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호호 웃는 집, 오산 하호재

조회수 2019. 6. 18. 13: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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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 철근콘크리트주택

교회에서 만나 친분을 쌓아온 두 집이 아파트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환경과 공유하는 삶을 위해 공동 주거를 꿈꾸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윗집은 전문직 회사원과 주부로, 아랫집은 작곡가와 간호사 그리고 아이들로 이뤄진 가족이다. 처음 프로젝트명은 ‘공동 주거를 꿈꾸며’였다. 그래서 모든 일이 끝난 지금도 그간의 기록은 회사 서버에 ‘공동 주거를 꿈꾸며(하호재)’란 폴더명으로 남아 있다. 오산 하호재는 제23회 경기도 건축문화상 특별상을 받았다.

허한(오늘건축사사무소) | 사진 이상현 기자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 오산시 양산동

지역/지구 제1종 일반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297.10㎡(89.87평)

건축면적 126.59㎡(38.29평)

건폐율 42.61%

연면적 221.30㎡(66.94평)

  1층 100.91㎡(31.52평)

  2층 84.79㎡(25.64평)

  3층 35.60㎡(10.76평)

용적률 74.49%

설계기간 2015년 8월~2016년 3월

공사기간 2016년 5월~11월

설계 오늘건축사사무소 02-525-1106

 https://onla.modoo.at

시공 건축주 직영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컬러강판

  벽 - 점토 소성벽돌,

        컬러강판

  데크 - 멀바우

내부마감

  천장 - 실크벽지

  벽 - 실크벽지

  바닥 - 강화마루

계단실

  디딤판 - 집성목

  난간 - 평철

단열재

  지붕 - T180 가등급 단열재

  외벽(외단열) - T120 가등급 단열재

창호 T40 로이 삼중유리 시스템창호(베카)

현관문 단열도어

조명 LED

주방가구 한샘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아이들과 함께 시작하는 새로운 터전으로 두 집이 각자 프라이버시를 갖으면서도 다양한 외부 공간과 서로 소통하기 좋은 구조 그리고 예쁜 집을 요구했다. 덧붙여 아랫집은 작곡할 수 있는 독립된 음악 스튜디오와 케이크를 만들고 교육할 수 있는 주방을, 그리고 윗집은 방이 작더라도 외부 테라스로 이어져 가족생활의 중심이 될 식당에 집중하며 책이나 사진 장비를 보관하고 작업하는 엄마만의 작은 작업실을 원했다. 물론 두 집이 같이 그리고 따로 쓸 수 있는 마당은 기본이었다.


이곳은 남쪽으로 똑같은 모양의 땅콩집들이 주택단지를 이루고, 다른 곳은 흔히 볼 수 있는 단독이나 다가구주택들로 둘러싸여 있다. 집을 재테크의 수단으로만 인식하는 듯한 모습에 안타까움도 잠깐, 두 집이 만들어가려는 ‘공유하는 삶’을 우리 건물이 보이는 모습에서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사생활을 보호하되 폐쇄적이진 않도록 하여 이웃과도 그런 생각을 나눌 수 있게 …….

하호재는 일반적인 듀플렉스 주택과 다르게 두 세대가 현관을 공유한다. 현관을 더 크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더불어 천창을 내어 한결 밝은 공간이 됐다.
아랫집은 들어서자마자 복도를 기준으로 좌측에 방 2개를 배치했다.
주방/식당을 넓게 계획하고, 전면에 중정과 같은 마당을 조망하도록 큰 창호를 설치했다.
파노라마 게이트처럼 펼쳐지는 외관

설계 과정을 지나고 돌아보면 시간만 흐른 게 아니구나 싶은 건 정말 많은 과정의 대안이 스케치, 모형, 도면의 다양한 형태로 남기 때문이다. 이번 ‘하호재’를 만나기까지 그렇게도 많은 고민의 흔적들이 있었다. 세 가구 구성에서 시작된 초기에서부터 마당 구성과 아랫집, 윗집 구성으로 자리를 잡기까지, 그 기록을 뒤져보니 ‘29-C안’까지 있었다.


많은 고민과 스케치로 찾아간 결과는 전체를 3개 층으로 구성해 출입구와 현관을 공유하고, 아랫집은 1~2층을 윗집은 2~3층을 쓰는 복층 구조 형태다. 도로에서 작은 마당을 통해 들어가는 입구는 개방적이지만, 두 집만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깊이감 있는 전면 공간을 만들고, ‘누가 집에 있지?’ 하는 것도 바로 알 수 있는 공유하는 현관은 넉넉한 신발장을 마련해 두 집이 같이 사용한다(설계 개념1 Process 참고).

