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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치 활용으로 입체미에 실용성을 더한 집

조회수 2019. 10. 3.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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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전원주택

경북 영주시 문수면 적동리에 지난해 1월에 들어선 191.25㎡(57.96평) 복층 경량 목조주택이다. 입면에선 주변 경관을 품어 안은 듯 평면을 ㄱ자형으로 배치하고, 거실 전면과 현관, 2층 테라스를 포치 형으로 꾸며 입체미를 살리면서 기능적으로 실용미를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실내에선 전체 면적에 비해 공간을 많이 할애한 거실과 주방/식당이 시원스럽게 소통하며, 현관-거실-전면 덱 Deck-앞마당 그리고 주방/식당과 다용도실-서측 덱-거실로 이어지는 동선이 리드미컬하다.


글·사진 윤홍로 기자

건축정보

위치 경북 영주시 문수면 적동리 

건축형태 복층 경량 목조주택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대지면적 890.20㎡(269.75평)

건축면적 189.17㎡(57.32평) / 건폐율 21.26%

연면적 223.25㎡(67.65평) / 용적률 25.08%

  1층 157.17㎡(47.63평)

  2층 34.08㎡(10.33평)

  창고 32.00㎡(9.70평)

외벽재 스타코, 시멘트 사이딩, 전돌

내벽재 실크벽지, 합지, 루버(서재 겸 다목적 실)

지붕재 아스팔트 슁글

창호재 유럽식 시스템 창호

바닥재 온돌마루, 타일(현관), 황토 대리석(침실, 서재)

설계 건축사사무소차건축 054-636-9898

시공 다우주택 053-853-6110 www.다우주택.com

경북 봉화가 고향인 남편과 경북 영주가 고향인 아내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던 약 30년 전에 ‘우리 은퇴하면 시골에 가서 살자’고 약속한다. 부부는 직장(포스코)을 따라 포항과 광양, 서울 등지의 아파트에서 생활하다 은퇴와 함께 영주에 전원주택을 마련한다. 바로 30년 전에 한 약속의 산물이자, 아파트에서 50여 분盆의 야생화를 가꾸면서 줄곧 전원생활을 동경해 온 아내를 위한 선물이기도 한 191.25㎡(57.96평) 복층 경량 목조주택이다.

에너지 소모량을 줄이고자 단층으로 계획한 거실. 전면창과 고정형 고창이 집 모양을 이루며, 실내 가득 따사로운 햇살을 담아 들인다.

영주 주택이 들어선 부지는 면적이 890.20㎡(269.75평)이고 좌향은 남서향이며, 형태는 부정형으로 동쪽 면은 도로에 접하고 나머지 삼면은 모두 밭에 접한다. 이렇듯 인접 필지에서 간섭이 없는 데에다 남서쪽으로 2m 정도 높낮이 차를 이루기에 집터의 위계가 뚜렷하고 조망도 양호한 편이다.


한편, 서쪽으로 가까이 기찻길(중앙선)이 나 있어 부부는 기차가 지날 때마다 손을 흔들며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이 기찻길은 2017년 개통 예정인 청량리와 안동을 1시간 20분 만에 주파하는 복선 전철(시속 250㎞)에 자리를 내어줄 예정이다.


건축주가 경량 목구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여타 구조에 비해 뛰어난 단열과 미관 때문이라고 한다.

거실에서 바라본 식당. 개방감과 확장감을 강조하면서 주방으로의 시선을 피했다.

“다양한 구조의 전원주택을 여러 채 둘러본 뒤에 각기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지만, 그중 경량 목구조가 단열과 미관 면에서 가장 낫다고 판단했는데 지난겨울을 나면서 경량 목구조로 정하기 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집은 난방 면적이 넓은 편이고, 이곳은 한겨울 밤중엔 기온이 영하 19℃까지 내려가는 지역임에도 비교적 적은 난방비로 혹한기를 따듯하게 났으니까요. 경량 목구조 자체가 단열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좌향이 약간 남서향이라 햇살이 잘 들어서 그런지 오늘도 기름보일러를 틀거나 벽난로에 장작을 때 지도 않았는데 실내에 온기가 감돌잖아요.”

