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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리즘과 한국 지형의 어울림

조회수 2018. 11. 22.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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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전원주택

건축공학을 전공한 후 종합건설업 분야에 30여 년을 몸담아 온 건축주, 그리고 전원주택 건축 분야에서 다년간 경험을 쌓아 온 시공사 최정묵 대표가 의기투합해 탄생시킨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의 연면적 396.7㎡(120.0평) 철근콘크리트조와 경량 목구조를 혼합한 복층 하이브리드 주택이다.


반들반들한 큰 자갈과 작은 자갈이 한데 어우러져 공극을 메우며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듯 297.5㎡(90.0평) 큰 건물과 99.2㎡(30.0평) 작은 건물 두 동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따로 또 같이 호응한다는 점, 396.7㎡ 상당한 규모의 주택임에도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 실내를 화학제품을 배제하고 자작나무와 낙엽송 판재, 오크 원목, 한지 벽지 등 친환경 자재로만 마감했다는 점, 패시브와 액티브 요소를 접목해 한겨울 난방비가 30만 원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 등이 이 주택의 감상 포인트다.


윤홍로 기자 사진 홍정기 기자

건축정보

위치 경기 양평군 서종면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A동 1층), 경량 목구조(A동 2층, B동)

연면적 396.7㎡(120.0평)

  A동 297.5㎡(90.0평)

  B동 99.2㎡(30.0평)

외벽재 드라이비트

내벽재 자작나무, 낙엽송, 한지 벽지

지붕재 아스팔트 이중그림자 슁글

바닥재 원목마루

창호재 로이 시스템 창호(미국 마빈사)

난방형태 지열보일러

재생에너지 설비 지열 시스템(5RT), 태양광 발전 시스템(3㎾P)

설계 및 시공 C&J하우징 1566-8045 

사적 공간 거실. 아름다운 북한강의 풍광을 최대한 끌어들이고자 삼면에 창을 큼직큼직하게 냈다.
Point 1_자갈리즘

서울 종로구 원서동 창덕궁 옆에 우리나라 대표적인 현대건축물 중 하나로 꼽히는 공간건축 사옥이 있다. 고故 김수근 선생이 자신의 건축 미학을 응축한 건물로, 여기에서 ‘자갈리즘Jagalism’이란 신조어가 나왔다. ‘작은 공간들을 자갈자갈 하게 배치’, 또는 ‘아기자기하고 반들반들한 자갈처럼 사람에게 편안함과 즐거움을 주는 건축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에 들어선 연면적 396.7㎡(120.0평) 주택의 콘셉트가 바로 자갈리즘과 한국 지형의 만남이다.


건축주는 중미산자락과 북한강 수변 그 중간에서 주택을 어떻게 앉힐까 고민하다, 먼저 자연의 기를 받기로 한다. 산과 강 사이에서 땅(지열)과 하늘(태양광)의 기를 받는 주택을 짓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북한강의 풍광을 최대한 집 안에 담아내고자 두 개의 공간을 좌우로 배치한다. 좌측 297.5㎡(90.0평) 큰 건물은 사적 공간이고 우측 99.2㎡(30.0평) 작은 건물은 다소 개방적인 공간이다. 두 공간은 오목하게 들어간 길이 5m 정도 현관을 통해 소통한다. 마치 개울가의 반들반들한 큰 자갈과 작은 자갈이 한데 어우러져 빈틈을 메우는 듯하다.

거실 창 밑 부분의 수납공간, 주방/식당의 싱크대와 식탁 등은 오크 원목을 수가공해 만든 것들이다.

옛날에는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펼쳐진 너른 들녘에 삼삼오오 집들이 들어찬 각기 다른 마을이 자리했으며, 두 마을을 왕래하려면 좁은 산 고갯길을 넘어야만 했다. 이렇듯 좁은 산 고갯길(목)을 넘어야 마을(칸)에 닿았기에, 이 마을에서 저 마을을 ‘목넘어 마을’이라 불렀다. 황순원의 소설 《목넘어 마을의 개》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주택의 현관은 ‘목’에, 그리고 두 동의 건물은 ‘칸’에 해당하는 셈이다.

사적 공간 2층 방. 무늬목을 사용해 팬던트 LED등을 손수 제작했다.
안방. 침대 머리맡에서 북한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 개방적 공간 2층 방. 경사지붕을 살린 천장과 책상 위 간접 조명등이 조화롭다.
Point 2_절제의 미

대문을 열고 마당(거실 전면을 기준으로 후정後庭)에 들어서면 나무들과 두 동의 건물로 말미암아 북한강이 한 점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개방적 공간 옆 진달래 길로 돌아들어야 나무들 사이로 북한강이 점점이 보이기 시작하다 일순간 쫙- 하고 햇살에 반짝이는 알몸을 드러낸다.


건물도 마찬가지여서 오목한 좁은 공간을 거쳐 현관으로 들어서야 비로소 북한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을 향해 뛰어나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킬 만큼 아름다운 풍광이다. 하지만 북한강을 내다볼 순 있어도 나갈 순 없다. 북한강이 내다보이는 면이 문이 아닌 창이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가 찾는 공간이 아닌, 주거 공간이기에 절제를 통한 여유의 미를 살린 것이다.

개방적 공간 서재. 바라봄과 드나듦을 위한 창호 배치가 돋보인다.

건축물은 주거용이든, 상업용이든, 아니면 공동주택이든, 단독주택이든 대부분 한 덩어리를 이룬다. 짧은 동선, 저렴한 공사비, 편리한 관리 등 여러 면에서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주택처럼 396.7㎡ 규모의 구조물이 자연 지물인 산과 강 사이에 한 덩어리로 딱 버티고 서 있다면 어떨까. 당장에라도 씩씩- 거친 숨소리를 내며 누군가를 향해 달려들 것만 같다는 느낌이다. 큰 공간과 작은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분할한 이유이며, 그로 말미암아 수변 산책로를 거닐다 보면 있는 둥 마는 둥 천연덕스럽게 보인다.