복도 끝에서 좌측으로 틀면 숨어 있던 거실이 나타난다. 주방/식당과 마찬가지로 마당을 향해 창호를 냈고, 2층으로 오르는 계단실을 설치했다. 녹음실은 제일 안쪽에 배치하고 방음시설을 해 다른 공간에 있을 재실자를 배려했다.
2층에 오르면 우측에 녹음실로 사용되는 녹음 스튜디오와 좌측에 전용 욕실과 드레스룸이 딸린 안방이 있다. 좌측 발코니를 통해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건축은 크고 작음을 넘어 소유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이웃과 도시와 함께하는 풍경이 되곤 한다. 그런 면에서 두 집이 같이 살아가려는 ‘공유하는 삶’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는 작은 단독주택이지만, 도로에 면한 14.4m 길이의 정면을 지나는 이웃과, 거창하게는 도시와도 나누는 풍경을 담기로 했다.


누군가가 멀리에서부터 가까이 지나칠 때, 가로에서 집을 바라보는 지점에 따라 입구의 사각 형태와 3층의 사각 형태 깊이 차로 인한 투시도 효과로 시점마다 다르게 보여 마치 건물이 움직이는 듯한 변화 있는 가로 풍경이 만들어지도록 계획했다. 이런 생각에 ‘파노라마 게이트’라고 이름 붙였는데, 앞으로도 이곳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하나의 의미 있는 건물(도시의 컨텍스트)로 조용히 자리 잡아가기를 바란다(설계 개념2 파노라마게이트Panorama Gate 참고).

대지에 자리 잡는 배치와 대안들의 모형 일부
윗집 세대 입구. 윗집 세대는 1층 없이 바로 2층으로 연결된다. 윗집의 주 출입 공간인 만큼 밝은 자연 채광을 확보했고, 낮은 계단으로 개방감을 줬다. 입구에서부터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건축주 부부가 집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본격적으로 설계하기 전부터 가끔 의뢰인들과 모여 집과 건축에 대한 생각을 공유한 것만으로도 5, 6개월이 지나갔다.


“언제나 제한된 예산 범위에서 해법을 찾아가는 과제는 설계부터 공사를 마무리하기 전까지 꾸준히 발생합니다. 하지만 만든 후보다 만들기 전이, 또 그것보다 계획이나 설계할 때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겁니다.”


이런 대화의 과정이 의뢰인과 건축가가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많은 경우 ‘그래서 얼마인가요?’로 처음과 끝을 생각하면 실패하기 딱 좋다. 공사비용은 평당 얼마라고 단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만큼 많은 해법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신뢰하고 생각이 통할 수 있는 건축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도 10여 년 전부터 어디 갈 때마다 집 지을 땅을 찾고 있다. 그동안 상상하며 그린 집 스케치만으로 단지를 만들 정도다.

윗집 세대 2층 가족실. 윗집 세대는 사적 공간을 2층에 배치하고, 공용 공간을 3층으로 올렸다.
아이들 방은 양 옆으로 배치하고 맞춤 가구로 층을 나눴다. 2층 침대엔 서로 통하는 개구부를 냈다. 아이들에겐 침실이면서 또 다른 놀이터다.
침실은 잠만 자면 되는 공간이기에 최소화하고, 드레스룸과 전용 욕실을 배치했다. 안방과 드레스룸, 욕실 사이에 미닫이 문을 달아 상황에 따라 열고 닫을 수 있다.
2층 공용 욕실은 건식 공간과 습식 공간으로 나눴다. 계단실 옆에 있어 집에 오자마자 바로 손을 씻을 수 있는 배치다.
가족실에서 바라본 계단실. 넓게 만든 계단실이 더욱 안정감 있어 보인다. 바로 옆에 책장을 설치한 이유는 계단실의 또다른 역할을 짐작하게 한다.
거실 일부분에 아내의 작업 전용 공간을 만들었다. 단을 나눠 다락방 같은 아늑한 분위기를 풍긴다. 옥상 데크 쪽으로 큰 창호를 설치해 3층이지만 1층 같은 느낌이다.
3층에 오르면 식당 겸 거실과 주방이 한눈에 펼쳐진다. 주방과 식당/거실을 일체형으로 오픈하고 인테리어를 모두 흰색 바탕에 가구로 포인트를 줘 작은 공간임에도 넓어보인다.
식당/거실과 연결된 3층 테라스
아랫집 안방 발코니에서 원형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오를 수 있다. 건축주는 “함께 지었는데, 같이 사용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나중에 옥상 일부분에 아이들이 쓰는 수영장 겸 피로를 푸는 스파로 사용하도록 편백나무 욕조를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옥상 복도에서 바라본 중정과 마당. 고벽돌과 목재사이딩이 조화로우면서 단조롭지 않은 외관을 보여준다.

‘하호재’, 두 집이 알콩달콩 사는 모습을 보면, ‘역시, 집보다 그 안에서 사는 사람이 중요하지’라고 생각한다. SNS에 고기를 굽는 아랫집 남편의 사진이 계속 올라온다. 고기를 잘 구워 마당이 필요했던 건지, 마당이 있어 고기를 잘 굽게 된 건지, 전직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봄이 오면 마당에서 고기 구워 먹으러 한 번 찾아가봐야겠다. 

주택 앞에 가로지른 징크는 주차장을 구획하면서 현관에 들어서는 포치 역할을 겸한다.
정면 오른쪽에서 바라본 오산 하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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