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향해 두 팔을 벌린 당진 쌍둥이 주택

조회수 2019. 6. 13.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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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철근콘크리트주택

전원주택을 짓는 이유가 사람마다 다르듯, 건축주의 이야기를 주택으로 풀어내는 것도 건축가마다 다르다. 자칫하면 동상이몽을 꾸기 쉽다. 당진 주택 건축주 홍경선·최미은 부부와 건축가 이수호 씨는 약 4개월간 함께 생활하며 설계부터 시공까지 작은 것 하나까지도 소통했다. 짧은 시간에 지었음에도 보기에도 멋스러운 주택, 살기에도 편안한 주택을 완성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상현 기자 | 사진 윤홍로 기자

취재협조 이수호건축디자인

HOUSE NOTE

DATA

위치 충청남도 당진시 정미면 봉생리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 - 캔틸레버 구조

대지면적 1276.00㎡(385.99평)

건축면적 202.00㎡(61.10평)

건폐율 15.83%

연면적 236.56㎡(71.55평)

 1층 68.10㎡(20.60평)

 2층 168.46㎡(50.95평)

용적률 18.53%

설계기간 2017년 4월~5월

공사기간 2017년 8월~12월

토목공사유형 석축, 성토, 배수로 설비, 조경

토목공사비용 5,000만 원

건축비용 6억 5,000만 원(3.3㎡당 900만 원)

설계 이수호건축디자인

시공 건축주 직영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컬러강판

  벽 - 고벽돌, 타일

  데크 - 낙엽송

내부마감

  천장 - 석고 위 친환경 수성페인트

  벽 - 석고 위 친환경 수성페인트

  바닥 - 강마루(구정마루)

계단실 디딤판 - 멀바우

단열재

  지붕 - T150 비드법 보온판 1종 1호

  외벽 - T150 비드법 보온판 1종 1호

  내벽 - T50 흡습재

창호 알파칸 시스템창호

조명 LED

주방가구(싱크대) 한샘

위생기구 대림, 아메리칸 스탠다드

난방기구 LPG보일러(경동나비엔)

우측 데크에서 바라본 게스트룸이자 바비큐장. 지인들을 초대하길 좋아하는 건축주의 바람이 실현된 공간이다. 주방가구와 욕실도 설치해 원룸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더불어 개인 공간인 2층과 철저히 구분해 프라이버시를 확보했다.
현관에 들어서면 높은 천장고와 마당으로 열린 폴딩도어가 한눈에 들어온다. 폴딩도어를 열면 단층이 대청으로 변한다.
쌍둥이의, 쌍둥이에 의한, 쌍둥이를 위한 주택

쌍둥이 주택의 대지는 약 400평으로 야트막한 야산 사이 중간에 폭 안긴 북고남저형 사다리꼴 모양이다. 좌측은 이웃 필지에 면하고 전면은 과수원, 우측과 북측은 도로와 접한다. 대지를 2단으로 나눠 1.5m 차이를 두고, 그 아래 과수원과 2.5m 레벨차가 있어 향후 앞에 주택이 들어서더라도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아래 마당 터는 3m 폭의 단을 주어 텃밭이나 캠핑장을 꾸릴 수도 있고, 외부 수돗가 설비로 세차도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대지의 북쪽에 주택을 올려 남쪽에 마당을 뒀고, 마당을 최대한 넓게 사용하고자 생활공간을 모두 2층으로 올렸다. 북쪽으로 진입해 1층 주차장을 중심으로 기둥을 세우듯 좌우로 분리했다. 좌측은 현관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뒀고, 우측은 게스트룸 겸 바비큐장을 배치해 생활공간과 구분했다. 기둥 같은 1층 위에 대지 모양에 따라 남쪽으로 벌어지는 ‘凹’자 모양의 매스를 올렸다. 여기에 건축가는 지형을 바탕으로 주택에서 흔치 않은 캔틸레버 구조를 사용했다.


