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이야기를 담아낸 양평 일자집

조회수 2018. 10. 23. 11: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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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철근콘크리트주택

난방을 해도 두툼한 점퍼를 입고 생활해야 했던 집에서 십여 년을 살던 노부부가 양평에 따스한 남향집을 지었다. 노부부는 비로소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즐거워졌다고 얘기한다. 양평 일자집은 지형, 지세, 향, 조망, 숲과 같은 자연적 요소와 기존에 존재하던 콘크리트 구조체와 같은 인공적 요소까지 대지의 맥락으로 받아들여 땅에 반응하도록 계획했다.


최광호(노드아키텍스 건축사사무소 소장) | 사진 백홍기 기자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신화리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772.00㎡(233.53평)

건축면적 112.35㎡(33.99평)

건폐율 14.55%

연면적 153.94㎡(46.57평)

 1층 41.59㎡(12.58평)

 2층 112.35㎡(33.99평)

용적률 19.94%

설계기간 2015년 10월~2016년 2월

공사기간 2016년 3월~9월

토목공사유형 보강토블럭

토목공사비용 조성된 토지 매입

건축비용 2억 6,000만 원(3.3㎡당 약 550만 원)

설계 노드아키텍스 건축사사무소

 02-6959-3659 http://nodearchitects.co.kr

시공 인터플랜 010-3242-2782

 https://blog.naver.com/kkm1872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컬러강판

  벽 - 고벽돌타일, 스타코

  데크 - 방킬라이

내부마감

  천장 - 도장(벤자민무어)

  벽 - 도장(벤자민무어)

  바닥 - 원목마루(이건마루 CARA-Texture)

계단실

  디딤판 - T30 오크원목

단열재

  지붕 - 비드법 보온판 2종 1호

  외단열 - 비드법 보온판 2종 1호

창호 이건창호 PWS70 TT&FIX, PSS185 L/S

현관문 메리트도어 C2507Y

조명 노만코펜하겐 Norm 69 XL

주방가구(싱크대) 그린퍼니처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난방기구 기름보일러(경동)

몇 가지 이유로 인연을 맺지 못했던 노년의 건축주를 6개월 후 다시 만났다. 그 사이 건축주는 지역의 시공사와 공사를 시작해 주변 집들보다 높은 집을 짓기 위해 3m 높이의 콘크리트 옹벽과 기초를 만들어 놓았다. 잦은 설계 변경과 의견 불일치로 건축주와 시공사의 계약은 타절打切돼 공사는 그 상태로 멈추어 버렸다. 그리고 건축주는 우리에게 다시 설계를 맡아달라고 의뢰했다. 단, 기존 옹벽과 기초를 이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집 안 가득 양자산의 풍광을 담아내

좋은 집은 땅이 하는 이야기에 반응하는 집이다. 그 이야기란 지형, 향, 조망, 바람, 숲, 대지에 자리 잡은 잘 자란 한 그루의 나무 같은 것들이다. 건축가의 역할은 각각의 목소리를 내는 이런 맥락들을 통제하며 서로 관계를 맺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많은 이야기를 하는 ‘땅’ 그리고 그와 상관없이 자리 잡은 ‘기초와 옹벽’, 이 둘이 어울리도록 한참을 노력했다. 하지만 적당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헤매기를 반복한 후, 결국 먼저 자리 잡은 기초와 옹벽마저도 땅의 맥락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동쪽을 바라보던 정방형의 집을 남향한 일자형의 긴 집으로 바꾸어 기존 3m 높이의 기초 위에 그 한 부분을 올려놓고 반대편 1층에 창고를 배치했다. 이에 따라 마치 떠 있는 것 같은 기다란 일자집의 형태를 가지게 됐으며, 자연스럽게 옹벽과 창고 사이 공간은 바람이 다니는 길이 됐고 더운 여름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외부 공간이 됐다.


