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길 인생 35년, 자신과 아내에게 바치는 실용한옥 '취향당'

조회수 2019. 6. 26.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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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 한옥

35년 동안 한길로만 살아온 건축주 이동수 씨. 그는 주소도 한번 옮기지 않고 나고 자라온 곳에서 공무원 생활에 몸을 담고 지내온 지 어느 덧 35년이 흘렀다. 정년퇴직을 앞둔 그는 그동안 성실하게 살아온 자신과 맞벌이 부부로 동고동락을 함께 해 온 아내를 위해 집을 지었다.  

이상현 기자 | 사진 박창배 기자 | 취재협조 황토와나무소리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산이리

지역/지구 제1종 일반주거지역

건축구조 한식 목구조

대지면적 1071.00㎡(323.97평)

건축면적 149.58㎡(45.24평)

건폐율 13.97%

연면적 149.58㎡(45.24평)

용적률 13.97%

설계기간 2017년 11월~12월

공사기간 2017년 12월~ 2018년 10월

건축비용 3억 1500만 원(3.3㎡당 700만 원, 다락과 구들 제외)

설계주신건축사무소 010-3552-5897

시공황토와 나무소리 055-748-9581 www.황토와나무소리.com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세라믹 기와

  벽 - 황토미장

내부마감

  천장 - 편백루버, 삼목 서까래

  벽 - 황토미장, 한지벽지

  바닥 - 한지장판, 원목마루

단열재

  지붕 - 왕겨숯단열벽체

  장선 - 왕겨숯단열벽체

  외벽 - 왕겨숯단열벽체

창호 시스템창호(LG하우시스)

현관문 우드플러스

조명 진주제일전기

주방가구(싱크대) 자체제작

위생기구 대림, 한샘

난방기구 콘덴싱 기름보일러(경동나비엔)

평범하게 산다는 거,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평범한 삶이란 큰 곡절이 없는 삶을 말한다. 곡절들은 우리를 쉽게 놓아주지 않기 때문에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어렵다는 말을 하곤 한다. 나고 자라온 고향에서 주소 한번 옮기지 않고 살아온 건축주 이동수 씨(61세)는 평범하게 잘 살아온 모범적인 케이스다. 그 스스로도 그러한 자신이 대견하다고 말한다. 


“83년도에 나고 자라온 고향 면사무소 9급 공무원으로 들어가서 평일엔 집과 직장을 오갔고 휴일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패턴으로 지내왔습니다. 당시 공무원 봉급이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아내도 두 아들을 키우며 맞벌이를 해야 했죠. 정년퇴직을 앞두고 지내온 세월을 돌이켜보니 제 스스로 대견스럽고 아내에게도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주차장 앞 계단에서 바라본 취향당
현관에 들어서면 루버로 두른 실내가 자연 속과 벗하는 집임을 연상케 한다.
현관 앞 홀과 거실 사이, 안방과 거실 사이에 중문을 만들어 가족 간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했다.

축주는 그동안 성실하게 살아온 자신과 아내의 노고에 대한 보답으로 집을 지어 선물하기로 했다. 때 마침 살던 집 바로 옆 대지가 매물로 나와 망설일 것 없이 구입하고 건축박람회를 찾아다니며 집 지을 준비를 했다. 노후에 살 집인 만큼 건강을 고려해 한옥으로 짓기로 결정했다. 


“소싯적에 벽돌집에 살았고 결혼해서는 살던 집 바로 앞에 콘크리트로 복층 주택을 짓고 30년간 살았어요. 벽돌집에 살 때는 겨울에 추웠다는 생각이 들었고, 콘크리트 집에 살면서는 시멘트 가루가 늘 눈에 거슬렸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한옥을 생각했어요.”

거실 천장고를 높이고 고창을 달아 한껏 넓어 보인다. 시스템창호를 설치해 이전 집에 대한 추웠던 걱정을 완벽히 덜어냈다.
거실에서 본 주방·식당과 다락. 창문과 상부장 모두 집 안 분위기에 맞춰 제작했다.

건축주는 한옥을 짓기로 맘을 먹고 전문 시공사를 찾았다. 난방비가 많이 들지 않도록 단열과 기밀이 좋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여러 건축박람회를 다니며 살펴보았는데, 황토와 나무소리가 짓는 실용한옥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에서 열린 건축박람회에서 실용한옥을 짓는 황토와 나무소리를 만났는데 일단 맘에 들었어요. 하지만 집 지은 사진과 시공사 말만 듣고서는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생각에 직접 현장을 찾아 갔어요. 경상남도 진주에 있는 집을 방문해 주인에게 시공사에 대한 얘기와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고, 완공된 지 1년이 지난 집과 3년이 넘은 집도 방문했습니다. 건축주 모두 만족해했고 시공사에 대한 평도 좋았어요.”