화이트 톤의 빌트인 주방 가구로 모던하고 세련되게 꾸민 주방/식당.
시공_사람과 사람 간 관계 맺기

건축주는 주택 시공을 경북 경산시에 있는 업체에 시공을 의뢰한다. 수수한 작업복 차림에다 건축 과정과 내역을 알기 쉽고 진솔하게 설명해주는 시공사 황종대 대표가 믿음직스러웠기 때문이다.

중문 구조인 현관 앞 홀

“인터넷에서 목구조 시공업체를 검색하다 시공사 홈페이지를 방문했는데 다른 시공업체 대표들 사진은 대개 말끔한 양복 차림이었지만, 황 대표 사진은 수수한 작업복 차림으로 ‘현장 맨’이란 느낌을 받았어요. 이러한 사람이면 믿을 만하다는 생각에 포항에서 경산으로 찾아가 상담했죠. 그로부터 사흘 만에 파워포인트로 건축 계획서와 내역서를 비교적 상세하게 작성해 우리가 알기 쉽게 설명해줬어요.


사실 그전에 만난 모 업체는 우리가 개략적인 건축 내역서를 요구하자, 시간만 허비하고 아무런 의미도 없다며 거부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시공사 대표를 더욱 신뢰했는지도 몰라요. 아닌 게 아니라 현장 맨답게 첫 삽을 뜰 때부터 준공할 때까지 컨테이너에 머물며 건축 일을 진행했어요. 일을 마친 저녁엔 온몸이 피곤할 텐데 싫은 내색 없이 우리의 의견을 열심히 들어줬어요. 건축주 입장에서 그런 모습이 얼마나 믿음직스러웠는지 몰라요.”

노출 벽난로는 보조 난방 역할을, 그 위에 올려놓은 물주전자는 가습기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모든 일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집 짓는 일에 있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 맺기는 매우 중요하다. 오죽하면 ‘집 짓고 10년 늙는다’는 말이 생겨났을까. 주택을 짓고 사계절을 모두 지낸 건축주가 시공사 대표에 대해 칭찬하는 것을 보면, 이 둘의 관계 맺기는 좋은 인연임이 분명하다. 그러한 인연이 또 다른 좋은 인연을 부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드레스룸이 딸린 안방. 동측과 서측에 창을 내 화사하다.
건축 계획_ 현대주택과 시골 고옥(古屋)의 조화

영주 주택 건축주는 설계 시 도시 아파트와 시골 고옥(古屋)의 조화로움을 콘셉트로 잡는다. 입면과 실내 디자인 등은 현대주택 느낌을, 서까래를 드러낸 거실 천장, 툇마루를 연상케 하는 거실 전면 포치 등은 고옥 느낌을 살린 것이다.


특히, 거실 전면에 길게 뽑은 포치 지붕은 궂은 날씨엔 실내로 들이치는 빗줄기를 차단할 뿐만 아니라 태양의 고도가 높은 여름철엔 직사광선을, 태양의 고도가 낮은 겨울철엔 따사로운 햇살을 끌어들여 냉난방 에너지 절감에도 효율적이다. 포치 형 현관과 테라스, 그리고 서쪽에서 남쪽 면을 따라 두른 덱 Deck은 입면을 더욱 돋보이게 하면서 실용성을 한층 끌어올린 부분이다.

건강성 자재인 황토 대리석, 루버, 합지 등으로 마감한 서재 겸 다목적 공간 / 식당에서 바라본 복도와 거실

1층은 면적이 157.17㎡(47.63평)로 현관 앞 홀을 중심으로 좌측엔 공용·단란 공간을, 우측엔 사적 공간으로 구분한 구조이다. 출가한 자녀 가족을 위한 2층은 면적이 34.08㎡(10.33평)로 방 한 개와 욕실, 가족실, 수납 창고, 테라스를 배치해 독립 공간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위생이나 에너지 효율 면에서 뛰어난 중문 구조인 현관에서 홀 Hall로 들어서면 전면으로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민 계단실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반면 내벽으로 인해 좌우 측에 배치한 실들은 보이지 않는 프라이버시를 고려한 배치이다. 좌측 전면의 거실과 후면의 주방/식당은 모던하고 세련된 수납형 내벽을 사이에 두고 시원스럽게 소통한다.


