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에서 넓은 마당을 얻은 집

조회수 2018. 7. 18.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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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단독주택

오래된 도심의 한 동네에 새집이 들어섰다. 가볍지만, 단단한 스틸구조로 우뚝 선 집은 밝은 빛을 발산하며 회색으로 물든 거리에 랜드마크와 같이 존재를 드러낸다.


글 사진 백홍기 기자

HOUSE NOTE

DATA

위치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대지면적 141.00㎡(42.72평)

건축면적 44.46㎡(13.47평)

연면적 133.38㎡(40.41평)

  1층 44.46㎡(13.47평)

  2층 44.46㎡(13.47평)

  3층 44.46㎡(13.47평)

건폐율 31.50%

용적률 94.60%

건축구조 경량 철골구조

설계기간 2015년 3월 ~ 2015년 4월

공사기간 2015년 5월 ~ 2015년 8월

공사비용 455만 원(3.3㎡당)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리얼징크

  외벽 - 스타코

내부마감

  벽, 천장 - 실크벽지

  바닥 - 강화마루

  창호 - KCC L/S 창호

단열재

  지붕 - 글라스울 R30

  외벽 - 그라스울 R19, 외단열 50T

  내벽 - 글라스울 R19

   바닥 - 매트기초

설계 데스틸

시공 (주)그린홈예진 055-758-4956 www.yejinhouse.com

새해다. 무언가 새로운 각오를 해야만 할 것 같다. 작년에도 그랬고, 그 이듬해도 그랬다. 올해도 낡은 계획을 새로운 마음으로 다짐해본다. 광주에서 만난 김성철 건축주만큼은 지난해 누구보다 알찬 한 해를 보냈다. 예상하지 못한 집짓기를 시작했지만, 과정과 결과 모두 만족스러워한다.


“이사를 앞두고 아파트를 알아보는 데 괜찮다 싶으면 3억이 넘었어요. 지인을 통해 작은집을 알게 됐고, 3억이면 집을 지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파트도 좋아하지도 않았으니 잘 됐다고 생각했어요. 언젠가는 우리의 집을 짓겠다는 생각도 있어서 바로 실행에 옮겼죠.”

많을 것 같던 단점 어디에도 없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집을 짓게 된 김 씨는 집을 짓기로 마음을 굳힌 날부터 장소를 물색하고 다녔다. 그게 지난해 1월이다. 시내를 벗어날 생각이 없어 가까운 곳부터 찾았다. 시외로 벗어나면 아이의 교육, 보안,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다. 집을 앉힐 장소는 뜻밖에 멀지 않는 곳에서 쉽게 찾았다. 대형 마트와 백화점이 근접해있어 걸어 다닐 정도로 편의성을 갖췄다. 8월에 입주했으니 땅을 알아보고 집짓기까지 반년이 조금 넘게 걸렸을 뿐이다.


집을 짓는데도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단지 장마철이 닥치기 전에 기초 공사를 마칠 계획이었지만, 일정이 늦어져 마음을 애태웠을 뿐이다. 이것도 시공사와의 문제가 아니다. 인허가 과정에서 설계를 수정하면서 허가가 늦어졌다. 이것만 빼면 다른 일정은 계획대로 진행됐다.


집을 지으려고 할 때, 의외로 집안 어른들의 반대가 심했다. 이유는 “따뜻하고 편리한 아파트가 좋은데, 왜 춥고 불편한 단독주택에서 살려고 하느냐”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고단열, 기밀시공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에 단독주택을 짓고 살았던 세대라면 충분히 그러할만하다. 그런데 저에너지 정책에 따라 단열성능이 좋아져 최근에 짓는 집들은 추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1층 평면도
현관에 들어서면 확 트인 거실과 주방이 눈에 들어온다. 거실 코너에 있는 평상의 활용도는 훌륭하다. 앉으면 평상, 누우면 침대가 되며 넉넉한 옆면의 수납공간은 작은 창고 역할도 한다. 평상, TV 장식장, 2층 침대, 수납장은 한 공방에서 공간의 용도와 쓰임새에 따라 맞췄다.

거주자의 생활습관과 동선을 고려한 설계는 아파트보다 더욱 편리한 공간을 제공한다. 다만, 집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부지런해야 한다.


“ 단독주택을 선택한 건 우리만의 공간을 원했던 게 컸어요. 그래서 단독주택의 단점이 있어도 어느 정도 감수할 생각이었는데, 겪어보니 장점만 보이고 좋은 것만 생각나요. 걱정했던 것만큼 불편하지 않고 따뜻해요.”


