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의 꿈과 건축가의 이상을 접목한 집

조회수 2018. 10. 19.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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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단독주택

원주 주택의 건축주인 아들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다”면서, “부모님은 1층에서, 자신은 2층에서 생활하고 개인 작업이 가능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리고 “공간은 편리하고 편안하며 유지비가 적게 들고 내구성이 뛰어났으면 한다”고 했다. 건축 협의 과정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매번 건축주의 요구는 한결같다. 다만, 해석하는 건축가의 의지와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단독주택은 일반적인 비효율을 감수하는 주택이란 점을 설명했다. “단독주택은 모든 공간이 휴먼 스케일Human Scale(인간적 척도) 내에서 가용할 수 있는 아파트와는 비교할 수 없다”면서, “우리 몸에 맞는 스케일에서 시작하지만, 좀 더 크게 움직이고 넓게 뻗어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그러한 주택을 고민해 주겠다”고 했다. 효율과 개성이 충돌하는, 건축주의 꿈과 건축가의 이상이 맞닿는 그 지점에서 건축가의 공간과 대화, 소통은 힘을 발휘한다.


윤경필 건축사 사진 윤홍로 기자

HOUSE NOTE

DATA

위치 강원 원주시 반곡동

지역/지구 제1종 전용주거지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

대지면적 373.00㎡(113.03평)

건축면적 84.89㎡(25.72평)

건폐율 22.76%

연면적 147.22㎡(44.61평)

  1층 81.94㎡(24.83평)

  2층 65.28㎡(19.78평)

용적률 39.47%

설계기간 2016년 1월 ~ 4월

공사기간 2016년 5월 ~ 12월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VM징크

  외벽 - 고벽돌

  데크 - 화강석

내부마감

  천장 - 친환경벽지

  내벽 - 친환경벽지

  바닥 - 이건원목마루

단열재

  지붕 - 경질우레탄 T180

  외단열 - 경질우레탄 T150

계단실

  디딤판 - 멀바우 집성목

  난간 - 스틸

창호 LG 시스템창호

조명 비즈조명

주방기구 한샘

위생기구 아메리칸스탠다드

난방기구 귀뚜라미보일러


설계 경피리건축발전소 010-4030-3700 http://blog.naver.com/ssendesign5

시공 건축주 직영

언제까지 있을지 모르는 반곡역이 강원 원주시 반곡동 혁신도시 내 단독주택지구를 한눈에 내려다본다. 두 개의 블록으로 나뉜 단독주택지구의 전면으로 광물자원공사와 한국관광공사 사옥이 자리한다. 대상 대지는 단지 초입에서 남서쪽을 바라보고 있다. 2차선 도로에 접하며 1m 정도 경사를 지니고 있다. 원주혁신도시 내 주거지역 주택은 모두 경사지붕으로 계획해야 한다. 이는 시작 단계에서 지금의 원주 주택의 형상을 막연하게나마 떠올리게 한 중요한 단초다.

현관
단순하고 간결하게 마감한 거실의 창 너머로 정원과 혁신도시 내 단독주택들이 들어온다.
한 공간에 2세대가 따로 또 같이

단독주택지구에서 건축의 배치는 많은 부분 도시계획가의 몫이다. 대부분 대지의 형상과 고저가 정하는 가장 적합한 위치의 답은 이미 나와 있기 마련이고, 특히 주택에 있어 그러한 자연스러움을 유지하는 것이 땅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도로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 건축가의 몫일 뿐이다.


그 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은 주택은 남향을 바라보게 됐고 6m 도로 앞에 서게 됐다. 주차공간이 주택을 뒤로 물러서게 만들자 앞마당이 생겼다. 주택의 평면은 복잡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원주 주택은 노부모와의 동거를 위한 공간으로 더욱 이해하기 쉬운 평면을 목표로 했다. 30년 차이가 나는 두 세대의 공간은 적절히 함께해야 했고 또 적절히 떨어져 있어야 했다. 1층은 부모님, 2층은 아들 세대의 구성으로 현관에서의 진입은 하나이되 간섭은 배제되도록 했다. 당초 거실 상부를 오픈해 1, 2층간 연계된 공간을 고려했으나 건축주는 독립된 공간을 선택했다.

거실에서 주방 바라본 모습
‘11’자형으로 주방을 디자인하고 좌측에 다용도실을 배치해 동선을 단축했다.