주택의 규모를 볼 때 거실 전창을 오픈할 만한데 단층 박공 천장 구조이고, 거실과 주방/식당에 상당한 면적을 할애한 이유는 무엇일까. 건축주는 에너지 효율과 개방감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관 앞 ㄷ자형 계단실.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오르내리는 재미가 있다. / 부드럽고 포근한 분위기의 2층 방.

“집을 짓기 전에 우리가 주로 다닌 곳이 포항에 있는 전원주택단지인데, 그곳에서 만난 오픈 천장 구조 주택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겨울철에 난방비를 많이 잡아먹으면서 집이 춥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오픈 천장 구조는 에너지 비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기에 단층 천장 구조로 계획한 거예요. 그리고 우리는 애초 방을 비롯한 다른 공간은 작더라도 거실과 주방/식당만큼은 시원스럽게 꾸미자고 했어요. 형제가 7남매다 보니 모두 둘러앉아 얘기할 만한 넓은 공간도 필요했고요.”

2층 가족실. 안방 상부는 수납공간으로, 현관 상부는 테라스로 계획해 실용적이다. / 2층 욕실. 이동식 욕조를 제외하면 1층 욕실과 위치와 크기, 인테리어가 같다.

현관 우측 전면엔 드레스 룸이 딸린 안방이, 후면엔 서재와 피아노실을 겸한 다목적 공간이 자리한다. 이 사적 공간들은 현관에 들어서 일부러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문이 드러나지 않는 구조이다. 안방은 동측과 남측으로 창을 내 밝고 풍부한 햇살을 끌어들이고 바닥을 황토 대리석으로 마감해 고급스러운 느낌이 든다. 서재 겸 다목적 공간은 황토 찜질방으로 계획했다가 유지 관리 문제로 포기하고, 그 대신 황토 대리석과 홍송 루버, 합지 등으로 마감해 건강성을 한층 높였다.

거실 창과 길게 뽑은 포치가 조화를 이룬다. 포치 지붕은 궂은 날씨엔 실내로 들이치는 빗줄기를 차단할 뿐만 아니라 태양의 고도가 높은 여름철엔 직사광선을, 태양의 고도가 낮은 겨울철엔 따사로운 햇살을 끌어들여 냉난방 에너지를 절감에도 효율적이다.

건축주는 전원에서 생활하려면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고, 부지런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시에서 직장 생활할 땐 큰 행복만 추구하다 보니 작은 행복은 성에 차지 않았어요. 하지만 여기에선 작은 행복에 만족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큰 행복만 생각하는 도시인들은 아예 전원으로 오지 말아야 해요. 전원생활하다 도시로 되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작은 행복을 느낄 만한 뭔가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현관-거실-전면 데크-앞마당

그리고 전원에선 일거리가 많기에 굉장히 부지런해야 해요. 무, 배추, 고추 등 100여 평 농사짓는데 아침에 해뜨기 전 두 시간 반, 저녁때 두 시간 반 이렇게 하루 네댓 시간 농사지어야 작물을 수확할 수 있거든요. 그뿐만 아니라 아파트에 살 땐 문제가 생기면 관리실에 전화해 해결했지만, 전원에선 집도 정원도 모든 걸 내 손으로 해결해야 하고요. 

주방/식당과 다용도실-서측 데크-거실로 이어지는 동선이 리드미컬하다. 덱과 마당을 장식한 소품들이 마치 동화 나라의 재밌는 스토리를 들려주는 듯하다.

겨울엔 참 눈도 많이 내리는데 아침에 일어나기 무섭게 우리 집 앞뿐만 아니라 동네 어른들 집 앞 눈까지 치우고 나면 점심때가 다 돼요. 그런 데서 소소한 행복을 찾다 보면 어느새 마을의 일원이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요.”

대문에서 바라본 전경. 다양한 마감재뿐만 아니라 거실과 현관, 테라스의 포치가 입면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귀촌이든 귀농이든 전원생활은 준비된 사람에겐 행복을 안겨주지만, 무턱대고 낭만을 좇는 사람에겐 고통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스스로 전원생활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는데 어떻게 마을의 일원이 될 수 있을까. 결국엔 도시로 유턴하고 만다. 영주 주택 건축주가 들려주는 작은 행복, 근면, 주민과의 소통 등은 예나 지금이나 전원생활을 위한 진리임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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