집이 자기에게 맞는 자리를 잡은 후 5.1m의 좁은 폭을 고려해 다양한 스터디가 이뤄졌다. 첫 번째 고민은 현관과 계단의 다양한 위치와 형태였다. 일자집이다 보니 계단이 ‘一’자형인지 ‘ㄷ’자형인지에 따라 현관의 위치와 2층 실의 배치가 달라졌다. 두 번째 고민은 거실과 주방의 위치였다. 실시설계에 들어가기 직전 브리핑한 계획안은 계단에 의해 주방과 거실을 분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음식을 준비하며 손주들과 가족의 모습을 보면 좋겠다”며 지나가듯 수줍게 얘기한 어머니의 요구 사항에 계획안을 전면 수정해 거실과 주방을 한공간이 되도록 계획했다.

거실과 주방은 전면에 넓은 창을 내 시원한 뷰를 선사한다. 설계 초기엔 계단실을 중심으로 분리하려던 거실과 주방을 “조리하면서 손주들의 모습을 보면 좋겠다”는 건축주의 의견을 받아들여 일체형으로 수정했다.
주방에서 본 복도 모습. 주택 앞쪽에 나란히 실을 배치해 뒤쪽에 자리 잡은 복도는 벽면에 가로 창을 길게 내 은은한 빛을 끌어드리면서 뒷산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집의 공간 구성은 다양한 스터디를 통해 단순하게 정리했다. 현관 전면에 손님방을 배치해 대지 남측의 조망과 채광이 가능하도록 계획했다. 2층에는 계단실을 기준으로 우측에 화장실과 작은 방, 안방으로 이뤄진 사적 공간을 배치하고, 좌측에 거실과 식당, 주방, 다용도실과 같은 공적 공간을 배치했다.


건물 북측에 ‘ㄷ’자형 계단실과 복도를 계획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방과 거실, 식당 모두 남측을 바라보게 됐다. 이로 인해 남측으로 펼쳐진 양자산의 아름다운 풍광과 따스한 남향 빛을 집 안 가득 담아냈다.

계단실을 이용해 공용 공간과 거리를 두고 사적인 영역으로 분리한 안방은 부드러운 브라운 계열에 한식 느낌을 담아냈다.
현관과 1층 데크를 통해 진입할 수 있는 게스트룸은 독립적인 공간으로 계획했다.

기존 옹벽과 설계변경으로 생겨난 창고 사이에 터널 같은 넓은 바람길이 만들어졌다. 한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통해 색다른 휴식 및 작업 공간을 제공한다.

동향이었던 집을 일자형 남향으로 긴 형태로 바꿔 기존 3m 높이 기초 위에 공간을 쌓고 반대편 1층에 창고를 배치해 마치 떠 있는 것 같은 ‘ㅡ’자형 주택을 완성했다.

공적 공간인 거실과 주방은 건물의 박공지붕 형태가 드러나도록 경사 천장을 적용했다. 공간 확장감을 주고자 식당과 주방 전면에 계획한 데크는 바로 집을 앉히고 남은 기존 콘크리트 기초에 설치한 공간이다.

집을 준공한 지 2년이 지난 후 양평 일자집을 잡지에 게재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오랜만에 연락한 건축주는 흔쾌히 동의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오랜만에 방문하면서 집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새 아기자기한 조경이 자리를 잡고, 20여 가지 채소가 텃밭에서 무럭무럭 자랐다. 또한 시공사가 미처 손보지 못한 부분들도 건축주에 의해 닦여지고 손보아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처음에 설계하며 얘기한 그대로 집을 사용했다. 안방 동쪽에 설치된 세로로 긴 창으로 비추는 햇살을 바라보며 아침을 맞이하고, 방학이라 집에 놀러 온 손주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식사를 준비하고, 요즘 같은 폭염에도 1층 바람길에 야외용 의자를 펼쳐놓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낮을 보냈다. 집을 설계한 건축가로서 마치 딸을 시집보낸 아버지가 딸이 사랑받는 모습을 보며 안심하고 또 안심하는 것처럼 마음 한가득 따스한 느낌을 받고 돌아왔다.

건물 북측에 ‘ㄷ’자형 계단실과 복도를 배치해 각 실은 자연스럽게 남측으로 펼쳐진 양자산의 풍광을 바라보며 따뜻한 햇볕을 받아들이는 구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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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라이프: [철근콘크리트, ALC주택] 대지의 이야기를 담아낸 양평 일자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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