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를 규조토로 마감한 친환경 주택

조회수 2018. 8. 10.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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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전원주택】

건축주는 배산임수라는 풍수의 전형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작은 산을 마주 보는 주택 배치를 택했다. 언뜻 생각하면 산에 막혀 답답할 듯하지만, 실제로는 낯선 이의 시선을 차단하며 자연을 마음껏 누릴 수 있어 건축주에게는 항상 축제 같은 생활의 연속이다.


글 사진 김경한 기자

취재협조 ㈜규조토세상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도 여주시 우만동

용도지구 계획관리지역

건축구조 중량목구조

대지면적 610.00㎡(184.85평)

건축면적 164.00㎡(49.70평)

연면적 205.00㎡(62.12평-지하 포함)

  지하 41.00㎡(12.42평)

  1층 116.00㎡(35.15평)

  2층 48.00㎡(14.55평)

건폐율 26.89%

용적률 33.61%

설계기간 2013년 5월 ~ 2013년 6월

공사기간 2014년 2월 ~ 2014년 5월

건축비용 2억 9,400만 원(3.3㎡당 600만 원)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케뮤 세라믹

  외벽 - 스타코 플렉스

  데크 - 현무암

내부마감

  천장 - 규조토, 천연 한지

  내벽 - 규조토 모르타르

  바닥 - 원목 마루

단열재

  지붕 - 인슐레이션 R30

  외단열 - 인슐레이션 R19, 스티로폼

  내단열 - 인슐레이션 R11, 스티로폼

계단실

  디딤판 - 집성목

  난간 - 단조

창호 토네이도 시스템 2중 창호

현관 삼성임페리얼 6중 단열도어

조명 조명나라

주방가구 에넥스

위생기구 INUS, 아메리칸 스탠다드

신재생에너지 지열보일러


설계 및 시공

규조토세상 1688-2975 www.askaconst.com

뒷마당을 취해 여유를 얻다

일반적으로 거실은 진입로 쪽으로 배치하기 마련이다. 집을 장만한 후 며칠간은 그럭저럭 지낼만하다. 거실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확 트여 있어 기분마저 상쾌하다. 하지만 점차 집 앞을 지나가는 낯선 이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부담스럽다. 고민 끝에 개방해 뒀던 앞마당에 생울타리를 치거나 담장을 높게 설치한다. 결국, 사생활 보호를 명분으로 전망을 포기해 전원생활의 즐거움 하나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건축주는 이런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진입로와 맞닿은 곳에는 대문과 주차장을 냈고, 주택 건물을 주차장 위에 배치했다. 방문객은 대문을 지나 계단을 오른 후, 뒷마당에 도달하면 주택 입구인 현관을 발견할 수 있다. 건물은 뒷마당을 사이에 두고 낮은 산등성이를 마주 보고 있다.


방위로 따져보면 현관과 거실 쪽이 남향이고, 산이 해를 가리지 않을 정도로 낮은 높이로 솟아있어 채광도 좋다. 건축주가 손수 심어 놓은 소나무, 대추나무, 블루베리 등을 통해 계절의 변화도 느낄 수 있고, 낯선 이의 시선이 닿지 않아 한결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다. 

“풍수지리에서는 배산임수라고 해서 산을 등져야 한다고 해요. 저희는 그런 고정관념에 매달리기보단 실제 생활하기 편한 건물 배치를 고려했어요. 그 덕분에 타인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을 마음껏 누리는 혜택을 얻게 됐죠.”

한국적 정서를 담은 친환경 주택

박공 지붕과 꺾인 지붕을 적절히 혼합한 주택의 외관은 유럽의 한 시골 마을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이국적인 느낌을 지녔다. 그런데 현관을 열고 실내로 들어서면, 한옥의 내부 공간을 그대로 재현해 낸 의외의 구성이 나온다. 우선 기둥과 보, 도리를 그대로 드러낸 중목구조가 육중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창살을 사선으로 겹친 빗살 무늬로 장식한 중문과 세살 무늬로 장식한 2층 침실의 내부 창호가 눈에 띈다. 

한옥식으로 기둥 위에 보와 도리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벽면을 마감한 하얀색의 규조토는 초다공성 물질로 제습 효과와 탈취 효과가 뛰어난 친환경 마감재다.
빗살 무늬 창살로 장식한 중문이 예스러운 멋을 연출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주방과 복도를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주방은 ㄱ자 형으로 싱크대와 조리대를 배치해 동선을 줄이고, 아일랜드 식탁을 둬 음식 이동이 쉽게 했다.

