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대상 '원주 서향각書香閣'

조회수 2019. 2. 12. 09: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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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향기 그윽한 '원주 서향각書香閣'

서향각은 일조 확보가 유리한 방향으로 집을 배치하고, 일사에 대응하기 위해 처마 길이를 충분히 확보하고, 전원의 장점을 살린 대청마루 형식의 반 외부 거실을 구성했다. 자칫 습하고 어두울 수 있는 집의 배면은 지붕을 투명하게 설치해 채광은 물론 심리적으로도 밝은 일종의 뒷마당으로 구성해 활용성을 높였다.


원계연 건축사(스튜디오더원 대표)

사진 박완순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강원 원주시 판부면 서곡리

용도 단독주택

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438.00㎡(132.49평)

건축면적 147.50㎡(44.61평)

건폐율 33.68%

연면적 126.40㎡(38.23평)

용적률 28.86%

규모 지상 1층

주차 1대

높이 4.4m

설계기간 2016년 1월~2017년 2월

공사기간 2017년 3월~7월

설계 스튜디오더원 원계연 070-4416-1005

시공 김민수, 김민기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0.7T 징크

  벽 - 시멘트 사이딩

  데크 - 콘크리트노출, 타일

내부마감

  천장 - 12T 레드파인

  벽 - 12T 레드파인

  바닥 - 강마루, 한지, 타일

어린 시절 시골집의 추억을 되살린 대청마루. 대청에서 본 주택 마당과 후정 모습.

“여름방학이면 놀러 갔던 할머님댁의 대청마루가 없었다면, 우리는 국문과에 가지 않았을 거예요. 장마철 높은 습도에 세상 모든 게 눅눅해져 책을 보려고 엎드리면 살이 쩍쩍 달라붙던 대청마루에 대해 재미있게도 우린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설계 초기 단계에서 건축주 부부가 풀어놓은 이야기다.

같은 학교 국문과 동기인 부부는 아파트에서 더는 살 수 없다며, 바람이 잘 통하고 햇볕이 잘 드는 그리고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살겠다고 찾아왔다. 부부의 꿈 중 하나는 본인들이 사는 동네에서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비록 경제적 여건에다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책이 모든 사람에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주위의 핀잔에 작은 도서관에 대한 부부의 의지는 많이 사라졌지만, 작업 기간 내내 그 꿈의 씨앗을 품었다.

대청에서 본 서재. 책장 중간에 가로로 긴 창이 액자처럼 자연의 풍경을 담아낸다.
마당에서 본 서재. 왼쪽에 대청이 보인다. 정면에 보이는 창 뒤로 아궁이가 있다.
서재는 모든 문을 열면 대청과 마당이 하나가 되는 외부 공간이 된다.
반 외부적 공간들이 만드는 다양한 가능성과 공간감

신축과 리모델링을 모두 염두에 두고 여러 곳의 땅과 집을 함께 보러 다녔고, 부부에게 제격인 땅이 나타나 1년여간 설계를 진행했다.


살림집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향으로 집을 앉히고, 마당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자동차는 집 밖으로 내보냈다. 부부의 바람대로 아파트처럼 커다란 거실보다 여러 사람이 머무르며 차를 마시고 책을 보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또한 부부 삶의 일부인 책을 수납할 수 있도록 곳곳에 책장을 디자인했다.


집의 규모와 텃밭 가꾸기를 꿈꾸는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외부에 신발을 신고 사용할 수 있는 손님용 화장실을 두고, 일사 조절과 외부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가능한 만큼 처마를 내밀고, 대청과 별채의 아궁이 주변 등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반 외부적인 공간으로 구성했다.

중문을 설치해 공간의 활용성을 높인 침실. 문 뒤로 드레스룸과 욕실이 있다.
작은 도서관을 갖는 게 꿈인 부부의 바람대로 주택 뒤편 벽면을 따라 책장을 만들었다.
은은하고 밝은 색감의 홍송으로 꾸민 실내에 짙은 색감의 원목 가구로 포인트를 넣어 분위기 반전을 보여준다.

지붕이 덮고 있는 전체 면적이 60평에 조금 못 미치고, 벽이 둘러쳐진 실내 공간이 30평이 조금 넘으니 집의 절반이 외부 공간인 셈이다. 단독주택, 특히 시골집에서 이런 반 외부적인 공간들이 만들어주는 다양한 가능성과 공간감은 내부 지향적이고 실내 면적에 집착하는 현대의 일반적인 집합 주거에서 잃어가고 있는 중요한 것들이다. 이러한 공간들을 회복해 이 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잘 살리려고 노력했다.


집을 길게 늘어뜨린 배치와 건축물 전체의 50% 가까이 되는 반 외부의 지붕 아래 공간들이 주변의 자연을 집으로 끌어들이고 실내를 외부로 확장해 풍부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채광과 환기도 유리해지고, 그것이 이 집을 구성하는 가장 큰 장점이다.


1년 8개월간의 여정이 끝나갈 무렵 부부의 책들이 먼저 입주하기 시작했으며, 이 집을 방문한 첫 손님은 글짓기를 하는 부부의 중학생 제자들이 됐다. 서향각書香閣이라는 이름에 배어있듯 이 집의 팔자가 아닐까.

식당
서향각의 기술적인 부분들

기초콘크리트 위에 방수 시트를 설치해 바닥으로부터 습기를 원천 차단하고, 벽체와 지붕에 통기층(벤트 등)을 확보했다. 바닥 단열재 역시 법규에서 요구하는 성능 이상의 것을 건물 내측(방수 시트 상부)에 설치하고, L형 앵커 역시 스테인리스 제품을 사용해 콜드 브릿지 등의 열교가 생기지 않도록 설계했다. 벽체 내부에 38㎜ 설비층을 구성하고, 외부에 노출 콘센트 등을 설치해 전선관과 스위치 박스 등으로 인한 단열층 파괴를 최소화했다.


지진하중과 풍하중에 대응해 건축물의 성능을 높여주는 철물들을 충분히 설치해 내구성을 높이고, 목조주택의 고질적인 문제인 욕실 등의 방수층 파괴에 대응하기 위해 콘크리트 기초에 방수턱 형성은 물론 목구조 벽체 내측에 벽돌을 한 켜 더 쌓아 방수 내구성을 높였다.


세월이 더 지나 보아야 정확한 데이터가 나오겠지만, 부부가 1년 이상 거주하는 동안 수시로 드나들어 집의 성능을 체크해 본 결과 결로나 틈새바람, 누수 등의 기본적인 결함이 없고, 단열 성능도 훌륭한 것으로 확인됐다. 목구조의 장점을 살린 기본에 충실한 설계가 성실한 시공으로 잘 구현됐다고 본다.

주택 측면 모습
서재 뒤편에 있는 아궁이. 지붕을 투명하게 시공해 채광이 좋다.
지붕 아래 외부 공간을 차지하는 면적이 절반 정도다. 외부 공간이 많은 시골집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한 서향각은 실내 공간에 다양한 가능성과 공간감을 구현했다.
마당에서 본 대청마루와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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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 통나무주택] 책 향기 그윽한 원주 서향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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