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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직접 짓고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차오 제주Tchao Jeju

조회수 2020. 1. 23. 10: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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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게스트하우스

차오 제주는 게스트하우스 2인용 5실, 사무실, 필자 부부의 살림집, 이렇게 세 가지 프로그램을 혼용했다. 협재 해안도로에서 한 블록 뒤편에 위치한 대지의 성격상 조그만 섬 비양도의 사계를 느낄 수 있는 전망 확보가 디자인 콘셉트다. 화산섬 제주와 주변 민가와의 이질적인 분위기를 지양하는 한편, 자연 재료만이 친환경 자재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따뜻하면서 세련된 분위기의 볼륨과 자재 사용으로 입면을 디자인했다. 또한 자재 사용에 있어 제주 특유의 강한 비와 바람, 습도, 염분 등을 고려했다.

글 사진 이후송(아비따건축연구소 소장)

HOUSE NOTE

DATA

위치 제주 제주시 한림읍 협재2길 6-3

지역/지구 제1종 일반주거지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용도 사무실 및 다가구주택

대지면적 440.0㎡(133.10평)

건축면적 119.11㎡(36.00평)

건폐율 27%(법정 60% 이하)

연면적 262.80㎡(79.50평)

  1층 3가구 65.16㎡(19.71평)

  2층 사무실 및 2가구 103.32㎡(31.25평)

  3층 94.32㎡(28.53평)

  다락 46.30㎡(14.00평)

용적률 60%(법정 200% 이하)

최고높이 11.3m

주차대수 6대

설계기간 2014년 12월~2015년 3월

공사기간 2015년 4월~10월

토목공사유형 돌담 및 부지 정리

토목공사비용 3,000만 원

건축비용 5억 6,100만 원(3.3㎡당 600만 원)

설계 및 시공 아비따건축연구소 010-9206-8607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무소음 알루미늄 징크

  벽 - 고벽돌, 스타코(파렉스), 탄화목

  데크 - 탄화목

내부마감

  천장 - 석고 위 친환경페인트(노루표)

  벽 - 석고 위 친환경페인트(노루표)

  바닥 - 수입(이태리 / 스페인) 타일(한라타일)

계단실

  디딤판 - T38 계단재 위 오일스테인

  난간 - 평철 위 우레탄페인트

단열재

  지붕 - T150 비드법 2종 2호

  외단열 - T100 비드법 2종 2호

창호 VEKA System & 해안바

현관문 동양하우징

조명 LED(태영)

주방가구(싱크대) 한샘 키친바흐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난방기구 콘덴싱 귀뚜라미보일러

차오 제주+아비따건축연구소(Tchao Jeju+Habitat architecture)는 필자 부부가 디자인하고 시공한 건물이다. 건축주가 원하는 싸고 좋은 집의 평단가와 시공자가 생각하는 적정이윤이 충돌하는 지점을 고민하고 시험해볼 수 있었던 일종의 모델하우스다.


차오 제주는 제주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40~50분 거리에 위치한 제주도 서쪽의 제주시 한림읍 협재해수욕장에서 도보로 1분 정도 떨어진 금능해수욕장과 한림공원에 인접해 있다. 차오 제주는 천혜의 자연환경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숙박시설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설계 및 시공자인 아비따건축연구소에서 건축주로서 계획한 사무실 겸 다가구주택이다.

440.00㎡(133.10평)인 대지는 남북으로 길게 형성된 장방형이며, 북쪽 해안가 방향으로 사계절을 음미할 수 있는 비양도가 바라보인다. 대지 주변엔 민가와 돌담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제주 마을의 풍광이 펼쳐진다. 그 땅에만 어울리는 건축 형태를 추구하겠다는 생각으로 대지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설계한 건축물을 다른 땅에 올려놓았을 때, 그 땅에서도 무난하다는 것은 건축물의 특징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어디에서나 어울릴 듯한 기성복 스타일의 디자인이 아닌 대지 맞춤형 설계를 원칙으로 한다.