집을 지으면서 가장 좋아하는 건 아이들이다. 실내에서 마당으로 다시 실내로 오가며 아이들은 최고로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낸다. 골목에 차들이 자주 오가도 안심이다. 집과 마당을 감싼 울타리가 보호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당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건축면적을 최소화해야 했다. 불필요한 면적을 줄이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주방에는 위아래로 싱크대 수납장으로 꽉 채웠다. 주방과 거실의 경계는 없애고 밝은색으로 실내를 꾸며 공간이 풍족한 느낌이다.
마당은 넓고 공간은 아늑하게

건축주의 요구는 간결하고 명확했다. 141㎡(40평)가 약간 넘는 좁은 부지에 마당을 확보하려고 수직적인 공간 배치를 제안했다. 나머지는 설계자의 몫. 건축주의 제안으로 2층 건물에 다락을 계획했다. 그런데 건물 폭이 좁아 다락의 높이를 충분하게 확보하기 어려웠다. 결국, 일조권사선제한 범위 내에서 다락의 천장을 높였고 3층 건물로 허가받아야만 했다.


집이 차지한 땅은 약 141㎡(42평)의 대지에서 44㎡(13평)에 불과하다. 덕분에 마당을 97㎡(29평)나 확보했다. 대신 건물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 층별로 역할을 나눴다. 1층은 공적 공간인 주방과 거실, 2층은 사적 공간인 침실, 3층은 부부의 취미와 휴식, 아이들의 놀이 공간으로 설계했다.

2층 평면도
2층 안방 침대 역시 가만히 보면 옆에 수납공간을 만든 게 보인다. 드레스룸 입구는 문을 설치하지 않아 시야가 확장된 듯한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모던한 스타일의 집은 아담한 외형을 고려해 밝은색 바탕에 오렌지색으로 포인트 넣어 경쾌한 느낌을 담았다. 집 안 침실 창 주변과 계단실 아래쪽에도 오렌지색을 넣어 외부의 경쾌함에 아늑함을 더했다.


내부는 또한 넓어 보이기 위해 약간의 트릭을 사용했다. 트릭의 대상은 가구와 바닥, 벽. 재료는 흰색 페인트이다. 가구와 바닥 벽 등을 같은 흰색으로 칠해 시각적으로 넓어 보이게 한 것이다. 여기에 짙은 파란색으로 중문을 강조하면서 단조로움을 덜어냈다.

2층 계단에서 안방을 바라본 복도의 모습이다. 복도 쪽에 설치한 창은 햇빛이 아이방까지 비출 수 있게 맞은편에도 설치했다. 왼쪽으로 살짝 보이는 곳은 욕실이다.
꼼꼼한 분석 필요한 수납공간

건축주는 높은 집이라면 경량 철골구조가 좋으리라 판단했다. 견고한 철골구조가 수직 하중에 잘 견디겠다는 판단에서다. 철골구조 전문 시공사는 협회에서 찾았다. 스틸하우스협회에는 각 업체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원하는 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협회를 통해 알게 된 시공사는 2002년에 설립해 2012년에 100호를 넘기며 오랜 경험을 쌓은 기업이다. 이러한 경험이 건축주의 손을 들게 했다. 경험이 많으니 실전에도 강한 건 당연하다. 건축주의 요구와 성향, 현장에 따라 즉흥적이고 빠른 판단력으로 완성도 높은 집을 완성했다.


집을 지으면서 꼭 짚고 넘어갈 게 또 있다. 바로 수납이다. 남는 공간에 수납공간을 만들고 붙박이장이나 드레스룸을 설치하니, 보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의 나이와 성격에 따라 분류하고 사용 빈도에 따라 보관 순서를 정해야 한다.


예컨대 아이가 있는 집은 장난감을 수납할 공간이 추가로 필요하며, 얼마나 자주 가지고 노는지에 따라 거리와 장소를 달리할 수 있다. 또, 누가 치우는지에 따라 높이도 다르게 할 수 있다. 아이가 직접 치우는 물건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수납공간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수납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다락으로 사용하는 3층은 설계하는 과정에서 층높이를 높여 3층으로 신고하고 수정했다. 천장과 벽면의 창으로 충분한 빛을 받아들이는 구조다. 3층은 이용자에 따라 변화무쌍해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공간이다.

“모든 가구는 집에 맞춰 공방에서 제작했어요. 가구마다 적당한 수납공간을 만들었어요. 거실에 설치한 평상 옆에는 서랍을 만들어 아이들이 쉽게 물건을 치우고 보관할 수 있게 했죠. 덕분에 집이 한결 깔끔해졌어요. 집을 짓는 것보다 가구를 기획하는 게 더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건축주 부부의 정성 어린 눈길에는 집 안 물건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모든 게 가족의 연장선으로 닿기 때문이다. 이 집을 지으면서 하찮은 것에서도 귀함을 발견하게 되니, 이들의 관계는 날이 갈수록 더욱더 견고하게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너무나 단순할 뻔 했던 외형은 오렌지색 하나로 발랄한 느낌을 담았다. 건축면적을 줄인 덕분에 얻게 된 마당으로 한결 여유로운 거주공간이 됐다. 충분히 넓은 마당을 확보해 이 또한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 건축주의 기대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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