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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등정 산악인의 쉼터

조회수 2019. 10. 18.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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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전원주택

경기도 포천의 한 호젓한 산골짜기. 산의 허락 없이는 쉬이 터를 잡기 어려워 보이는 이곳에 목조주택 한 채와 고즈넉한 산장 하나가 들어섰다. 웅장한 듯 아담한 두 건물은 때로는 묵직하게, 때로는 날아오를 듯 경쾌하게 겨울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박치민 사진 백홍기

HOUSE STORY

DATA  

위 치 경기 포천시 내촌면

건축형태 경량 목조주택

대지면적 850.00㎡(257.57평)

건축면적 123.83㎡(37.52평)

            본채 90.33㎡(27.09평)

            별채 33.50㎡(10.05평)

연 면 적 175.01㎡(53.03평)

               채별 연면적 : 본채 141.51㎡(42.88평), 별채 33.50㎡(10.15평)

               본채(층별) : 지하 1층 37.12㎡(11.24평), 1층 61.11㎡(18.51평), 2층 43.28㎡(13.11평)

               별채(층별) : 1층 33.50㎡(10.15평)

시 공 건축주 직영

MATERIAL

지 붕 재 컬러강판

외 장 재 스타코, IPE, 노출 콘크리트

내 장 재 고급 벽지, 친환경 페인트

바 닥 재 대나무

창 호 재 LG 시스템 창호 

경기도 포천에 자리한 죽엽산 초입.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길을 따라 500m쯤 올라가니 길이 끝나는 지점에 간결하면서도 웅장한 주택 한 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산 중턱, 그것도 산 심장부에 사는 이는 필히 산과의 인연이 보통은 아닐 터. 포천 주택도 예외는 아니다.

건축주는 80년대를 상징하는 히말라야 등반가인 남선우 대표. 그는 1988년 에베레스트 단독 등반에 이어 8천 미터 두 개 봉(峰) 연속 등정이라는 기록을 세워 산악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월간 ‘사람과 산’을 만든 이 중 한 명이며, 현재는 대한산악연맹 등산교육원원장. 한국등산연구소장이자 월간 ‘마운틴’의 발행인으로 있다. 그런 그가 이제 높이보다 깊이를 추구하며 이곳 죽엽산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포천 주택은 깔끔한 스타코와 부드러운 이페 우드로 모던하게 구성했다. 정면으로 멀리 철마산과 천마산 능선이 널리 펼쳐져 있으며, 산세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비단산도 눈에 들어온다.
산에 들어가다

산악인에게 산은 마음의 근원과도 같은 것. 남 대표도 도심에서 생활하면서 늘 산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도시를 떠나 산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회인으로 또한 교육자로서 아직 주어진 임무가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몇 년 전, 지인을 통해 죽엽산의 이곳 부지를 알게 됐다. 그는 처음 이곳에 발을 딛자마자 마치 생명의 모태에 들어온 듯 어떤 따스함을 느꼈다고 한다.

포천 주택은 자연 속에 폭 파묻혀 마치 오래전부터 산과 함께 호흡한 듯 주위 경관과 조화를 이룬다.

“계곡을 따라 뒤로 쭉 올라가 봤습니다. 수풀을 헤쳐가는 대도 이상하게 포근했어요. 나를 품어주는 느낌이랄까. 그때 결심했죠. 여기에 머물러야겠다고.”

남 대표는 한창 설산을 오를 때만 해도 푸른 산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불혹의 나이를 넘기면서 생명체의 조화를 담고 있는 푸른 산의 깊이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고도를 따기 위한 ‘등산’에서 깊이를 추구하는 ‘입산’으로 하나의 전환점을 맞은 것이다.

“우리 산은 높진 않지만 묵직한 깊이가 있습니다. 대자연의 질서와 그 흐름 속에 모든 생명이 한데 어우러져 있지요. 우리 역사와 삶도 깃들어 있고요. 이곳은 그 깊이를 느끼기에 적합한 곳입니다.

1층 현관 앞 테라스. 안팎이 소통하는 개방형 공간으로 거실의 앞뒤 창과 연계돼 채광 및 통풍이 뛰어나다.
1층 거실. 넓은 면적이 아님에도 오픈된 창을 통해 주위 풍경을 담고 있어 시원하고 쾌적하다.
빛과 바람이 머무는 공간

각종 허가부터 집을 올리기까지 준비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그는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평소 산에 다니듯 터전을 찾았고, 일조량이나 바람 등 자연의 흐름부터 파악했다. 터를 다질 때도 마찬가지였다. 태풍으로 쓰러진 주변 나무들을 사용해 울타리를 세우고, 주위에 산재한 돌들을 이용해 기초부터 다졌다.  