협재해안은 조그만 섬인 비양도가 존재하므로 다른 해안가와 다르게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커다란 장점이다. 따라서 비양도를 바라볼 수 있는 건물 배치가 주요 디자인 콘셉트로 작용했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시 방향에서 바다는 북향이다. 북향 주택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남북으로 관통하는 창호를 설치해 충분한 일조와 원활한 통풍을 확보했다. 또한 건축물에서 내다보이는 드넓게 펼쳐진 그림 같은 해안가의 풍광과 해안에서 바라볼 때 인지될 수 있는 건물의 정면성과 접근성을 부각시켰다.

차오 제주의 2층 사무실. 아비따건축연구소의 사무실 겸 게스트하우스 사무실로 사용한다.
제주 기후에 적합한 자재 사용

건축주와 상담할 때 건축주가 단순히 자재 샘플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닌, 건축물에 적용한 자재를 직접 보고 만지면서 체험하기를 바랐다. 건축주에게 건축 시공의 이해를 높여주고자 차오 제주 실내·외에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이유다. 하지만 너무 많은 재료의 사용은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가급적 튀지 않으면서 정갈하고 세련된 인상을 줄 수 있는 재료를 선택해 입면을 마감했다. 또한 내륙과 비교되는 제주 특유의 비와 바람 그리고 해안가의 염분을 고려해 단열성과 기밀성, 재료의 내부식성에 신경을 썼다.


외벽은 단열재 위에 옅은 보라색 스타코와 회색 고벽돌 그리고 탄화목(열 처리 목재) 세 가지 자재로, 박공지붕은 진회색 무소음 알루미늄 징크로 포인트를 주어 마감했다. 그리고 테라스 난간을 심플한 검은색 평철로 처리했다.


창호는 평당 단가를 염두에 두고 저렴한 알루미늄 단창으로 시공했으나, 단열과 기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후 독일 베카 시스템창호를 덧댔다. 결국, 제주의 기후엔 평당 단가 대비 만족스러운 성능으론 시스템창호가 적합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른 사례로 2층과 3층 객실 일부에 해안바를 설치했지만, 매우 만족스럽지 못했다. 2중창임에도 온갖 날벌레의 통로일 뿐만 아니라 바람과 소음에 취약했다. 그렇지만 대다수 건축주가 요구하는 평당 단가를 낮추려면 제주에서 제작하는 해안바나 일반 PVC 창을 사용할 수밖에 다른 대안이 없을 것 같다.


2층 사무실과 3층 주택 거실 창 그리고 공용 공간 성격의 공동 부엌 전면 창은 많은 여성의 로망인 폴딩도어를 설치했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될 것은 폴딩도어를 외부 창으로 사용할 경우, 단열과 기밀 그리고 방충망 선택에 주의가 필요하다. 근린생활시설에서 폴딩도어는 크게 상관이 없겠지만, 주택에선 외부 창으로 폴딩도어 한 가지만 사용하면 취약한 부분이 많다. 항상 문제는 비용이다. 건축비가 올라가는 것은 바라지 않고 좋은 창은 넣고 싶다는 모두의 소망,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합당한 지출과 좋은 설계/시공은 비례 관계라고 생각한다.

주택으로 사용하는 3층 주방/식당. 오픈 천장 구조로 거실에서 다락층까지 개방감이 든다.

제주에도 시스템창호 대리점이 있지만, 내륙에 비해 단가가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바다 건너왔다고 못 하나도 비싼 제주의 입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런 부분으로 인해 건축주가 지불해야 할 건축비용이 자연스레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지속적으로 발주를 유지하고 있는 내륙의 시스템창호 업체와 직계약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절감된 비용은 건축 단가 대비 좋은 가성비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대놓고 말하기에 약간 오글거리지만, 선순환의 좋은 사례가 아닐까.

다락에서 바라본 비양도. 바다를 바라보려 유리 난간을 설치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제주의 풍광을 집 안에

1층 객실 3개와 2층 객실 2개는 2인용 펜션으로, 2층 일부분은 필자의 사무실 공간으로 계획했다. 3층은 필자 부부가 머무는 주택과 공용 공간 성격의 공동 부엌을 계획했다.


