적층에 의해 벽면이 굴절된 모양이 됐다. 상부에 조명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라찌에 카페를 방문한다면, 시간을 두고 안팎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카페와 독특한 외형, 뒷마당에서 펼쳐지는 시원한 조망을 천천히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이곳에서만 있는 색다른 재미가 충분히 즐거움을 선사하리라 믿는다.

2층 카페 테라스에서 본 전망.
캠핑 시설을 갖춘 전망 좋은 옥상.
서쪽 측면에서 본 모습. 계단에 있는 문이 2층 현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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