“2개로 분리된 형태의 1층 공간은 2층을 떠받치는 축의 역할을 합니다. 전면에서 보면 9m와 7m가 기둥 없이 떠 있는 캔틸레버 구조죠. 이를 통해 천장이 있는 공간들이 생겨났어요. 주차장은 출입구가 있는 중앙에 배치해 접근성을 살리고 나머지 2곳은 데크를 깔았습니다. 오른쪽 데크는 사람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정자 역할을, 왼쪽 데크는 아이들의 놀이터 역할을 부여했어요. 게다가 기둥이 없는 캔틸레버 구조를 사용해 마당이 더욱더 넓어 보입니다. 주변 이웃 주택 시야도 가리지 않아 마찰도 적었습니다.”

소파에 앉아 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창호가 인상적이다. 날씨가 좋으면 거실 베란다에서 빨래를 말릴 수 있다. 캔틸레버 구조상 무게를 위에서 잡아 주기 때문에 두꺼운 보가 양옆으로 내려오게 됐다. 양쪽 복도로 향하는 개구부를 아로(Arrow)지게 해 서양적인 분위기를 주어 디자인으로 커버했다. 창호 위쪽에 자리한 TV 받침도 동일한 곡선형으로 통일했다. 건축주는 “TV가 위에 있어도 소파에 앉아보면 전혀 불편하지 않다”며, “TV를 자주 보는 편이 아니기에 전혀 문제없다”고 기자의 염려에 대답했다.
벽과 다용도실 슬라이딩 도어를 같은 흰색으로 칠했고 주방가구도 나무 무늬가 들어간 흰색을 선택해 통일감을 높였다. 자칫 밋밋할 수 있기에 미색 조명을 설치해 공간에 따듯함을 더했다. 인테리어를 진행할 때 건축가도 참여해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췄다. 창문과 가구의 배치가 사소한 오차도 없이 딱 떨어진다.

건축가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했다.

“건축주의 자녀가 이란성 쌍둥이이에요. 그 모습을 외관에 담았습니다. 전면에서 보면 왼쪽은 발코니를 설치해 살짝 들어가 보이고, 오른쪽은 확장해 발코니가 없습니다. 1층 매스의 길이도 달라 대칭과 비대칭이 교묘하게 섞이도록 디자인했어요. 외부에서 볼 땐 독특한 구조로 시선을 끌고, 안에 들어서면 곡선이 어우러진 내부가 따뜻하게 맞이합니다.”

깔끔한 백색에 우드톤을 포인트로 사용한 안방. 전용 드레스룸과 욕실을 설치해 다른 짐이 보이지 않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전면 좌측 현관으로 들어서면 넓은 공간에 놀라고, 마당을 향해 열린 폴딩도어에 또 놀란다. 천장이 생긴 곳에 데크를 깔고 아이들의 모래 놀이터를 설치했다. 계단을 따라 2층에 오르면 거실과 마주한다. 거실을 중심으로 좌측에 복도를 따라 게스트룸, 서재, 공용 욕실, 아이 방, 우측에 안방, 드레스룸, 안방 욕실, 세탁실, 다용도실, 주방/식당이 있다. 천장고를 평균 3.5m로 높이고 거실과 주방/식당은 대면형으로 계획해 더욱 넓어 보인다. 벽과 천장은 화이트 친환경 수성 페인트를 칠하고, 바닥은 강마루를 헤링본으로 시공했다.


건축주는 “아이들이 크면서 벽에 낙서할 것이 뻔하기에 벽지 대신 페인트를 선택했다”고 한다. 거실의 큰 창호와 더불어 복도에 가로로 긴 고정 창을 설치해 어느 곳에서든지 마당과 마을을 조망할 수 있다. 더불어 해가 지나감에 따라 하루 종일 채광이 풍부한 것은 덤이다. 특히, 내벽은 복도를 제외하고 모두 가벽으로 세웠다. 후에 방을 합치거나 나눌 수 있고, 천장고가 높기에 복층을 만들 여지를 뒀다. 자녀 공간과 부모 공간을 좌우로 나눈 것은 세대 간 프라이버시를 확보한 설계다. 주방/식당과 다용도실, 세탁실, 복도를 연결해 순환 동선을 만들었는데 아내가 제일 좋아한다.


