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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라이프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공간, 단계정(段溪亭)

완주 전원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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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에 자리한 집터는 앞뒤로 다른 집이 들어서지 않은 넓은 평지지만 대지 모양은 부정형이다. 맥락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변변히 존재하지 않는 입지 조건에서 흔치 않은 땅 모양 자체가 집을 그리기 시작할 때부터 작용한 요인이다. 이러한 대지 형상은 집을 디자인하는 데 자유를 허락한다.


대지 경계선의 방향과 정남 방향의 어긋난 각도가 집의 형태를 결정짓는 출발점이다. 일조와 바람의 흐름 등 집이 들어서기에 필요한 자연적 조건들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집 앞마당에 해먹을 매기에 적당한 간격으로 심은 은행나무 두 그루는 집터 끝자락에 자라던 것이다.


봉일범<국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사진 봉일범, 남궁선<사진작가>

건축정보

위치 전북 완주군

건축형태 복층 경량 목조주택

대지면적 407.0㎡(123.3평)

건축면적 106.8㎡(32.4평)

연면적 142.1㎡(43.1평)

최고높이 7.8m

건폐율 26.3% / 용적률 34.9%

외벽재 스타코, 적삼목

지붕재 컬러 강판

내벽재 도배, 레드파인 집성목

바닥재 강마루

설계 봉일범

설계담당 표현기 협력설계 안병호(토아건축사사무소)

시공 하우징플러스 1588-6017 www.housingplus.co.kr

화목을 부르는 공간 구성

건축주는 가족 간 적극적인 유대가 가능한 독특한 공간을 원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반영한 공간이 70㎝에서 1m에 이르는 높이 차이를 두면서 작게 분절돼 이어지는 거실 겸 서재이다. 단계정段溪亭이란 집의 이름이 유래한 이유가 작은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공간들에 있다.


평면 구성은 여타 집들과 전혀 다르다. 입구에 들어서면 긴 복도를 지나 집의 반대편까지 진입해야만 곡면의 벽으로 둘러싸인 넓지 않은 거실과 대면하고, 거실의 곡면 벽은 그대로 세 번의 단차를 이루는 작은 공간들을 따라 2층까지 이어진다.

거실 공간의 곡면 벽체와 소파를 대신하는 목재 평상은 2층에서 흘러내리는 공간의 정점이면서 안락한 거주성을 갖추고 있다. 곳곳에 자리한 창들이 채광과 환기를 원활히 하고 있다.

이렇게 복잡하게 잘려 있는 바닥면들의 변화를 포용해 하나의 통일된 공간감으로 묶어주는 것은 높은 경사면을 이루는 천장이다. 이 높은 경사 지붕과 곡면의 벽체는 공간적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배경이 된다.


곡선형 거실 공간이 2층의 조밀한 방들로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점진적으로 상승하며 경쾌한 흐름을 만들어낸다. 계단참의 확장으로 작게 잘린 공간마다 고유의 스케일과 개성을 부여해 집 안에서의 경험이 풍부해질 것이다.

벽면의 책장들과 좌식/입식으로 구분되는 창가의 붙박이 탁자들은 따로 독립된 서재를 두지 않아도 편하고 자연스럽게 일상적인 독서와 공부가 이뤄지는 거실 겸 서재 공간을 완성한다.

또한, 인접 건물의 부재로 창에도 자유를 주어 밝고 부드러우면서 안락한 빛이 가득한 내부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창의 배치는 조망과 채광만이 아니라 가능한 마주 보게 해 자연적인 환기에도 유리한 구조이다.


크지 않은 집임에도 더욱 작게 내부 공간들을 분절해 수많은 자리와 장소를 만들고 어디에 있든 서로 시각적으로 연결되도록 하여 집 안에서 벌어지는 가족의 삶이 권태롭지 않다.

2층으로 이어지는 주계단과 계단에서 확장되어 있는 작게 분절된 장소들이 역동적인 공간감과 함께 유쾌한 거주성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건축주의 의향을 반영한 평면

모든 집이 그렇듯 평면 구성은 거기서 살아갈 가족의 삶이 기준이 된다. 두 아이를 둔 젊은 부부에게 필요한 공간들을 풀어 놓고, 여기에 간혹 방문하거나 혹은 후일에라도 함께 거주할 부모도 염두에 둔 게스트룸을 적당한 거리에 병치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한정된 예산과 더불어 가장 좋은 자리라 할 남쪽 한가운데에 주방을 둔다는 식의 새로운 고민으로 말미암아 도출한 결과물은 전형적인 한국 주거의 평면과는 다른 형태이다.

단계정 공간의 백미. 두 번째 단의 주머니 공간에서 바라본 거실 모습으로, 다양하게 변화하는 단위 공간들이 시각적으로 연결되면서 한정된 면적에도 불구하고 넓고 시원한 개방감을 만들어낸다.

특히 거실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공간과 통합한 것과 완전히 반대로 2층에 밀집한 세 개의 방과 북쪽 테라스의 클러스터는 공용 공간을 최소화해 면적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집의 중심부를 뚫고 들어오는 진입부에서 반대 방향으로 게스트룸과 욕실을 두어 같은 집 안이면서도 적절한 분리감이 든다.