건축주는 발품을 팔며 살펴본 결과, 황토와 나무소리를 시공사로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특히 단열성이 탁월한 황토와 나무소리만의 벽체 시공방식이 마음에 쏙 들었다고 한다.


“황토와 나무소리는 벽체를 시공할 때, 황토벽돌을 손바닥 너비 간격으로 이중으로 쌓고 벽과 벽 사이에 왕겨숯을 채웁니다. 그리고 벽체 안팎을 황토미장으로 마감해요. 그러다 보니 친환경적이면서 단열성도 아주 뛰어납니다.”


현관에서 주방·식당까지 이어진 ‘ㄱ’자 모양의 다락은 건축주 부부에겐 수납공간이자 손자에겐 큰 놀이터다. 난간엔 아내가 직접 그린 그림을 전시했다.
나무 향기 가득한 주택

취향당의 대지는 그리 높지 않은 백마산이 뒤쪽에 자리하고, 앞으로 실개천(산이천)이 흐르고 있다. 살던 집 옆에 마련한 대지는 동서로 긴 다각형 모양이다. 주택을 북동쪽 끝에 ‘一’자로 배치해 앞으로 마당을 넓게 계획했다. 왼쪽 옆집엔 건축주의 어머니가 거주하고 있고 우측으로는 이웃집과 면한다.  


주차장에서 돌계단을 올라 마당에 들어서면 박공지붕에 기와를 얹은 퓨전 한옥이 한 눈에 들어온다. ‘一’자 모양인데도 단을 나눠 외관이 단조롭지 않으면서 웅장함이 느껴진다. 현관 입구엔 푸르고 향기로운 집이라는 뜻의 ‘취향당’ 현판이 걸려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집을 짓는다고 하니 광주학연구소장 겸 시인인 허현무 씨가 당호와 시를 써서 선물한 것이란다.

취향당의 안방. 곳곳에 미장, 한지, 루버로 적절히 섞어 마감했다. 전용 욕실은 미끄럽지 않도록 도기질 타일을 붙여 마감했고, 드레스룸은 천장에 다락과 이어지는 접이식 사다리를 설치해 공간을 극대화했다.

내부는 거실과 주방·식당을 중심으로 좌측 전면에 현관과 찜질방을 후면에 작은방과 공용 욕실을 배치했다. 우측 전면엔 안방을 두고 부부욕실과 드레스룸을 뒷면으로 나란히 배치했고, 주방·식당 옆으로는 다용도실을 두었다. 현관부터 주방·식당, 드레스룸과 다용도실까지 이어지는 공간 위쪽에 다락을 넓게 만들어 수납공간뿐만 아니라 별도의 공간으로 활용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특이하게 현관에서 거실로, 안방에서 거실로 들어서는 두 곳에 중문을 만들었는데, 아들 내외가 왔을 때 서로가 욕실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프라이버시 차원이라고 한다. 

출가한 아들 내외가 방문할 때 사용하는 작은 방
현관 앞에 배치한 공용 욕실

건축주에게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전반적으로 부족함이 없다고 한다. 그 가운데서도 가족을 한 곳에 모이게 하는 공간이 최고라고 꼽는다. 


“거실은 천장고가 높아 아주 마음에 듭니다. 마음이 한껏 더 넓어진 느낌입니다. 그리고 거실과 주방·식당을 통합해 넓게 한 것도 아주 잘한 것 같아요. 아내도 매우 만족해하고요. 또 기존 집에서는 수납공간이 부족해 여기 저기 물건을 쌓아두었는데, 지금은 다락이 넓어 그러한 걱정이 없어서 좋고, 무엇보다 찜질방을 만든 게 너무 좋아요. 아내도 저도 어머니도 찜질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거든요.”

건축주 부부와 어머니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찜질방. 취향당 왼편 아궁이에 불을 때면 그 온기가 3~4일이 지속된다고 한다.
다락에 오르면 생각보다 넓은 크기에 놀라고, 크기에 비해 아늑함이 느껴져 두 번 놀란다.

건축주는 취향당을 지으면서 바로 옆에서 살고 있는 어머니의 집도 보수했다. 취향당과 같이 단열재를 덧대고 황토로 다시 미장했다. 어머니와 한 집에서 함께 살길 원했으나, 어머니는 ‘바로 옆집인데 뭐가 다르냐’며 극구 만류했다고 한다. 그래서 사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어머니 집을 리모델링 한 것이다. 주택과 주변 곳곳에 아들과 어머니를 위한 배려가 속속히 보이는 취향당. 그 이름처럼 앞으로도 푸르고 향기로운 마음이 가득하길 바란다.

취향당의 좌측 배면
어머니의 집에서 바라본 모습‘一’자 모양이지만 가운데 부분 거실의 천장고를 높이고 지붕을 올려 웅장함이 더해졌다.
‘一’자 모양이지만 가운데 부분 거실의 천장고를 높이고 지붕을 올려 웅장함이 더해졌다.
마당 한편에 만든 텃밭을 가꾸는 중인 건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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