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경험 후 지은 행복한 집

조회수 2019. 8. 8.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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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전원주택

‘아파트’라는 것이 참으로 편리하다. 현관에 들어서면 밖을 나가지 않고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관리사무소도 있어 건물에 관해서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늘 깨끗하고 안전하게 돌봐 주지 않는가. 하지만 이처럼 편리한 아파트를 등지고 모든 것을 직접 관리하는 전원생활을 갈망하는 이들이 있다. 아파트를 떠나는 이유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전원생활을 선택하는 이유로 풍요로운 삶을 바라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오랜 시간 살아온 터전을 하루아침에 털고 떠나는 것이 쉽지 않아 대부분 은퇴 이후에나 바라는 것이 전원생활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젊은 층에서도 전원생활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한 가족 중에 지난해 평택시 안중읍에 자리한 전원주택단지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엄기영·김경임 부부의 전원생활을 들여다보았다.


백홍기 기자 

사진 소선희 기자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도 평택시 안중읍 

지역/지구 보존관리지역

건축형태 경량 스틸하우스

대지면적 577.5㎡(175평)

건축면적 112.2㎡(34평) / 건폐율 20%

연면적 151.8㎡(46평)

  1층 112.2㎡(34평),

  2층(다락) 39.6㎡(12평)


MATERIAL

외벽재 점토벽돌

내벽재 벽지, 원목 마감

지붕재 점토 기와

창호재 KCC 이중 시스템 창호, 융기 시스템 창호

바닥재 강마루

난방형태 기름보일러

식수공급 지하수

설계 대산하우징/예전건축사사무소 

시공 대산하우징 031-637-7856~7 www.edaesan.com

아담한 높이의 기다란 돌담이 먼저 반겨주는 집 대문 앞에 서면 건축주 부부의 이름 아래 ‘Happy House’라고 쓰인 문패가 눈에 띈다. 글귀 때문인가 대문을 들어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넓은 마당에 대문부터 현관까지 현무암으로 만든 디딤석을 따라 가벼운 발걸음을 옮긴다. 대문에 들어서기 전부터 큰 소리로 내내 반겨주던 골든 레트리버와 보더콜리도 너른 마당에서 여유롭게 사는 모습이다.

(좌) 예쁘게 꾸민 문패와 집 이름으로 가족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우) 모든 사람을 반겨주는 이 집의 또 다른 식구
주차장 지붕을 데크로 꾸며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좌측에 장독대를 뒀다.

스틸하우스로 지은 집은 벽돌로 외벽을 마감하고 점토 기와를 얹어 견고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집을 정면에서 바라보니 아담한 포치를 더한 박공지붕 세 개가 키재기를 하듯 서있는 모습에서 다정한 느낌마저 든다. 대문 옆에 있는 주차장은 지붕을 야외무대를 연상케 하는 덱으로 만들고 구석엔 장독대를 놓아 다용도로 활용한 게 눈여겨볼 만하다.

집도 사람도 환하게 밝은 집

집 주변을 한 바퀴 휘돌고 집 안으로 들어서니 건축주 부부가 반갑게 맞이해 주고, 그 뒤로 밝은 톤의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느낌을 주는 집의 중앙에서 큰 축을 이루는 천장 고가 높은 거실은 집 안에 늘 밝은 빛이 들어오는 남향을 바라보는 구조다. 주방 창은 넓게 내어 답답한 느낌을 덜어냈다. 거실과 주방/식당을 앞뒤로 연계해 공간 활용도가 높고 개방감이 든다.

넓은 공간에 맞게 삼연동 중문을 달아 드나들기 편한 구조의 현관
거실은 천장고가 높은 구조로 개방감을 주고 이중 시스템 창호를 달아 단열 성능을 높였다.
주방과 식당을 일체화하고 아일랜드 식탁을 두지 않아 넓고 시원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1층 평면도

처음부터 복층 구조를 염두에 두고 1층엔 방 3개를, 2층엔 다락을 계획했다. 현관에 들어서면 좌측으로 안방과 주방이 있고 우측으로 자녀 방 2개가 있다. 중·고등학생 남매의 방을 1층에 둔 이유는 얼굴도 자주 보고 가깝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다락은 가족이 함께 음악을 공유하고 다 같이 잠도 자면서 화합을 도모하기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이 집은 독립성과 개인 공간보다 가족 전체의 화합을 목적으로 계획했다.

성공적인 전원생활을 위해 4년간 경험해

건축주는 지난해 7월에 입주해 첫 겨울을 맞이한다. 그런데 이번이 두 번째 전원생활이라고 덧붙인다. 집을 짓기 전 ‘전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먼저 살아보았다’는 것이다. 퇴근 후 집에서 주로 TV만 시청하며 시간을 보내던 건축주는 아이들에게 집에서도 부지런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전원생활을 계획했다고 한다.