1층 욕실과 세탁실을 인접시켜 사용상 편의를 도모한 것과 같은 세밀한 부분들의 배치는 건축주의 의향을 최대한 반영한 결과이다.

2층 안방 모습. 모든 방은 2개의 창을 두어 채광과 환기에 유리한 쾌적한 거주 공간이 되도록 배려했다.

열정과 노고로 풀어낸 난해한 구조

자유로운 형태와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개념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가치를 갖지만, 구조적으로 특히 경량목구조로 짓는 집의 시공 측면에서 상당히 난해하다. 더욱이 원호를 이루는 벽면이 비스듬히 기울어진 지붕면으로 잘려나간 동쪽 단부의 형태를 목구조로 실현한다는 것은 보통의 시공사라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힘든 공정이다.

주방에서 올려다본 모습. 벽체 밖으로 돌출되어 있는 작은 공간부터 계단참을 거쳐 주방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시선이 특히 엄마와 아이들 사이의 정서적 연결고리를 이룬다.

그런 점에서 시공을 담당한 하우징플러스와 현장 소장인 최병권 부장의 열정과 노고는 이 집을 만든 8할의 공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현장 경험과 어떤 경우라도 도면의 의도대로 오차 없는 형태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집은 처음부터 가당치 않다. 아마도 경량목구조로 실현된 집들 중에 서 이 집은 난해한 구조의 집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북쪽 아이 방의 삼각형 붙박이 책상은 집의 뒤편에 놓인 학교를 향한 조망과 더불어 2 층 테라스 쪽으로도 창을 갖고 있어 재미있는 공간적 관계들을 만들어낸다.

분절과 소통의 내밀 공간

무엇보다 이 집의 중요한 특징은 내부 공간에 있다. 내밀 공간이란 말로 요약할 수 있는 복잡하게 분절돼 있으면서 긴밀히 소통하는 소소한 공간들의 조직이 그것이다. 거실의 곡면 벽에 기대앉거나 편히 누울 수 있는 널찍한 붙박이 평상에서 보면 2층으로 이어지는 주머니 공간들이 제각각 다른 분위기의 장소들을 만들어내며, 2층의 첫 번째 방에서 거실을 내려다보는 내부 창은 벽체로 나뉘는 단위 공간들의 단절을 해소해 가족 간 친밀한 유대와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북쪽 아이 방의 삼각형 붙박이 책상은 집의 뒤편에 놓인 학교를 향한 조망과 더불어 2 층 테라스 쪽으로도 창을 갖고 있어 재미있는 독립된 아이 방으로도 가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거실 겸 서재 공간의 반침. 아이를 위한 디자인이지만, 사실은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편하게 기대앉았을 때 몸에 꼭 맞는 크기.는 공간적 관계들을 만들어낸다.

다시 말해 이 집의 공간은 거기서 살아갈 가족 개개인이 늘 다른 상황과 장소와 관계들을 발견하고 나날이 새롭게 집과 애착 관계를 맺으며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가도 록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두 번째 단의 서재 공간이 가변적으로 여닫을 수 있는 벽체들을 가짐으로써 독립적인 방으로도 변경되도록 만든 이유는 설계가 다 끝나갈 무렵 들려온 셋째 아기의 임신 소식 때문이다.

2층의 곡면 테라스. 아이 방 두 개와 모두 창으로 연결돼 있어 집 안에서도 즐거운 놀이터와 같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차 한잔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이처럼 현재 시점에서 가족의 삶만이 아니라 기나긴 시간 동안 지속해서 펼쳐질 가족사에 대해서도 집은 충분한 여지들을 마련해 놓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셋째가 차지할 가장 작은방은, 그 가장 작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외벽 밖으로 내민 작은 반침 같은 공간을 가진다.

이 지점에서 벽체의 개구부들을 통해 1층 주방까지 시선이 이어질 정도로 집의 요처들이 서로 예기치 않은 관계들을 맺는다. 이처럼 한 가족의 일생이 집과 긴밀히 함께 하리란 상상은 건축가로서도 참 흐뭇한 경험이다.


무엇보다 집이 생활을 담는 그릇 정도가 아니라, 이 집이 아니면 상상하지도 못할 가족 간의 즐거운 일들과 친밀한 관계들과 소중한 추억들을 만들어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이기를 바란다

삼각형과 곡면을 기본으로 한 단계정의 지오메트리와 이를 비스듬히 자르고 지나가는 기울어진 지붕면이 이 집에 조형적인 정체성을 부여한다.

남서쪽 전경. 부정형 대지의 형상과 정남 방향으로 전면을 정렬한 집의 형태가 만드는 잔영과 같은 형상의 전면 덱.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라는 주변의 맥락에 비해 지나치게 두드러진 추상적 형태가 되지 않도록 외벽을 곡면으로 처리해 두드러지지만 공격적이지 않은 편안한 모습으로 마을에 자리 잡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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