건축 계획가들 대부분은 자신의 결과물을 조건에 대한 당위와 해석으로 나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거기엔 형상, 공간, 물성 등에 대한 욕망 혹은 로망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경사가 큰 박공지붕, 사각 매스, 적벽돌… 이는 유럽 여행 과정에서 갖게 된 주택에 대한 감정이자, 언젠가 적절한 콘텍스트Context를 만나면 한번쯤 입혀 보고자 했던 로망이다.


택지개발지구 내 단독주택지에서의 존재감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 동네의 마당을 가진 여러 주택 중 하나면 된다고 보았다. 단순한 사각의 형상에 경사가 큰 박공지붕, 고벽돌, 징크가 가진 투박함이면 충분했다. 조용한 도시의 주택은 대부분 그랬던 것 같다.

안방으로 향하는 개구부와 안방 모습
공용 화장실 옆에 길게 배치한 파우더룸과 드레스룸
오르내릴 때 눈에 잘 띄는 계단참 벽면에 장식용 선반을 마련했다.
주택은 기본적 기능에 충실해야

건축을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건축적 욕망과 로망은 물이나 볕이 없어도 한 구석에서 계속 자라난다. 현실에 대해 기능을 고안하고, 형식을 제안하고, 형태를 추가하는 행위를 계속한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이성적인 것은 현실적이며,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이다”라고 말했다. 우리의 이성으로 구축된 현실엔 그만한 이유가 있으며, 이성은 그만한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성의 작업으로 수행하는 건축에서 구축된 현실을 관찰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중요하다.


건축의 각 국면에서 어느 하나 건축가의 의도가 들어가지 않은 것은 없지만, 그것이 주어진 대지와 나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에 대해 절대 지나치게 자리 잡아서는 안 된다. 모더니티Modernity, 미니멀Minimal의 현란한 구분을 갖다 대지 않더라도, 충분히 절제돼야 함은 분명하다. 매스, 평면, 인테리어, 마감 등 건축 분야에서 그동안 자라온 창작의 관성을 절제하고 배제하며, 그만한 이유 있는 현실에 계획을 집중해야 한다.

폴딩 도어를 통해 2층 가족실과 작업실 공간은 서로 분리되고 연결된다.
가족실 박공지붕에 천창을 내 집 안 깊숙이 자연광을 끌어들였다. 우측 사진은 박공 라인을 살린 2층 침실.

인테리어는 친환경 마감재로 디자인하고자 노력했다. 공사비 절감을 염두에 두다 보니 단순하고 차분한 공간으로 느껴지도록 했다. 좀 더 아늑한 공간, 그것은 작은 나만의 성이고 내 속의 공간이다. 그러한 공간들은 각 실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고리를 갖는다. 따라서 따뜻한 공간이 되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아파트보다 더 단열성이 높은 주택을 짓고자 노력했다. 패시브하우스에 준하는 마감공사 및 창호 설치공사 시 틈에 대한 단열재의 밀실 시공을 현장에서 지도 관리하며 단열만큼은 충분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주택을 짓고자 노력했다. 기초 하부, 외벽, 지붕, 각종 개구부에 대한 밀실 시공의 결과 건축주가 상당히 만족하는 건물이 됐다.

현관 전면을 차양 구조로 설계하고 버티컬 사이딩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치악산이 바라보이는 배면에 2층 전용 테라스를 계획했다.

*

건축주 직영공사로 원가를 절감하고자 했으나, 그로 인해 공기工期가 지연됨으로써 건축주와 설계자인 나는 같이 고생을 해야만 했다. 그래도 이렇게 마무리가 잘 되어 작아도 예쁜 모습으로 내 곁에 남아준 원주 주택은 나에겐 각별한 건축물이다. 주택을 짓고 나면 언제나 느끼는 것은 나의 자식을 잉태한 기분이랄까. 주택은 그래서 더욱더 애정이 많이 가는 프로젝트다. 건축은 어렵지만, 그 집에 살고 있을 건축주를 생각하면 언제나 행복하다.

외벽 마감재인 벽돌이 모던한 신축 건물을 중후하고 고풍스럽게 만든다.

전원주택라이프: [철근콘크리트, ALC주택] 건축주의 꿈과 건축가의 이상을 접목한 원주 철근콘크리트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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