“이곳에 이사 온 뒤로는 청소하는 게 생각보다 즐거워요. 움직이는 동선이 짧아 번거롭지 않고 한번에 해결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에요. 천장도 높고 채광도 좋아서 마음이 넉넉해진 것 같아요.”

건축가는 “양쪽의 긴 복도와 거실을 통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다니며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는 점”이 쌍둥이 주택의 장점이라며, “미세먼지가 많은 날, 실내에 있어도 재밌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마당 쪽으로 난 통창은 양쪽 복도에서 서로를 바라볼 수 있고 사계절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액자의 역할도 수행한다.
발코니를 설치한 전면 좌측 방. 아이가 성장해 방을 각각 사용할 때를 대비해 만들었다. 현재는 아이가 어려 부부가 임시 안방으로 사용하며 아이들을 챙기고 있다.
옆방은 컴퓨터와 재봉틀을 두고 건축주 부부가 취미생활을 즐기는 공간이다. 쌍둥이들이 신생아 때부터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되어도 딱 맞는 맞춤형 집이 되도록 가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요소를 남겼다. 어릴 때는 같은 방을 사용하다가 아이들이 크면 방을 나누어 사용할 수도 있고, 건물의 내벽은 모두 가벽이기 때문에 방 사이의 벽을 헐고 넓은 방으로 만들 수도 있고, 천장이 높아 복층을 만들 수도 있다.
취미실과 아이 방 사이에 위치한 공용 욕실은 건식 공간과 습식 공간으로 분리했다. 건식 공간은 복도와 분리 없이 동일한 강마루로 이어 붙여 아이들이 자연스레 손 씻는 습관을 들이기에 편하도록 계획했다. 습식 공간은 바닥에 밝은 톤의 질감이 있는 석재 타일을 붙여 자연의 느낌을 살렸다.
쌍둥이가 지내고 있는 계단실 옆방

*

건축주는 “작년 4월에 입주해 결로나 곰팡이 없이 쾌적하게 생활하고 있다”며, “건축하며 집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다 배워서 앞으로 웬만한 건 모두 직접 수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단독주택 생활의 즐거움과 자신감을 나타냈다. 주택을 짓고 제일 만족스러운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아내는 “아이들이 이사 온 첫날부터 잠도 잘 자고, 마음껏 뛰어놀아도 층간 소음 걱정이 없어서 좋다”고 말한다. 게다가 건축가 부부도 아이와 자주 내려와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단다.


남편이 일찍 퇴근하게 만드는 집, 아내가 즐겁게 청소할 수 있는 집,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아도 되는 집, 더불어 지인도 즐겁게 찾는 집은 모든 부부가 꿈꾸는 집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쌍둥이 주택에 지금처럼 즐겁고 행복한 나날이 가득하길 바란다.

데크는 낙엽송을 폭 250㎜ 두께 30㎜로 켜와서 만들었다. 낙엽송은 나무의 결이 잘 보이고 색이 점점 붉어지는 특성이 있다. 놀이터용 데크는 구멍을 내서 모래 놀이터를 만들고, 천장에 쌍둥이용 그네 두 개를 달았다. 어른들이 더 자주 타는 건 아이들에겐 비밀이다.
좌측 배면
북측 입구에서 바라본 쌍둥이 주택. 거실 뒤에 설치한 작고 기다란 창이 마치 눈으로 보여 전체 입면이 작은 로봇 같아 보인다.
마당 우측과 아랫마당 좌측에서 바라본 쌍둥이 주택. 캔틸레버 구조를 이용해 마당이 더욱 넓어 보이며, 좌측에 있는 이웃집의 시선도 가리지 않는다. 자연이 어우러진 주변 경관 및 마당의 조경과 잘 어울리는 붉은 고벽돌(타일)을 선택하고 건축주가 소유한 흰색 차량의 블링블링한 이미지와 어울릴 만한 자재를 찾다가 백색 유광 타일을 선택했다. 처음엔 징크(백색 코팅)로 마감하려 했으나, 예산을 줄이기 위해 변경했다.
주택 전경. 2층 매스가 뻗어 있는 두 개의 팔(또는 날개) 같은 형태로 보여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건축주와 건축가는 구조 해석을 받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독특하면서도 튀지 않고 편한 주택이 완성돼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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