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신처를 꿈꾸던 이의 집, 보정동 '비원'

조회수 2019. 9. 17. 15: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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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철근콘크리트주택

밖에서 보면 하나의 덩어리로 보이지만 집 내부엔 크고 작은 외부공간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타이트한 예산과 좁은 땅이라는 조건 하에 까다로운 심리적 숙제를 안고 있는 특별한 남자와 그의 가족을 위해 집이 은신처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실험한 결과다.

최준석(NAAULAB ARCHITECTS 소장) | 사진 이남선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지역/지구 제1종 일반주거지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164.90㎡(49.88평)

건축면적 82.08㎡(24.82평)

건폐율 49.78%

연면적 265.08㎡(80.18평, 다락 제외)

 지하 112.32㎡(33.97평)

 1층 82.08㎡(24.82평)

 2층 70.68㎡(21.38평)

 다락 17.42㎡(5.26평)

용적률 92.64%

설계기간 2017년 9월~2018년 2월

공사기간 2018년 6월~2019년 2월

건축비용 4억 4000만 원(3.3㎡당 550만 원)

설계 NAAULAB ARCHITECTSwww.naau.kr

시공 건축주 직영(현장소장 문창호)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카메오시리즈 0.5T 징크패널(포스코)

  벽 - 파렉스디피알 외단열 시스템(모던코트)

  데크 - 천연 방킬라이 데크목

내부마감

  천장 - 수성페인트(노루표)

  벽 - 수성페인트(노루표)

  바닥 - 강마루(디 메종)

단열재

  지붕 - KS 압출법 보온판 240T

  외벽(외단열) - KS 비드법 2종 3호 150T

  내단열 - KS 열 반사 단열재 15T

창호 시스템창호(베카융기)

현관문 단열문(금샘도어)

주방기구 한샘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난방기구 스마트 가스보일러(린나이)

건축주 김 씨는 온라인 게임 기획자다. 아주 오랜 시간 아파트에 살면서 층간소음과 담배연기에 더는 버티기 어려운 노이로제 상태였다. 그의 결론은 단독주택이었다. 그는 프라이버시와 타인 시선에 대한 감각이 일반적인 평균보다 훨씬 예민했다. 그러다보니 본인과 가족을 위한 안락한 은신처를 원했다. 첫 만남에서 그는 짧고 간결하게 말했다.

“벽을 높게 쳐서 막으면 좋겠어요.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어떤 것도 내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체력실 및 취미실로 사용될 지하공간은 작은 선큰을 통해 환기를 도모한다.
1층 거실바닥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외부 테라스
1층에서 2층 오르는 계단 전경
위 아래로 열린 내부공간과 천창의 빛으로 늘 일정한 밝기가 유지되는 실내공간
다락 오르는 계단에서 본 2층 홀

김 씨가 선택한 땅은 분당, 죽전 주변 신도시 내의 아파트 밀집 구역 중간 중간 섬처럼 존재하는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다. 소위 택지개발지구라 불리는 지구단위계획지침에서 규정한 단독주택 전용지역이다. 대개 165.29㎡(50평)에서 264.46㎡(80평) 사이의 필지들로 주차 2대를 해결하다보면 내 집만의 외부라 할 만한 여지가 별로 남지 않는 아쉬운 땅들이다. 건축주가 원한 건 이웃집들과 불과 대지안의 공지 50㎝를 이격한 채 붙어버린 상황에서 아파트 노이로제를 극복하면서 남 신경 안 쓰고 공간을 누릴 수 있는 ‘집’이었다. 

집 안의 집을 표현한 부부침실의 박공형태 벽면
2층 부부침실 입구에서 보이는 드레스 룸
다락 오르는 계단에서 바라본 2층 외부중정
2층의 넓은 욕실은 창을 통해 외부 중정을 내다 볼 수 있다.
크고 작은 공간을 담 안에 숨긴 형태

서로 붙어있는 앞집 옆집의 불편한 시선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울 수 있는, 그러면서도 골목의 분위기를 배척하지 않고 나름의 보조를 맞출 수 있는, 담이 위압의 풍경이 아닌 개성과 적절한 견제의 풍경이 될 수 있는… 그런 집. 원하는 것을 나열하면서 상충되는 조건들의 균형을 잡는 것이 이 집을 푸는 첫 번째 기준이었다. 


남측에 5미터 좁은 골목을 둔 대지는 북쪽으로 좁고 긴 형태로 좌우에 옆집이 바싹 붙은 상황이라 채광, 조망,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기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집은 몇 개의 크고 작은 외부공간을 담 안에 숨기고 있는 형태를 취한다. 의도적으로 내향적 코트하우스를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설계 초기에 몇 가지 아이디어 중 건축주의 노이로제를 최대한 풀어내는 방향으로 좁혀 들어가다 보니 직관적으로 높은 담과 단순한 덩어리가 연결되는 건축적 틀이 만들어졌다. 그 틀 속에서 지붕과 건축은 간결한 형식으로 디자인됐지만, 세부 공간들은 잘게 나누어져 안팎의 풍경이 하나의 산책로처럼 이어지도록 구성했다. 밖에서 보면 하나의 덩어리로 보이지만 집 내부엔 크고 작은 외부공간들이 집 곳곳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집이다. 

크고 작은 공간을 담 안에 숨긴 형태
테라스의 담 구멍을 통해 보이는 회화적 외부 풍경

지하 작업실 후면의 작은 테라스, 1층 거실과 연결되는 바깥 마루, 주방과 연결되는 떠있는 발코니, 숨겨진 2층 중정, 옥상테라스 등의 외부공간이 실내에 날씨와 계절, 태양을 끌어들이며 집 안 분위기와 거주 환경을 조율한다. 

2층 중정에서 옥상으로 오르는 계단
옥상 테라스 전경
남측 숲과 넓은 하늘을 볼 수 있는 옥상 테라스
계획안 최종 모형. 시공 참고용으로 제작되어 내부를 열어볼 수 있다.

결국 이 집은 타이트한 예산, 비좁은 땅이라는 조건 속에서 까다로운 심리적 숙제를 안고 있는 특별한 남자와 그의 가족을 위해 집이 은신처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실험한 결과다. 공사 기간 내내 둘러쳐진 담에 호의적이지 않던 이웃들은 준공 후 그 담이 본인들 마당까지 예상치 못한 아늑함과 긍정적 프라이버시를 제공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은 눈치다. 설계자로서 더할 나위가 없다.

주택의 북측면. 매달린 듯 돌출된 후면 발코니가 시선을 끈다.
담과 구멍, 빛과 그림자가 만드는 독특한 입면이 돋보이는 집의 남측 외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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