(좌) 안방 파우더 룸 (우) 자녀방
계단도 전체 분위기에 어울리게 밝게 꾸몄다.

“5년 전 아파트를 팔고 전원생활을 하면 어떨지 아이들과 의논했죠. 그리고 가족의 지지에 힘을 얻어 2년 동안 전원주택에서 먼저 전세로 살아보기로 했죠. 집을 사지 않은 건 전원생활의 앞날에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아이들도 좋아하고 삶의 변화가 생기더군요. 하지만 익숙해지면 전원생활이 싫증 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 더 살아보고 결정하기로 했죠. 결국 4년을 살고 나서 가족회의를 했는데 모두 전원주택을 원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계획하고 땅 매입에 들어가 1년 안에 집을 완공하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국토의 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 「수도권 정비법」, 「농지법」, 「산림법」 등으로 얽히고설킨 규제와 대지 조성 등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 때문에 쉽게 땅을 사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마땅한 토지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그렇게 뛰어다니다 찾은 것이 현재의 ‘전원주택단지’이다. 전원주택단지는 주택을 건설하기 위한 목적으로 준비된 대지라 절차가 줄고 공사를 빨리 시작해 계획한 대로 집을 완성했다.

다락 평면도
다락은 가족 화합을 목적으로 만들어 넓은 하나의 공간으로 꾸몄다.
원하던 삶을 살아 행복하기만 해

건축주가 집을 지으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단열이라고 한다.  


“전에 살던 집은 단열이 잘 안 돼 외풍도 심하고, 겨울이면 난방비도 많이 나오고 추워서 집에 들어가기 싫을 정도였어요. 그래서 우리 집을 지을 땐 겨울에도 따뜻하게 지내도록 단열에 각별히 신경 썼어요. 집이라는 게 겨울만 잘 보내면 다른 건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해요.”

주택에서 열 손실이 가장 많은 곳이 외벽과 창호다. 집에서 손실되는 열을 100으로 놓고 보면 외벽이 39%로 가장 높고, 그다음이 창호에서 32%의 열 손실이 발생한다. 그래서 외벽과 지붕은 열반사 단열재 등으로 보강했다. 창은 단열 성능이 뛰어난 이중 시스템 창호로 선택했다. 이중 시스템 창호는 일반 시스템 창호보다 두꺼워 대부분 전원주택에서 사용하기 어렵다. 만약 이중 시스템 창호를 사용하려면 벽채를 두껍게 해야 하고 그만큼 건설비용도 증가한다. 그런데 이 집은 외벽을 벽돌로 마감해 두께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고 이중 시스템 창을 달았다.

열 손실이 줄어들다 보니 집 안 온도를 26℃로 맞춰 놓아도 밤에만 잠깐 보일러가 가동될 뿐이다. 당초 지열보일러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단열을 보강해서 난방비가 적게 나올 것을 예상한 시공사에서 기름보일러를 추천했다. 지열보일러는 초기 설치비용이 많이 들어 향후 10년이 지나야 설치비용을 상쇄할 것으로 계산해서다.

건축주가 시공사에 선물한 감사패

집을 완공하고 나서 시공사는 건축주에게 감사패를 선물로 받았는데 이런 사례는 흔치 않다. 집을 짓다 보면 크고 작은 말썽으로 다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집을 짓다 10년은 늙는다’라는 말이 집을 짓는 이들에게 익숙한 표현일 정도이다. 하지만 엄기영 건축주는 시공사와 함께한 과정을 침이 마르게 칭찬한다.


“하나를 요구하면 그 이상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그러니 늘 만족도가 높았죠. 또 늘 건축주 입장에서 생각하고 의논했어요. 비용은 적게 들면서 최고의 결과물이 나오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공사가 끝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넓은 마당은 아파트에서 누릴 수 없는 전원주택만의 특권이다.

건축주 가족은 전원생활을 계획한 모든 과정이 완벽하게 성공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들 부부는 그 경험을 토대로 전원생활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 1~2년 정도 임차로 살아보고 집을 짓기를 권유한다. 아내 김경임 씨는 한창 예민하고 학업에 집중해야 하는 중·고생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이 시기를 피해 전원생활을 계획하는 편이 더 좋다고 조언한다.

‘행복은 우리 곁에 있고 스스로 창조할 수 있다’는 말처럼 평택의 한 가족에게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꾸며가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돌아서는 길에 ‘Happy House'라 쓰인 문패를 보고 글귀와 잘 어울리는 집이라고 생각했다.

포치도 박공지붕으로 해 전체적인 조화를 이뤄냈다.
작은 성곽처럼 꾸민 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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