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소박한 삶을 담은 집

조회수 2019. 10. 23.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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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전원주택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 최고급 자재를 사용한 넓은 공간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집을 지었다고 좋은 집이라고 말하기엔 무언가 허전하다. 삶이 빠졌기 때문이다. 건축주의 삶을 그대로 녹여내고 형상화한 것이라야 진정으로 좋은 집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건축주 부부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성주의 아담한 단층집은 좋은 집이란 정의에 충실한 집이다.

글 사진 백홍기 기자

HOUSE STORY

DATA 

위 치 경북 성주군 초전면

지역지구 농림지역

건축형태 단층 경량 목조주택

대지면적 660.00㎡(199.65평)

건축면적 99.00㎡(29.95평)

연 면 적 99.00㎡(29.95평)

건 폐 율 15.00%

용 적 률 15.00%

MATERIAL

지 붕 재 징크

외 장 재 리얼 징크, 스타코, 스톤

내 장 재 실크벽지, 벽돌

바 닥 재 LG PVC 장판

난방형태 기름보일러, 벽난로(보조 난방)

식수공급 상수도

창 호 재 수입창호(미국식), LG 창호

설계 계림건축사무소  

시공 우리건축 053-815-8882 www.urihouse.kr

성주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참외다. 온통 참외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가득한 성주는 하늘에서 보면 질서 정연하게 늘어선 비닐하우스들이 마치 태양광 집열판처럼 보인다. 성주 토박이인 건축주는 선대에 이어 땅을 일구어온 농사꾼이다. 그가 그토록 오랜 세월을 묻어온 토담집을 떠난 이유는 아내가 다리를 수술하면서 좀 더 편리한 생활환경이 필요해서다.

60년의 역사가 담긴 옛 토담집
징크와 장백석 스톤의 외관은 요즘 대세인 모던 스타일을 잘 반영하고 있다.
불필요함은 덜고 편리함은 더해

오래전부터 집에 관심이 많았던 건축주 아내가 박람회와 자료집을 모으며 정리한 자료는 책 한 권 분량이 넘는다. 다리 수술을 받고 집을 짓기로 결정한 뒤에 먼저 알아본 것이 집 구조다. 토담집에서 오랜 세월 지내다 보니 집 구조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처음엔 손이 덜 갈 거 같아 콘크리트 구조의 집을 지으려고 했어요. ‘전원주택라이프’ 잡지에 소개된 기사를 읽고 건축사 사무실을 찾아갔죠. 거기서 모던 스타일의 목조주택을 보고 마음이 흔들렸어요. 목조주택의 장점과 시공비 등 설명을 듣고는 마음을 굳혔어요. 막상 살아 보니 목조주택으로 짓길 잘한 거 같아요.”

거실의 하얀 바탕과 내화벽돌 조합으로 아늑하게 꾸몄다.
벽난로와 내화벽돌, 화분으로 꾸민 거실은 고된 몸을 쉬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1층 평면도

전원주택에서 목조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을 넘어선다. 시공비 대비 단열과 수명이 길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이러한 장점을 그대로 살리고 옛 토담집의 단점이던 긴 동선과 외풍 문제를 보완해 더욱 아늑한 공간을 계획했다. 특히, 시골은 이것저것 필요한 장비가 많다 보니 일반적인 주택 구조와는 달라야 한다.


시공사는 이러한 부분을 잘 이해했다. 세 개의 매스 구조인 건물에서 좌측 부분이 창고 겸 다용도실로 활용하고 있는 공간이다. 99㎡(30평)의 집이 생각보다 커 보이는 이유는 약 33㎡(10평)의 창고가 한 건물처럼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는 부부의 삶에서 창고는 집만큼이나 중요한 공간이다. 세탁기 등 생활 가전과 생활용품, 다양한 농기구를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건축주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편리성을 한껏 끌어올린 구조이다.

주방의 아일랜드 식탁은 싱크대와 동일한 색상으로 꾸며 주방이 넓게 보이도록 했다.

단층으로 설계한 이유도 건축주(안주인)의 불필요한 행동반경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배려이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외형은 징크와, 브라운 색의 케뮤, 장백석 스톤 외장재 조합으로 깔끔한 모던 스타일로 완성했다.


현관을 들어서면 좌측으로 거실과 주방, 우측엔 침실을 들인 구조다. 거실은 천장 고를 높이고 주방과 연계해 시원한 공간감이 들도록 꾸몄다. 넓은 거실 창과 벽난로는 실내를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을 연출해 많은 손님을 맞이해도 부족함이 없다.

방은 원목 가구와 나무색 마감재를 이용해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방은 거실과 분리해 통로를 사이에 두고 3개를 들였다. 좌측엔 안방을 우측에 방 2개를 배치했다.
부족함에서 풍요를 찾는 삶

집은 도로에 인접해 남향으로 앉혔다. 옛집은 오래 세월을 증축과 대수선을 거치며 지적도와 차이를 보여 법적으로 신축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밭 일부를 대지로 변경하고 약 1m 성토하는 과정을 거쳐 새 터를 마련한 것이다. 

세 개의 매스로 구성된 건물은 중앙을 기준으로 양 측의 높이는 낮추어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든다.

흙을 일구며 사는 농부는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 허영과 과시 없이 올곧이 흘린 땀만큼 거두기를 바라는 그들의 삶은 그대로 집에 녹아든다. 단출해 보이는 공간은 오히려 풍족해 보인다. 새로움을 더하는 것만이 창의성은 아니다. 기존의 공간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창의적일 수 있음을 이 집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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