인위적인 힘을 가하기 전에 자연의 지혜부터 빌린 것이다. 능선 또한 크게 깎아내지 않고, 그 경사를 이용해 단차 구분을 냈다. 좌우 단차의 경우, 자연스럽게 필로티 구조로 설계해 주차 공간을 확보함과 동시에 건물의 웅장함을 더했다.

1층 주방/식당. 흰색으로 통일된 내벽은 주방과 식당을 비롯해 내부 중심부를 둘러싸고 있다. 바닥은 이곳이 죽엽산이란 것을 강조하듯, 대나무로 마감했다.

포천 주택은 가족의 생활공간인 본채와 방문객을 위한 별채로 이뤄져 있다. 본채는 깔끔한 화이트 스타코와 부드러운 이페(IPE)로 모던하게 구성했다. 크고 작은 매스가 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음에도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어 어느 각도에서 봐도 시선이 편안하다.

육중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방문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흥미를 유발하도록 오밀조밀하게 짜여있다. 현관에 들어서면 주방이 먼저 보이고 그 옆으로 너른 거실이 펼쳐진다. 사실 면적만 놓고 보면 거실은 결코 넓은 공간이 아니다. 그럼에도 넓고 시원한 공간이 연출된 것은 앞뒤로 오픈된 창을 통해 안팎이 소통하는 개방형 구조이기 때문이다. 

2층 서재. 주택 정면에 펼쳐진 수려한 경관을 이곳 서재에도 고스란히 담아냈다. 조망, 채광, 통풍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어 공간은 밝고 경쾌하다. 남선우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좌측) 다다미 형태로 구성된 침실. 독서와 집필활동을 하면서 잠시 쉬거나, 명상을 하기 위한 장소다. (우측) 2층 발코니는 반신욕을 즐길 수 있는 편백나무 욕조를 설치했으며 창문 너머로 삼림욕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안락한 주방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남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서재가 있다. 이곳 또한 동남향의 널찍한 창을 통해 수려한 경관을 담아내고 있어, 밝고 환한 기운이 공간에 가득하다. 바로 옆에는 명상을 위한 다다미 형태의 아담한 방이 위치하며, 서재 모퉁이를 돌면 편백나무 욕조와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발코니가 조성돼 있다. 독서와 집필에 있어 최적의 환경을 갖춘 셈이다. 그는 이곳에서 한국 히말라야 등반사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그의 저서 ‘역동의 히말라야(1998)’의 증보판을 집필할 예정이다.

“천편일률적인 집은 짓고 싶지 않았습니다. 주위 환경 요소와의 조화를 우선으로 생각했죠. 자연과 집, 그리고 그 안에 생활하는 사람이 일체감을 이룰 수 있도록, 안팎이 호흡하는 공간을 구현하는 데 설계의 중점을 뒀습니다.”

(좌측) 원목으로 이뤄진 별채 '로부재'. 누구나 산속에서 '쉼'을 누릴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우측) 로부재 측면. 외부 계단을 통해 2층 및 테라스로 올라갈 수 있다.
로부재는 12~15명 인원이 사용할 수 있게 복층으로 조성했다. 한편에 주방/식당과 욕실을 마련하고, 바닥에 전기 필름을 설계해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다.

원목으로 이뤄진 별채는 ‘로부재’라는 택호를 갖고 있다. ‘길이 끝나는 언덕 위에 있는 집’이라는 의미로, 과거 에베레스트 등정 때 접한 고지대의 마지막 마을을 ‘로부재’라고 했던 기억을 떠올려지었다. 마을 로부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쉼’의 장소였던 것처럼, 별채 로부재 또한 자연 속에서 ‘쉼’을 누릴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본채의 테마가 자연과의 조화라면 별채는 사람과의 소통인 것이다.

“로부재는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입니다. 언제든 와서 산의 깊이를 느끼며 편하게 쉬다 갈 수 있는 곳이 됐으면 합니다.”

건물 두 채가 죽엽산 자락과 하나인 듯 조화롭게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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