이 집은 한옥의 구조를 현대적으로 적용한 짜 맞춤식 건축기법으로 골격을 세웠다. 구조재와 부재를 못이나 꺾쇠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조립식으로 짜 맞춰, 세월이 지날수록 맞물린 부위가 더욱더 꽉 조여져 지진에도 끄떡없는 단단함을 이룬다.


건축주는 벽면을 친환경 소재인 규조토로 마감했다. 규조토는 단세포 식물성 플랑크톤인 규조류의 화석으로, 수많은 크고 작은 구멍이 나 있어 탈취 및 흡착 효과가 뛰어난 초다공성 물질이다. 여름에는 습기를 빨아들이고 겨울에는 습기를 방출하는 습기조절 기능이 있으며, 강알칼리성이라 곰팡이와 진드기의 서식을 어렵게 하는 항균작용이 있다. 

벽면을 친환경 소재인 규조토로 마감했다. 규조토는 단세포 식물성 플랑크톤인 규조류의 화석으로, 수많은 크고 작은 구멍이 나 있어 탈취 및 흡착 효과가 뛰어난 초다공성 물질이다.

시공을 담당한 규조토세상의 권길상 대표는 일본에서 건축업에 종사한 바 있다. 국내로 들어와 건축업을 이어온 권 대표는 시공 의뢰과 들어오면 규조토를 일본에서 수입해 사용했었다. 그렇지만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규조토 20kg에 50만 원 정도가 들었고, 집 하나 짓는 데만 천만 원이 들어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이는 시공사뿐만 아니라 건축주에게도 큰 부담이라고 판단한 권 대표는 10여 년간 규조토의 국산화에 힘을 쏟았고, 2014년 상용화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우리나라의 KS 격인 JIS 품질 규격을 획득해 일본으로 역수출하고 있을 정도다.


“규조토가 습기를 얼마나 잘 빨아들이는지 궁금해서 직접 분무기로 실험을 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벽면에 물을 뿌릴 때마다 순식간에 습기가 사라지더라고요. 그제야 자기 부피의 2~3배 습기를 흡수한다는 말이 실감 났습니다.”

2층의 자투리 공간을 이용해 간이 테이블과 의자를 뒀다. 이 공간에서 1층 거실을 바라보면 대들보를 드러낸 중목구조의 웅장하면서도 단단한 느낌이 안정감을 전해준다.

음식 냄새는 공기 중의 습기로 인해 강해지는 면이 있는데, 실내를 감싼 규조토 벽면이 습기를 효과적으로 빨아들여 음식을 먹은 후에도 곧바로 그 냄새가 제거된다. 규조토의 탈취 효과 덕분인지 부부가 며칠간 집을 비웠다가 돌아와도 퀴퀴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방마다 서까래를 노출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바닥을 원목 마루로 시공해 발을 스치는 느낌이 신선하다.
작은 축제가 있는 삶

건축주는 이곳으로 이사 온 후로는 쉴 틈이 없다. 그러면서 이런 생활이 오히려 즐겁다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CCTV를 설치해 줬던 지인이 블루베리 나무를 선물해줘서 마당에 심었는데 이걸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매년 십여 그루에서 15kg의 블루베리를 얻을 수 있어 가족과 지인에게 나눠주고도 차고 넘친다. 여름 방학에 놀러 온 손주들이 제일 먼저 마당으로 달려가 블루베리를 따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그 외에도 잔디를 다듬거나 주택을 점검하는 등 번거롭지만 값진 노동을 통해 도시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살맛 나는 재미를 얻고 있다. 아내는 작은 화초들을 가꾸거나 실내 장식을 손수 꾸미며 전원생활의 낭만과 여유를 누리는 중이다. 부부는 “이런 작은 축제 같은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뒷마당에 심은 블루베리는 매년 15kg 정도를 수확해 가족과 지인에게 나눠주고도 남을 정도다. 내년에 더욱더 풍성히 열매 맺기를 기대하며 거름을 줬다.
현무암 데크는 반영구적이어서 한 번 깔아놓으면 특별히 관리할 일이 없다. 현무암에 작은 구멍이 많아 비나 눈이 와도 금방 사라지고, 걸을 때도 미끄럽지 않다. 주택과 작은 산등성이 사이 간격을 넓게 둬 채광을 좋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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