법적 의무 사항인 총 6대분의 주차장은 건물 필로티 부분과 앞마당에 배치했다. 약간의 텃밭이 있는 뒷마당은 제주의 돌담으로 꾸몄다. 모든 객실의 내벽 컬러는 5가지의 각기 다른 파스텔 톤으로 구성하고, 바닥 또한 5가지 종류의 타일로 차별성을 뒀다. 제주 해안가의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습기로 인해 흔히 사용하는 강마루나 온돌마루 대신 타일을 바닥재로 사용했다. 마찬가지로 벽체도 벽지 대신 친환경 페인트로 전체 도장했다. 2층 사무실은 골조 마감 위에 파스텔 톤 컬러와 에폭시 마감으로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3층 주택은 사생활 보호와 해안가 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폴딩도어와 시스템창호를 적절히 사용했다. 특히 창 크기의 다양성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제주의 풍광을 느낄 수 있도록 계획했다. 또한 다락을 계획해 넉넉한 층고로 시각적으로 개방감을 느낄 수 있어 건축면적보다 넓어 보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주택의 조명은 주광색과 전구색의 적절한 조합으로 공간 분위기를 다채롭게 연출할 수 있도록 했다. 3층 부엌은 객실 손님들의 이용 공간이며 폴딩도어를 열면 탁 트인 바닷가 풍광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계획했다. 부엌 싱크대는 멀바우 집성목으로 자체 제작한 것으로 인더스트리얼 스타일 테이블, 에폭시 마감 벽체 그리고 벽 타일의 조화로 카페 분위기를 연출했다.


모든 객실 화장실은 습식이지만, 쾌적한 사용을 위해 바닥 난방을 설치하고, 청소가 용이하게 다용도실 및 보일러실은 거실 바닥과 같은 레벨, 같은 재료로 마감했다. 각 실의 에어컨 실외기는 외부에 돌출되지 않도록 벽체에 홈을 파서 깔끔하게 정돈했다.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손님들을 위한 공용 주방/식당
공용 주방/식당에서 바라본 테라스와 풍광
1층과 2층 일부분은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한다. 심플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객실로 욕실 타일은 아내가 직접 고른 타일로 손수 시공했다.

*

건축 설계는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작업이고, 이런 건축물이 모여서 우리가 사는 도시가 만들어진다.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가 좀 더 인간적인 공간이 되려면 건축주와 건축가 그리고 시공자 모두 건축물을 재화의 수단으로만 치부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눈 내린 차오 제주
에필로그 …

건축주는 싸고 좋은 집, 시공자는 이윤추구라는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평행선에서 서로가 만족할 만한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소형건축물의 설계와 시공을 시작하면서 가장 빈번하게 접하는 문제는 대부분의 건축주는 시공비용 절감을 최우선 목표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낮은 평단가를 제시하는 시공사와 계약해도 실제 총공사금액을 낮추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기에 싸고 좋은 집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집 짓다가 10년 늙는다는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안타깝지만, 집 짓기를 재화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일부 시공자의 언행으로 건축주의 실망과 분노 그리고 결국 시간과 돈의 낭비로 귀결되는 사례를 수없이 보았다. 따라서 건축주 스스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에 타당한 예산을 충분히 고민해야 불필요한 노력과 돈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시공자 입장에서 회사는 이윤창출이 목적이기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축주, 즉, 주택을 자동차로 비유해서 소형차 구입비용으로 대형 SUV 또는 외제차를 요구하는 건축주를 만날 때면 가슴이 답답하다. 건축비가 비싸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집이 아니지만, 싸고 좋은 집은 아쉽게도 아직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다. 합당한 지출과 좋은 설계/시공은 비례관계라고 생각한다. 건축 전공자의 입장에서 튼튼하고 하자 없는, 게다가 미적으로도 만족할 만한 건축물을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은 건축주만큼이나 간절하다.

층별로 매스 길이를 달리해 건물의 입체감을 살리고, 게스트하우스 느낌을 주고자 외장 일부분에 루버로 포인트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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