더욱이 지붕에 얹은 아스팔트 이중 그림자 슁글과 외벽에 마감한 드라이비트도 산, 강, 흙, 풀, 나무, 하늘 들에 흡수되는 진한 카키색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붕이고 벽체고 사면이 각기 다른 얼굴로 주위 환경과 조화를 이루기에 인공적인 파운데이션 냄새가 덜하다. 한편, 창문이라든가 출입구라든가 컬러 강판으로 포인트를 주고자 단 눈썹은 익살스러움 속에 품위가 있다.

사적 공간과 개방적 공간을 잇는 길이 5m 정도의 현관. 창 하단이 수납공간이다.
Point 3_맞춤형 건강 공간

개방적 공간 1층은 서재, 화장실, 지열보일러실, 계단실로, 2층은 아들 방, 화장실로 이뤄져 있다. 사적 공간 1층은 거실, 주방, 식당, 노모 방으로, 2층은 안방, 두 딸이 함께 쓰는 방 그리고 다락방으로 이뤄져 있다. 2층 방 두 개는 덱을 통해 서로 통하며, 다락방은 목구조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 사면의 천장을 살려 드린 공간이다.


성년의 두 딸에게 하나의 방을 준 까닭은 직장과 학교생활로 주로 도시의 오피스텔과 학교 기숙사에 거주하고, 출가하면 두 개의 방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방과 드레스룸과 욕실을 한 세트로 엮은 공간이 넉넉하다. 다른 실도 마찬가지인데 실수요자인 가족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한 부분이다.


공간이 작으면 물건들을 포개야 하지만, 공간이 넓다 보니 물건들이 제자리를 지키기에 치울 일이 별로 없어 보인다. 특징 가운데 하나는 부지가 지닌 여건을 최대한 살려 동측을 제외한 경치가 괜찮다 싶은 부분엔 모두 볼거리 위주의 전망 창을 큼직큼직하게 냈다는 점이다. 반면, 동측 창은 집 안에 아침 햇살을 들이기 위한 기능성 창이다.

벽면은 자작나무와 낙엽송 판재로, 손 스침은 오크 판재로 수가공한 계단실.

건축 자재는 무궁무진하다. 문제는 디자이너가 어떤 재료들을 선택해 수요자의 입맛에 맞게 최적으로 배합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 주택은 친환경 자재들을 엄선했다는 점, 자재가 지닌 특성을 주어진 조건에 맞춰 최대한 끌어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장식재는 화학 성분을 함유한 MDF(중질 섬유판: Medium Density Fibreboard) 대신 자작나무와 낙엽송 판재, 오크 원목, 한지 벽지가 주류를 이룬다.


특히, 거실 창 밑 부분의 수납공간, 주방/식당의 싱크대와 식탁, 계단실 등은 천연 목재를 수가공해 만든 것들이다. 그 중 계단실의 경우 전면은 인체에 유익한 피톤치드를 내뿜으며 모기 등 해충을 쫓는 편백나무(히노키)로, 벽면은 자작나무와 낙엽송 판재로, 손 스침은 오크 판재로 수가공한 것들이다.


전망을 위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위해 큰 공간과 작은 공간을 자연스럽게 분할했다. 현관이 아닌 사적 공간으로 돌아들어야 북한강과 맞닿은 마당으로 나온다. 두 공간은 오목하게 들어간 길이 5m 정도 현관을 통해 서로 소통한다.

전망을 위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위해 큰 공간과 작은 공간을 자연스럽게 분할했다.
Point 4_패시브와 액티브 요소 접목

이 주택은 외부에는 드라이비트, 목구조 스터드 사이에는 글라스울, 내부에는 열 반사 단열재를 사용한 삼중 단열 구조이다. 또한, 사적 공간의 거실과 계단실 사이에는 포켓도어를, 2층에서 다락으로 통하는 입구에는 접이식 문에 판재를 덧대 대류 현상으로 말미암은 열 손실을 차단한 점이 눈에 띈다. 창호는 미국 마빈사 로이Low-E 코팅 시스템 창호로 계절에 따라 탁월한 기능을 발휘한다.

현관이 안닌 사적 공간으로 돌아들어야 북한강과 맞닿은 마당으로 나온다. / 두 공간은 오목하게 들어간 길이 5m정도 현관을 통해 서로 소통한다.

난방은 지열보일러(5RT) 시스템으로 165.0㎡(50.0평) 정도를 커버한다. 건축주는 지열보일러는 가스나 석유보일러와 달리 소음이 덜하며 경제성 면에서 만족스럽다고 한다. 반면, 태양광 발전 시스템(3㎾P)은 투자 대비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약 800만 원(보조금 제외)을 들여 설치했는데 한 달에 3만 원 정도 전기요금을 절약하므로 투자비를 회수하려면 20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컬러 강판으로 눈썹을 달아 창에 포인트를 줬다.

그런데 알려진 바로는 태양광 모듈의 수명은 20년에 미치지 못한다. 다만, 미터기를 보면 ‘주인님 돈 벌고 있습니다’하고 말하는 것 같아 심적인 즐거움은 있다고 한다. 패시브하우스와 액티브하우스 요소를 일부 접목한 이 주택은 연면적이 396.7㎡(120.0평)로 상당한 규모임에도 한겨울 난방비가 30만 원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데에 놀랍기만 하다.

사적 공간과 개방적 공간 2층에서 바라본 북한강층에서 바라본 북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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